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날, 송남지는 지인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열었다.그녀의 시선은 하정훈과 나눈 대화창에 머물러 있었다.초대를 보냈으나 돌아온 건 최근 바빠서 어렵다는 공식적인 답변뿐이었다.연락조차 없던 초창기를 지나, 이제는 철저히 사무적인 거리감만이 남은 대화창이었다.그때 집들이 선물을 들고 활기차게 들어선 최보라가 송남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무심결에 화면을 엿보고 말았다.최보라가 찰나의 정적과 함께 위로의 말을 고르려던 찰나, 송남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정훈이 업무 때문에 바빠서 못 온대. 우리끼리 맛있게 먹자.”곽지민과 유경태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지인들조차 한자리에 모인 이 마당에 하정훈이 불참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다들 속으로만 생각할 뿐 밖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내 요리 실력은 영 꽝이라, 오늘 특별히 고수를 한 명 모셨어요. 자, 고수님 등장!”민지현이 쑥스러운 듯 사람들 앞에 나섰다.“요리왕의 정체가 결국 이렇게 밝혀지네요. 가요, 관장님, 주방에서 나 좀 도와줘요. 오늘 식사는 관장님도 공을 들여야죠.”송남지와 민지현이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했다. 반개방형 주방이었지만 워낙 대형 평수라, 거실에 모인 사람들의 소곤거림은 주방까지 닿지 않았다.거실에서 곽지민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오지훈을 쳐다보며 물었다.“정훈이 요즘 많이 바빠? 왜 안 온대?”유경태도 볼멘소리를 냈다.“나도 어제 수술 끝나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귀한 휴식 시간 쪼개서 온 건데, 정훈이가 안 오다니...”오지훈은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정훈이 요즘 콘셉트가 ‘꽈배기 남자’거든. 남지 씨랑 절대 화해 안 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라, 안 오는 게 당연하지.”최보라는 그들의 뒷담화에 끼고 싶지 않다는 듯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남은 이들은 작당 모의를 시작했다.“지금 정훈이한테 전화해 보는 거 어때?”세 사람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내 오지훈이 휴대폰을 꺼내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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