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라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송남지는 늘 속이 깊고 고분고분해서 손 한 번 갈 일 없는 동생이었다.흔한 중2병도 없이 자란 아이였고 미술이면 미술, 공부면 공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우등생이었다.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않는 이 착한 동생이 윤씨 가문이라는 구렁텅이에서 겨우 빠져나와, 자신만을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 이제야 겨우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은씨 가문이 끼어들다니.만약 은씨 가문이 과거의 약속을 빌미로 하씨 가문을 압박하고 있는 거라면, 그들은 도덕적 양심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이었다.최보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었다.“남자 뺏는 것도 모자라 재스민까지 탐내다니? 이건 정말 남지를 말려 죽이겠다는 소리잖아!”오지훈은 최보라가 너무 흥분하자 어깨를 짚으며 진정시켰다.“화병 나면 너만 손해야.”하지만 최보라의 분노는 그 누구의 위로로도 식지 않았다. 그녀는 탁자를 세차게 내리쳤다.“말도 안 돼! 아무리 은씨 가문이 막무가내고 하씨 가문이 낯짝 두껍다 해도, 하정훈이 설마 재스민을 은지영 손에 넘어가게 보고만 있겠어? 그건 진짜 인간 된 도리가 아니지!”재스민은 송남지의 심혈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체였다. 수많은 난관을 뚫고 재스민을 지켜온 시간만큼, 재스민은 이제 송남지에게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분신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곽지민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천억 투자? 하정훈이 진짜 치사하게 나오면 우리끼리 조금씩 보태서라도 해결해 줄 수 있어!”오지훈도 맞장구를 쳤다.“맞아. 돈이야 어디에 두든 투자지, 재스민에 투자하는 거라면 나도 대찬성이야.”유경태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보탰다.“은지영에게 재스민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일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말려 죽이려 들다니. 도덕적으로 너무한 처사야. 설령 재스민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이건 도와야겠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친구들의 든든한 말에 최보라는 마음이 놓였는지 감격스러운 듯 읊조렸다.“남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