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땀을 흘리는 송남지를 보며 하정훈이 입술을 살짝 올렸다.“내가 있잖아.”송남지가 그 말의 의미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하정훈이 말을 이었다.“네가 소윤 씨 주의를 끌어. 내가 반대편으로 가서 끌어내릴 테니까.”하정훈은 송남지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조심스럽게 옆쪽으로 몸을 옮겼다.송남지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소윤아! 너 학교 다닐 때 류무영 선생님의 작품 제일 좋아한다고 했지? 사실 나, 류 선생님 제자야. 그것도 선생님이 제일 아끼는 제자라고! 류 선생님 뵙고 싶지 않아? 지금 라쿠에 계시는데, 아기 낳고 우리 같이 라쿠 여행 가자. 라쿠가 여름에 피서 가기 딱 좋대...”소윤은 처음엔 깜짝 놀라 되물었다.“남지야, 지금 뭐라고 했어? 네가 류무영 선생님 제자라고? 나를 데려가 줄 수 있다고?”하지만 곧 고개를 저으며 체념했다.“아니, 됐어. 이 아기를 포기할 순 없지만, 태어나자마자 아빠가 없는 아이로 만들 자신도 없어. 난 무능해서 온전한 가정을 줄 수 없으니까 차라리 같이 가는 게 맞겠지...”말을 마친 소윤이 몸을 돌렸다.“안 돼!”송남지는 입을 막고 차마 눈앞의 광경을 보지 못해 고개를 돌렸다.생기 넘치던 사람이 차가운 시신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그녀를 덮쳤다.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갔다.까치발을 든 소윤의 발뒤꿈치조차 아스라했다.그때 찰나의 순간, 누군가 번개처럼 소윤을 향해 달려들었다. 송남지가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소윤 역시 갑자기 나타난 하정훈을 보고 경악했다. 반쯤 허공에 발이 들린 소윤이 당황하는 사이, 하정훈은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 옥상 안쪽으로 거칠게 밀어 던졌다.그러나 그 반동으로 인해 정작 하정훈의 몸은 뒤로 넘어가며 허공으로 쏠렸다.송남지의 눈동자가 거대하게 흔들렸다.그 찰나, 하정훈과 함께했던 지난날의 파편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즐겁고 감동적이었던 기억부터 가슴 저미고 고통스러웠던 순간까지, 모든 장면이 천근만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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