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오늘 교류회 분위기는 최악이겠어.”송남지는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천남현이 사려던 작품이 다름 아닌 백 화백의 그림이었던 것이다.백 화백은 1920년대 초에 타계했지만, 그가 남긴 명작들은 그야말로 시대의 걸작으로 꼽혔다.천남현 같은 사람에게도 예술적 감각이라는 게, 아니 적어도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 정도는 있다는 사실이 꽤나 의외였다.송남지는 주최 측 직원을 찾아가 말을 건넸다.“저기요, 백 화백님의 그림을 좀 볼 수 있을까요? 훼손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요.”관계자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는 가슴에 ‘윤양 전시관'이라는 명찰을 단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반반한 외모를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여자였다.관계자는 누군가 나섰다는 생각에 반색했다가 송남지의 앳된 모습을 보고는 순식간에 기운이 빠진 듯 말했다.“지금은 호기심에 구경이나 할 때가 아닙니다.”상대는 송남지가 그저 야단법석에 끼어들려는 구경꾼인 줄 안 모양이었다.송남지는 잠시 멈칫하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단순히 썩어들어간 거라면, 저한테 복원할 방법이 있을 거 같아서요.”“복원할 방법이 있다고요?”관계자는 당장이라도 펄쩍 뛰어오를 듯 놀라며 무의식중에 데시벨을 확 높였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해 쏠렸다.졸지에 주목을 받게 된 송남지가 멋쩍은 얼굴로 관계자를 나직하게 재촉했다.“일단 안내부터 해 주세요. 혹시 알아요? 제가 진짜로 복원해 낼지. 어차피 제가 한번 슬쩍 본다고 해서 더 망가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관계자 역시 이판사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지금 천남현이 회의실에서 얼굴을 싹 굳힌 채 노발대발 난리를 치고 있다는데, 누구라도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게 아예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송남지는 관계자의 뒤를 바짝 따라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아직 문을 열기도 전인데, 천남현이 목소리를 잔뜩 깔고 내뱉는 싸늘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당신들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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