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삼촌, 누구 좀 마중 나가줘요.”박명규가 어안이 벙벙한 듯 되물었다.“마중? 공항이야, 아니면 어디? 너 친구 하나 없던 놈 아니었냐?”박재용은 조바심이 났는지 팔에 꽂혀있던 링거 바늘을 거칠게 빼려 했다.“진짜 답답하네, 그냥 내가 직접 갈게요.”다행히 박명규가 재빨리 그를 가로막았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가면 되잖아. 누구라고?”“송남지요. 병원 정문에 있어요.”박명규의 발걸음이 일순간 멈칫했다.“재스민의 그 송남지? 너 걔랑 사귀는 거냐? 내 기억엔 유부녀였던 것 같은데.”박재용이 무심하게 삼촌을 슥 쳐다봤다.“재스민 이제 그 여자 거 아니에요.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이제 유부녀도 아니고요.”박명규가 자조 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삼촌이 참 대단하지? 어떻게 맞는 답이 하나도 없냐.”박재용이 쓸쓸하게 웃어 보였다.“삼촌, 일부러 그렇게 나 웃겨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 얼른 가서 데려와 줘요. 오늘 수리스 바람이 너무 세서 그 사람 많이 추울 거예요.”유리문 앞.송남지는 저 멀리서 걸어오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박재용의 삼촌, 박명규였다.피로가 가득한 그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송남지는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박명규의 안내로 송남지는 병원 안으로 들어섰다.박명규는 어른 체면에 아랫사람 일에 사사건건 참견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송남지는 그 마음을 단번에 꿰뚫어 보고 싹싹하게 입을 열었다.“아저씨, 궁금하신 게 있다면 뭐든 물어보셔도 돼요.”박명규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눈치가 빠르구나. 내가 할 말 있는 걸 어떻게 알았니.”송남지는 박명규에게 박재용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먹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병원 주소를 알아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재용이 녀석 말이, 이제 네가 재스민 대표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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