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사람이 죽은 뒤, 그 사람의 사진이 놓인 자리 앞에서 여러 명의 건장한 남자들에게 차례로 유린당하는 일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 자극을 떠올리자 같은 남자인 재환조차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러나 시정이 저질러 온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들을 떠올리면, 그녀가 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적어도 지금 이 순간, 재환은 살아 있었다.재환은 다가가 밧줄로 시정의 손목을 단단히 묶었다.그리고 마치 해진 걸레를 끌 듯 시정을 침실에서 거실로 질질 끌어냈다.별아를 보자 흐릿하던 시정의 눈빛이 눈에 띄게 또렷해졌다.“송별아, 네 동생 죽었지, 네 엄마도 죽었지. 너희 집안, 이제 거의 다 죽었네.”시정은 충혈된 눈으로 별아를 노려보며 과장되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히죽 웃었다.“너도 곧 죽을 거야. 너까지 죽으면, 제일 행복한 건 나야...”시정의 얼굴은 악귀처럼 흉측했고 입가에 걸린 웃음은 잔인하고 독했다.별아는 참기가 어려웠다.짝!“소시정, 이건 별현이 몫이야.”힘을 잔뜩 실은 손바닥이 시정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다.고개가 돌아간 순간, 별아는 다시 손을 올렸다.짝!“이건, 우리 엄마 몫이고.”“강 비서, 소시정 좀 잡아.”별아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은 톤이었다.‘소시정 같은 인간한테 고작 뺨 두 대로 끝낸다는 게 말이 되나?’시정은 오히려 더 미친 듯이 웃었다.이미 시정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하강준도 못 죽이고, 송별아도 못 죽였어.’‘대신 송별현을 죽였고, 거기다 하강준 장모까지 보냈잖아.’‘난 손해 본 게 없어.’“때려, 죽여 봐. 내가 죽어도, 네 가족은 안 돌아와. 네가 살아 있는 한, 고통은 끝이 없을 거야. 그걸로 충분해.”“송별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건 알아. 근데 네가 진짜 미워해야 할 사람은 하강준 아니야?”“하강준이 없었으면 네 가족이 이런 일을 겪었겠어?”“하강준이 진짜 원흉이야. 네 가족을 죽게 만든 것도 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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