수화기 너머의 김서윤은 이번엔 정말이지 꽤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송남지가 통신 상태가 좋지 않은가 싶어 통화 화면을 확인해 볼 정도였지만, 연결이 끊겼다는 알림은 없었다.의아해진 그녀가 물었다.“여보세요, 김 비서님. 듣고 있어요?”그제야 수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려왔다.“사모님, 듣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하 대표님을 바꿔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현재 회의 중이시거든요.”사실 송남지도 억지를 부려서 회의 중인 하정훈과 통화하겠다고 떼를 쓸 수도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워낙 철이 든 성격이라 철없는 어린애처럼 구는 짓은 할 수가 없었다.송남지는 눈매를 가라앉히며 말했다.“알겠어요. 참, 김 비서님.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대표님 일 끝나시면 전해주세요. 만약 그 사람이 언짢다면, 나 그 방송 출연 안 해도 상관없다고요.”물론 하정훈에게 따로 톡을 남겨두긴 하겠지만, 그가 너무 바빠 읽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김서윤에게도 당부를 남긴 것이다.“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대표님 회의가 끝나는 대로 꼭 전해드리겠습니다.”“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요. 일 끝나면 일찍 쉬어요. 잘 자요.”“사모님도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통화가 끝난 후에도 송남지는 손에 든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민지현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그 시각, 재스민 동료들과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민지현은 송남지의 전화에 일부러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송남지가 합류하려는 줄 알고 위치를 찍어 보내줄 참이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화기 너머 송남지의 목소리는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민 실장님, 나 안 가요.”민지현은 곧바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분명 무슨 안 좋은 일이 터진 게 분명했다.그녀는 입을 가린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방금 계약한 투자 조건부 계약서에 또 문제 생긴 거예요?”그럼 자기들이 방금 축배를 든 게 다 허사란 말인가.송남지는 민지현의 추측을 부인했다.“아니, 계약서랑은 상관없어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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