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지는 자신이 나서서 송지환, 최미경 그리고 하정훈 모두에게 적절한 퇴로를 열어주어 어색한 상황을 면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정훈이 뜻밖에도 똑바로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남지야, 네가 직접 걸어줘.”송남지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손에 든 평안부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래, 하정훈도 결국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비록 이혼할 때는 볼꼴 못 볼 꼴 다 봤어도, 우리 부모님 앞에서는 이 정도로 맞춰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나 보지.'설령 송씨 대문을 나서자마자 부적을 떼어버릴지라도 말이다송남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정훈의 등 뒤로 가 그의 목에 평안부를 직접 걸어주었다.그러자 하정훈은 평범한 니트 아래 가슴팍 쪽으로 평안부가 보이지 않게 조심스레 갈무리했다.하정훈의 눈동자에는 고마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송지환과 최미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버님께 심려를 끼쳐드렸네요.”송지환과 최미경은 서로 마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이렇게 귀한 사위를 우리가 안 챙기면 누굴 챙기겠나.”식탁 위에서 최미경은 하정훈의 접시에 먼저 반찬을 놓아준 뒤 송남지에게도 챙겨주며 은근히 당부의 말을 건넸다.“요즘 젊은 애들은 말이다, 같이 안 살면 금방 정이 멀어지는 법이야. 정훈아, 네가 남지 좀 잘 타일러라. 우리도 얘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 건 알지만, 서경에서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잖니? 굳이 그 먼 윤양까지 갈 필요가 뭐가 있어?”부모님의 눈에 송남지가 윤양으로 간 것은 서경에서의 일을 내팽개치고 한가하게 그림이나 그리며 게으름을 피우러 간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송지환도 곁에서 맞장구를 쳤다.“맞다. 솔직히 말해봐라. 혹시 예전에 정훈이가 일 때문에 바빠서 연락이 잘 안 되고 그러니까, 남지 네가 서운해서 홧김에 윤양으로 도망간 거 아니냐?”송남지는 대충 얼버무렸다.“아유, 아빠, 엄마. 밥이나 맛있게 드세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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