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신을 하 대표님이라고 불렀는데, 하필 이런 중요한 시점에 이름을 부르다니 말이다.하정훈은 메뉴를 흘끗 보며 말했다.“아무거나 괜찮아.”송남지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다시 물었다.“혹시 못 드시는 음식이라도 있으세요?”그녀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하정훈은 또다시 연민을 느꼈다.‘남지가 먼저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수밖에.’“남지야, 뭘 먹을지가 중요한 거 아니잖아. 너 나한테 할 얘기가 있는 거 아니었어?”아무리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해도 송남지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니 하정훈의 가슴은 답답하고 아팠다.하지만 이런 때에도 하정훈은 괜찮다고, 무슨 말이든 편하게 해도 된다고 다독여야 했다.그는 송남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엷은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남지야. 무슨 말이든 편하게 해.”송남지는 속으로 의아해했다. ‘혹시 하정훈이 내가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는 것을 눈치챘나?’사실 송남지는 아직 하정훈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그래서 고민 끝에 하정훈을 불러내 같이 밥을 먹으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기흥과 계약을 하든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하든 성은 그룹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면 송남지도 부탁을 해볼 만 하겠지만 영향이 있다면, 특히 금전적인 면에서 큰 영향이 있다면 송남지는 차마 부탁할 염치가 없었다.결국 하정훈은 사업가니까. 사업가에게 이익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송남지는 난감해하며 우선 음식을 주문했다.하정훈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녀는 이 태방국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특선 메뉴, 카레 새우, 게 같은 것을 주문했다.인기 있는 메뉴는 실패할 리가 없으니까.하지만 송남지는 눈치채지 못했다.음식이 하나둘씩 나오자 하정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는 것을 말이다.송남지는 먼저 하정훈에게 말을 건넸다.“정훈 씨, 한번 드셔보세요. 이 집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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