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인정할게. 우리가 맺었던 자유 협약이라는 거, 정말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없는 짓이었어. 번듯한 성인 남자라는 놈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고작 그런 식으로 회피하려 했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미안해, 그 자유 협정, 이제라도 취소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클럽 밖. 송남지는 눈앞에 멈춰선 스포츠카를 바라보았다차에서 내린 피부가 다소 가무잡잡한 남자는 현지인처럼 보였다.그는 정중하게 차 키를 하정훈에게 건네며 서툰 우리말로 말했다.“하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하정훈은 무표정하게 키를 받아 들고는 곧장 운전석으로 가는 대신 보조석 문을 열어 송남지가 타기를 기다렸다.송남지는 차에 올라타며 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졌다.“인맥이 정말 넓네요.”하정훈은 그때 마침 경찰들이 클럽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는 걸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운전석에 앉았다.스포츠카는 인적 없는 거리를 거침없이 질주했고 몸이 뒤로 쏠리는 속도감에 송남지는 마른침을 삼키며 흥분 섞인 비명을 질렀다.그 비명 소리를 듣는 하정훈의 기분은 복잡했다. 왠지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방금 전 클럽에서 모델의 복근을 만지며 지르던 바로 그 비명이 아니던가.하정훈의 머릿속에 그 모델의 얼굴이 떠올랐다. 피부도 거칠고 딱히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정말 눈이 낮아도 한참 낮군.”송남지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방금 혼잣말로 뭐라고 한 거예요?”하정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스포츠카는 밤공기를 가르며 호텔에 도착했다.24시간 대기 중이던 발레파킹 직원이 하정훈의 차 키를 받으며 물었다.“별장으로 가는 가로등이 고장 났는데, 길 안내가 필요하신가요?”하정훈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거절했다.“됐습니다.”결국 두 사람은 칠흑 같은 오솔길을 걷게 되었는데, 풀숲이 흔들리고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모습이 꽤나 으스스했다.송남지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나 여기 오기 전에 이 섬에 얽힌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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