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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31 - チャプター 640

777 チャプター

제631화

차 이야기가 나오자 은지영은 고개를 돌려 방금 주차된 마카롱 핑크색 차를 보았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예전에 이런 전 세계에 몇 대 없는 차를 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하셨겠죠? 수백억이 넘는 차인데, 전 구하려고 해도 못 구했거든요.”송남지는 순간 멍해졌다.만약 어젯밤 은지영이 하씨 가문에 왔을 때가 팽팽한 신경전이었다면, 오늘 이것은 아마 은지영이 쏜 첫 총성일 터였다.송남지가 미처 대꾸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박재용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아이고, 속 쓰려서 어쩌나. 고작 차 한 대 가지고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세요? 하정훈 그 친구가 자기 와이프한테 좀 미쳐 있어야 말이죠. 이런 차는 당연한 거고, 수십 조 가치의 갤러리도 송남지 씨 심심하지 말라고 장난감처럼 던져준 거라니까요?”송남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박재용을 바라보며 그의 팔을 살짝 건드렸다. 그렇게 성급하게 나설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이런 말장난에 화를 내는 것은 무의미했다.어차피 은지영이 무슨 말을 하든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그녀는 지금 하씨 가문의 안주인이었고 하정훈과의 관계도 아주 좋았다.송남지의 눈빛을 읽은 박재용은 그제야 은지영에게 눈을 흘기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송남지가 분위기를 수습하며 말했다.“은지영 씨, 저에게 어떤 차를 타는지는 큰 의미가 없어요. 예전에도 어떤 차를 탈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차는 그저 이동 수단일 뿐입니다. 마음에 드신다면 차를 당신에게 팔 수도 있어요.”박재용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송남지를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미쳤어요? 저 여자한테 차를 넘겨주겠다고요? 대체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그러는 건데요!”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은지영을 바라봤다.은지영은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이 말했다.“흥, 아직 그 정도까지 탐낼 마음은 없네요. 내가 고작 남이 타던 중고차나 타고 다닐 사람으로 보여요?”은지영의 말을 들은 송남지의 눈가에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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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그토록 갈망하던 자리를 마침내 차지하고 십수 년을 보냈으니 그 가짜 삶이 진짜 제 것인 줄 착각할 만도 하죠. 아마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그 자리에 영원히 머물 거라 확신했을 거예요.”은지영의 눈빛에는 과거 그 상간녀에 대한 경멸과 십수 년 동안 억눌러온 울분을 비로소 토해내는 듯한 서늘한 한숨이 서려 있었다.은지영은 차갑게 콧소리를 냈다.“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고 우리 엄마가 가르쳤거든요. 저 역시 그렇게 살아왔고요.”송남지는 은지영의 그 당당하고도 기괴한 논리가 기가 막혀 실소가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반박했다.“첫째, 은씨 가문의 불행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둘째, 정훈 씨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며 당신의 물건처럼 취급될 대상도 아니에요. 그러니 ‘내 것'이라는 천박한 표현은 삼가세요. 마지막으로, 저는 하정훈의 정식 아내이며 그 누구에게도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 또한 당신의 것이 아닌 것을 탐내지 마십시오.”솔직히 말해, 은지영은 송남지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녀는 아세르에서 돌아오기 전, 이미 송남지에 대한 조사를 끝낸 상태였다.중산층 가정 출신으로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배웠고 서경 최고의 미대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는 사실까지 전부 말이다.은지영의 인식 속에서 송남지는 그저 배경도, 힘도 없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었다.은지영이 송남지를 평범한 인물로 치부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 그녀가 반달 동물원에서 그렸던 그래피티 영상 때문이기도 했다.처음에는 하정훈이 단순히 저 화려한 껍데기에 매료된 것이라 확신했다.아름다운 외모에 이토록 강인한 내면까지 겸비한 존재는 극히 드물다고 믿었으니까.은지영은 대각선 맞은편에 앉은 송남지를 곁눈질로 훑어보았다. 비록 평범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그녀의 온몸에서는 수많은 금수저들을 압도하는 당당한 기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송남지는 조금도 위축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한 시선으로 은지영과 마주 보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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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송남지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다.하정훈의 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질이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스며든 모양이었다.그녀는 오히려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화사하게 웃어 보였고 그 바람에 뺨의 보조개가 더욱 선명하게 패었다.“아, 그래요? 하씨 가문과 은씨 가문 사이에 15년 전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만약 은지영 씨가 그 시절의 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저는 22년 전 하정훈이 저를 아내로 삼겠다고 공언했던 말을 언급해야만 할 것 같군요.”물론, 그것은 어른들의 만찬 자리에서 나온 농담에 불과했지만 말이다.하지만 그때 하정훈이 했던 말은 분명 사실이었다.은지영은 잠시 얼어붙은 듯했지만, 이내 오늘로는 송남지를 말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때의 하정훈은 어렸어요. 결혼이 뭔지도 제대로 모를 꼬마였을 때잖아요!”송남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그때 결혼이 무엇인지 몰랐을 거라고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시나요? 설령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하더라도, 서른이 된 지금은 분명히 알고 있겠죠.”은지영은 침묵했다.오랫동안 누구에게도 말싸움으로 밀려 무언가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당황스러웠다.은지영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송남지도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옆에 있던 가방을 집어 들며 말했다.“은지영 씨, 사실 개인적인 이유로 저를 부르셨다 해도 기꺼이 나왔을 거예요. 다음부터는 이렇게 굳이 복잡하게, 심지어 공적인 일까지 들먹이며 부르지 않아도 돼요. 난 당신을 마주하는 게 조금도 두렵지 않거든요. 당신이 서경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내가 겁을 먹을 일도, 내 자리가 흔들릴 일도 없으니까요.”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약속 장소에 나올 수 있었다.은지영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는 한정판 오렌지색 에르메스 가방에서 대략적인 내용이 담긴 투자 조건부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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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사실 송남지도 박재용이 지적한 그 ‘버그'를 진작에 발견한 터였다.다만 제 눈을 믿을 수 없어 서류를 몇 번이고 뒤척이며 샅샅이 뒤졌을 뿐이다.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의구심을 해소할 만한 조항은 어디에도 없었다.보면 볼수록 은지영이 작정하고 돈을 갖다 바치러 온 것 같다는 생각만 짙어졌다.이쯤 되면 결론은 하나였다. 은지영은 지금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송남지에게 거액의 자금을 상납하려 하고 있었다.박재용은 비웃으며 말했다.“은지영 그 여자가 해외에 오래 있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밥 먹을 때 남이랑 반찬 갖고 싸우는 꼴을 보면, 머리가 좀 이상해졌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죠. 관장님, 내일 당장 재스민 변호사랑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보고 그 여자 불러서 당장 도장 찍게 해요.”그러자 송남지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일은 안 돼요. 너무 늦어요. 은지영이 오늘 밤까지 답을 달라고 분명히 말했었거든요. 시간이 촉박해요.”박재용은 어깨를 으쓱였다.“그럼 지금 당장 재스민 변호사한테 보내서 검토하게 하고 문제없으면 바로 그 여자 불러서 계약서에 사인받아요.”송남지는 바로 결정하기보다 좀 더 상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박재용을 별장까지 데려다주고 나서 송남지는 최보라를 만나러 갔다.오늘은 최보라가 일하는 날이라 그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가는 길에 하정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몇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자, 송남지는 그가 차마 전화를 받지 못할 만큼 바쁜 상황일 것이라 짐작했다. 통화가 어려울 때는 무작정 전화를 거듭하기보다 차분히 메시지를 남겨두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한 것이다.그녀는 간단하게 카톡으로 투자 조건부 계약서에 대해 설명하고 하정훈의 의견을 물었다.최보라가 근무하는 빌딩은 서경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유형의 빌딩이었다.차를 주차하고 내리자마자, 송남지는 오지훈이 타고 다니던 것과 비슷한 익숙한 스포츠카를 발견했다.별다른 생각 없이, 그녀는 최보라가 보낸 위치 정보를 확인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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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그러면서 눈썹을 위아래로 씰룩거렸다.송남지가 최보라 팔을 꼬집었다.“맨날 그런 농담만 하고, 재미없어!”최보라와 오지훈이 눈빛을 교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죽이 잘 맞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꽤 시끄러웠다.진짜 찰떡같은 커플이었다.“그만 놀리고. 이렇게 급하게 온 거 보면 뭔 일 있는 거 아니야? 마침 지훈이도 있으니 같이 고민해 보자.”송남지는 가방에서 투자 조건부 계약서를 꺼냈다.“은지영이 준 거야.”은지영의 이름이 언급되자 오지훈의 표정은 확연히 좋지 않았다.최보라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물었다.“은지영이 어떤 사람이길래 오 대표까지 그렇게 놀라?”오지훈은 쭈뼛거리며 송남지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리 최보라가 채근해도 송남지의 허락 없이는 입도 뻥긋하지 않을 기세였다.그 시선을 느낀 송남지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괜찮아요. 언니가 그렇게 궁금해하는데 말해줘요. 전 정말 신경 안 쓰니까.”결국 오지훈은 최보라에게 은지영이라는 여자에 대해 풀코스 설명을 해주었다.최보라는 서경 사람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하씨 가문과 은씨 가문의 약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고 지금 오지훈의 입을 통해 듣자 꽤 놀라워했다.“진짜? 십몇 년 전 약혼을 이제 와서? 그 은씨 집안 사람들 진짜 뻔뻔하다. 지금 와서 약혼 이행하라고? 게다가 하정훈은 지금 남지랑 결혼까지 했는데!”오지훈은 빙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은씨 가문 막장 드라마, 이게 마지막 아닐걸? 내 말 믿어.”최보라는 눈을 흘기며 자신의 사촌 동생을 위해 불공평하다고 항변했다.“은씨 집안 막장 드라마는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은지영이 내 동생 얼굴에 침 뱉는데 내가 가만있냐? 은지영 걔 외국에서 살다 보니까 기본 예의도 없어진 것 같은데, 내가 좀 가르쳐줄 수도 있어.”오지훈이 최보라 손을 잡았다.“보라야, 그렇게 화내지 마. 몸에 안 좋아.”송남지도 마찬가지로 최보라를 달랬다.“언니, 은지영이 약혼 얘기 꺼낸 건 별거 없어. 정훈 씨가 어릴 때부터 나랑 결혼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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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최보라의 제안은 송남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송남지는 은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최보라와 오지훈은 식사도 뒷전인 채 송남지를 바짝 주시하며 언제든 작은 목소리로 조언을 해줄 준비를 했다.은지영은 전화를 꽤 빠르게 받았다.그녀는 비웃음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사모님, 결정하셨나요?”은지영은 늘 사모님이라는 단어를 그렇게나 조롱하는 듯 말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조롱하든 말든, 송남지에게 그 정도 비웃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은지영 씨, 투자 조건부 계약에 동의합니다. 언제 계약하죠?”송남지는 말을 마친 후 은지영의 반응을 기다렸다.사실 그녀도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은지영은 애초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고 단지 자신을 희롱하려 했을 뿐이라고 말이다.그래서 송남지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은지영이 쭈뼛거리며 계약 시간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하지만 전화 저편에서는 매우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오후 4시에 은하 그룹으로 오세요.”송남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말이지, 이런 전개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좋아요.”그녀는 단호하게 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통화는 스피커폰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최보라와 오지훈 두 사람도 즉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최보라는 충격에 찬 얼굴로 말했다.“은씨 가문의 천금이 이렇게 멍청하다고?”오지훈도 눈살을 찌푸렸다.“이 바닥에서 은지영보다 더 멍청한 놈들도 많이 봤어.”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딸들은 일반적으로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나은 교육과 더 넓은 경험을 하게 되지만 돈이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어떤 이들은 부를 등에 업고 무식하고 거만해지기도 했다.은지영은 그런 부류에 비하면 어리석다고 할 수도 없었다.설령 송남지가 투자 조건부 계약에서 이긴다 해도, 은지영이 투자한 천억은 결국 송남지의 갤러리인 재스민에 투자되는 것이었다.그리고 송남지의 든든한 배경에는 하정훈이 있었고 하정훈은 결코 재스민에 문제가 생기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터였다.결국 은지영의 투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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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오지훈의 말을 들은 송남지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는 듯했고 얼굴에도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한결 편안한 미소가 번졌다.“그래요. 알겠어요.”그녀는 최보라를 돌아보며 말했다.“언니, 나 갤러리 돌아가서 대충 아무거나 시켜 먹을게. 밥 안 굶으니까 걱정 말고! 나 먼저 간다!”송남지가 서둘러 떠나는 것을 보며 최보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오지훈에게 물었다.“방금 남지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제야 알겠어. 분명 하정훈이 남지 문자에 답장을 안 한 거야. 혹시 그 인간, 또 무슨 사고라도 친 거 아니야?”최보라의 추궁에 오지훈은 깊은숨을 몰아쉬며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아까 남지에게 한 말은 거짓이 아니야. 다만, 차마 하지 못한 말이 하나 있어.”최보라가 재빨리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뭔데?”오지훈은 천천히 대답했다.“사실 정훈이가 메시지 하나 확인할 짬도 없이 바쁜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하지만 그 녀석 성격상, 아무리 정신없이 바쁘더라도 남지의 연락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답장을 했을 텐데 말이지.”최보라의 안색 역시 눈에 띄게 어두워지자 오지훈이 달랬다.“너무 신경 쓸 것 없어. 회의가 길어질 때는 개인 휴대폰을 안 챙기는 경우도 다반사니까.”그 말을 들은 최보라는 그제야 조금 안도하며 대꾸했다.“너도 참 속이 깊어. 무슨 말은 꺼내고 무슨 말은 묻어둬야 할지 정확히 안다니까. 우리 남지가 겉으로는 매사에 무심해 보여도 속은 엄청 예민하거든. 괜히 어설픈 말 들었다가는 혼자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앓았을지도 모를 애니까.”오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맞받아쳤다.“세상 사람 다 쓸데없는 걱정을 한대도 남지만큼은 예외지. 정훈이가 남지를 향해 품은 마음은 일곱 살 때부터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이미 하늘을 찌를 듯한 거목으로 자랐으니까.”한편, 재스민 갤러리의 송남지 사무실에는 이미 변호사팀이 모여 있었다.곁에 앉은 민지현은 이토록 거대한 규모의 투자가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적잖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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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송남지는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 덕분인지 항상 차분하고 빈틈없이 행동하는 성격이었다.그녀는 은하 그룹으로 향하는 길에도 잊지 않고 곽지민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곽 변호사님,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곽지민은 송남지의 갑작스러운 연락에 꽤 놀란 눈치였다.“남지야? 웬일로 나에게 연락을 다 하고? 마침 아멜국의 일정을 끝내고 서경으로 막 돌아온 참이라 시간이 널널해.”곽지민이 짐짓 만나자는 뜻으로 오해하여 한껏 들뜬 기색을 보이자 송남지는 조금 멋쩍어져 서둘러 상황을 설명했다.“변호사님, 다름이 아니라 제 수중에 투자 조건부 계약서가 하나 있는데, 법무팀 검토 결과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변호사님께서도 한 번 더 살펴봐 주셨으면 해서요.”“그래.”송남지가 휴대폰으로 계약서를 찍어 전송하자마자,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곽지민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계약서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그녀는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그의 실력을 누구보다 굳게 믿고 있었기에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조심스레 물었다.“계약서엔 아무런 문제도 없고 해석이 갈릴 만한 부분도 전혀 없어.”곽지민의 단호한 대답에 송남지는 그제야 마음을 푹 놓았다.“문제없다니 다행이네요. 지금 딱 계약서 사인하러 가는 중이었거든요.”하지만 곽지민은 은근히 걱정이 되는지 조언을 건넸다.“남지야, 그러지 말고 내 쪽으로 먼저 들러. 내가 같이 가줄게. 이 바닥엔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꼼수나 함정이 수두룩해서 도장을 찍는 그 순간까지도 안심할 수가 없거든. 쓸데없는 문제 안 생기게 내가 옆에 있어 주는 게 나을 거야.”설령 상대가 무슨 장난질을 치려다가도 곽지민을 알아보면 감히 허튼짓은 못 할 테니까.송남지는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조심스레 물었다.“곽 변호사님, 이렇게까지 해주시면 개인적인 스케줄에 방해되는 거 아니에요?”곽지민은 시원하게 손사래를 쳤다.“아멜국 쪽 로펌 일은 싹 다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휴가라, 내 스케줄엔 전혀 지장 없어. 진짜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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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곽지민은 거만하게 머리를 쓱 넘기고 백미러로 자신을 보더니 송남지의 칭찬에 완전히 도취되어 말했다.“이 몸이 이 옷만 걸치면 해결 못 할 일이 없어.”송남지는 곽지민의 능청스러운 표정에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가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예의에 어긋날까 봐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몰래 웃던 모습을 딱 들키자 곽지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짐짓 투덜거렸다.“남지야, 너 언제부터 이렇게 대놓고 나를 비웃을 정도로 간이 부었냐?”송남지는 입술을 꽉 깨물며 간신히 웃음을 삼켰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곽지민은 체념한 듯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에휴, 그래. 웃고 싶으면 맘껏 웃어. 대신 앞으로 나한테 곽 변호사라고 부르지 마. 너무 정 없게 들리니까. 보라처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사실 예전에도 곽지민이 호칭을 편하게 하라고 제안한 적은 있었지만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다 다시 만난 마당에 다짜고짜 오빠라고 부르면 왠지 친분을 빌미로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 같아 주저했었기 때문이다.곽지민은 묵직한 서류 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이번엔 하정훈의 소식에 관심을 보였다.“은지영이 컴백했다니까 하정훈은 쫄아서 동남아에 처박혀 있는 거냐? 쯧쯧, 그 자식 배짱도 참 쥐알통만 하네. 은지영한테 덜미 잡혀서 억지 부마라도 될까 봐 쫄았나?”송남지는 그런 곽지민의 툭툭 던지는 입담이 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그와 하정훈은 마치 티격태격하는 앙숙처럼, 말로는 서로 절대 져주지 않는 사이였다.송남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 사람은 이미 제 사람인데, 어떻게 은지영 씨한테 붙잡혀서 부마가 되겠어요. 그냥 동남아 쪽 일이 너무 바빠서, 메시지 답장할 시간조차 없는 것뿐이에요.”곽지민은 송남지를 가만히 살펴보다가 감탄하듯 말했다.“남지, 너 예전이랑 좀 달라진 것 같아.”송남지는 앞을 주시하며 물었다.“어? 뭐가 달라졌는데요?”곽지민이 이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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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과연 곽지민을 믿을 수 있을까?’송남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 질문을 곱씹어 보았다.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고유한 주파수 같은 게 있다고 믿었는데, 그녀와 곽지민 사이의 주파수는 처음 만난 그 시절부터 이미 확고하게 맞춰져 있었다.비록 곽지민이 하정훈이랑은 앙숙처럼 으르렁거릴지언정, 그녀에겐 한결같이 착하고 든든한 옆집 오빠였으니까.엘리베이터 안에서 송남지는 곽지민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전적으로 믿어요.”곽지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가 송남지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어릴 적 사탕을 좋아하던 이웃집 어린 소녀를 보는 듯했다.두 사람은 은지영이 약속한 최고층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정작 은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곳에는 은하 그룹의 직원들과 일부 고위 임원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비서가 찻물을 따르며 예의 바르게 미소 지었다.“죄송합니다. 은 대표님께서 일이 좀 생겨 지체되고 계십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최고층 사무실에 있던 다른 임원들은 이 은씨 가문 아가씨를 기다리는 일에 이미 이골이 난 듯했다.송남지와 곽지민은 은지영이 다른 업무 때문에 바쁜 줄로만 알았다.하지만 30분을 꼬박 기다린 끝에 최고층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은지영을 본 순간, 두 사람은 그녀가 쇼핑하느라 바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의 뒤를 따르는 비서의 손에는 온갖 명품 쇼핑백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은지영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상석으로 걸어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뺨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여유롭게 귀 뒤로 넘기고 나서야,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린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그녀는 바로 본론을 꺼내는 대신, 뒤에 선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이것들 내 사무실에 갖다 놔.”비서는 고분고분하게 쇼핑백을 잔뜩 들고 자리를 떠났다.사실 은지영은 굳이 비서를 이 최고층 사무실까지 데려올 필요가 없었다.아마도 그녀는 오늘 투자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러 온 사람들에게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임을 각인시키고 싶었던 모양이다.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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