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191 -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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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화

강준은 여전히 부드러운 시선으로 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지금은 이 얘기 하지 말자. 장인어른도 아프시고, 너도 마음의 여유가 없을 거라는 거 알아. 나도 이해해. 장인어른 상태가 좀 나아지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별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하강준은 늘 내 앞에서 이렇게 모르는 척하지.’‘시간이 지난다고 상처가 흐려지는 건 아닌데.’별아는 눈을 감았다.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두 줄로 흘러내렸다.강준은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별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하나씩 입술로 닦아냈다.“울지 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든,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별아는 힘없이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강준이 감정에 젖어 키스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아무 반응도 없는 모습은, 마치 감정이 빠져나간 인형 같았다.“내가 임신했기 때문에 하씨 가문에서 마침 후계자가 필요해서 이러는 거라면, 이 아이... 지울 수도 있어.”잔인해서가 아니었다.그저 완전히 끝내고 싶었을 뿐이었다.“난 네 용서만 바라는 거야. 아이 때문도 아니고, 누구 때문도 아니야, 여보...”별아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 강준이, 떨리는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난 널 사랑해. 과거의 모든 걸 후회하고 있어. 기회가 한 번만 주어진다면, 난 정말로 바뀔 수 있어. 무엇보다 네가 자신을 해치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제발, 잘 지내야 해.”강준은 별아를 꽉 끌어안고,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목덜미에 묻었다.이내, 따뜻한 물기가 그의 셔츠 안으로 스며들었다. 별아의 눈물이었다.그때 갑자기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쾅!호진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차량 창문을 거칠게 내리치고 있었다.몇 차례 더 이어지자, 방탄유리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차 문을 열고 내린 강준이, 분노한 표정으로 호진을 노려보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 남의 재산을 파손했으니 신고하면 바로 경찰서행이야.”호진은 방망이를 바닥에 던져 버리고, 곧바로 차 안으로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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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이겸은 별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고, 그에 대해 특별히 놀라운 기색도 없었다. 그는 그저 강준을 한 번 바라보더니, 입가에 옅은 비웃음을 띠웠다.“그러길 바라겠지.”담담한 말투였지만, 묵직한 그 한마디가 은근히 강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강준이 막 감정을 드러내려는 순간, 별아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이겸에게 말을 걸었다.“정말이에요? 그렇다면 너무 다행이에요. 언제쯤 만나 뵐 수 있을까요?”“지금이요. 이미 약속은 잡아 놨고, 바로 가면 됩니다.”“네, 좋아요.”별아는 더 망설이지 않고 이겸의 옆으로 이동했다.강준이 뒤에서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지만, 별아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별아가 이겸의 차에 오르자, 이겸이 조용히 음료 하나를 건넸다.“갓 짜낸 주스예요.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요.”“감사합니다.”별아는 잔을 받아 작은 모금만 입에 머금었다.이겸은 백미러로 별아를 슬쩍 훑어보았다.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보였다.“별아 씨, 송 회장님 병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좋아지실 겁니다.”“그러면 좋겠네요.”의사와의 약속 장소는 조용하고 정갈한 분위기의 카페였다.의사는 각종 검사 자료를 한 장 한 장 살펴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우리 아버지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가요?”“심장 질환은 오래된 병력이네요. 연세도 있으시고요. 지금 상태라면, 향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술을 권합니다. 나이가 더 들면 심장이 부담을 견디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결국 결론은 심장 이식이었다.쉽지 않은 문제였다.“보존적 치료는요?”“보존적 치료로는 최대 십 년 정도, 비교적 안정적인 심기능을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그 이후는...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습니다.”의사는 고개를 저었다.별아는 그제야 상황을 명확히 이해했다.“알겠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의사가 자리를 뜬 뒤, 이겸은 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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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사위분 아니신가요? 회장님, 정말 복이 많으십니다. 다들 사위는 반 아들이라고 하잖아요. 회장님 사위분은 친아들이랑 다를 게 없네요.”“보세요, 저렇게 바쁘게 오가면서 차도 타 오고 물도 챙겨주고, 저 인내심이 우리 집 아들보다 훨씬 낫다니까요. 불평 한마디 없이 저렇게 하는 거 보니 제가 다 부럽네요.”“따님도 임신하신 것 같던데, 저런 사위면 앞으로 분명 좋은 아버지가 될 거예요. 회장님, 이제 진짜 편히 사시겠어요.”“...”병실 사람들의 연이은 칭찬에, 이겸과 송지국 모두 난처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외부 사람들 앞에서 송지국은 굳이 설명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송지국이 조용히 이겸에게 말했다.“다들 그냥 추측해서 하는 말들이네. 마음에 담아두지 말게.”“괜찮습니다, 회장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별아 씨도 이혼했고, 저도 별아 씨를 정식으로 만나보고 싶습니다.”이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송지국은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이겸은 직업도, 집안도, 인품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 면을 봐도 훌륭했다.그래서 더 문제였다.유씨 가문이 임신 중인 여성을 며느리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솔직히 말하자면, 이겸의 부모는 그것을 가문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일지도 몰랐다.아버지로서, 송지국은 딸이 그런 상처를 받을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걸 원치 않았다.아직 별아와 이겸의 관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서, 조심스럽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별아가... 자네를... 그쪽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회장님, 저는 진심입니다. 오래전부터 별아 씨를 좋아해 왔습니다. 그래서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송지국은 이겸의 직설적인 태도에 잠시 말을 잃었다.“자네가 별아를 만나고 싶다는 걸, 별아 본인은 알고 있나?”이겸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 아직 직접 말할 용기는 없었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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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너랑 내가 같아? 나는 떳떳해. 그런데 넌 뭐야? 남의 행복을 훔쳐보던 것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사람까지 훔치려 드는 도둑이야. 뻔뻔하다고 말해주는 것조차 너한테는 과분해.”강준의 말은 조금의 여지도 없이 날카로웠다.이겸을 깎아내리며, 알아서 물러나라는 뜻을 노골적으로 담고 있었다.이겸은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저 강준을 가볍게 훑어본 뒤, 담담하게 웃었다.“네가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말에 시간 쓸 여유가 없거든.”그는 그대로 차 문을 열고 몸을 숙여 올라탔다.엔진 소리가 커지더니, 차는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남은 것은 노골적인 무시뿐이었다.강준은 마치 파리라도 삼킨 사람처럼 속이 뒤틀렸다.그래도 감정을 억누르고,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강준의 손에 든 선물들은 모두 자신이 직접 고른 고가의 물건들이었다.“장인어른, 제가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송지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별아 역시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강준은 어색하게 코끝을 한 번 문질렀다.“장인어른, 해외에서 심장 분야로 유명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두었습니다. 며칠 안으로 오셔서 진료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같이 선택하시면 됩니다.”그는 진심으로 병문안을 왔다.송지국과 별아가 받아들이든 말든, 자신이 할 수 있는 도리는 다하고 싶었다.“요즘 제 일정도 그리 바쁘지 않아서요. 제가 여기 남아서 별아랑 같이 장인어른을 돌볼 생각입니다. 나중에 의료진이 오면, 교수님들과 소통하는 것도 제가 맡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장인어른 생각은 어떠세요?”송지국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그때, 별아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네가 혼자 장인어른 돌보는 거, 너무 힘들잖아. 난 그게 마음 아파.”강준은 한층 더 감정을 담아 말을 이었다.“난 남자야. 남자가 남자 돌보는 게 훨씬 수월해.”“호진 씨는 남자 아니야? 힘도 있고, 세심하기도 해.”별아는 고개를 돌려 강준을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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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별아는 강준의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마치 가슴을 조여 오는 무언가가 목까지 차오르는 듯했다.별아는 강준을 밀쳐내고 병원 건물 밖으로 빠르게 걸어 나왔다.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자, 그제야 숨이 조금 트였다.‘하강준은... 악마일까.’‘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몰라.’별아는 곧바로 호진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 전달한 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지금은 무엇보다도 강준을 피하고 싶었다.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별아가 집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강준이었다.그는 별아가 집에 있다는 것도,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시간이 한참 지난 뒤, 별아는 지친 표정으로 결국 문을 열었다.“하강준, 너 정말 끝이 없구나. 나를 이렇게까지 괴롭혀야 해? 나를 좀 놔두면 안 돼? 좋게 끝내는 게 그렇게 어려워?”충혈된 별아의 눈을 보는 순간, 강준의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그러나 별아가 아무리 밀어내도, 강준은 그녀를 놓지 않았다.“별아, 넌 모르겠지만 난 어릴 때부터 엄마 없이 컸어. 내가 얼마나 모성이라는 걸 갈망했는지, 너희는 상상도 못 해.”“나한테 엄마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그분이 위독하다는 걸 알았을 때, 난 정말 모든 걸 내던지고라도 살리고 싶었어.”강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여보, 미안해. 내 이기심 때문에 네가 그렇게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거 알아. 내가 죽어 마땅한 짓을 했다는 것도 알아. 그래도... 그래도 내가 너한테 진 빚을 갚고 싶어.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줘.”강준은 알고 있었다.어떤 말을 해도 이미 생긴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출 수 없었다.‘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별아를 선택했을 텐데.’별아의 마음은 흔들렸다.그러나 그녀의 고통은, 강준이 말하는 그 어떤 불행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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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전생에서 강준이 별아를 쫓아다니며 구애하던 시절이 있었다.요리 같은 사소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에 갈 때조차 강준은 별아를 안아서 데리고 가려고 했다.그만큼 강준의 사랑은 뜨거웠고, 모든 게 자발적이었다.별아는 그때, 자신이 제대로 된 사람과 결혼했다고 믿었다.그러나 별아는 잊고 있었다.남자의 신선함은 생각보다 훨씬 짧다는 것을.너무나 짧아서 별아가 강준을 사랑하지 않게 되기도 전에, 이미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주방 쪽에서 소리가 나자, 강준은 손을 닦으며 나왔다.“깼어? 소고기버섯죽 끓였어. 조금이라도 먹어.”강준의 목소리는 원래도 듣기 좋은 편이었지만, 이렇게 일부러 낮추고 부드럽게 말할 때는 사람을 현혹시킬 만큼 그럴듯했다.하지만 지금의 별아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왜 아직 안 갔어?”별아는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어서 소파에 몸을 기대듯 앉았다. 피로가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다.조심스럽게 별아 옆에 앉은 강준이, 아이를 달래듯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밥 먹는 것만 보고 갈게.”별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시선이 마주쳤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낯설음만 가득했다.별아에게 있어서, 강준이 이렇게 행동으로 매달리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강준도 지쳐 있었지만, 별아는 그보다 훨씬 더 지쳐 있었다.“소용없어. 이런 쓸데없는 짓 그만해.”“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강준이 웃으면서 말했다.별아는 괴로운 듯 고개를 저었다.“난 널 용서하지 않아. 네가 뭘 하든.”별아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별아는 인정했다.가끔은, 정말로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그건 강준을 아직 사랑해서가 아니었다.과거의 자신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다시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었다.그 기억을, 그 감정을, 수없이 되새기는데... 그걸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입술 깨물지 마.”강준은 손끝으로 별아의 입술을 스치듯 만지며 말했다.눈에는 아낌없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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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오학영은 K시 사람이다.별아와 강준의 사정을 아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었지만, 대강의 소문 정도는 이미 귀에 들어온 상태였다.“송 사장님이 이혼하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그렇다면 이 아이는...”오학영은 몸을 앞으로 쭉 내밀며 별아의 배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말투와 시선 모두 무례했다.“지금 시기라면 하 대표님 아이는 아닐 것 같은데요?”“오 사장님.”재빨리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든 도설이 자리에 앉으면서, 아주 공손한 웃음을 지었다.“그건 저희 송 사장님의 개인사라서요. 굳이 이런 자리에서 말씀 나눌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비켜.”오학영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도설을 거칠게 밀어내더니, 다시 별아 옆으로 바짝 다가앉았다.“송 사장님, 우리도 오래 거래해 온 사이잖아요. 그런데 이건 좀...”오학영은 다시 별아의 배를 가리켰다.“이 아이가 정말 하 대표님 아이가 맞습니까?”“오 사장님.”별아는 고개를 들어 오학영을 바라보았다. 작은 얼굴에는 싸늘한 기색만 있었다.“오늘 이 자리는 협력 건 때문에 마련된 겁니다. 계약 얘기를 하실 건가요, 아니면 가십을 캐실 건가요?”예전의 오학영은 별아를 나름대로 존중했다.하지만 그것은 전부 강준 때문이었고, 하씨 가문이라는 배경 때문이었다.이혼이 사실로 드러난 지금, 하씨 가문의 후광이 사라진 별아에게 예전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이유가 오학영에게는 없었다.“글쎄요, 꼭 하 대표님 아이일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하 대표님 아이가 아니라면, 그렇게 귀하게 굴 필요도 없고요. 이 술, 너무 사양하지 마세요.”오학영은 막무가내였다.그가 비서에게 눈짓을 하자, 곧 술잔이 별아 앞에 놓였다. 누가 봐도 강요였다.별아의 표정은 담담했다.‘이 사람은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어.’별아의 마음속에서 오학영은 조용히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도설이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 룸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강준이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테이블 위에 놓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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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그래서요, 오 사장님은 임신한 사람한테 술을 먹이겠다는 겁니까?”강준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는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오학영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오학영의 몸이 비틀거리며 옆으로 쏠렸다.“송 사장님이 누구 아이를 임신했든 상관없이, 임산부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 그 정도 상식도 없습니까?”“저, 저는...”오학영은 뭔가 변명하려고 했지만, 입을 여는 순간 스스로도 설득력이 없다는 걸 알았다.어떤 말로도 이 상황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강준은 혐오 섞인 시선으로 오학영을 내려다보다가 재환을 향해 말했다.“오 사장님한테 평생 잊지 못할 기억 하나 만들어 드려.”“네.”그 이후의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강준은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듯, 옷자락을 여미고 룸을 나왔다.사람들로 북적이는 홀 한가운데서도 강준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도설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고 별아에게 조용히 말했다.“사장님, 하 대표님 오셨어요.”그제야 넋을 잃고 있던 별아가 고개를 들었다.강준은 별아 앞에 서서,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눌렀다.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부드러웠다.“많이 놀랐지? 다음부터는 저런 사람들한테 굳이 체면 차릴 필요 없어. 네가 한 발 물러나면, 그런 사람들은 더 만만하게 보거든.”“나도 마실 생각은 없었어.”별아는 차분히 답했다.일이 중요하긴 했지만, 아이의 건강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짧게 고개를 숙였다.“우리는 먼저 가 볼게.”“내가 데려다 줄게.”강준이 별아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물어보는 투가 아니었다.“집 앞까지는 내가 가야 마음이 놓여.”강준은 그대로 별아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도설은 몇 걸음 따라가다가 멈췄다.‘아마... 두 분이 할 말이 있겠지.’차는 유난히 천천히 달렸다.강준은 일부러 속도를 줄였다. 이렇게 단둘이 있는 시간이 이제는 너무나 소중했다.한참을 침묵하다가, 강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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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체온계에 찍힌 숫자를 보는 순간, 별아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했다.분명 시력이 나쁜 편도 아닌데, 세상이 안개를 뒤집어쓴 것처럼 흐릿했다.39.5도.열이 다시 올랐다.머리가 어지러우면서 속도 메스꺼웠다.몸 상태가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별아는 더듬거리면서 핸드폰을 찾아 수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그런데 화면 잠금을 풀려는 순간, 시야가 급격히 흐려지는 걸 느꼈다.별아는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눈앞의 안개를 걷어내려고 애를 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눈앞은 여전히 뿌옇기만 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공포와 무력감이 몰려왔다.의식은 점점 흐릿해지면서 생각도 흐트러졌다.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마지막으로 남은 이성을 겨우 붙잡은 별아가, 손가락을 힘겹게 들어 음성비서 버튼을 눌렀다.“도와줘... 배수...한테 전화해 줘...”짧은 알림음이 울렸다.[통화 기록 상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하강준 님께 연결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전화는 자동으로 강준에게 걸렸다.공기 속에는 죽은 듯한 정적만 흘렀다.기다려도, 기다려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별아의 시야는 완전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남아 있던 희미한 빛마저 서서히 사라졌다.살아야 한다는 본능 하나로, 별아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그러나 운명은 잔인했다.시야를 잃은 채 내딛은 발이 허공을 디뎠고, 균형을 잃은 몸은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계단을 구르는 둔탁한 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렸다.“아...!”짧은 비명과 함께, 별아의 몸은 마지막 계단에 세게 부딪혔다.별아는 본능적으로 배를 끌어안았다.순식간에 몰려드는 통증이 파도처럼 몸을 덮쳤다.그리고 그 아래로 천천히 퍼져 나가는 붉은 색.별아의 의식은 그 순간 완전히 끊어졌다....강준은 굳은 얼굴로 묘원을 내려왔다.어머니의 유골함을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 그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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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별아...”강준은 병실 문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왔다.그 순간, 이겸이 별아의 손을 붙잡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고, 강준은 아무 생각 없이 이겸을 밀쳐냈다.“별아, 너... 너 왜 이래...”강준의 시선은 별아의 얼굴에 남은 상처와, 초점 없는 눈동자에 박혔다.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쳤다.“미안해, 내가 전화를 못 받았어. 정말 미안해...”별아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은 채, 얼굴을 반대편으로 돌렸다.“별아, 내가 네 곁에 있었어야 했어. 내가 잘못했어. 전부 내 잘못이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별아가 침묵할수록, 강준은 더 집요하게 사과를 반복했다.그때, 이겸이 강준의 팔을 붙잡아 병실 밖으로 끌어냈다.그리고 주저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별아 씨가 앞을 못 보게 됐다는 거, 알기나 해?”이겸의 주먹이 강준의 얼굴에 꽂혔다.“그 전화 한 통만 네가 받았어도, 조금만 더 일찍 돌아와서 병원에 데려왔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지도 몰라. 의사 말로는 말이야... 별아 씨 눈, 영구적으로 실명할 가능성도 크대. 다 너 때문이야, 하강준.”이겸은 강준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감정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다시 한번 주먹이 올라갔다.강준의 얼굴이 강하게 돌아갈 정도였지만, 그저 멍한 표정만 지을 뿐이다.‘별아가... 앞을 못 본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내가 나올 때는 열도 내려갔고, 조용히 자고 있었어.’‘모든 게 나아지고 있었잖아. 그런데 왜...’“하강준, 너 도대체 언제까지 별아 씨를 망가뜨릴 거야?”이겸의 목소리가 떨렸다.“앞을 못 보게 된 상태에서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어.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였어.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이도 이미...”이겸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눈가에 눈물이 맺혔다.한 마디 한 마디에 별아를 향한 극단적인 애정과, 강준을 향한 증오가 묻어났다.“그 아이, 네 아이잖아. 별아 씨가 네 아이를 품고 있는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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