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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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수지는 사십구재를 위한 제사용품을 잔뜩 준비해 왔다.별아와 함께 하나하나 꺼내 남선애와 별현의 묘 앞에서 모두 태웠다.이겸도 왔다. 함께 남선애와 별현을 마지막으로 배웅하고 싶다고 했다.별아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수지와 이겸은 정이 깊었다.적어도 강준보다는... 훨씬.제사를 마친 뒤, 이겸은 별아를 위로하는 말을 오래 건넸다.잠시 어디 앉아 쉬자고 했지만, 집에서 전화가 계속 오자 이겸은 미안한 얼굴로 먼저 자리를 떴다.별아와 수지는 근처 카페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야, 야, 소시정 진짜 질기다. 그렇게 많은 약을 먹고도 안 죽다니.”수지가 혀를 찼다.“그 약, 외국에서 가축 낙태시킬 때 쓰는 거래. 진짜 세상 불공평하지 않냐? 나쁜 년들은 왜 이렇게 오래 살아.”‘나쁜 사람은 빨리 지옥에 가야 하는데...’별아는 작게 웃었다.‘소시정이 살아 있는 건... 명줄이 질긴 게 아니야.’‘하강준이 죽을힘을 다해 살려냈을 뿐이지.’‘봐. 하강준은 그렇게 소시정을 사랑해.’“수지야, 하강준 있는 한 소시정은 쉽게 안 죽어.”‘하강준이랑 소시정은 그냥 둘이서 평생 묶여 살아.’‘난, 내 남은 인생을 그 두 사람한테 쓰고 싶지 않아.’“별현이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나 하강준한테 약속했어. 이혼 안 하고, 아이도 낳겠다고.”“뭐?”수지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야, 미쳤어? 하강준 같은 더러운 인간이랑 이혼도 안 하고, 애까지 낳아? 별현이랑 어머니가 왜 그렇게 됐는데... 하강준이랑 소시정 때문이잖아.”“그때는 상황이 너무 급했어.”별아는 조용히 말했다.“하강준이 별현이한테 피 안 주면 어떡하나, 그게 너무 무서웠어.”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에는 분명 충동적인 면이 있었다.하지만 별아는 후회하지 않았다.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별현을 살릴 수 있다면... 똑같이 선택했을 것이다.수지는 그 마음을 이해했다.‘하강준 같은 개자식한테 약속 지킬 필요 없어.’“약속은 약속이고 안 지키면 그만이잖아.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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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별아는 굳이 강준을 비꼬고 싶지는 않았다.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끝내 참지 못했다.강준은 그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랑 소시정이 어떻게 같아.”“뭐가 달라?”별아가 되묻자 강준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별아, 난 너랑 제대로, 끝까지 가고 싶어. 알잖아. 난 널 그렇게 사랑해. 내 인생에 네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돼. 과거는... 그냥 지나간 대로 묻어두자. 응?”별아는 쓴웃음을 삼켰다.‘말은 참 쉽다.’‘과거는 묻어두자니.’‘피로 범벅이 된 세 사람의 목숨이 어떻게 과거가 될 수 있지?’‘하강준이 말하는 사랑이란 대체 뭐야?’‘누군가 곁에 있으면, 밤새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사랑.’‘아무도 없을 땐, 나한테 와서 따뜻함을 찾는 사랑.’‘왜?’‘내가 왜 그래야 하지?’‘나는 하강준의 개가 아니야.’‘부르면 꼬리 흔들며 달려갈 이유도 없어.’‘이 관계에는... 분명히 치러야 할 핏값이 있다.’“나, 이제 지쳤어.”별아는 더 이상 강준과 이런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이미 마음은 오래전에 죽어버렸다.말을 한마디 더 보태는 것조차,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별아는 강준의 큰 손을 조용히 치워내고, 불을 끈 뒤 등을 돌렸다.강준은 제대로 말도 못 꺼내고 눌린 기분이 들었다.화는 쌓였지만, 풀 데는 없었다.그렇게 그날 밤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다음 날.별아는 일부러 시정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다.간호사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시정은 간신히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였다.‘그래서였구나.’‘어젯밤, 하강준이 그렇게 기분 좋게 술을 마신 이유가.’별아는 속으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병실 문 앞에 선 별아는,문 위쪽의 투명한 유리창 너머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희미하게 부서진 빛 아래, 침대에 누운 시정의 얼굴은 창백했고, 핏기라고는 전혀 없었다.손목에 꽂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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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내연녀에 대해, 백화순은 분명히 증오하고 있었다.별아는 그걸 단번에 알아차렸다.백화순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기 때문이다.‘저 아줌마... 바람난 자기 남편 생각이 난 거겠지.’“여사님...”별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요즘 어린 여자들,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돈 좀 있는 남자만 보면, 마치 상어가 피 냄새 맡은 것처럼 귀신같이 알고 달려듭니다.”“그 남자에게 가정이 있는지, 아내와 아이가 있는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죠. 선을 지킨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경우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고요.”백화순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런데 말입니다.”별아는 말을 멈추고, 커피잔을 우아하게 들어 한 모금 천천히 마셨다.“소시정 씨가 여사님 앞에서 보여준 그 ‘일편단심’은... 솔직히 좀 납득하기 어렵더군요.”별아의 시선이 백화순을 향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말을 조금 험하게 하자면요,”“소시정 씨는, 돌아가신 분을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여사님 앞에서는 돌아가신 아드님을 그리워하는 척... 지극정성이고, 순진한 척 연기하면서...”별아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그리고 짧게, 체념한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실상은, 저희 남편과...”잠시 멈춤.“아이까지 가졌습니다.”“뭐라고요?”“아이까지... 가졌다고요?”백화순은 눈을 크게 뜨고 얼어붙었다.별아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술을 다물었다.“다행히도요,”“하늘이 도왔다고 해야겠죠.”“그 아이는... 제가 없앴습니다.”“아이 없앤 거, 잘하셨어요.”백화순은 이를 악물듯 말하며, 찻잔을 세게 움켜쥐었다가 단숨에 들이켰다.“그런 싸가지 없는 년은, 애 낳을 자격도 없어요.”“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우리 찬훈이만 그렇게 사랑한다더니...”“만날 때마다 금붙이에 명품에...”“아휴, 더럽다, 정말 더러워.”“여사님,”별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을 이었다.“여사님은 참으로 분별력 있으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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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지나가던 사람들의 말이 한마디, 한마디씩 별아의 귀에 꽂혔다.남자는 돈이 생기는 순간, 새로움이라는 자극을 이기지 못한다.여자는 결국, 남자들이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내세우는 증표일 뿐이다.남자가 돈 좀 쓰면서 어깨를 펴는 것까지야, 그럴 수도 있다.하지만 그 얄팍한 계산을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사용하며, 진심으로 곁을 지켜준 조강지처를 짓밟는다면, 그건 죽어 마땅한 짓이었다.본처가 내연녀를 붙잡은 현장은 여전히 아수라장이었다.내연녀가 어떤 얼굴로, 어떤 사연으로 남의 가정에 발을 들였든 결말은 대개 하나였다.본처가 패배를 인정하고, 부부라는 외형적인 평화를 유지하는 대신 남편과 내연녀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그 분노와 억울함을 과연 누가 삼킬 수 있을까?재벌가나 상류층의 결혼은 겉으로는 체면을 지키지만, 그 평온은 늘 본처의 침묵과 인내를 대가로 얻어진다.이런 평범한 사람들처럼 거리 한복판에서 얼굴이고 뭐고 다 버린 채 서로 잡아 뜯으며 정의를 요구할 수조차 없다.별아는 그 어둠의 규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돌아서서 별아는 한 명품 매장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말 그대로 ‘큰돈을 쓰는 소비’를 시작했다.강준은 핸드폰으로 결제 알림 문자를 받자마자 순간적으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가 놀란 건... 금액이 아니었다.별아가 드디어 자기 카드로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오히려 강준의 마음 한켠에는 아주 미묘한 쾌감이 스며들었다.강준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여보, 뭐 샀어?”[그냥 좀 마음에 드는 것들.]별아의 목소리는 예전과 다를 바 없이 평온했다.“근데 몇 개는 한정판이라... 좀 비싸긴 해.”[괜찮아. 마음에 들면 사.]별아는 살짝 달콤한 톤으로 대답했다.“고마워, 여보.”그 한마디에 강준의 마음이 묘하게 흔들렸다.오래전에 잊고 있던 감각이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자연스레 어깨도 더 펴졌다.[여보한테는 그런 거 안 따져.]별아는 정말로 전혀 사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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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시정은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몸이 좀 안 좋아서요’라는 말로 얼버무리며 넘어가려 했다.백화순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몸이 안 좋아? 참 좋은 핑계다, 소시정.”“돈 많은 놈 내연녀 노릇 하다가 애 떨어져서 병원에 실려 온 거잖아. 사람답게 살 수는 없었어? 멀쩡한 여자가 왜 내연녀가 돼?”“그래, 딱 너답구나. 그럴 줄 알았어.”그 순간, 시정은 모든 걸 깨달았다.‘송별아...’‘이모한테 다 말했구나.’시정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백화순의 팔을 붙잡았다.“아니에요, 이모.”“사실 아니에요.”“정말 아니에요.”“제가 사랑한 사람은 항상 찬훈 씨뿐이었어요.”“찬훈 씨가 죽고 나서... 제 마음도 같이 죽었어요.”“저는 오직 찬훈 씨의 복수만 생각했어요.”“저는 내연녀가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내연녀가 아니면...”백화순은 냉정하게 말을 끊었다.“나한테 준 그 돈은 어디서 난 건데?”백화순은 더럽다는 듯 시정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너 참 뻔뻔하다. 나한테 와서는 찬훈이 여자 행세 다 해 놓고, 뒤에서는 다른 남자 침대 오르내리고. 안 더럽니?”“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시정은 울먹이며 반복했다.아무리 설명해도 백화순은 믿지 않았다.정확히 말해,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시정이 매달릴수록, 해명하려 애쓸수록 백화순의 얼굴에는 혐오가 더 짙어졌다.“예전엔 너를 며느리로 생각했어. 그래서 찬훈이 물건도 많이 줬지. 근데 이런 짓을 했으면, 찬훈이 물건 전부 다 돌려줘. 이제 끝이야. 우리 여기서 완전히 남이 되는 거다.”“그리고 다시는 우리 아들이랑 사귀었다는 말도 하지 마. 내가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어서...”찬훈의 유품은 시정이 살아갈 수 있게 버티게 해 주던 유일한 이유였다.시정은 생각했다.지금의 자신은 이미 강준의 처남과 장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곧 찬훈의 복수도 완성될 터였다.여기서 무너지면, 모든 게 헛수고였다.“이모...”시정은 다급하게 말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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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강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다정했다.지금의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다시 과거로 돌아온 이후, 별아는 처음으로 강준의 눈에서 자신을 향한 ‘감상’의 빛을 보았다.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소유자가 물건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시선에 가까웠다.강준은 아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그 아름다움을 자신의 손안에 단단히 붙잡고 있다는 확신을 즐기고 있었다.그 모든 메시지가 강준의 눈빛에서 넘쳐흘렀다.별아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혐오를 살짝 내리깐 속눈썹 아래에 숨기고,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엄마랑 별현이 세상 떠난 지 얼마 안 됐잖아.”“너무 밝은 색은 입기가 좀 그래서, 검은색으로 골랐어.”“넌...”강준은 단정하듯 말했다.“이 세상에 있는 어떤 색이든 다 소화할 수 있어.”그는 허리를 굽혀 코끝으로 별아의 코끝을 가볍게 비볐다.“우리 여보보다 예쁜 사람은 없어.”‘정말 역겹다.’별아는 속이 울렁거렸다. 당장이라도 토해 내고 싶었다.별아가 시선을 피하려는 순간, 강준의 손끝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여보...”남자의 목소리에는 숨기지 않은 욕망이 묻어 있었다.의도는 분명했다.별아는 강준의 가슴 쪽으로 밀려나듯 기대게 되었고, 목소리는 차가웠다.“난 싫어.”“왜 싫어?”“엄마랑 별현이 아직 백일도 안 됐어. 지금은... 그런 거 할 상황 아니야.”그 말을 꺼내는 순간, 강준이 아무리 엉망진창인 인간이라 해도 더는 밀어붙이지 못하리라는 걸 별아는 알고 있었다.강준은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알겠어. 나 샤워하고 올게.”강준은 욕실로 들어갔고 일부러 물을 차갑게 틀었다.별아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때,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흥신소에서 백화순과 소시정이 병실에서 격하게 다투는 영상이 도착해 있었다.영상을 끝까지 본 뒤, 별아의 입가에 아주 옅은 만족이 스쳤다.‘백화순은... 정찬훈이 죽은 뒤, 소시정이 붙들고 있던 유일한 버팀목이었어.’‘그게 완전히 무너졌으니 소시정이 미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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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너 정말 그렇게 하면 별아 씨가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해?”이겸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별아 씨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가장 약해졌을 때, 확실하게 자기편이 되어 감싸 주는 사랑이야. 불안하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그런 적 있었어? 네가 그렇게 해 준 적...”“내가 왜 너한테 판단을 받아야 하지?”강준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겸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이겸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마침 그 순간, 수지가 다가오고 있었다.이겸은 거의 수지에게 부딪힐 뻔했다.“괜찮으세요?”수지는 급히 이겸을 붙잡아 주고는 곧바로 강준을 노려보았다.눈빛에는 분명한 분노가 담겼다.“오늘이 어떤 날인지 잊었어요? 이렇게 중요한 날에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소란 피울 생각이에요? 하강준 씨, 사람답게 좀 행동해요.”강준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강준은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수지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할 말은 많았지만, 지금은 더 큰 충돌을 막는 게 먼저였다.“유 변호사님.”수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이제 별아 대신 나서서 싸우실 필요는 없어요. 별아는 별아 나름의 선택과 생각이 있어요. 정말 도움이 필요하면, 저나 변호사님을 직접 찾겠죠.”“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괜히 일을 키우지 않는 거예요.”이겸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제가 감정적으로 굴었어요.”“누가 잘했고 잘못했고의 문제는 아니에요.”수지는 조용히 말했다.“별아도... 사실 많이 힘들어요.”수지는 더 말하지 않고, 다만 한마디만 덧붙였다.“우리는 그냥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할 일만 합시다.”“네.”이겸은 낮게 대답했다....제사가 시작되었다.전문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엄숙한 의식이 이어졌다.별아는 송지국의 팔을 부축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모두가 고개를 숙였고 공기 전체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강준의 시선은 의식 내내 별아의 가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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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이겸은 조용히 차량 문을 열고, 담담한 눈빛으로 강준을 바라보았다.표정에는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었다.“강준, 너도 이제는 변할 때가 됐어. 지금 이대로면... 돌이키기 어려워.”엔진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이겸은 그대로 차를 몰아 자리를 떠났다.그 화면을... 그리고 두 남자의 대화를 모두 보고 들은 사람은 발코니에 서 있던 수지였다.수지는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저 하강준, 무슨 숨기는 병이라도 있는 거 아냐? 싸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있나? 자기만 대단한 줄 아는 사람이야? 진짜!!”수지는 몸을 돌려 별아 곁으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저런 저급한 남자의 유전자는 말이야, 그냥 하강준 대에서 끊어져야 해.”별아는 감정 없는 얼굴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안 끊겨. K시에만 가도 명문가 아가씨들 많아. 하강준 같은 남자, 서로 차지하겠다고 난리일걸.”수지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남자가 여러 여자한테 ‘갖고 싶은 남자’가 되려면 말이야, 돈이든 얼굴이든... 아니면 결국 성능이지. 하강준, 그쪽은... 강해?”공기가 미묘하게 어색해졌다.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이었다.별아는 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별아가 말을 아낄수록, 수지의 호기심은 더 커졌다.“야, 이 방에 우리 둘뿐이잖아.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네가 남자랑 원나잇을 하더라도 말이야, 상대가 얼마나 버티는지는 물어봐야 할 거 아니야?”수지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그냥 하강준을 원나잇 상대라고 생각해 봐. 그럼 자격은 있어?”별아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삐죽였다.“우린... 한참 안 했어. 일단 나부터 그럴 마음도 없었고.”“안 한 게 잘한 거야. 병 옮을 확률도 줄고. 요즘 여자들이 제일 무서운 게 뭔 줄 알아? 남자들이 밖에서 막 놀다 병 옮아오는 거야. 에이즈도 얼마나 많은데, 안전이 중요하지.”수지는 다시 처음 화제로 돌아왔다.“그래서... 예전엔 말이야, 하강준이 하룻밤에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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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다들 말하잖아요. 결혼은 멋지게 차려입고 인생의 고통으로 들어가는 거라고요.사모님 친구분은... 그런 남자를 만났으니, 정말 팔자 사납게 태어난 거죠.” 노숙현은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사모님, 그럼 그 친구분은... 결국 정말로...”“죽었어요. 자기 아이 얼굴도 한 번 못 보고...”그 고통은 별아에게 지금도 살을 벗기고 뼈를 긁어내는 듯한 형벌이었다.별아의 전생에서는 자기 혼자 죽었다.별아의 이번 생에서는 가족까지 끌어들여 죽게 했다.새로 쌓인 원한과 오래된 원한이 겹쳐진 지금... 별아가 어떻게 강준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살아갈 수 있겠는가?노숙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아기는요?”“보육원으로 보내졌어요.”“세상에... 적어도 아기는 사모님 친구분 남편의 친자식이잖아요. 자기 피붙이를 보육원에 보내다니... 그건 정말 천벌 받을 짓이에요.”노숙현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모님 친구분 남편은... 그냥 죽어 마땅한 인간이에요.”별아는 입꼬리를 씁쓸하게 끌어올렸다.“맞아요. 죽었어요.”잠시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제 친구가 출산 중에 세상을 떠났을 때, 그 남자는 내연녀 사진을 품에 안고 강으로 뛰어들어, 따라 죽었어요.”“그런 일까지 있었어요?”노숙현은 순간 말을 잃었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이게 무슨 막장 결말이야.’‘순애보? 내연녀 사진을 안고?’‘그렇게 사랑했으면, 그 여자 죽을 때 같이 죽지 그랬어.’“사모님... 저는 정말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살다 살다 이런 인간이...”‘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별아는 겨우 미소를 지었다.“그 남자랑 내연녀는 서로 꽤나 불같이 사랑했대요.”“사모님, 그걸 사랑이라고 부르세요? 저희는 그런 걸 업보라고 부르죠. 그 남자는 진작 죽어야 했을 인간이에요. 너무 늦게 죽어서 주위 사람만 더 괴롭혔죠.”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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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별아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마음에 들어.”강준은 그 말에 감정이 살짝 흔들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별아의 뒤로 돌아섰다.“그럼 내가 직접 해 줄게.”“그래.”강준의 손길은 유난히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분홍빛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희고 고운 피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별아의 분위기에 한층 더 깊은 여운을 더했다.강준은 충동적으로 별아에게 입을 맞추고 싶어졌다.그러나 별아는 아주 자연스럽게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피했다.“나... 배고픈데.”“아, 그럼... 먼저 밥부터 먹자.”순간 분위기가 살짝 식었지만, 강준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지금이 아니어도 기회는 많다고 생각했다.별아는 레드 와인을 몇 잔 마셨다.작은 얼굴에 서서히 붉은 기가 돌았고, 별아는 묘하게 나른해졌다.강준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고백하고 싶어졌다.“여보, 이번 생에 너랑 결혼한 거... 난 진짜 행복해.”강준은 별아의 손을 잡아 손바닥 안에서 천천히 어루만졌다.“네가 가끔 투정 부리고, 괜히 의심하고,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해도...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 난 여전히 널 사랑해.”별아는 조용히 강준을 바라보았다.술기운은 있었지만, 별아의 의식은 또렷했다.진심과 거짓 정도는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다.“자기야, 어떤 여자랑 결혼해도 다들 나름의 행복감은 느껴.”별아는 웃었다. 입가에 옅은 보조개가 패며 사람을 묘하게 끌어당겼다.“아니야. 난 어릴 때부터 우리 여보를 좋아했어.”강준은 이것이 로맨틱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별아의 귀에는 그저 공허하고 위선적으로만 들렸다.“그런 말 하지 마. 나는 네 첫사랑도 아니었잖아. 내가 너 좋아한 그 7년 동안, 너는 전 여친들이랑도 정리도 제대로 안 했고.”전생의 별아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그건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그 순간까지 사랑했기 때문이었다.강준은 살짝 난처해졌다.“그땐 어렸고, 철이 없었어. 미숙한 연애를 몇 번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사랑한 건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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