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면을 쓴 남편: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결혼식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하 씨 가문에서는 특별히 사람을 보내 송 씨 가문의 의견을 물었다.“이것은 하 씨 가문에서 초대하고자 하는 결혼식 하객 명단입니다.”송남지는 명단을 건네받으며 이것이 하 씨 가문에서 송 씨 가문에 예우를 갖추는 방식임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명단을 최미경에게 건넸고 최미경은 한 번 훑어보더니 꽤 만족스러워했다.“댁에서 신경을 많이 썼네요.”송남지는 명단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최미경의 말뜻을 이해했다.명단에는 쓸데없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 하 씨 가문 쪽 친척들로만 채워져 있었다.송지환의 사건이 한창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시점이라 만약 이 시기에 송 씨와 하 씨 두 집안이 혼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무슨 말을 지어낼지 모르는 일이었다.헛소문으로 인해 송 씨 가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 씨 가문에서는 최대한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한 것이다.다만 송남지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하 씨 가문의 집사 김민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렇게 되면 하 씨 가문이 좀 섭섭하지 않을까요?”어찌 됐든 이것은 하정훈의 결혼식이기도 했으니까.하 씨 가문 같은 쟁쟁한 집안에서 혼사를 너무 조용히 치르면 바깥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을 터였다.김민수는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하 씨 가문의 어르신들과 도련님께선 워낙 요란한 걸 싫어하셔서요. 송남지 씨만 서운하지 않으시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송남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제가 뭐가 서운하겠어요.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송지환의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녀 역시 굳이 나서서 눈길을 끌고 싶지도 않았다.이 문제에 관해서는 두 집의 의견이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송남지의 대답을 듣고도 김민수는 여전히 약간 걱정스러워하는 눈치였다.자애로운 인상의 노인은 최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결정하는 것에 혹시 불편하신 점은 없으신지요? 안심하십시오. 만약 불만이 있으시다면, 하 씨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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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송남지는 그 당시 윤해진마저도 농담을 던졌던 것을 기억한다.“정계 인사 딸의 혼수치고는 너무 소박한 거 아니야?”하지만 윤해진과 오래 알고 지낸 터라 그녀는 나쁜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윤해진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 자신도 정계 인사의 딸이 아니었으니 말이다.혼수 때문에 손윤영은 은근히, 때로는 노골적으로 그녀를 비웃곤 했다.겉으로는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다고 말이다.송남지는 그럴 때마다 억울함을 느꼈다. 그녀와 송 씨 가문 사람들은 밖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폼을 잡은 적이 없었고 송지환은 청렴한 사람이었기에 송 씨 가문은 그저 평범한 가정일 뿐이었다.다만 윤해진은 그 당시 그녀의 감정을 알아채고 줄곧 그녀를 다독여주었다.그녀는 그때 순진하게도 손윤영이 겉으로는 모질게 굴어도 속으로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깨달았다. 칼날 같은 입에 두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은 말이나 행동으로든 그 어떤 것으로도 상처 주고 싶어 하지 않는 법이라는 것을 말이다.최미경은 빽빽하게 적힌 예물 목록을 보며 현기증을 느꼈다.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사람들 탓에 송 씨 가문 거실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지경이었다.송남지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이러다간 송 씨 저택에 사람 하나 제대로 서 있을 공간조차 없어질 판이었다!그녀는 황급히 문 앞에 나서서 집 안에 있는 김민수를 향해 외쳤다.“충분해요, 정말 충분해요. 집에 더 이상 들여놓을 자리가 없어요.”김민수는 목록을 훑어보고는 거실에 쌓인 물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그들의 도련님은 워낙 꼼꼼한 분이라 송 씨 저택이 감당되지 못할 정도로 물건을 보낼 리가 없었다.송남지는 난감하면서도 불안했다.‘이런 정도의 예물을 우리 집에서 어떻게 되돌려주지?’똑같이 불안한 사람은 최미경이었다.그녀는 송남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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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전화는 잽싸게 끊겼다.송남지가 채 최미경에게 휴대폰을 건네기도 전에 하정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이게 내 번호야.”하정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송남지는 그가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알았는지 궁금해졌다.분명히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은 기억은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하정훈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이어져 들려왔다.“혹시 예물 때문에 전화한 거야?”송남지는 상대방이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까지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이 놀랍기만 했다.하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그녀는 가볍게 대답했다.“네. 예물이... 너무 많아요.”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훑어보기만 해도 그 가치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나하나가 값비싼 물건들이라 두세 개만 꺼내 봐도 송 씨 가문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인데 하물며 거실을 가득 채울 만큼 가져왔으니 오죽하겠는가.전화기 너머 하정훈은 오히려 차분하기 그지없었다.“네가 적다고 생각하지만 않으면 돼.”그 말에 송남지는 왠지 모르게 민망해졌다.‘적은 게 아니라 너무 과해서 그러지!’송남지가 어떻게 자신의 뜻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하정훈은 천천히 말했다.“예물은 단지 성의일 뿐이야. 하 씨 가문이 너와 송 씨 가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을 뿐, 다른 뜻은 없어.”송남지는 하정훈의 말에 맞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우리 집도 하 씨 가문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하지만...”하정훈은 찻잔을 어루만지며 폭우가 지나간 후의 뜨거운 햇살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자기가 제 꾀에 넘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원래 이 예물에 상응하는 혼수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말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송 씨 가문에서 그에 걸맞은 혼수를 보내지 않으면 하 씨 가문을 무시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정훈은 한참 동안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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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프로필 사진은 칠흑같이 어둡지만 배경 사진은 온통 하얀 작은 꽃들로 뒤덮여 있었다.배경 사진은 확대가 안 돼 송남지는 무슨 꽃인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왠지 모를 이질감이 그녀의 마음을 스쳤다.‘하정훈이라는 사람, 겉보기엔 차가워 보여도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면이 있는 건 아닐까? 냉랭한 사람이 저런 여린 꽃 사진을 배경으로 쓸 리 없잖아.’김민수는 맡은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여전히 웃음을 띤 채 송 씨 가문을 나섰다.송남지는 문득 하 씨 가문 사람들은 누구든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마치 몇 달 치 월급이 밀린 사람처럼 굳은 표정 일색인 윤 씨 가문의 가정부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김민수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최미경은 하 씨 가문에서 보내온 예물을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확인하면 할수록 입이 떡 벌어졌다.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모두 너무 비싼 물건들인데.”송남지 또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예물은 원래 되돌려주는 게 아니라고 했다.예물을 돌려주는 건 혼인을 거부하겠다는 의미와 같으니까.송남지는 최미경을 달래듯 말했다.“엄마, 제 방도 앞으로는 비워둬야 하잖아요. 이 물건들을 다 제 방에 넣어두고 훗날 나와 하 대표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기면 그때 돌려줘도 늦지 않아요.”최미경은 송남지의 제안에 수긍하며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남의 빚은 지고 살지 말라는 옛말도 있는데 하물며 이렇게 많은 것을 받는다면 어떻겠는가?한참 동안 예물을 바라보던 최미경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송남지에게 물었다.“잠깐만, 지아야, 설마 너 정훈이한테 아직도 하 대표라고 부르는 거야?”송남지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하 대표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불러? 이름을 바로 부르는 건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최미경은 한심하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그녀의 딸은 모든 게 다 좋지만 사람을 대하는 솜씨나 감정적인 면에서는 너무나 어리숙했다. 아무리 그래도 결혼할 사이인데 서먹하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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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째서 대문만 열어 놓으면 개가 뛰쳐 들어오는 걸까?’윤해진의 얼굴에는 노기가 역력했다.송남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윤해진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즉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이런 사람하고는 더 말 섞을 필요도 없었다.몇 번이나 무단으로 들이닥치고 예의도 없고 교양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미친개처럼 사람을 물어뜯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존재였다.“송남지, 할 말이 있어!”윤해진은 씩씩거리며 송남지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그의 눈썹과 눈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어려 있었다.송남지는 저 뻔뻔함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얘기 좀 하자고 온 거지 행패 부리러 온 거 아니야!”윤해진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송남지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불쑥 찾아온 것 자체가 민폐고 난동인 거 몰라요? 나는 그쪽이랑 할 말이 없으니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억지 부리는 것 역시 난동이에요.”윤해진은 거실 안을 힐끗거리며 빼곡하게 쌓인 물건들을 훑어보았다.값비싼 물건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포장지로 감싸여 있었다.그는 어렴풋이 이것들이 바로 어제 그 사람이 보냈다는 예물이겠거니 짐작했다.윤해진은 송남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듯 말했다.“고작 이런 것 때문에 지금 윤 씨 가문 사람들을 이렇게 하대하는 거야? 내가 보기엔 별로 돈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옛날 우리 집에서 네게 해줬던 예물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잖아.”송남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혹시 인간은 염치없는 짓을 한 번 저지르고 나면 낯가죽이 철판처럼 두꺼워지는 걸까?’지금 윤해진의 낯짝은 철면피나 다름없었다. 아주 대놓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지껄이고 있었다.보다 못한 최미경마저 뭐라 하려던 찰나 송남지가 손을 저으며 막았다.“엄마, 결혼 전에 신경 쓸 일 많으니까 엄마는 그런 거나 챙겨요. 윤 씨 가문의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말을 마친 후, 송남지는 윤해진을 데리고 집 근처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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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송남지는 속이 메슥거리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심호흡을 했다.그녀가 윤해진을 불러낸 것은 더 이상 엄마를 귀찮게 하는 걸 막고 싶어서였는데 윤해진은 그녀가 진지하게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착각하는 모양이었다.송남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쏘아붙였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나 바쁘니까 그쪽이랑 한가롭게 수다를 떨 시간 없어요.”윤해진은 태연하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분명 부탁하는 입장인데도 부탁하는 사람 태도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송 씨 가문이랑 하 씨 가문이 원래부터 잘 아는 사이였다면서? 부탁 하나만 하자. 기흥이 최근에 약간 어려운 일에 처했어. 원래 성은 그룹과 잘 이야기가 된 프로젝트가 다른 회사에 의해 가로채기 당했어. 우리는 성은 그룹 사람들 만날 길이 없으니 네가 좀 알아봐 줘.”송남지는 미간을 굳게 찌푸렸다.어제 윤해진이 하 씨 가문에 가서 난리를 치자마자 오늘 기흥의 프로젝트가 가로채기 당했다는 사실이 영 찜찜했다.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윤해진을 도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태도가 좋았다면 혹시 모를까, 저렇게 뻔뻔한 태도로 부탁하는데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송남지는 종업원이 가져온 커피를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저는 시킨 적 없는데요. 이분 드리세요.”종업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이분께는 이미 한 잔이...”송남지의 태도는 분명했다.네 돈으로 산 커피는 마시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윤해진과는 그 어떤 식으로든 엮이고 싶지 않았다. 커피 한 잔 공짜로 마시는 것조차 싫었다. 윤 씨 가문 사람들은 도덕을 앞세워 가스라이팅하는 게 습관처럼 박혀 있어서 괜히 커피를 마셨다가 약점이라도 잡힐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요. 다른 사람 찾아보세요.”송남지는 냉정하게 선을 그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송 씨 가문은 윤 씨 가문에 빚진 거 없으니까 괜히 헛소리하지 말아요. 예전에 준 예물이 내가 가져간 혼수보다 많다고 하는데 그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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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네가 그날 윤 씨 저택에서 나올 때, 몇 가지 소지품만 챙겼잖아. 중요한 물건 몇 가지를 놓고 온 것 같던데.”윤해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송남지의 뇌리에는 서재에 있던 물건들이 떠올랐다.그녀가 몇 달 동안 공들여 그린 유화였다.그 그림 때문에 그녀는 안료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었다.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당장 가서 가져올게요.”하지만 송남지는 윤해진이 그걸 빌미로 협박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남지야, 이번에 네가 기흥을 도와준다면, 내가 사람을 시켜서 그 물건들을 송 씨 저택으로 보내줄게.”송남지는 순진하게 당하고만 있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윤해진의 저 말은 그녀가 순순히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반년 가까이 쏟아부었던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송남지는 이를 악물었다. 그나마 며칠 동안 윤해진의 뻔뻔함에 단련된 덕분에 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윤해진은 송남지를 잘 알고 있었다. 서재에 있는 그 물건들은 그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고 그 물건들은 지금 윤 씨 저택에 있었으므로 송남지는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윤해진은 마치 생색이라도 내는 듯 능글맞게 말했다.“남지야, 나도 억지로 이러고 싶은 마음은 없어. 다만 성은 그룹이 곧 다른 회사와 계약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 시간이 촉박해.”그렇게 말하며 윤해진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커피는 내가 쏜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윤해진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송남지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세상에 저렇게 뻔뻔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허상미는 특실 병실에서 그 사진을 보게 되었다.그녀의 남편이 송남지의 손목을 잡고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진이었다.그녀에게 그 사진을 건넨 사람은 허 씨 가문의 망나니 아들 허세준이었다.한때 허 씨 가문은 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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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허상미는 어젯밤에 이 모든 사실을 엿듣고 혼란스러웠지만 다행히 금세 정신을 차렸다.“당분간 윤해진한테 잘 보여야 해. 널 끔찍이 아끼고 네 없이는 못 살게 만들어야 해. 송남지가 예쁘긴 하지만 너도 꿀릴 건 없잖아. 송남지 그 여자는 내가 따로 사람을 붙여서 감시할 테니까, 또다시 윤해진에게 꼬리라도 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세준의 위로에 허상미는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어차피 윤강현이든 윤해진이든 예전처럼 살 수만 있다면, 심지어 예전보다 더 떵떵거리며 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도대체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도덕적인 죄책감 따위는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송남지가 애를 못 낳는 게 죄지, 남 탓할 시간에 제 팔자 탓이나 할 일이었다.심지어 허상미는 송남지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만약 송남지가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면 남편에게 버림받고 윤 씨 가문에서 쫓겨난 사람은 바로 그녀였을 것이다.허상미는 매서운 눈빛으로 화면 속 사진을 노려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오빠, 아는 조폭들이 많잖아? 당장 손 써서 송남지 그 여자 버릇 좀 고쳐놔. 저렇게 설치고 다니게 놔둘 수는 없어!”허세준은 카페에 앉아 있는 송남지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그래, 완전히 기고만장해서 날뛰는데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진짜로 윤 씨 가문에 돌아갈 수 있다고 착각할지도 몰라.”윤 씨 가문은 이제 그의 여동생 차지였으니 누가 와서 빼앗든, 허 씨 가문에게는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었다.허세준은 바로 아는 조폭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상황을 정리한 후 능글거리며 말했다.“상미야, 오빠가 요즘 돈이 너무 딸려서 그러는데... 너 요즘 임신해서 시어머니한테 용돈 많이 받았지?”허상미는 이제 허세준의 돈 요구에 무덤덤해졌다. 하지만 오빠를 키운 보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가장 필요할 때 도움이 돼주었으니까.허상미가 허세준에게 돈을 보내자 허세준은 탐탁지 않아 하며 말했다.“겨우 4천만이야...”허상미는 허세준을 흘겨보며 말했다.“한도 정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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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최근 성은 그룹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하정훈은 결혼식 당일에는 온전히 시간을 비워두려고 일부러 며칠 동안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다.책상 가득 쌓인 서류를 훑어보는 하정훈의 미간에는 약간의 피로가 스쳤다.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누르려는 찰나, 비서 김서윤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그는 목소리 톤을 높여서 대답했다.“들어와요.”김서윤은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고 하정훈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오늘은 이만하자.”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6시였다.그는 송남지와 저녁 식사를 같이하고 싶었는데 더 늦으면 이미 저녁 식사를 마쳤을까 봐 걱정되었다. 안 그래도 약속 잡기가 어려울까 봐 불안한데 괜히 늦게 연락해서 위험을 더 키울 수는 없었다.하정훈이 휴대폰 채팅창을 보며 어떻게 자연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김서윤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업무적인 일이 아니라 송남지 씨와 관련된 일입니다.”김서윤은 워낙 눈치가 빨라서 늘 하정훈이 신경 쓰는 부분을 꼼꼼하게 챙겼다.하정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를 쳐다보았다.“남지랑 관련된 일이라고? 무슨 일이야?”김서윤은 태블릿을 내밀었고 화면에 있는 크고 선명한 사진이 순식간에 하정훈의 눈에 들어왔다.하정훈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좁혔다.김서윤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저도 방금 인터넷에 송남지 씨의 사진이 올라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대 남자가 모자이크 처리된 거로 봐서 송남지 씨를 노린 것 같아요. 달린 글도 심했어요. 송남지 씨가 유부남을 꼬셨다는 둥...”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덮어버릴까요?”하정훈은 눈빛을 차갑게 빛내며 말했다.“당연한 것 아니겠어. 앞으로 이런 일들은 물어볼 필요도 없고 송남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 특히 근거 없는 악성 루머는 더더욱 용납할 수 없어.”지시를 받은 김서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이번 일은 딱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다만 하 대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하 대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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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문이 닫히자마자 하정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었다.그는 원래 흘려넘기려 했지만 무심코 화면을 밀어 올리던 중 하얀 치자꽃 프로필 사진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몸을 바로 세웠다.그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메시지를 확인했다.송남지:[같이 저녁 식사 할래요?]‘나랑 저녁을 먹자고?’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갑자기 저녁을 먹자고 하는 걸까? 혹시, 이별을 고하려는 걸까?’그 생각에 사로잡히자 하정훈은 가슴을 움켜쥐었다.심장이 쿡쿡 쑤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윤해진이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했으니 그녀도 윤해진의 곁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걸까?’하정훈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 손가락은 하얗게 질렸고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져 휴대폰이 살짝 변형될 정도였다.‘그녀는 정말 마음을 굳힌 걸까? 정말 윤해진 곁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걸까? 그 남자는 분명 용서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는데, 분명히... 상황이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는데도 왜 그녀는 여전히 그 남자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하정훈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 심지어 집에서 걸려온 전화도 몇 번이나 놓친 후에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했고 목소리조차 힘없이 축 처져 있었다.하지만 오가은은 별다른 의심 없이 그저 요즘 일 때문에 몹시 지쳐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정훈은 결혼을 앞두고 모든 일정을 정리하고, 결혼 준비에 전념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미리미리 해치우려고 애썼다.“오늘 저녁 약속 있어? 없으면 미란 씨에게 부탁해서 네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저녁상을 차리라고 할게.”하정훈은 굳게 닫혀 있던 미간을 풀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녁은 집에서 못 먹을 것 같아요.”오가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하루 종일 일에 치여 살더니 또 저녁 약속이 있는 거야? 도대체 몸을 얼마나 혹사하려고 그래.”사실 하정훈이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분명히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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