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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os capítulos de 가면을 쓴 남편: Capítulo 931 - Capítulo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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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1화

두 사람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자마자 오지훈은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다.“야, 남지 씨가 집을 사겠대.”하정훈은 지극히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디로?”“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한테 그런 걸 고분고분 말해줄 리가 없잖아.”순간 하정훈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으며 핀잔이 날아왔다.“너한테 안 하면 네 약혼녀한테는 하겠지. 넌 대체 언제쯤 머리가 좀 돌아갈래?”대놓고 무시를 당하자 오지훈이 발끈하며 투덜거렸다.“난 머리가 안 좋아도 행복하게 잘만 살 거든. 넌 그렇게 똑똑해서 남지 씨를 옆에 못 두고 이 모양 이 꼴이냐?”하정훈은 오지훈과 입씨름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말을 가로챘다.“네 약혼녀한테서 정보 좀 캐내. 집 계약하기 전에 위치 알아내서 나한테 넘기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오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설마...”기막힌 상상에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이내 혀를 내두르며 덧붙였다.“잔머리 하나는 진짜 알아줘야 한다니까.”하정훈이 덤덤하게 웃었다.“기억해라. 바보는 복이라도 있지만, 등신은 답도 없어. 넌 지금 딱 그 중간쯤이니까 처신 잘하고.”뚝 끊긴 전화를 보며 오지훈이 혀를 찼다.“남 비꼴 기운이 저렇게 넘치는 거 보니,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나 보네.”다음 날, 최보라는 아침 일찍부터 잔뜩 들뜬 얼굴로 아직 잠들어 있던 송남지를 사정없이 흔들어 깨웠다.“집 사러 가자!”최보라의 목소리에 흥분이 가득 묻어났다.송남지는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최보라의 등쌀에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언니, 집 사는 건 나인데 왜 언니가 더 호들갑이야?”거울 앞에서 눈썹을 다듬던 최보라가 당당하게 받아쳤다.“내 집 마련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인데, 당연히 나도 껴야지. 무조건 방 많은 거로 골라서 내 방도 하나 찜해둘 거야. 인테리어도 내 취향대로 싹 바꿀 거니까 그렇게 알아.”송남지가 웃으며 선을 그었다.“꿈 깨. 요즘 집값 거품도 빠졌겠다, 난 그냥 인테리어 다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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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그러면서도 최보라 역시 못 이기는 척 가방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앞서 송남지의 인적 사항을 등록하던 직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최보라를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고객님. 방금 시스템상으로 추첨 행사 선착순 인원이 마감되어서, 앞의 고객님까지만 등록이 가능하십니다.”최보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 신분증을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어차피 사람 현혹하려는 수작이 뻔했으니까.이런 식의 기념 이벤트에서 고가의 상품이 진짜 생판 남인 일반인에게 돌아간 적이 있던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직원들끼리 내정해 놓고, 남은 자질구레한 티슈나 나눠줄 게 불 보듯 뻔했다.최보라는 송남지의 팔을 잡아끌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역시 묵란펜트네. 딱 하나 흠잡을 데가 있다면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뿐이야.”송남지도 꽤 마음에 들었지만 예산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그녀는 최보라의 귓가에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 “이제 가자. 다른 집들도 더 둘러봐야 하고, 나 이따 재스민에서 회의도 있단 말이야.”최보라는 묵란펜트 고층의 풀옵션 테라스에서 아쉬운 듯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냥 오지훈한테 사달라고 할까?”송남지는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리며 최보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악취미적인 농담의 기색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 대꾸했다.“언니, 오지훈이 언니한테 집을 사주는 건 당연하지만 나한테 사주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지. 집 보더니 어떻게 된 거 아냐?”최보라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혀를 살짝 내밀고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오지훈은 돈 많은 도련님이잖아. 이 정도 금액이야 걔한텐 껌값이니까 그렇지!”송남지는 최보라의 논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좋은 뜻인 건 알겠지만, 제발 이런 무리한 배려는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싶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분양 홍보관에 도착해 직원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떠나려던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축포가 터져 나왔다.바닥에는 색색의 종이 꽃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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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다른 직원들까지 합세해 환호성을 내지르자 순식간에 분양 홍보관 안이 떠들썩해졌다.상황이 뭔가 묘하게 돌아간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최보라가 송남지의 손을 잡아끌었다.“남지야, 지금 저 사람들이 네가 뭐에 당첨됐다는 거야?”송남지가 제 귀를 의심하며 미간을 찌푸렸다.“펜트하우스 한 채?”“펜트하우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동시에 비명을 내질렀다.먼저 정신을 차린 최보라가 홍보관 직원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잠깐, 뭐라고요?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죠?”그 말에 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아이고, 고객님. 이 비싼 하이엔드 펜트하우스를 두고 저희가 어떻게 농담으로 하겠어요?”그러더니 시선을 송남지에게 옮겼다.“송남지 고객님, 이쪽으로 오셔서 등록 부탁드립니다.”송남지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멍하니 발걸음을 옮겼다.반면 최보라는 진작에 축제 분위기에 취해 흥분해서 방방 뛰고 있었다.“남지야! 너 진짜 대박이다! 이게 어떻게 당첨이 돼? 몇십억짜리 로또 맞는 것보다 훨씬 실속 있잖아!”묵란펜트 펜트하우스라면 수십억 원대 로또 당첨금 따위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독보적인 자산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송남지는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집어낼 수 없어 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등록 절차를 밟았다.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해놓은 듯 등록 절차는 일사천리로 끝났다.일이 너무 쉽게 풀리자 송남지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가 최보라에게 불안함을 내비쳤지만, 최보라는 그저 태연하기만 했다.“뭘 그리 걱정해? 방금 나 영상 찍어뒀거든? 만약 이거 사기 치는 거면 내가 여기 드러누워서라도 집 한 채는 기어이 받아낼 거야.”송남지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그럼 오늘 다른 집은 굳이 안 봐도 되겠네?”“당연하지! 눈앞에 이 묵란펜트 펜트하우스를 두고 다른 코딱지만 한 집들이 성에 차겠어? 남지야, 축하해! 드디어 서경에 네 집이 생기는구나!”말을 마친 최보라가 곧장 덧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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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오지훈의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는 헛웃음을 흘리며 나직이 읊조렸다.“정훈이 녀석, 참 별걸 다 하는군”“뭐라고?”영문을 모르는 최보라가 물었지만 오지훈은 더 이상의 설명을 삼켰다. 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 하정훈이 공들인 판을 깰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아냐, 아무것도. 집에서 기다릴 테니 일 마치면 같이 점심 먹자.”달콤한 애정 표현 끝에 전화를 끊은 오지훈은 곧바로 하정훈에게 연락을 취했다.“언제부터 그렇게 번거로운 걸 좋아했다고, 묵란펜트 사장까지 만나 가며 그렇게 대대적으로 추첨 이벤트를 벌인 거야?”하정훈은 오지훈의 비아냥과 조롱을 한 귀로 흘리며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할 말 끝났냐? 볼일 없으면 나 회의 들어간다.”그는 오지훈의 비아냥을 받아낼 여유가 전혀 없었다.그가 수리스에 머무는 동안 성은 그룹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잇달아 터졌다. 심지어 대외적으로는 그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루머까지 돌 정도였다. 이로 인해 성은 그룹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수많은 프로젝트가 중단되어 그의 결재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지훈은 난간에 유유히 기댄 채 눈부신 풍경을 내려다보며 툭 던졌다.“별일 아니야, 그저 서경에 또다시 여름이 오고 있다는 거지. 기억나? 너랑 남지 씨가 결혼할 때도 딱 이맘때였잖아...”전화기 너머 하정훈은 한참 동안 깊은 침묵에 잠겼다. 그 침묵 속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그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웠다.한참이 지나서야 하정훈이 낮게 읊조렸다.“회의 들어가야 해, 끊는다.”곧이어 서늘한 통화 종료음이 이어졌다.오지훈은 끊어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피식 웃더니 발코니 소파 위로 기기를 던져 버렸다. 시선을 돌려 바라본 서경의 태양은 이글거리듯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고 급격히 달아오른 공기는 강렬한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바래 있었다.바야흐로 한여름, 그야말로 뜨겁게 사랑하고 불태워야 할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송남지는 재스민으로 돌아왔다.민지현이 복귀한 뒤 며칠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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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그도 그럴 것이 송남지의 실력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회의를 마친 후 민지현은 송남지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은지영이 여길 아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길래 제가 미리 와서 정리 좀 해뒀어요. 예전이랑 똑같을 거예요.”익숙한 공간에 발을 들인 송남지는 뭉클한 마음에 민지현의 얼굴을 비비며 감동을 표했다.“우리 민 실장님은 어쩜 이렇게 이쁜 짓만 골라서 할까?”민지현은 송남지의 마수에서 벗어나 에어컨 바람이 잘 드는 소파에 앉아 시원함을 만끽했다.인형을 꼭 껴안은 그녀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걱정스럽게 물었다.“기획전 준비는 어떻게 할 거예요? 관장님이 돌아오기 전에 업계 거물들이랑 접촉해 봤는데, 다들 예술 전시관 자리가 꽉 찼다느니 하면서 요리조리 피하더라고요.”송남지는 턱을 괸 채 창밖의 강렬한 햇살을 바라보았다. 겨우 5월인데 서경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었다.“별로 안 좋은 자리들도 예약하기 힘든 거예요?”그녀가 무심하게 물었다.민지현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자리 하나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그런데 제가 좀 알아보니까, 작은 갤러리들도 구석 자리 하나씩은 다 받았더라고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은지영이 이 바닥 사람들을 죄다 적으로 돌린 탓에, 다들 작정하고 우리를 물 먹이려는 것 같아요. 에휴...”민지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제대로 한판 뒤집어 보려 했는데, 지금 상황으론 쉽지 않겠어요.”송남지는 책상 앞의 컴퓨터를 켜고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이내 눈을 반짝였다.“예술 전시관이 성은 그룹 소유였어요?”민지현이 제 머리를 툭 쳤다.“아차! 왜 전시관 조사를 잊고 있었지? 전시관 소유주가 성은 그룹이라면, 이건 식은 죽 먹기 아닌가요?”금방이라도 축배를 들 기세인 민지현을 보며 송남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그녀는 민지현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그냥 한번 노력해 보겠다는 거지, 꼭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민지현은 굳건한 신뢰가 담긴 눈빛으로 송남지를 바라보았다.“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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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이사한 날, 송남지는 지인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열었다.그녀의 시선은 하정훈과 나눈 대화창에 머물러 있었다.초대를 보냈으나 돌아온 건 최근 바빠서 어렵다는 공식적인 답변뿐이었다.연락조차 없던 초창기를 지나, 이제는 철저히 사무적인 거리감만이 남은 대화창이었다.그때 집들이 선물을 들고 활기차게 들어선 최보라가 송남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무심결에 화면을 엿보고 말았다.최보라가 찰나의 정적과 함께 위로의 말을 고르려던 찰나, 송남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정훈이 업무 때문에 바빠서 못 온대. 우리끼리 맛있게 먹자.”곽지민과 유경태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지인들조차 한자리에 모인 이 마당에 하정훈이 불참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다들 속으로만 생각할 뿐 밖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내 요리 실력은 영 꽝이라, 오늘 특별히 고수를 한 명 모셨어요. 자, 고수님 등장!”민지현이 쑥스러운 듯 사람들 앞에 나섰다.“요리왕의 정체가 결국 이렇게 밝혀지네요. 가요, 관장님, 주방에서 나 좀 도와줘요. 오늘 식사는 관장님도 공을 들여야죠.”송남지와 민지현이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했다. 반개방형 주방이었지만 워낙 대형 평수라, 거실에 모인 사람들의 소곤거림은 주방까지 닿지 않았다.거실에서 곽지민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오지훈을 쳐다보며 물었다.“정훈이 요즘 많이 바빠? 왜 안 온대?”유경태도 볼멘소리를 냈다.“나도 어제 수술 끝나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귀한 휴식 시간 쪼개서 온 건데, 정훈이가 안 오다니...”오지훈은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정훈이 요즘 콘셉트가 ‘꽈배기 남자’거든. 남지 씨랑 절대 화해 안 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라, 안 오는 게 당연하지.”최보라는 그들의 뒷담화에 끼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남은 이들은 작당 모의를 시작했다.“지금 정훈이한테 전화해 보는 거 어때?”세 사람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오지훈이 휴대폰을 꺼내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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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오지훈도 뒤늦게 밀려오는 뒷감당의 무게에 겁이 났는지 스스로를 다독였다.“그래도 내 진심은 알아주겠지? 내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다 두 사람 이어주려고 그런 건데.”한편, 주방에서는 최보라가 송남지를 돕는 척하며 툴툴거리고 있었다.“하정훈은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널 무슨 전염병 피하듯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저럴 것까지 있나?”가십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민지현이 달궈진 프라이팬에 파와 마늘을 넣으며 슬쩍 물었다.“하 대표님이 관장님을 왜 피하는 거죠?”최보라가 앞뒤 재지 않고 팩트를 날렸다.“남지 옆에 얼마 못 있을까 봐 지레 겁먹은 거죠!”송남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꽂히자 보라는 얼른 입을 다물고는 입술을 삐죽이며 눈을 뒤집었다.“됐어, 그 재수 없는 남자 얘기는 관두자.”최보라는 화제를 빠르게 전환했다. 그녀는 민지현의 훌륭한 요리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대박, 민 실장님이랑 같이 사는 남자는 정말 행복하겠어요. 냄새가 정말 예술이에요!”말하면서 최보라는 과장되게 손부채질을 하며 코끝으로 냄새를 실어 날랐다. 음식의 향기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시는 모습이었다.그러자 민지현이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꼭 남자여야 할 필요 있나요? 맛있게 드셔주시면 그만이죠. 보라 씨도 제 요리 생각나면 관장님네 집에서 자주 뭉쳐요.”요리들이 하나둘 구색을 갖춰갈 무렵, 민지현이 비장의 카드인 농어 요리를 시작했다.“농어구이는 불 조절이 생명이라...”민지현이 독자적인 레시피를 읊조렸고 최보라는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송남지의 미간이 서서히 일그러지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송남지는 속이 울렁거렸다. 분명 비린내가 심한 생선도 아니고 민지현의 솜씨 덕에 향긋한 냄새만 가득한데 왜 자꾸 코끝에 비린내가 강하게 맴도는지 모를 일이었다.민지현이 오해할까 봐 송남지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피했다.공간 탈취제를 뿌려 비릿한 공기를 걷어내고 나서야 송남지는 비로소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었다.최보라가 사람들에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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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거실 안은 금세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오지훈이 최보라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정훈이처럼 고집스럽고 답답한 인간은 진짜 처음 봐.”하정훈의 말과 행동은 송남지와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뜻이었지만, 정작 참아야 할 순간에는 참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최보라는 하정훈의 말투를 흉내 내며 작게 읊조렸다.“이사 축하해.”오지훈이 최보라의 코끝을 톡 건드렸다.“왜 이렇게 귀여운 척이야?”곽지민이 적절히 끼어들며 주의를 주었다.“너희 둘, 적당히 좀 해. 사람들 다 있는데 여기서 꼭 이렇게 티를 내야겠어?”오지훈은 개의치 않고 최보라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능청스럽게 대꾸했다.“이건 티 내는 게 아니라, 찐 사랑이거든.”유경태는 그 모습을 보며 질린다는 듯 눈을 흘기며 콧방귀를 뀌었다.반면 송남지는 하정훈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문가로 다가갔다. 그녀는 하정훈의 손에서 케이크를 건네받으며 살짝 미소 지어 보였고 곧 몸을 돌려 그가 들어올 자리를 내주었다.“마침 딱 맞춰 왔네요. 이제 막 밥 식사하려던 참이었거든요.”하정훈은 평소처럼 고고하고 차가운 표정을 유지할 뿐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그는 시선을 던져 송남지의 새집을 가볍게 둘러보며 생각했다.‘묵란펜트 주 사장이 일은 제법 깔끔하게 했군.’펜트하우스는 그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가구만큼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정훈이 식탁 쪽으로 걸어와 오지훈을 빤히 응시했다.그의 눈빛에는 은근한 경고가 서려 있었다.곽지민에게는 아주 익숙한 시선이었다.한때 하정훈이 지독할 정도로 자신을 견제하던 시절, 모임 때마다 그가 보내곤 했던 바로 그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하정훈이 이대로 상황을 순순히 넘길 리는 만무했다.곽지민은 오지훈에게 ‘너 알아서 잘해봐라'라는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오지훈은 하정훈의 눈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자리에 앉은 하정훈은 식탁 위에 차려진 요리를 보며 눈빛에 짧은 의아함을 내비쳤다.그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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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하지만 생선 살이 입가에 닿기도 전에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송남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린 채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갑작스러운 소동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오지훈이 농담을 던졌다.“하 대표, 요즘 남지 씨가 널 많이 싫어하나 봐? 네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네가 나타나자마자 속이 안 좋다고 하는 걸 보니 말이야.”하정훈이 어두운 눈빛으로 오지훈을 훑었다.그러자 오지훈은 장난스럽게 최보라의 품속으로 숨어들었다.“자기야, 나 너무 무서워!”최보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너 언제부터 이렇게 가식적이었니...”화장실로 들어간 송남지가 한참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자, 하정훈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워낙 넓은 펜트하우스라 화장실만 해도 여러 군데였다.송남지가 들어간 화장실은 복도 끝까지 걸어가서 코너를 한 번 더 돌아야 나오는 곳이었다.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완벽히 차단된 공간이었다.송남지는 세면대 거실 앞에서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을 받아 얼굴에 연신 끼얹었다.시원한 감촉이 닿자 그제야 지독한 비린내가 가시는 듯했고 답답하게 막혔던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깊은숨을 내쉬는 찰나, 문밖에서 하정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송남지, 괜찮아?”99%의 무심함 속에 아주 미세한 1%의 걱정이 섞인 목소리였다.송남지는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열고는 무심하고 냉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하정훈을 향해 한쪽 눈썹을 치켜세웠다.“뭐야? 내 걱정이라도 하는 거예요?”하정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아니.”“그럼 여기까지 쫓아온 이유는 뭔데요?”송남지는 그의 속을 다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비스듬히 선 채 그를 세밀하게 관찰했다.하정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가벼운 말투로 대답했다.“화장실 좀 쓰려고.”송남지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사람이 무언가를 숨기려 할 때는 항상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을 늘어놓기 마련이다.“여기까지 오면서 화장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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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하정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언제나 그녀 곁에서 그녀를 헐뜯는 자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그 모습에 송남지가 무심코 미소를 흘렸다.하정훈은 그 찰나의 미소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방금 찬물로 세수를 한 탓에 물방울이 머리카락과 뺨에 가늘게 맺혀 있었고 가느다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이마 옆에 달라붙어 있었다.그녀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이토록 섬세한 부분에서 빛을 발했다.송남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화장실 쓰실 거잖아요? 그럼 통행료는 내실 건가요?”하정훈은 찰나의 욕심을 숨기려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글쎄, 일단 말해봐. 낼지 말지는 듣고 나서 결정할 문제니까.”부탁을 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송남지의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서경 예술 전시관, 성은 그룹 소유 맞죠?”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정훈은 송남지가 요구하는 통행료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하정훈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그런 비주류 사업까지는 내가 관여 안 해.”어른들의 세계에서 이런 말은 사실상 거절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송남지 역시 한 번에 승낙을 받아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그럼... 안 도와주시겠다는 건가요?”하정훈은 확답 대신 되물었다.“통행료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 안 해?”송남지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이건 진짜 목표가 아니었으니까.그녀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이게 너무 비싸요? 그럼 다른 거 하죠. 저한테 키스해 주세요. 그럼 비켜드릴게요.”하정훈은 그 말을 듣고 3초간 굳어버렸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그는 조건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그 찰나 송남지가 그의 손목을 정확히 낚아챘다.송남지는 그를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하정훈은 본능적으로 뿌리치려다 혹시라도 그녀가 다칠까 봐 저항을 멈췄다.대신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기세를 꺾으려 했다.하지만 송남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오히려 하정훈이 가만히 있자 더 대담해졌다.“설마 이 정도 통행료도 내기 싫은 거예요?”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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