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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731 - Chapter 740

772 Chapters

제731화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을 일순간에 갈무리한 송남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그 사람이 제게 재산을 나눠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가 자발적으로 일하겠다고 한 거예요. 가만히 쉬는 건 제 성격에 안 맞거든요.”천남현은 유난히 깊은 눈길로 송남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그녀는 그가 지금껏 만나온 여성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천남현의 인맥 속 여자들은 대개 은지영처럼 돈 걱정, 일 걱정이라곤 전혀 해본 적 없는 유복한 집안 출신들로 약간 안하무인인 성격에 일상이라곤 명품 쇼핑에 미용 관리, 고가의 반려동물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비는 여행이 전부였다.직장도 그저 이름만 올려두고 정말 견딜 수 없이 심심할 때나 한 번씩 회사에 얼굴을 비추는 식이었다.그런데 눈앞의 이 여자는 명품에 통 관심이 없어 보였다. 쿠키 부스러기가 잔뜩 묻은 그녀의 명품 백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화장도 즐겨 하지 않아 립스틱조차 바르지 않은, 본연의 입술색 그대로였다.심지어 그녀는 일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인 듯했다.천남현에게 이런 여자와의 만남은 그가 지금껏 가져온 여성관을 무참히 깨부수는 일종의 충격과도 같았다.천남현의 존재감 때문에 인적이 드문 구석 자리였음에도 많은 이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당연히 방금 전의 그 무리도 섞여 있었다.그들이 샴페인 잔을 든 채 삼삼오오 모여 천남현에게 말을 걸어오자 송남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그녀는 그저 윤양 전시관을 대표해 얼굴만 비추러 온 것이기에 교류회가 끝날 때까지 조용히 숨어 있으면 그만이었다.하지만 채 일어나기도 전에 천남현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잠시만요.”송남지는 무얼 기다리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매몰차게 떠나기도 민망했다.어쩔 수 없이 멈춰 선 그녀는 천남현의 곁에 조용히 앉은 채, 아까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마주쳤던 그 사람들을 다소 어색하게 쳐다보았다.그제야 그들이 달고 있는 명찰을 확인한 송남지는 그들이 화동에서 꽤나 유명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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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천남현은 정말로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다는 듯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이빨 빠진 호랑이가 똥개한테 당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군요. 그런데 그렇게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으니, 확실히 만만해 보이긴 하던데요.”송남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천 대표님, 저 사람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걸 보고도 제가 만만해 보이세요?”천남현이 자신을 대신해 이미 본때를 보여주었다는 뜻이었다.천남현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만약 내가 따라오지 않았다면요? 사실 오늘 교류회에는 정말 참석할 생각이 없었거든요. 차 안에서 주최 측을 기다리면 그들이 차로 그림을 가져다줄 테니까요.”송남지는 지그시 시선을 맞추며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만약은 무슨 놈의 만약이에요. 전 일어나지도 않은 일엔 신경 안 써요. 오직 내 눈앞에 벌어진 일만 봅니다.”천남현은 제 곁에 앉은 송남지에게서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꾸밈없는 쿨한 기운이 풍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가볍게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들던 천남현은 주최 측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마침 송남지가 몸을 일으켰다.“저 이제 화장실은 가도 되는 거죠?”천남현이 웃으며 말했다.“가도 되지만 몰래 도망치진 마세요. 아직 출석 체크도 안 했으니 온 걸로 안 칠 겁니다.”송남지가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제가 왜 도망을 쳐요?”“안 도망치면 좋고요.”왠지 모르게 천남현은 송남지가 자신과 엮이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으며 심지어 이런 자리에서 핑계를 대고 몰래 빠져나갈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주최 측 직원이 수많은 객석 사이에서 천남현을 찾아냈다.서둘러 다가오는 그의 표정은 꽤나 심각해 보였고 천남현은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야 상대의 입에서 나올 말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님을 직감했다.아니나 다를까, 다가온 남자의 입에서는 사과의 말부터 튀어나왔다.“천남현 씨, 죄송합니다. 원하시던 그림이 보관상의 문제로 인해 현재 절반가량 훼손된 상태입니다.”천남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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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보아하니 오늘 교류회 분위기는 최악이겠어.”송남지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천남현이 사려던 작품이 다름 아닌 백 화백의 그림이었던 것이다.백 화백은 1920년대 초에 타계했지만, 그가 남긴 명작들은 그야말로 시대의 걸작으로 꼽혔다.천남현 같은 사람에게도 예술적 감각이라는 게, 아니 적어도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 정도는 있다는 사실이 꽤나 의외였다.송남지는 주최 측 직원을 찾아가 말을 건넸다.“저기요, 백 화백님의 그림을 좀 볼 수 있을까요? 훼손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요.”관계자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는 가슴에 ‘윤양 전시관'이라는 명찰을 단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반반한 외모를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여자였다.관계자는 누군가 나섰다는 생각에 반색했다가 송남지의 앳된 모습을 보고는 순식간에 기운이 빠진 듯 말했다.“지금은 호기심에 구경이나 할 때가 아닙니다.”상대는 송남지가 그저 야단법석에 끼어들려는 구경꾼인 줄 안 모양이었다.송남지는 잠시 멈칫하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단순히 썩어들어간 거라면, 저한테 복원할 방법이 있을 거 같아서요.”“복원할 방법이 있다고요?”관계자는 당장이라도 펄쩍 뛰어오를 듯 놀라며 무의식중에 데시벨을 확 높였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해 쏠렸다.졸지에 주목을 받게 된 송남지가 멋쩍은 얼굴로 관계자를 나직하게 재촉했다.“일단 안내부터 해 주세요. 혹시 알아요? 제가 진짜로 복원해 낼지. 어차피 제가 한번 슬쩍 본다고 해서 더 망가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관계자 역시 이판사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지금 천남현이 회의실에서 얼굴을 싹 굳힌 채 노발대발 난리를 치고 있다는데, 누구라도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게 아예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송남지는 관계자의 뒤를 바짝 따라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아직 문을 열기도 전인데, 천남현이 목소리를 잔뜩 깔고 내뱉는 싸늘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당신들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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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딱히 더 나은 적임자가 없다면, 제가 한번 해볼게요.”예전 미대에 다닐 때도 학교 수장고의 소장품들을 꽤 많이 복원해 본 경험이 있기에, 송남지에게는 그럴 만한 기술과 노하우가 충분했다.사실 천남현이 이 작품에 그토록 깊은 애착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굳이 나서서 이목을 끌 생각은 없었다.진동훈은 송남지를 위아래로 훑어내리며 미심쩍고도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정말로 해낼 수 있겠습니까? 그림 복원이라는 게 보통 위험이 따르는 일이 아닌지라...”뼈가 있는 질문이었다. 섣불리 떠맡을 일이 아니며, 만에 하나 복원에 실패해 작품을 망치기라도 한다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일종의 경고나 다름없었다.송남지는 짧게 고민하다가 주최 측 대표의 우려에 곧장 답하는 대신 천남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저 그림, 정말 마음에 들어요?”천남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네, 아주 마음에 듭니다. 송남지 씨가 복원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보수라면 얼마든지 넉넉히 쳐드리겠습니다.”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천 대표님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제가 맡죠.”그제야 그녀는 진동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제게 맡기셔도 좋습니다. 이틀 안으로 완벽하게 복원해 놓을 테니 안심하세요. 다만 작업에 쓸 몇 가지 재료와 공간이 필요한데, 그 정도는 제공해 주실 수 있겠죠?”아무리 그래도 이토록 귀중한 작품을 덥석 들고 윤양 전시관으로 돌아가 작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송남지의 단호한 장담에 진동훈의 얼굴에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었다.“그 부분은 염려 마십시오. 필요한 자재는 즉각 조달해 드릴 것이며 단독으로 쓰실 사무실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천남현이 수려한 눈썹을 까딱거리며 여유롭게 덧붙였다.“진 선생님, 송남지 씨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하마터면 서경에서 여기까지 완전 헛걸음할 뻔했잖아요.”진동훈은 즉시 눈치를 채고 송남지의 가슴에 달린 명찰을 살폈다.“그럼요, 그렇고말고요. 이번엔 윤양 전시관 쪽에서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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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천남현도 굳이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사실 전 장미 파이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거니까 서경에 좀 가져가 볼까 싶어서요.”송남지는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좋아하는 여자분이 서경에 계신가요?”천남현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그림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예요. 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거든요.”송남지가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천 대표님은 참 좋은 남자네요.”예전에는 한 남자도 그녀를 위해 그렇게 해 주겠노라 약속했었다.하지만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해버렸다.천남현은 조금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제가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복원 작업을 맡기신 것 같아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사과가 나오기도 전에 송남지가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천 대표님이 좋아하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든 상관없어요. 전 그저 입은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니까요. 덕을 보는 사람이 천 대표님이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천남현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물었다.“언제 저한테 은혜를 입으셨다고 그러세요?”송남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까 저 대신 화풀이 해 주셨잖아요. 정말 감사했습니다.”그제야 천남현은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 일을 말씀하시는 거였나요?”화동에서 이틀 더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에 송남지는 여준휘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여준휘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남지 씨, 진 선생님한테 방금 전화가 왔었어. 남지 씨가 큰 도움을 줬다면서 우리 전시관에 장기 파트너십을 제안하더라고. 이번에 아주 큰 공을 세웠으니 보너스 두둑이 챙겨줘야겠어...”“관장님,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제가 진 선생님 부탁으로 그림 한 점을 복원해 주기로 해서 화동에서 이틀 정도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전시관 업무는...”“그건 걱정 말아. 내가 완벽하게 조치해 뒀으니까 그쪽 일에만 전념하도록 해. 우리 전시관이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따낸 적이 없었는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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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서경 번호판을 단 벤틀리는 화동 어디에 세워두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하물며 북적이는 유명 디저트 가게 앞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가게 앞을 빙 둘러싼 엄청난 대기 줄을 보며 송남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이거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하지만 그 말이 무섭게 제복을 입은 가게 직원이 최고급으로 포장된 디저트 박스를 들고나왔다. 그걸 본 순간, 송남지는 자신이 천남현이 뼛속까지 재벌 2세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음을 깨달았다.예쁘게 포장된 파이가 뒷좌석에 조심스레 놓였을 때, 송남지는 잠시 머뭇거렸다. 당장 꺼내야 할 말을 두고 속으로 꽤나 갈등하는 기색이었다.그 기류를 단번에 읽어낸 천남현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보통 사람들이 나한테 아쉬운 소리 할 때 딱 그런 표정을 짓던데요. 나한테 이렇게 큰 신세를 지워 놓고 새삼스럽게 뭘 그렇게 눈치를 봅니까?”송남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역시 귀신같이 아시네요. 맞아요, 부탁할 게 하나 있어요.”“뭔지 들어나 봅시다.”천남현은 송남지가 꺼낼 얘기가 당연히 하정훈과 얽힌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그녀의 입을 빠져나온 건 하정훈과는 일절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남자의 이야기였다.“제 친구 중에 라인국에서 온 박재용이라고 있어요.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데, 그 친구 행방을 좀 알아봐 주셨으면 해서요. 아예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거든요.”천남현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박재용? 예전에 재스민이랑 계약했던 그 어린 화가 말입니까? 나중에 무슨 예능에 나와서 확 떴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을 못 찾겠다고요?”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로 박재용은 그야말로 종적을 감췄다.지금까지 무슨 수를 써도 연락이 닿질 않으니, 마음 한구석에서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것이다“알겠습니다. 정 찾고 싶다니 내가 한번 알아보죠. 그런데 하나만 물어봅시다. 이미 재스민에서 손 뗐으면서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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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송남지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이내 힘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진심으로 좋아하니까 그렇게 떠들썩하게 티를 내는 걸지도 모르죠.”천남현은 은근슬쩍 속을 긁었다.“그 말인즉슨, 하정훈이 예전에는 그쪽을 안 좋아해서 그렇게 꽁꽁 숨기고 다녔다는 뜻입니까?”송남지는 팍 인상을 쓰며 천남현을 정색하고 쳐다보았다.“저기요, 저는 대표님을 도와드린 거지, 피해를 드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째서 자꾸 하시는 말씀마다 가시가 박혀 있는 거죠?”천남현은 꿍꿍이를 들킨 사람마냥 뻘쭘하게 웃어넘겼다.“미안합니다. 제가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좀 많은 편이라서요.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니까.”송남지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 많은 분인 줄 미처 몰랐네요.”천남현은 마음속으로 가만히 뇌까렸다. ‘전에는 송남지한테 털끝만큼의 호기심도 없었으니 당연히 관심도 없었지. 그런데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이 여자, 은근히 매력 있단 말이야.’주최 측은 송남지에게 호텔을 잡아주고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으며 작품 복원에 필요한 재료들까지 한가득 구매해 두었다.천남현은 송남지를 힐튼 호텔까지 바래다주고는 자신의 일정을 알렸다.“전 화동에 이틀 정도 머물 생각입니다. 남지 씨가 작업 다 끝내면 그림 챙겨서 곧장 서경에 돌아가려고요.”꼬박 이틀 동안, 송남지는 주최 측이 내준 작업실에 아예 뼈를 묻다시피 했다.미술품 복원은 인내와 세밀함, 끈기를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극도로 정교한 작업이자, 깊이 있는 회화적 기본기가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었다.불행 중 다행으로 송남지는 그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정통 미술 교육을 받아 백 화백의 화풍에 대한 이해까지 남달리 깊었던 덕에, 그녀는 단 이틀 만에 훼손된 그림을 완벽히 복원해 낼 수 있었다.주최 측은 크게 기뻐하며 윤양 전시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송남지에게 화동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며 스카우트 제의까지 건넸다.“송 선생님 같은 인재가 윤양에서 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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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송남지는 이렇게 빨리 찾을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박재용은 거의 석 달 동안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그녀의 눈동자에 미세한 빛이 일었다.“찾았어요? 그렇게 빨리요?”천남현은 짐짓 으스대는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누구 손을 거친 건데 그러세요.”송남지는 새삼 실감했다. 때로 권력과 지위는 곧 실행력이라는 사실을.천남현은 호텔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않았음에도 박재용의 행방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럼 지금 어디 있나요? 라인국으로 돌아간 건가요? 전화를 해도 안 받던데, 번호랑 계정을 다 바꾼 걸까요?”천남현은 고개를 저었다.“라인국엔 없습니다. 그의 행방을 찾은 건 참 다행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다네요.”송남지는 그의 말을 곧장 소화하지 못했다.“안 좋다니요? 그게 무슨 의미죠?”“말 그대로입니다.”천남현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박재용은 지금 베리히의 병원에 있어요. 생명이 위급한 상황입니다.”운전대를 잡고 있던 송남지의 온몸이 일시에 마비되는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본능적인 판단에 그녀는 차를 갓길로 몰아세웠다.과태료를 무는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운전을 계속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낼 것만 같았을 뿐이었다.“병원에 있다니요? 위급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예요? 농담하지 말아요!”송남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천남현을 바라보며 그의 얼굴에서 농담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애썼다.하지만 천남현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하고 진지했다.그 엄숙함이 송남지가 붙들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을 가차 없이 끊어냈다.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 뒤, 송남지는 사시나무 떨듯 물었다.“그 말이 정말인가요... 박재용이 정말 곧 죽는다는 건가요?”“일단 내려요. 내가 운전하죠.”넋을 잃고 조수석으로 옮겨 탄 송남지는 차가 다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음에도 경악과 회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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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죄책감에 휩싸인 송남지의 낯빛을 응시하던 천남현의 입술 사이로 불쑥 의문이 새어 나왔다.“송남지 씨에게 박재용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입니까?”스스로를 냉혈한이라 여기는 천남현은 가족이나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타인의 생사 따위엔 도통 관심이 없었다.그렇기에 박재용 같은 인물이 송남지의 마음속에 이토록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할 뿐이었다.“재용 씨는 제 친구인데 당연히 저한테 중요한 사람이죠!”송남지가 천남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천남현 역시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송남지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휴대폰을 쥐고 허둥지둥 누군가의 번호를 찾았지만, 정작 통화 버튼을 누를 대상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짧은 침묵 끝에 그녀의 손끝이 향한 곳은 여 관장의 번호였다.“오빠, 며칠 휴가를 좀 써야 할 것 같아요.”여준휘는 긴말을 덧붙이거나 무슨 일인지 캐묻지도 않고 흔쾌히 대답했다.“그래. 괜찮아. 서면으로 휴가계만 올리고 며칠 쉴 건지만 적어둬.”휴가 허락을 받아낸 송남지는 다시 천남현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그녀는 자신의 뜻을 단호히 밝혔다.“천 대표님, 저 베리히에 가서 재용 씨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재용 씨와 연락이 닿지 않으니, 막상 베리히에 도착해도 만날 방법이 묘연하잖아요. 그래서 묻고 싶은데, 혹시 재용 씨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아시나요?”천남현은 그녀의 이런 돌발 행동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고작 친구일 뿐인데 굳이 베리히까지 날아가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송남지에게 그 최고급 사립 병원의 이름을 알려주었다.“수리스의 성루이아 병원입니다. 베리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수준 높은 최고급 사립 병원이자 그가 있는 곳이죠.”송남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휴대폰 잠금을 풀었다.그리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곧장 수리스로 향하는 항공권을 결제했다.다행히 예전에 윤해진과 인타리 여행을 가려고 ETIAS를 받아둔 덕분에 추가로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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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화동 공항.송남지는 옆에 놓인 초고가 명품 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방 안의 과자 부스러기는 이미 그녀가 말끔히 털어낸 뒤였다.그날 가장 잘한 결정이 있다면 바로 이 가방을 챙겨 나온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방 안에는 여권을 비롯한 각종 신분증이 들어 있었고 덕분에 박재용이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있는 병원으로 곧장 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에 앉아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인파를 바라보며, 송남지는 문득 이 모든 것이 그저 기나긴 악몽은 아닐까 생각했다.하정훈과 연락이 끊긴 일부터 지금 박재용의 끔찍한 상태를 알게 된 것까지.만약 이 모든 게 그저 깨어날 수 있는 악몽일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곁에 있던 천남현은 그런 송남지를 몇 초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으니 안 그래도 차가운 분위기가 더 얼어붙네요. 저조차 섣불리 다가가지 못할 만큼요.”자신이 평정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송남지는 황급히 옅은 미소로 표정을 꾸며냈다.그러자 천남현이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렇게 웃으니 훨씬 낫군요.”말을 마친 그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제 비행기도 곧 이륙할 시간입니다...”송남지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네, 얼른 가보세요. 비행기 놓치지 마시고요.”천남현이 떠나고 곁의 빈자리가 남겨지자, 송남지는 그제야 억눌렀던 감정이 무너지며 민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지현은 그녀와 박재용 사이를 이어준 일종의 연결 고리였고 그들 세 사람은 모두 예전에 재스민에서 한솥밥을 먹던 직장 동료이자 친구였다.민지현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송남지의 전화에 적잖이 당황했다.그녀가 아는 송남지의 근황이라곤 남쪽 도시로 떠났다는 사실이 전부였다. 평소 송남지는 SNS도 업데이트하지 않은 채 카톡 답장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기 때문에 민지현은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고 지내던 참이었다.그래서 뜬금없이 걸려 온 전화에 덜컥 긴장부터 솟구쳤다.“남지 씨, 무슨 일 생겼어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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