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남지는 스케치북을 정리한 뒤 테이블 위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기내 와이파이 덕에 상공에서도 인터넷 사용은 자유로웠다.송남지는 민지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일 아침, 재스민 회의실, 회의 소집해 주세요.]민지현은 격하게 반가워하는 이모티콘을 답장으로 보내며 물었다.[드디어 돌아오신 거예요? 제가 공항으로 마중 나갈까요?][아니요, 괜찮아요. 사촌 언니가 오기로 했어요.]최보라가 이번 마중에 동행하게 된 것도, 실은 오지훈이 먼저 소식을 접한 덕이었다.아무리 절친한 사이라지만, 오지훈 역시 하정훈이 수술을 모두 끝마치고 나서야 겨우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당시 깊은 배신감에 휩싸였던 오지훈은 수화기 너머로 무려 30분 동안 폭풍 같은 잔소리를 퍼부었고 하정훈은 묵묵부답으로 그 분노와 서운함을 온전히 받아냈다. 한바탕 쏟아내고 나서야 오지훈의 화도 겨우 가라앉았다.그리고 하정훈이 귀국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신이 나서 공항까지 한달음에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오랫동안 다져온 친구 사이의 정이란, 쉽게 바래지 않는 법이었다.VIP 통로 너머로 오지훈은 최보라보다 먼저 하정훈을 발견했다.휠체어에 앉은 하정훈은 예전보다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고 송남지가 그런 하정훈을 밀며 나오고 있었다.송남지의 뒤로는 하정훈의 수행원들과 성루이야 병원의 정예 의료진이 긴 행렬을 이루며 따랐다.오지훈은 콧방울을 실룩거리며 최보라에게 나직이 속삭였다.“너 상상이나 가? 하정훈 저 자식,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어.”최보라는 정말이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모두가 하정훈을 그저 냉혈하고 나쁜 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베일을 벗겨 보니 그는 세상 그 어떤 지독한 순정남들보다도 더 깊은 사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송남지가 홀로 슬픔과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차라리 그전에 먼저 이혼하는 길을 택하다니 말이다.최보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하정훈이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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