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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남편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811 - チャプター 820

916 チャプター

제811화

하정훈은 송남지의 가방 안에서 피임 도구 상자를 발견하고 나서야 최미경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베란다에서 화초를 만지고 있는 송남지를 바라보았다.하정훈은 심장이 순간 불규칙하게 뛰었으나, 겉으로는 파동 하나 없는 얼굴로 최미경을 향해 미소 지었다.“네, 어머님. 저희 노력해 볼게요.”최미경의 입가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피어올랐다.그녀는 벌써 송지환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나중에 좀 더 넓은 별장으로 이사 가서 꽃도 심고 채소도 기르며 외손주까지 돌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이 아니겠는가.떠날 채비를 마칠 때까지도 송남지는 최미경의 얼굴에 왜 저토록 기쁨이 넘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녀는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엄마, 우리가 한번 왔다고 그렇게나 좋아요?”외손주를 돌볼 생각에 최미경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송남지의 손을 꼭 잡았다.“남지야, 네가 잘 지내기만 하면 엄마는 그걸로 행복해.”송남지는 고개를 숙이며 엷게 웃었다.“알았어요, 엄마 아빠. 저희 차 탈 테니까 어서 올라가세요.”하정훈은 부모님이 먼저 들어가는 것을 배웅하겠다고 고집했고 두 분은 결국 먼저 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송남지의 얼굴에 머물던 미소는 서서히 사라졌다.그녀는 하정훈을 향해 손을 뻗었다.“이리 줘요.”하정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눈썹을 치켜세웠다.“뭐를?”송남지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평안부 이리 내놓으세요. 돌아가서 쓰레기통에 처박을 바엔 지금 저한테 주는 게 나으니까요.”자신을 위해 빌어온 것이 아닐지언정, 그것은 송지환과 최미경의 정성이 듬뿍 담긴 것이었다. 그녀는 부모님의 진심이 그렇게 짓밟히는 꼴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버님과 어머님이 나한테 주신 거야. 이걸 가져다가 다른 놈한테 주려고?”그의 갑작스러운 날 선 반응에 송남지는 당혹스러움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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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가방 속의 물건?”송남지는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하정훈을 바라보았다.대체 가방에 뭐가 들어있길래 하정훈이 저런 해괴한 소리를 하는지 의문이었다.송남지가 가방을 열어보니 가장 먼저 최미경이 넣어준 두툼한 돈 봉투가 보였다. 코끝이 찡해졌다. 학창 시절에도 엄마는 늘 가방에 이렇게 돈을 넣어주곤 하셨는데, 나이를 먹어도 엄마 눈엔 여전한 모양이었다.그 아래를 더 뒤져보던 송남지의 눈에 새파란 피임 도구 상자가 들어왔다.누군가 실수로 넣은 게 아닐까 당황하던 찰나, 몇 초 뒤 윤양 전시관의 동료가 장난스레 줬던 기억이 떠올랐다.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모았다.침묵하는 그녀를 보며 하정훈은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그는 무겁게 물었다.“그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야?”송남지는 속으로 비웃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어떻게 알겠는가.그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하정훈 씨는 모르는 사람이에요.”그러고는 가방을 닫고 빠른 걸음으로 차로 향했다.“위층에서 부모님이 보고 계세요. 그러니까 우선 차에 타야 해요. 바쁜 일 있으시면 앞 교차로에서 내려줘도 돼요.”하정훈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한동안 반응하지 못했다.분명 화창한 날씨였던 서경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먹구름이 햇살을 가려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송남지는 차 옆에 서서 하정훈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그가 미동도 하지 않자 이제 연극을 끝내고 싶어 하거나 자신을 태우는 걸 귀찮아한다고 생각했다.송남지는 원래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성격이었다.송남지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들어 살폈지만, 베란다에는 화초들만 보일 뿐 송지환과 최미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부모님이 보러 나오기 전에 얼른 이곳을 떠나려 발걸음을 재촉했다.하지만 막 발을 떼는 순간 최미경이 베란다에 나타나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송남지의 걸음은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하정훈을 곤혹스럽게 바라보며 낮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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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송남지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대체 왜 이렇게 유치하게 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까부터 내가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시는데, 난 뱅뱅 돌려 말할 기운 없어요. 계속 그러고 싶으시면 하정훈 씨 혼자 실컷 하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앞쪽 교차로를 가리켰다.“김 비서님, 죄송하지만 저 앞 교차로에서 내려주세요. 감사합니다.”그 순간 하정훈이 격앙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움켜잡았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던 그는 몇 초 후 다시 예의 냉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서윤아, 세우지 마.”그러고는 송남지를 향해 덤덤히 말했다.“어디까지 가? 데려다줄게.”감정 변화가 너무 빨라 송남지는 자신이 헛것을 본 건가 싶을 정도였다.잠시 고민하던 송남지는 잡념을 떨쳐버리기로 했다.애초부터 그녀는 하정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한때 그를 충분히 안다고 자부했기에 뒤통수를 맞았을 때의 상처가 그토록 깊었던 것이니까.목적지인 아파트 이름을 말한 송남지는 몸을 반대편으로 틀어 하정훈과의 거리를 벌렸다.불과 몇 센티미터의 차이였지만 하정훈 씨와 더는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는 충분히 전달되었다.평온을 되찾은 하정훈도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침묵 속에 달리던 중 송남지가 문득 생각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질문을 던졌다.“아까 그 별장 말인데, 정말로...”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정훈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별장 이야기는 아까 위에서 이미 다 끝난 거 아니었나?”송남지는 딱히 캐물으려던 건 아니었지만, 하정훈의 얼굴에 죄책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그는 과연 짐작이나 했을까, 자신이 이토록 참담한 가책에 시달리게 될 줄을.그 생각에 미치자 송남지의 안색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한동안 그녀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답을 찾아보곤 했다. 깊이 사랑했던 반려자가 갑자기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요구하는 이 상황에 대해서 말이다.게시판의 답은 예외 없이 한결같았는데 남자는 벽에 영정사진이 걸려야 비로소 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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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은지영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눈을 가늘게 떴는데 그 눈빛엔 탐색과 당혹감,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를 비웃는 듯한 장난기가 가득했다.그녀는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난 양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송남지는 그런 뻔뻔한 태도가 거슬렸다. 마치 지금의 이 분위기가 지극히 정상이라는 듯한 태도 말이다.송남지는 그녀와 상종하고 싶지 않았다.서경에서의 일정이 나름 즐거웠던 만큼 떠나는 순간까지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대며 다가오는 은지영을 외면한 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은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상대가 대놓고 무시하며 전화를 받는 척 피하려는 걸 지켜보다가, 재빨리 앞질러 가 송남지의 앞을 가로막았다.어쩔 수 없이 멈춰 선 송남지는 귀에서 휴대폰을 떼고 은지영을 훑어보며 무미건조하게 물었다.“은지영 씨, 볼일 있어?”은지영은 비웃음 섞인 눈빛으로 송남지를 뜯어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볼일 없으면 인사도 못 해? 윤양인가 뭔가 하는 깡촌으로 밀려났다며? 재스민에서 시골 전시관이라니, 격차가 커서 적응하기 힘들겠어?”“글쎄. 은지영 씨랑 내가 딱히 용건 없이 인사나 주고받을 만큼 좋은 사이는 아니잖아? 사이좋은 척 연기할 필요가 뭐가 있어. 보는 사람도 없는데 대체 누구 보라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네.”은지영은 조금 당황했다. 송남지가 고분고분 비위를 맞추는 성격이 아니라는 건 진작 알았지만, 이토록 까칠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제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다니, 은지영도 순순히 참아줄 위인은 아니었다.은지영은 가식적인 미소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철저한 조롱과 비웃음을 드러냈다.“네 말이 맞아, 여기 남도 없는데 대놓고 비웃어줄게. 재스민 관장이 시골 전시관 직원이 된 꼴이라니, 너 거북이니? 참을성 하나는 끝내주네. 설마 그 깡촌에서 다시 천하라도 호령해보겠다는 거야?”송남지는 미간을 팍 좁혔다. 은지영과 무의미한 말다툼으로 기운을 빼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내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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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송남지는 참다못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진짜 역겹네.”은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나한테 욕한 거야?”송남지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제 발 저린 거 아니면 신경 꺼. 너 스스로도 네가 좀 역겹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면 말이야.”은지영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이 서경 바닥에서 누가 감히 자기한테 이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다들 자기 앞에서 숨죽이며 기기 바쁜데, 고작 패배자 주제인 송남지 저 계집만 겁도 없이 뻣뻣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은지영의 입술 끝이 비릿한 비웃음으로 뒤틀렸다.“송남지, 나 같으면 그렇게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인생을 이따위로 망쳐놨으면, 어디 가서 남몰래 울고 있었을 거야. 그나저나 그 구석진 깡촌에서 매일 울고 있는 거 아냐? 하긴, 너무 창피해서 남들 안 보는 먼 곳까지 가서 울어야겠지. 그래야 비웃음을 안 살 테니까.”은지영이 잠시 뜸을 들이며 덧붙였다.“근데 말이야, 나는 남이 웃음거리가 되는 거 구경하는 걸 제일 좋아하거든. 네가 울면서 나한테 매달리기만 하면 재스민으로 복귀시켜 줄게. 서경에 번듯하게 붙어 있을 수 있게 자리 하나 내줄 수도 있고.”은지영이 송남지의 굴욕적인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 있을 때, 송남지는 그저 차갑게 냉소를 지었다.“그런 걸 좋아하면 가서 예능이나 봐.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 너 때문에 공기 오염되는 거 안 보여? 비켜, 나 윤양 가야 하니까.”송남지는 은지영을 밀치고 지나가다 문득 멈춰 서서 돌아보았다.“아, 참. 우리 전시관 번호 못 찾겠으면 내가 지금 알려줄게.”은지영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너! 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그럼 개그 공연도 보지 마, 어차피 이해 못 할 것 같으니까. 말 그대로니까 이해 안 가면 다음부턴 통역사라도 데리고 다녀.”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남지의 단호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이내 쇼핑몰 너머로 사라졌다.남겨진 은지영은 쇼핑몰 한복판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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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집에 들어와.”은배석의 목소리는 온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싸늘했다.그 서늘한 음성에 은지영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고 자신이 도대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은지영은 최근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딱히 은하 그룹의 이익에 손해를 끼칠 만한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쇼핑 중이라 좀 늦게 들어갈게요.”은지영이 대답하자마자 은배석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말이 우스운 거냐? 당장 집으로 오라고 했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은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겉으로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했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이를 갈며 독설을 내뱉었다.“빌어먹을 영감탱이, 또 무슨 뒤처리를 하라는 거야? 평생 나랑 엄마만 들볶고, 왜 아직도 안 죽고 난리야!”쇼핑 의욕이 사라진 은지영은 곧장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은씨 가문 전체에는 현재 형언할 수 없는 엄숙한 기운이 감돌았다. 거실에는 수십 명의 가정부가 대기 중이었는데 정작 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집주인인 은배석이 아닌 뜻밖의 인물이었다.은지영의 어머니 나윤희가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차를 따랐다.“하 대표, 우리 지영이가 그럴 애는 아니야. 분명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야.”거실로 다급히 들어온 은지영은 상석에 앉아 있는 하정훈을 발견하고 얼어붙고 말았다.은배석은 굳은 얼굴로 무겁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나윤희는 마치 권좌에 앉은 자를 알현하듯 노골적인 아부를 쏟아내고 있었다.문 쪽에서 소리가 나자 하정훈이 서서히 눈을 들어 올렸다. 그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은지영은 그런 눈빛에 압도되어 안절부절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은배석의 호출에 짜증이 나 있었지만 지금은 감히 얼굴에 다른 표정을 지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나윤희가 손짓하며 그녀를 불렀다.“지영아, 왔니? 어서 이리 와. 하 대표가 한참을 기다렸어.”은지영은 서둘러 거실로 들어가 나윤희의 곁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정훈 오빠, 오늘 어쩐 일로 갑자기 왔어? 무슨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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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하정훈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에 은지영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하정훈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화제를 전환했다.“그만하죠. 전 은지영 씨의 책임을 추궁하러 온 게 아닙니다. 문제를 만들러 온 게 아니라 해결하러 온 거 거든요.”은지영은 하정훈이 이토록 대대적으로 찾아온 목적이 대체 무엇인지 머릿속을 바삐 굴렸다.‘혹시 내 손에 있는 갤러리를 다시 뺏으려는 것일까? 설마 아니겠지. 재스민이 내 손에 들어온 뒤 지금까지 하정훈 측에선 아무런 기척도 없었으니, 이는 묵인한다는 뜻이 아니었나? 그런데 왜 오늘 갑자기 번거로운 행차를 한 것일까?’은배석의 얼굴에는 비굴한 웃음이 가득 피어올랐다.“하 대표,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해. 우리랑 하씨 가문 사이에 문제라니, 그럴 리가 있겠어? 그저 하 대표가 확실히 말만 해주면 어떤 문제든 다 사라질 일이야.”하정훈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비록 은배석 같은 부류를 경멸하긴 했으나, 이런 자들과 상대하면 긴말이 필요 없다는 점만큼은 편했다.“은지영 씨가 재스민을 나에게 양도해주면 그 보상으로 은하 그룹에서 오랫동안 탐내왔던 성서 지구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은배석의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히 떠올랐다.“좋아, 좋고말고! 역시 우리 정훈이야. 우리 같은 어른들을 이렇게까지 챙겨주다니.”서경 바닥에 성서 지구 건설 프로젝트의 떡고물을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고 이번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머리싸움을 벌이다 근처에도 못 가본 이들이 수두룩했다.은배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은지영을 노려보았다. 은지영의 반응이 못마땅한 기색이었다.“멍하니 뭐 하고 있어?”은배석의 호통에 은지영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이를 악물고 외쳤다.“싫어요. 난 재스민을 양보 못 해요.”은배석은 당장이라도 은지영을 잡아먹을 듯 눈을 부라렸다. 하정훈은 은지영의 말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는 은지영과 말다툼을 할 생각도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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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하정훈은 은배석이 딸을 어떻게 설득할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건 설득의 영역도 아니었다.은배석은 가문의 절대적인 권력자였고 아직 가문의 그늘을 벗어날 힘이 없는 은지영이 재스민을 내놓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예상대로 날이 저물기도 전에 은배석의 연락이 왔고 하정훈은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다.모든 상황은 그의 통제하에 있었다.“하 대표, 지영이와 얘기 끝났어. 언제 시간 될 때 식사라도 한 끼 하자꾸나.”“식사는 됐습니다. 요즘 좀 바빠서요.”은배석은 눈치 빠르게 물러났다. “알았어. 그럼 다음에 기회 될 때 먹자고. 하 대표가 바쁘다니 갤러리 건은 비서를 통해서 처리하도록 할게.”하정훈은 짧게 대답하고는 가차 없이 전화를 끊었다.성은 그룹 최상층 사무실, 김서윤이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하정훈의 말이 떨어지기 무겁게 김서윤이 들어와 업무 보고를 시작했다.“대표님, 별장 관련 업무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송씨 내외분 이사는 제가 책임지고 돕겠습니다. 다만 자단목 지팡이는 수리팀 쪽에서 복구가 까다롭다고 하니, 새로 맞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정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음, 새로 주문해.” “제작에 한 달은 소요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김서윤이 조심스레 덧붙이자, 하정훈이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알고 있어. 그건 임승아 씨한테 맡기고 화동행 비행기 표나 예약해 줘.”“화동요?”김서윤이 의아한 듯 되물었다.“화동에는 예정된 일정이 없으신데요.”“곧 생길 거야.”김서윤은 하정훈이 화동에 왜 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갔다.송남지 말고는 그곳에 하정훈이 갈 이유가 없었으니까....한편, 서경에서 윤양으로 돌아온 송남지는 동료들에게 줄 선물과 소윤에게 줄 영양제를 챙겨 왔다.소윤은 이제 일주일 뒤면 정식으로 출산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었기에 송남지는 그녀와 업무 인수인계를 진행하고 있었다.“남지야, 요즘 여 관장님 표정이 안 좋길래 슬쩍 물어봤거든?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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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여준휘가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알잖아, 나 말주변 없는 거. 혹시 내가 실수하더라도 다들 너그럽게 이해해 줘.”분위기가 한창 화기애애할 때, 원정민이 뜬금없이 말을 얹었다. “저번에 화동 출장 갔다가 송남지 씨에 관한 스캔들을 좀 들었는데 전 한 귀로 흘렸어요.”소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오늘 내 환송회니까 시비 걸고 싶으면 다른 때 하세요.”원정민은 뻔뻔하게 어깨를 으쓱였다.“시비 거는 거 아니라 진 선생님도 관장님한테 전화했잖아요. 잘 처리하라고요. 다들 못 들었어요?”송남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은지영, 그 여자가 진동훈에게까지 전화했을 줄이야. 민지현의 말대로 정말 뒤끝 하나는 지독한 사람이었다.소윤이 분개하자 송남지가 다가가 그녀를 말렸다.“소윤아, 다들 너 주려고 환송 케이크 준비했어. 얼른 열어봐.”송남지는 원정민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소윤의 환송회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원정민은 마치 미친 듯이 사람을 물어뜯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라도 돋는 모양이었다.“왜요? 송남지 씨는 이 얘기 피하고 싶나 본데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요. 신고한 사람이 진 선생님한테까지 연락이 가서 낙하산에 부정 채용이라고 했다니까요.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우린 올해 채용 계획 없었어요. 게다가 송남지 씨도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고 있고.”여준휘가 엄한 표정으로 원정민을 바라보았다.“외부에서 멋모르고 신고하는 건 그렇다 쳐도, 너까지 왜 이래? 남지 씨가 너보다 일을 안 한다고? 이제 소윤 씨 휴직하면 그 업무도 다 남지 씨가 맡기로 했어.”송남지가 차가운 눈길로 원정민을 쏘아봤다.“피하는 게 아니라 그쪽이랑 말 섞을 필요를 못 느끼는 거죠. 진 선생님이 문제 삼는다면 내가 직접 설명하면 될 일을 왜 그쪽이랑 입씨름을 해야 하는 건데요? 오늘은 소윤이 환송회니까 참석하기 싫으면 나가주시죠.”소윤도 거들었다.“허구한 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하고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주세요.”원정민이 씩씩거리며 내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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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진동훈은 짐짓 위엄 있는 목소리로 소개했다.“이분은 서경에서 오신 하 대표님이네.”세상에 하씨 성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서경의 하 대표라 불릴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송남지를 제외한 사무실 안의 모든 이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경악을 금치 못했다.서경에서 온 하 대표라니, 그 귀한 분이 어째서 이런 곳까지 발걸음을 하셨단 말인가.진동훈의 얼굴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그는 감탄 어린 시선으로 하정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하 대표님이 화동으로 출장을 왔는데, 내가 지난번에 한 어린 아가씨가 아주 귀한 그림을 고쳐줬다는 얘기를 했더니 한번 만나보고 싶다더군. 그래서 오는 길에 같이 들렀네.”말을 마친 진동훈이 여준휘를 돌아보았다.“여 관장, 미리 말 안 했다고 서운해하지 말게. 하 대표님이 워낙 조용히 오고 싶어 해서 말이야.”여준휘는 황송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서운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우리 남지 씨가 대단한 건 알았지만 하 대표님께서 직접 행차하실 정도라니 정말 놀랍군요. 윤양까지 오셨는데 제가 어르신과 하 대표님께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진동훈은 하정훈의 눈치를 살피며 결정을 맡겼다.하지만 하정훈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한 사람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송남지는 노골적인 그 시선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사람들이 눈치채면 어쩌려고 이렇게 대놓고 보는 거야?’과연, 본인이 뻔뻔하면 당황하는 건 주변 사람들의 몫이었다.사람들의 시선이 하정훈을 따라가다 결국 송남지에게 멈췄다. 송남지는 어색하고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난처해했다.하정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시간이 촉박해서 식사는 어렵겠군요.”여준휘도 상황 파악이 빨랐다. 그는 얼른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하 대표님께서 남지 씨를 보러 일부러 걸음 하신 모양인데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여준휘는 송남지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남지 씨, 서경에서 오신 하 대표님이야. 너도 이름은 들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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