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절벽 끝을 위태롭게 맴돌고 있었다.홧김에 방금 입금된 지원금을 박수연에게 전부 보내버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유학 자금이라는 명목하에 사용 조건이 붙어 있어 한꺼번에 이체할 수 없는 돈이었다.한바탕 헛수고를 하고 나니, 버틸 의욕마저 통째로 꺾여버렸다. 폰 화면에 뜬 송금 실패 안내를 보며 결국 눈물을 쏟아내는 딸에게 박수연은 또다시 모진 말을 퍼부었다.“울긴 왜 울어! 지겹지도 않니? 울어서 해결될 일이면 나도 울겠다!”임승아는 기숙사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초점 없는 눈으로 중얼거렸다.“그 사람 전처가 돌아왔어요. 둘 사이의 오해도 풀렸고 이제 거기 내 자리는 없어요...”전화기 너머 박수연이 격분하며 소리쳤다.“사람을 단물만 쏙 빼먹고 내팽개치다니, 세상에 그런 법은 없어! 내가 절대로 가만히 안 있을 거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인간들, 평생 발 뻗고 못 자게 만들어 줄 테니까!”임승아는 기숙사 창밖의 풍경을 절망적인 눈길로 바라보며 대꾸했다.“엄마, 여긴 수리스예요. 우리 동네가 아니라고요. 소란을 피운다고 해결될 곳이 아니란 말이에요.”박수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번에는 달래고 겁을 주며 임승아를 압박했다.“승아 너,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 사장은 네 평생 붙잡을 수 있는 제일 큰 황금 동아줄이야. 남자란 게 다 그렇지 않니. 사랑을 갈구했는데 사랑을 안 주면 돈이라도 내놓는 법이고, 돈을 안 주면 적어도 네 앞길이라도 탄탄하게 닦아주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어떻게든 그 남자 곁에 딱 붙어 있어! 남자란 족속들은 자신을 신처럼 추앙하고 떠받드는 여자한테 사족을 못 써. 세상에 마음이 바위처럼 단단해서 안 깨지는 남자가 어디 있겠니...”순간, 임승아의 공허했던 눈동자에 희미한 희망의 빛이 서렸다. 초점 없던 눈빛이 생기로 반짝이는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엄마 말이 맞아요. 나한텐 선택의 여지가 없죠.”오직 하정훈만이 그녀를 이 지긋지긋한 집안의 고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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