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은 거실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송남지는 민지현 일행과 속닥거리며 때로는 미소 짓고 때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는데, 성격처럼 참 다채롭고 생기발랄한 모습이었다.너무나 활기찬 그 모습에 하정훈은 되레 쓸쓸한 마음마저 들었다.결국 유경태의 제안을 거절하며 그가 말했다.“아니야, 일이 있어서 바로 가봐야 해.”말을 마친 하정훈은 손목시계를 슬쩍 보았다.눈치 빠른 곽지민은 그 시계가 하정훈의 시계 진열장에 들어갈 만한 물건이 아님을 대번에 포착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정훈의 시계 진열장에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이 들어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객관적으로는 전혀 저렴한 시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언제부터 이렇게 서민적인 스타일을 고집했어?”곽지민이 시계를 유심히 뜯어보며 물었다.정밀하기로 이름난 어느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었다.하정훈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2천만이 훌쩍 넘는 시계인데 이게 어떻게 서민 스타일이야?”곽지민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그전까지 하정훈이 차던 시계들은 죄다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초고가 제품들이었으니까.“됐다, 너희랑 노닥거릴 시간 없어. 회사에 일이 밀려서.”하정훈이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오지훈이 붙잡았다.“정훈아, 네 사생활이야 우리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친구로서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야겠어.”이야기가 거기에 이르자 유경태의 표정에도 염려가 담겼다.“맞아, 정훈아, 무리하지 말고 아저씨와 아주머니께도 좀 나누어 맡겨라. 두 분은 아직 충분히 도우실 수 있잖아. 믿을 만한 핵심 인재들을 더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고.”곽지민도 옆에서 거들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네 몸이야. 다른 건 다 부질없어. 설령 성은 그룹의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게 되더라도 말이야.”하정훈은 어느 정도 수긍하는 듯한 기색을 보였으나, 성은 그룹의 패권을 내려놓는 것만큼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하정훈이 대꾸했다.“알았어, 나 먼저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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