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지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단독 별장 이야기를 꺼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하정훈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보상이라도 하라는 식으로 비꼬며 던진 농담이었다.그녀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재스민도 필요 없고 별장도 안 받을래요. 다 농담이었어요.”말이 끝나고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하정훈은 무언가를 곱씹는 듯하더니 1분 가까이 흐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도 알잖아, 나한테 농담은 없다는 거.”그는 말을 마치며 휴대폰을 송남지에게 내밀었다.“요즘은 계약도 간편해. 전자 서명만 하면 돼. 네가 사인만 하면 재스민도, 윤양의 단독 별장도 다 네 거야.”그녀가 원하는 것, 그가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녀의 것이 될 수 있었다.머리를 말리던 송남지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쏘아봤다.“하정훈 씨, 내 말이 말 같지 않나요? 못 알아들으시는 거면 나도 더는 말 섞기 싫으니까 당장 내 집에서 나가주세요.”하정훈은 미간을 좁힌 채 송남지의 날 선 감정을 묵묵히 받아냈다.그는 성급하게 대꾸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말싸움으로 번질 것 같았고,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다툼도 생기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십여 초가 지나 하정훈이 입술을 뗐다.“나랑 말하기 싫은 거 알아. 상관없으니까 사인해. 그럼 바로 나갈게.”송남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예요?”하정훈은 미간을 더욱 깊게 누르며 답했다.“아니, 네가 말했던 것들이라 준비한 것뿐이야.”“준비했으니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건가요?”송남지의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그럼 예전에 나한테 했던 그 수많은 달콤한 말들은요? 다 지키셨나요? 당신이 한 말은 농담이 될 수 있고, 내가 한 말은 안 된다는 건가요? 하아, 하정훈 씨. 평생 갑으로만 살아서 감이 안 오시나 본데, 다시 말씀드릴게요. 전 당신의 을이 아니에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뒤돌아 침실로 향했다.침실과 거실이 트여 있어 거실에서도 침실이 훤히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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