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지는 순간 도망치려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저도 같이 나갈래요!”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흔드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하정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송남지의 손을 가볍게 잡고 이불 끝을 들어 올렸다.“피곤하면 그냥 쉬어. 이런 사소한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말은 담담했지만 묘하게 힘이 실려 있었다. 송남지는 여전히 마음이 걸렸지만 그의 말이 이상하게도 안심을 주었고 결국 얌전히 침대 옆에 앉았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하정훈은 몸을 숙여 송남지의 가느다란 다리를 들어 올려 침대 위에 올려주었다. 순간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불빛이 은은하게 번지는 방 안, 그의 손길과 가까운 숨결에 송남지의 심장이 이유 없이 빨라졌다.하정훈이 방을 나간 뒤, 송남지는 이유 없이 빨라진 심장을 애써 다독이며 자신을 설득했다.‘이상할 게 없어. 남자가 방에 머무는 게 거의 처음이라서 그런 거야.’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그의 옆모습이 떠올랐다. 날카로운 얼굴선, 말없이 오가는 눈빛, 목덜미의 힘줄과 튀어나온 목젖까지. 송남지는 괜히 침을 삼키며 목이 바짝 말라버린 듯했다.저택 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천둥은 잦아들었지만 비는 밤새 그칠 기세가 아니었다.검은 우산을 쓴 하정훈은 대문 앞에 서 있었다. 비가 너무 거세 어깨 쪽은 이미 젖어 있었다.별장 안에서 지켜보던 집사가 다급히 달려와 우산을 받치며 말했다.“도련님, 비가 너무 큽니다. 손님을 안으로 들이시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바로 차를 준비하게 하죠.”하정훈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내가 나가서 얘기하지.”‘윤씨 가문 사람을 우리 집안으로 들여? 말도 안 되지. 우리 집 땅을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윤해진은 대문 밖에서 십여 분쯤 기다리며 점점 짜증이 치밀었다.‘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날 이렇게 세워 두는 거야? 아니었으면 벌써 돌아갔을 거다. 남지를 만나야 하니까 참고 있는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