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를 빠져나온 송남지는 숨을 고르며 길을 찾기 시작했다.“엄마, 저 내일도 가기 힘들 것 같아요.”수화기 너머 최미경의 목소리에 짙은 실망감이 스쳤으나, 그녀는 이내 애써 밝은 척 대답했다.“어머, 그렇게 바빠? 그래도 밥은 챙겨 먹으면서 일해야지.”송남지는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사실대로 털어놓았다.“바빠서 그런 게 아니에요, 엄마. 성은 그룹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정훈 씨가 계속 맨성에서 일하느라 연락도 안 되고 전화도 안 받아요. 예감이 너무 안 좋아서 직접 확인하려고 맨성에 왔어요.”“뭐? 맨성에 갔다고?”최미경의 말투에 당혹감과 걱정이 교차했다.온 가족이 모이는 설 명절에 송남지는 홀로 멀리 동남아까지 날아갔으니 말이다.최미경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수많은 말을 삼킨 채, 오직 간절한 당부만을 전했다.“남지야, 타지에서 혼자 안전 조심하고 매사에 주의하렴. 네 힘으로 해결하기 벅찬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가족들한테 연락해. 우리가 언제나 네 뒤에 있다는 거, 절대 잊지 말고.”송남지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네, 엄마. 알아요. 너무 걱정 마세요. 올해 서경은 유독 춥다는데 아빠랑 건강 잘 챙기시고요.”통화를 마치고 송남지는 벽에 기대어 잠시 마음을 추슬렀다.오늘 유독 감상에 젖는 건, 아마도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고 하정훈과 함께 짊어질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도착 층에 들어서자 마중 나온 사람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김서윤이었다.‘송남지’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인파 속을 두리번거리던 김서윤은 송남지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왔다.얼마나 숨 가쁘게 뛰었는지, 정작 송남지 앞에 섰을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하얗게 잊은 듯했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말을 더듬었다.“사모님, 제가... 마중 나왔습니다.”김서윤이 직접 마중을 나오다니.송남지는 이것이 하정훈의 지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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