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라가 조심스레 만류했다.“남지야, 그래도 약혼 파티는 보고 가는 게 어때? 이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 여기서 수리스까지 가는 길이 보통 먼 것도 아닌데.”송남지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 서둘러 짐을 챙겼다.“서두르는 게 아니라 겁이 나서 그래.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수리스까지 그를 쫓아갈 용기가 다 사라져 버릴까 봐.”그녀는 짐을 싸던 손을 멈추고 최보라를 돌아보았다.“언니, 서경으로 돌아오기로 한 날 다짐했어. 앞으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살기로. 다시 시작할 용기와 어디든 달려갈 결심만큼은 절대 놓지 않겠다고 말이야.”굳건한 태도를 보이는 송남지 앞에서 최보라는 연민과 감탄을 동시에 느꼈다.수리스에서 겪게 될 고생이 눈에 선해 안쓰러우면서도 시련 앞에 당당히 맞서는 동생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최보라는 입술을 깨물고는 송남지의 짐 싸는 것을 도왔다.“화장품도 빠짐없이 챙겨. 하정훈 만나러 가는데 세상에서 예쁜 모습으로 나타나야지. 인생 선배로서 하는 조언인데, 남자란 원래 시각적인 것에 아주 취약한 존재거든.”송남지는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언니, 고마워.”최보라는 송남지의 어깨를 툭 치며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예전엔 네가 너무 고분고분해서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삐딱하게 구니까 오히려 더 마음이 놓이네.”송남지를 호텔 밖으로 배웅하자 미리 연락해 둔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기사가 트렁크에 짐을 싣는 사이, 최보라는 뒷좌석 창문에 기대어 당부했다.“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라도 오지훈이 있으니 걱정 말고.”송남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차가 출발하기 직전, 그녀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약혼 진심으로 축하해!”최보라는 손가락으로 오케이를 그리며 화답했다.“걱정 마, 무조건 행복할 거니까.”해변가, 최보라는 뒤늦게 모습을 나타냈고 그녀의 곁에 송남지는 없었다.오지훈은 방금 선장과의 소통을 끝내고 15분 내로 크루즈 파티를 시작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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