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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Author: 은지아
송남지는 이렇게 빨리 찾을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재용은 거의 석 달 동안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동자에 미세한 빛이 일었다.

“찾았어요? 그렇게 빨리요?”

천남현은 짐짓 으스대는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누구 손을 거친 건데 그러세요.”

송남지는 새삼 실감했다. 때로 권력과 지위는 곧 실행력이라는 사실을.

천남현은 호텔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않았음에도 박재용의 행방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 어디 있나요? 라인국으로 돌아간 건가요? 전화를 해도 안 받던데, 번호랑 계정을 다 바꾼 걸까요?”

천남현은 고개를 저었다.

“라인국엔 없습니다. 그의 행방을 찾은 건 참 다행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다네요.”

송남지는 그의 말을 곧장 소화하지 못했다.

“안 좋다니요? 그게 무슨 의미죠?”

“말 그대로입니다.”

천남현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박재용은 지금 베리히의 병원에 있어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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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40화

    화동 공항.송남지는 옆에 놓인 초고가 명품 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방 안의 과자 부스러기는 이미 그녀가 말끔히 털어낸 뒤였다.그날 가장 잘한 결정이 있다면 바로 이 가방을 챙겨 나온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방 안에는 여권을 비롯한 각종 신분증이 들어 있었고 덕분에 박재용이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가 있는 병원으로 곧장 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에 앉아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인파를 바라보며, 송남지는 문득 이 모든 것이 그저 기나긴 악몽은 아닐까 생각했다.하정훈과 연락이 끊긴 일부터 지금 박재용의 끔찍한 상태를 알게 된 것까지.만약 이 모든 게 그저 깨어날 수 있는 악몽일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곁에 있던 천남현은 그런 송남지를 몇 초간 지켜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으니 안 그래도 차가운 분위기가 더 얼어붙네요. 저조차 섣불리 다가가지 못할 만큼요.”자신이 평정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송남지는 황급히 옅은 미소로 표정을 꾸며냈다.그러자 천남현이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렇게 웃으니 훨씬 낫군요.”말을 마친 그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제 비행기도 곧 이륙할 시간입니다...”송남지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네, 얼른 가보세요. 비행기 놓치지 마시고요.”천남현이 떠나고 곁의 빈자리가 남겨지자, 송남지는 그제야 억눌렀던 감정이 무너지며 민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민지현은 그녀와 박재용 사이를 이어준 일종의 연결 고리였고 그들 세 사람은 모두 예전에 재스민에서 한솥밥을 먹던 직장 동료이자 친구였다.민지현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송남지의 전화에 적잖이 당황했다.그녀가 아는 송남지의 근황이라곤 남쪽 도시로 떠났다는 사실이 전부였다. 평소 송남지는 SNS도 업데이트하지 않은 채 카톡 답장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기 때문에 민지현은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고 지내던 참이었다.그래서 뜬금없이 걸려 온 전화에 덜컥 긴장부터 솟구쳤다.“남지 씨, 무슨 일 생겼어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 가면을 쓴 남편   제739화

    죄책감에 휩싸인 송남지의 낯빛을 응시하던 천남현의 입술 사이로 불쑥 의문이 새어 나왔다.“송남지 씨에게 박재용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입니까?”스스로를 냉혈한이라 여기는 천남현은 가족이나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타인의 생사 따위엔 도통 관심이 없었다.그렇기에 박재용 같은 인물이 송남지의 마음속에 이토록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할 뿐이었다.“재용 씨는 제 친구인데 당연히 저한테 중요한 사람이죠!”송남지가 천남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천남현 역시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송남지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휴대폰을 쥐고 허둥지둥 누군가의 번호를 찾았지만, 정작 통화 버튼을 누를 대상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짧은 침묵 끝에 그녀의 손끝이 향한 곳은 여 관장의 번호였다.“오빠, 며칠 휴가를 좀 써야 할 것 같아요.”여준휘는 긴말을 덧붙이거나 무슨 일인지 캐묻지도 않고 흔쾌히 대답했다.“그래. 괜찮아. 서면으로 휴가계만 올리고 며칠 쉴 건지만 적어둬.”휴가 허락을 받아낸 송남지는 다시 천남현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그녀는 자신의 뜻을 단호히 밝혔다.“천 대표님, 저 베리히에 가서 재용 씨를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재용 씨와 연락이 닿지 않으니, 막상 베리히에 도착해도 만날 방법이 묘연하잖아요. 그래서 묻고 싶은데, 혹시 재용 씨가 어느 병원에 있는지 아시나요?”천남현은 그녀의 이런 돌발 행동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고작 친구일 뿐인데 굳이 베리히까지 날아가는 수고로움을 감내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송남지에게 그 최고급 사립 병원의 이름을 알려주었다.“수리스의 성루이아 병원입니다. 베리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수준 높은 최고급 사립 병원이자 그가 있는 곳이죠.”송남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휴대폰 잠금을 풀었다.그리고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곧장 수리스로 향하는 항공권을 결제했다.다행히 예전에 윤해진과 인타리 여행을 가려고 ETIAS를 받아둔 덕분에 추가로 승

  • 가면을 쓴 남편   제738화

    송남지는 이렇게 빨리 찾을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박재용은 거의 석 달 동안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그녀의 눈동자에 미세한 빛이 일었다.“찾았어요? 그렇게 빨리요?”천남현은 짐짓 으스대는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누구 손을 거친 건데 그러세요.”송남지는 새삼 실감했다. 때로 권력과 지위는 곧 실행력이라는 사실을.천남현은 호텔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않았음에도 박재용의 행방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럼 지금 어디 있나요? 라인국으로 돌아간 건가요? 전화를 해도 안 받던데, 번호랑 계정을 다 바꾼 걸까요?”천남현은 고개를 저었다.“라인국엔 없습니다. 그의 행방을 찾은 건 참 다행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다네요.”송남지는 그의 말을 곧장 소화하지 못했다.“안 좋다니요? 그게 무슨 의미죠?”“말 그대로입니다.”천남현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박재용은 지금 베리히의 병원에 있어요. 생명이 위급한 상황입니다.”운전대를 잡고 있던 송남지의 온몸이 일시에 마비되는 듯한 충격이 몰려왔다.이대로는 위험하다는 본능적인 판단에 그녀는 차를 갓길로 몰아세웠다.과태료를 무는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운전을 계속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낼 것만 같았을 뿐이었다.“병원에 있다니요? 위급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예요? 농담하지 말아요!”송남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천남현을 바라보며 그의 얼굴에서 농담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애썼다.하지만 천남현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하고 진지했다.그 엄숙함이 송남지가 붙들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을 가차 없이 끊어냈다.한참 동안 정적이 흐른 뒤, 송남지는 사시나무 떨듯 물었다.“그 말이 정말인가요... 박재용이 정말 곧 죽는다는 건가요?”“일단 내려요. 내가 운전하죠.”넋을 잃고 조수석으로 옮겨 탄 송남지는 차가 다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음에도 경악과 회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온

  • 가면을 쓴 남편   제737화

    송남지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이내 힘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진심으로 좋아하니까 그렇게 떠들썩하게 티를 내는 걸지도 모르죠.”천남현은 은근슬쩍 속을 긁었다.“그 말인즉슨, 하정훈이 예전에는 그쪽을 안 좋아해서 그렇게 꽁꽁 숨기고 다녔다는 뜻입니까?”송남지는 팍 인상을 쓰며 천남현을 정색하고 쳐다보았다.“저기요, 저는 대표님을 도와드린 거지, 피해를 드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째서 자꾸 하시는 말씀마다 가시가 박혀 있는 거죠?”천남현은 꿍꿍이를 들킨 사람마냥 뻘쭘하게 웃어넘겼다.“미안합니다. 제가 남의 사생활에 관심이 좀 많은 편이라서요.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니까.”송남지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 많은 분인 줄 미처 몰랐네요.”천남현은 마음속으로 가만히 뇌까렸다. ‘전에는 송남지한테 털끝만큼의 호기심도 없었으니 당연히 관심도 없었지. 그런데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이 여자, 은근히 매력 있단 말이야.’주최 측은 송남지에게 호텔을 잡아주고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으며 작품 복원에 필요한 재료들까지 한가득 구매해 두었다.천남현은 송남지를 힐튼 호텔까지 바래다주고는 자신의 일정을 알렸다.“전 화동에 이틀 정도 머물 생각입니다. 남지 씨가 작업 다 끝내면 그림 챙겨서 곧장 서경에 돌아가려고요.”꼬박 이틀 동안, 송남지는 주최 측이 내준 작업실에 아예 뼈를 묻다시피 했다.미술품 복원은 인내와 세밀함, 끈기를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극도로 정교한 작업이자, 깊이 있는 회화적 기본기가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었다.불행 중 다행으로 송남지는 그 모든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정통 미술 교육을 받아 백 화백의 화풍에 대한 이해까지 남달리 깊었던 덕에, 그녀는 단 이틀 만에 훼손된 그림을 완벽히 복원해 낼 수 있었다.주최 측은 크게 기뻐하며 윤양 전시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송남지에게 화동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며 스카우트 제의까지 건넸다.“송 선생님 같은 인재가 윤양에서 썩

  • 가면을 쓴 남편   제736화

    서경 번호판을 단 벤틀리는 화동 어디에 세워두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하물며 북적이는 유명 디저트 가게 앞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가게 앞을 빙 둘러싼 엄청난 대기 줄을 보며 송남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이거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하지만 그 말이 무섭게 제복을 입은 가게 직원이 최고급으로 포장된 디저트 박스를 들고나왔다. 그걸 본 순간, 송남지는 자신이 천남현이 뼛속까지 재벌 2세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음을 깨달았다.예쁘게 포장된 파이가 뒷좌석에 조심스레 놓였을 때, 송남지는 잠시 머뭇거렸다. 당장 꺼내야 할 말을 두고 속으로 꽤나 갈등하는 기색이었다.그 기류를 단번에 읽어낸 천남현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보통 사람들이 나한테 아쉬운 소리 할 때 딱 그런 표정을 짓던데요. 나한테 이렇게 큰 신세를 지워 놓고 새삼스럽게 뭘 그렇게 눈치를 봅니까?”송남지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역시 귀신같이 아시네요. 맞아요, 부탁할 게 하나 있어요.”“뭔지 들어나 봅시다.”천남현은 송남지가 꺼낼 얘기가 당연히 하정훈과 얽힌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그녀의 입을 빠져나온 건 하정훈과는 일절 관련이 없는, 전혀 다른 남자의 이야기였다.“제 친구 중에 라인국에서 온 박재용이라고 있어요.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데, 그 친구 행방을 좀 알아봐 주셨으면 해서요. 아예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거든요.”천남현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박재용? 예전에 재스민이랑 계약했던 그 어린 화가 말입니까? 나중에 무슨 예능에 나와서 확 떴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을 못 찾겠다고요?”송남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로 박재용은 그야말로 종적을 감췄다.지금까지 무슨 수를 써도 연락이 닿질 않으니, 마음 한구석에서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것이다“알겠습니다. 정 찾고 싶다니 내가 한번 알아보죠. 그런데 하나만 물어봅시다. 이미 재스민에서 손 뗐으면서 대체 왜

  • 가면을 쓴 남편   제735화

    천남현도 굳이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사실 전 장미 파이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거니까 서경에 좀 가져가 볼까 싶어서요.”송남지는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좋아하는 여자분이 서경에 계신가요?”천남현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그림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예요. 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거든요.”송남지가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천 대표님은 참 좋은 남자네요.”예전에는 한 남자도 그녀를 위해 그렇게 해 주겠노라 약속했었다.하지만 모든 것은 한순간에 변해버렸다.천남현은 조금 미안한 기색을 보였다.“제가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복원 작업을 맡기신 것 같아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사과가 나오기도 전에 송남지가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천 대표님이 좋아하든,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든 상관없어요. 전 그저 입은 은혜를 갚으려는 것뿐이니까요. 덕을 보는 사람이 천 대표님이면 그걸로 충분합니다.”천남현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물었다.“언제 저한테 은혜를 입으셨다고 그러세요?”송남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까 저 대신 화풀이 해 주셨잖아요. 정말 감사했습니다.”그제야 천남현은 무언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 일을 말씀하시는 거였나요?”화동에서 이틀 더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에 송남지는 여준휘에게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화를 걸기도 전에 여준휘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남지 씨, 진 선생님한테 방금 전화가 왔었어. 남지 씨가 큰 도움을 줬다면서 우리 전시관에 장기 파트너십을 제안하더라고. 이번에 아주 큰 공을 세웠으니 보너스 두둑이 챙겨줘야겠어...”“관장님,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던 참이었어요. 제가 진 선생님 부탁으로 그림 한 점을 복원해 주기로 해서 화동에서 이틀 정도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전시관 업무는...”“그건 걱정 말아. 내가 완벽하게 조치해 뒀으니까 그쪽 일에만 전념하도록 해. 우리 전시관이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따낸 적이 없었는데, 오

  • 가면을 쓴 남편   제283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남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하정훈은 몸을 숙여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올렸고 그녀의 키는 하정훈보다 머리 반 개는 더 높아졌다.그녀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중심을 잡기 위해 하정훈의 목을 끌어안았다.주위에서 드문드문 사람들이 쳐다보자 송남지는 조금 민망해져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하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 사람, 미친 거 아니야? 너무 이상한데.’송남지는 하정훈의 얼굴에서 이런 표정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늘 절제하며 웃던 그가 지금은 유난히 활짝, 심지어 거침없이 웃고 있었다

  • 가면을 쓴 남편   제304화

    허상미는 순진하게도 윤씨 가문의 비밀 즉 그들의 추문을 알게 되면 그것을 빌미로 허씨 가문에 끊임없는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마침내 윤씨 가문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고 믿었던 것이다.하지만 그 생존 방식은 그녀의 눈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윤해진은 허상미를 똑바로 쳐다보며 송남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그의 눈빛은 확고했다.“나 미치지 않았어. 모든 사람에게 솔직하게 밝히려는 것뿐이야. 나는 네 남편이 아니라 송남지의 남편이라고!”윤해진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게 마침 그곳에 있는 모

  • 가면을 쓴 남편   제288화

    송남지는 앞에 놓인 접시가 그 진동에 못 이겨 뒤로 2센티미터나 미끄러지는 것을 생생히 목격했다.평소 고상하고 부드럽던 사람이 돌변하니 그 서슬 퍼런 기세는 더욱 위협적이었다.송남지는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오가은의 갑작스러운 분노에 놀란 탓이었다. 그 바람에 접시에 담긴 장미 식초 참조기의 비린내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원래대로라면 향긋해야 할 냄새가, 그녀의 코에는 유독 역한 비린내로 느껴졌다.그녀가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리자 오가은이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렸다.“하정훈! 네 그딴 식은 우리한테는 안 통해!”

  • 가면을 쓴 남편   제280화

    송남지는 마침 쇼핑을 마치고 계산을 끝낸 참이었다.그녀는 짐을 든 채 하정훈의 전화를 받았다.상대는 2, 3초 정도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시간 돼? 기사 보낼게.”송남지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어 있었다.지금 기사를 보내 데리러 오면 마침 오후 법원 업무를 시작하는 오후 시간과 딱 맞았다.하정훈의 전화에 담긴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네. 시간 있어요.”하정훈 쪽에서 또 몇 초간 말이 없었다.“기사를 호텔로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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