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휩싸인 시정을 보자마자 달려간 강준은 맨 손으로 불을 껐다.시정의 손목은 이미 심하게 그을려서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였다.“강준 오빠, 저... 방금...”시정이 먼저 울먹이며 강준의 품에 안겼다.떨리는 손끝으로 이겸과 별아를 가리켰다.“저 둘... 저 두 사람이...”강준의 날 선 시선이 이겸과 별아에게 꽂혔다.별아가 무사한 걸 확인한 뒤에야, 강준은 품에 안긴 시정을 내려다보았다.“무슨 일이야?”“저, 저... 오빠... 너무 아파요... 오빠, 나 병원에 좀 데려가 줄래요? 오빠...”강준은 시정의 상처를 한 번 훑어보더니, 단숨에 그녀를 들어 올렸다.“이겸, 네가 별아 집에 데려다 줘. 난 시정이부터 병원에 보내야겠어.”이겸이 급히 강준이를 붙잡으려 했지만, 별아가 막아섰다.“하강준의 눈에는... 소시정밖에 없어요. 이번에도 하강준은 소시정을...”별아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전생도, 이번 생도...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무너지다니.’‘제일 아픈 건, 사실 아무 감각도 없다는 거야.’휘청이며 밖으로 걸어 나간 별아에게 달빛이 드리웠다.차갑고 고요한 빛이 길을 감싸고 있었다.“유 변호사님, 저기요. 오늘 달, 참 밝고 둥그네요.”뜨겁게 젖어드는 눈가를 손으로 살짝 가렸다.‘나도 참 한심하지. 이렇게까지 상처받고도 또 울다니.’“별아 씨, 강준이는... 별아 씨를 걱정하는 거예요.”이겸이 몇 마디 변명처럼 건넸지만, 별아는 듣고 싶지 않았다.전생에서도, 강준은 똑같이 자신을 버렸다.강준은 별아가 죽길 바랐다.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유 변호사님, 그만 돌아가시죠.”그때 경진이 허겁지겁 따라 나왔다.“누나.”별아가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경진의 눈에는 분명한 죄책감과 미안함이 가득했다.한참을 머뭇거리던 그가 겨우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누나.”별아는 ‘괜찮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차갑게 시선을 거두고, 담담히 등을 돌렸다....병원.의사가 시정의 손목과 팔의 화상을 치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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