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Bab 341 - Bab 350

481 Bab

제341화

하지만 별아가 강준에게 품은 감정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더 큰 이유는 부모에게 최소한의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은준에게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 그 정도였다.강준은 그 사실을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별아가 지금 당장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를 강요하지도 않았다.다만 하나의 조건만을 조심스럽게 꺼냈다.“네가 나랑 한번 해보겠다고 했잖아. 그럼... 우리 떨어져 지내지는 말자. 은준한테도 좋고. 은준이가 직접 말했어. 아빠랑 엄마가 떨어지는 거 싫다고.”그 말이 정말 은준의 입에서 나온 건지, 별아는 알 수 없었다.다만 은준이 강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같이 사는 것 자체는, 별아에게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침대는 따로 써.”별아가 말했다.강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 따로 자면 나 잠 못 자.”“너 점점 선을 넘는다?”별아가 강준을 노려봤다.강준은 대답 대신 별아를 번쩍 안아 올려 세면대 위에 올려놓았다.“선 넘을 거야. 나는 향기롭고 말랑한 여보 끌어안고 자야 돼. 대신 약속할게. 매일 깨끗이 씻을게. 응?”“하강준, 너 진짜 무슨...”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준의 입술이 덮쳐왔다. 별아가 거절할 틈도 없었다.강준은 별아의 손을 붙잡고, 하나씩 깍지를 끼웠다. 열 손가락이 완전히 맞물린 뒤에, 입맞춤은 더 깊어졌다. 조절하려 애쓰면서도, 갈망을 숨기지 못한 키스였다.별아는 서서히 그 흐름에 휩쓸렸다.좁은 공간 안에서 욕망과 해소가 겹쳐지는 시간이 흘러갔다....별아는 여전히 바빴다.반대로 호민은 이번 협상이 무산되면서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호민은 강준에게 먼저 연락해서 자리를 만들었다.조용한 카페 안.두 사람 모두 정장 차림이었다.젊은 시절의 날카로운 기세 대신, 묵직한 안정감과 예리함이 배어 있었다.“왜 불렀어? 내가 너 보고 싶어 할 것처럼.”강준의 말투에는 익숙한 까칠함이 묻어 있었다.둘 사이는 주먹으로 쌓은 관계에 가까웠다.가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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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강준은 씩 웃었다.호민의 능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예전에 괜히 자존심 세워 의사라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면, 호민의 사업 감각으로 볼 때 K시의 배성그룹이 지금처럼 정체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강준은 마음속으로 호민이라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별 수 없네. 그래도 나를 눈여겨봐 줬으니 말이야.”강준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K시 돌아가면 나 찾아와. 그때 제대로 얘기해 보자.”“그럼 그렇게 하자.”호민은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괜히라도 의식을 차리듯, 강준의 잔과 가볍게 부딪쳤다.호민은 배성그룹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강준은 다른 건 몰라도, 사업만큼은 믿을 만했다.머지않아 배성그룹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컸다.카페를 나설 때, 결국 계산은 호민이 했다.“난 오늘 바로 올라갈 거야. 별아는 보석상 쪽이랑 아직 조율할 게 좀 남아서 며칠 더 있을 것 같아. 네가 옆에 있으니까 마음은 놓인다.”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호민이 떠난 뒤, 강준은 별아와 함께 거래처를 돌았다.거래처 사람들은 옆에 선 남자가 바뀐 걸 보고, 슬쩍 눈치를 줬다.“송 사장님, 이분은...?”“최근에 새로 뽑은 비서예요. 합류가 늦어서 낯설게 보이실 거예요.”별아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거래처에서도 깊이 캐묻지는 않았다.다만 눈앞의 남자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은 지우지 못한 듯했다.어디선가 본 얼굴 같은데, 정확히는 떠오르지 않는 표정이었다.미팅은 비교적 순조로웠다.별아는 원석 샘플과 몇 개의 핵심 물량을 확보했고, 이제 K시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이번 일정이 이렇게 풀린 건, 호민의 연결 덕이 컸다.떠나기 전, 별아는 R시의 백화점에 들렀다. 호민에게 줄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였다.강준은 굳이 따라붙었다.별아가 자신에게 줄 깜짝 선물이라도 준비하는 줄 알고, 얼굴이 환해졌다.별아가 고른 건 남성용 브로치였다.진주와 보석이 조화된 디자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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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갑자기 왜 암이야?”강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재환도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남정은 줄곧 산에 머물며 요양을 해왔다.남수연의 일이 터진 뒤로는 한 번도 산을 내려오지 않았고, 그 무렵 강준의 상태도 계속 나아지지 않았다. 우울과 피로가 쌓여서 병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급히 병원에 도착했지만, 강준은 곧바로 병실로 향하지 않았다.먼저 별아에게 말했다.“네가 먼저 가서 어머니 좀 봐줘. 난 의사부터 만나서 상태부터 자세히 듣고 올게.”강준의 목소리에는 꾹꾹 눌러 담은 아픔이 묻어 있었다.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산 시간이 거의 없었고, 겨우 자랐을 즈음엔 사고와 병이 겹쳤다.끝내 하루도 제대로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그 마음을 별아는 충분히 이해했다.“네.”강준은 의사를 만났고, 설명을 듣는 내내 묘한 기시감이 몰려왔다.“만성 중독으로 보입니다. 특정 독성 물질에 장기간 노출됐고, 방사성 자극이 계속 누적된 결과로 종양이 생긴 걸로 판단됩니다.”강준은 말을 되묻듯 되뇌었다.“방사성... 자극이요? 그럼 제 어머니도, 그런 물질에 오래 노출돼서 종양이 생겼다는 말입니까?”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졌다.은준의 병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남수연.은준에게만 손을 댄 게 아니었다.자신을 키워준 남정에게까지 같은 짓을 한 것이다.강준이 손끝을 말아 쥐면서 단단하게 주먹을 쥐었다.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킨 채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물었다.“치료는... 가능한가요?”“종양 위치를 보면 수술이 가능합니다. 예후도 아주 나쁜 편은 아닙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강준의 굳어 있던 미간이 서서히 풀렸다.“그럼 최대한 빨리 수술 일정을 잡아 주세요.”...병실.남정은 별아를 보자 몸을 일으켰다.“별아야, 왔구나.”별아는 급히 다가가 남정을 부축했다.“움직이지 마세요. 누워 계세요.”“하루 종일 잠만 잤어. 네가 와서 다행이다. 잠깐 얘기 좀 하자.”남정은 별아의 손을 꼭 잡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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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감정이 북받친 별아가 남정을 조심스럽게 안았다.“감사합니다.”남정은 힘겹게 손을 들어 별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이 아이가... 뭘 그런 걸로 고맙다고 해.”남정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또렷했다.“엄마는 다 겪어본 사람이야. 감정이라는 게, 억지로 붙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란 것도 알고 있고.”“강준이는 내 아들이라서, 누구보다 잘되길 바라지만, 네 행복도 그만큼 중요해.”별아는 남정의 마른 어깨에 이마를 대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정은 창밖으로 기울어 가는 노을을 바라봤다.시선은 멀리, 오래된 시간 너머를 향해 있었다.“인생이 길다 보니, 가끔은 돌아가는 길을 걷게 되기도 해. 그게 길을 잘못 들어서가 아니라, 내가 뭘 원하는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일 때도 있더라.”남정은 천천히 숨을 고른 뒤, 다시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별아야, 두려워하지 말고 네 마음을 따라가. 끝이 어디든 어떤 결과든, 엄마는 다 이해하고 다 받아들일게.”별아는 고개를 들었다. 눈앞이 흐릿해질 만큼 눈물이 차올랐다.남정의 마음은, 시어머니라는 이름을 넘어 이미 어머니의 그것에 가까웠다.별아의 가슴이 따뜻하게 데워졌다.그때 강준이 병실로 들어왔다.남정과 별아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정확한 사정은 몰랐지만 병과 관련된 일임을 짐작했다.강준의 마음도 함께 요동쳤다.“어머니.”별아는 눈가를 재빨리 닦고 강준을 바라봤다.“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어머니 상태는 생각보다 좋아요. 수술만 잘하면 괜찮다고 했어요. 이후엔 충분히 회복하면 되고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래요.”강준의 말이, 어머니 앞에서 일부러 밝게 꾸며낸 말인지, 있는 그대로인지 별아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 말만으로도 별아는 안도했다.“어머니, 치료할 수 있는 병이에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제가 계속 곁에 있을게요.”“고맙다, 별아야.”별아는 남정이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켰다.남정의 호흡이 고르게 가라앉은 걸 확인한 뒤에야, 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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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강준은 여전히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이제부터의 판은... 아버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겠지.’‘서두를 필요는 없어. 진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니까.’“네 엄마는 왜 이렇게 자꾸 아프냐? 참 신기한 사람이야. 평생 병치레만 하면서 남 인생 끌어내리는 재주만 있지. 이번엔 또 뭐가 문제야?”하명식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피로와 짜증이 묻어 있었다. 말도 거칠었다.별아는 하명식이 이 시점에 병원에 나타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강준의 손가락이 서서히 말려 올라갔다.“내 어머니가 병약해서 아버지를 끌어내렸다고?”강준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결혼 생활 몇 년이나 됐다고, 어머니를 몰아붙여 이혼하게 만들고 외국으로 떠나게 한 사람이 누군데,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해요?”“왜 이렇게 날을 세워?”하명식은 정면 충돌은 피하고 싶다는 듯, 말을 돌렸다.“난 그냥 네 엄마가 걱정이 돼서 와본 거야. 그러니까 말해 봐. 정확히 무슨 병이냐?”강준은 대답하지 않았다.하명식의 시선이 별아에게로 옮겨갔다.“네가 말해라.”별아는 잠시 강준을 바라보다가, 차분히 말했다.“간에 종양이 발견됐어요.”하명식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별아는 잠깐, 정말 잠깐이지만, 하명식의 눈가에 맺힌 희미한 물기를 본 것 같았다.‘아직도... 죄책감은 남아 있는 걸까?’‘하지만 너무 늦었어.’수술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남정이 수술실에서 나왔을 때, 아직 의식이 없었다.하명식이 다가가 보려 했지만, 강준이 가로막았다.“어머니는 쉬셔야 합니다. 돌아가세요.”“네 엄마가...”하명식은 말을 잇지 못했다가, 이내 물러섰다.“괜찮다니 다행이군. 그럼 난 이만 가겠다. 필요하면 연락해라.”남정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의사는 5년간 재발이 없으면 예후는 매우 좋다고 했다.강준의 가슴을 짓누르던 한 덩어리가 비로소 사라졌다.그리고 이제 아들과 어머니를 동시에 해친 그 사람을 직접 마주할 차례였다....안정정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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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재환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수연의 턱을 거칠게 붙잡아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 뒤, 짙은 흑색의 약물을 단숨에 들이부었다.수연은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목은 거부 반응으로 경련했고, 날카롭고 지저분한 손톱이 재환의 손등을 할퀴면서 피가 맺혔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약물은 끝내 수연의 목을 타고 내려갔다.“나한테... 뭘 먹인 거야?!”수연은 붕괴하듯 비명을 질렀다. 목을 움켜쥐고 토해내려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하강준! 너 이러면 안 돼! 난 널 좋아했어! 네 아이를 낳고 싶었어! 왜 이렇게까지 해?!”강준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 말은 강준에게 모욕에 가까웠다.재환은 수연을 거칠게 밀쳐서 바닥에 내던졌다.“좋아해? 네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있어? 남수연, 넌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인간이야. 여사님이 널 거둬 키우고 친딸처럼 대해 줬는데, 그분한테 이런 짓을 해? 네가 사람이야?”“친딸처럼?”수연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한 번도 날 사랑한 적 없어. 딸로 생각한 적도 없어. 난 그냥 간병인이었어. 사랑은 전부 송별아한테만 줬지. 좋은 건 전부 송별아 거였고,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그렇게 날 사랑하지도 않을 거면서, 왜 입양했어? 난 남정을 미워해. 날 사랑하지 않은 남정을 미워해. 그래서 죽게 만들고 싶었어. 병들어서 고통받다가, 천천히 죽게 하고 싶었어. 하하...”수연은 눈을 부릅뜬 채 웃었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웃음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그때, 검은 피가 입에서 한꺼번에 쏟아졌다.푹-수연은 비틀거리다 그대로 쓰러졌다.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남수연, 네가 뱃속의 아이 원하지 않았잖아?”재환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차가웠다.“이제 대표님이 도와줬어. 조금 있으면 네 아이는 피덩이가 돼서 네 몸 밖으로 흘러나갈 거야.”수연은 멍하니 굳어 있었다. 곧 얼굴에 극심한 고통이 떠올랐다.치마 아래로 붉은 색이 빠르게 번져 갔다.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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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강준과 호민이 함께 빈우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빈우는 눈에 띄게 목을 움츠렸다.그리고 다리는 체에 걸린 것처럼 덜덜 떨렸다.강준을 괴롭힐 때만 해도 빈우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정말로 강준이 멀쩡해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강준이 손을 쓰기도 전에 빈우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형님... 그땐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날은 정말 미쳤던 거예요. 순간적으로 발이 나갔을 뿐이지, 진심은 아니었습니다. 두 번 다시 그런 짓 못 합니다. 제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강준은 말없이 다리를 들고 빈우의 가슴을 거칠게 걷어찼다.둔탁한 소리와 함께 빈우의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고, 숨이 막힌 듯 몸을 웅크렸다.강준은 멈추지 않았다. 빈우의 멱살을 움켜쥐고 끌어올렸다.“네가 꽤 대담하더라. 감히 내 아내 얘기를 입에 올려?”강준의 손이 빈우의 얼굴을 연달아 후려쳤다.힘이 실린 손바닥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차라리 우리 가족 전부 네가 책임질래? 먹여주고 재워주고. 어때?”빈우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입가의 피를 닦았다.“형님... 농담하지 마세요. 그냥 헛소리였습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없는 사람 취급해 주세요. 제발요.”“농담은 네가 먼저 했지.”강준은 빈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묘하게 웃었다.“풀어주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먼저 바지부터 벗어.”빈우는 질겁하며 몸을 움츠렸다.“이건 아니죠, 형님들... 전 그런 쪽 취향 없습니다.”“벗어.”강준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빈우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하강준이랑 배호민, 둘 다 제정신이 아니야. 이대로면 진짜 여기서 끝장이야.’“형님, 정말 안 됩니다. 그럼... 여자들 불러 드릴까요? 예쁜 애들로...”강준의 발이 다시 날아갔다.“누가 그런 걸 원한댔어?”다시 피를 토한 빈우의 눈빛에는 공포만 남았다.“그럼... 왜 벗으라 하시는 겁니까...”“빌 때는 제대로 빌어야지.”빈우는 바닥에 엎드린 채 강준 앞에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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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남정이 입원해 있는 동안, 곁을 지킨 사람은 거의 늘 별아였다.수술 후 회복 상태도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별아의 거듭된 권유 끝에 남정은 산으로 돌아가지 않고 집에서 요양하기로 했다.이번 병을 계기로 별아는 처음으로 남정의 친정 식구들을 마주하게 됐다.예전의 남씨 가문은 K시에서도 손꼽히는 집안이었다.강준의 외조부의 부친 즉 남정의 할아버지는 백인인데, 젊은 시절 K시로 건너와 자리를 잡았다.이후 당시 K시 최대 재벌가의 딸과 혼인해서, 남정의 아버지를 포함한 삼 형제를 두었다.장남이었던 남정의 아버지는 K시에 남아 가업을 이어 갔고, 두 동생은 해외로 나가 각자의 길을 걸었다.남정의 아버지에게는 아들 셋과 딸 하나가 있었고, 남정은 그중 막내딸이었다.어릴 때부터 예쁘고 영특해서, 집안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자랐다.결혼 이후, 남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사업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였고, 그 과정에서 남정과 오빠들 사이의 왕래도 점점 뜸해졌다.이날 병문안을 온 사람은, 예전부터 비교적 왕래가 잦았던 큰오빠의 아내 장영정과평소에는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던 막내 오빠의 아내 최애진이었다.친정 쪽 조카딸까지 데려온 최애진이 들어오자마자 그 아이가 얼마나 뛰어난지 열심히 설명했지만, 정작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별아와 노숙현은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이했다.장영정은 별아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감탄을 숨기지 않았다.“아가씨, 며느님이 참 곱네요. 성품도 단정하고 재주도 있고. 이제 아가씨도 마음 편히 지내셔도 되겠어요.”장영정은 어릴 때부터 남정을 지켜봐 온 사람이라, 남정의 삶을 누구보다 걱정해 왔다.이제야 고생 끝에 숨을 돌리는 것 같아, 장영정의 마음도 놓였다.남정은 소박하게 웃었다.“그러게요. 별아는 정말 좋은 아이예요. 다만... 아직 강준이가 마음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네요.”“아이가 있지 않나요? 그럼... 설마 이혼을 한 건가요?”“네. 아직 재결합은 하지 않았어요.”“그럼 강준이가 더 분발해야겠네요. 저런 아이는 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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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그렇죠, 쉬어야죠. 그런데 말이에요... 아가씨께서 조금만 도와주셔야 할 일이 있어서요.”장영정은 최애진의 속내를 바로 알아차렸다.괜히 일을 키우지 말라는 뜻으로 먼저 말을 받았다.“동서, 그 부탁이라는 거,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가씨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여유로 동서 일까지 챙기겠어요?”최애진은 곧장 말을 받아쳤다.“형님도 아시잖아요. 우리 해린이가 명문대를 나왔는데, K시에 와서 일자리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요.”“우리 영감은 또 어찌나 겁이 많은지, 자기 회사엔 절대 못 들여보낸다고 고집을 부리고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아가씨께 부탁을 드리러 온 거예요.”최애진은 억지로 웃으며 해린을 남정 앞으로 밀어냈다.“아가씨, 제 말은요. 강준이한테 부탁해서 해린이 인턴 자리 하나만 알아봐 달라는 거예요. 이 먼 데까지 고모 하나 믿고 온 아이예요. 쉽지 않았어요. 우리 다 한 식구인데, 이 정도 부탁을 안 들어줄 수는 없잖아요?”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남정은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남정이 알기로 강준은 병을 회복한 뒤에도 하산그룹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설령 자리가 있다 해도 어머니인 자신이 나서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하지만 대놓고 거절하기엔... 또 마음이 걸렸다.그래서 남정은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언니, 이런 건 강준이 의견을 들어봐야 해요. 제가 대신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최애진의 얼굴이 금세 굳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머니 말도 안 통하는 거예요? 아니면 애초에 도와줄 생각이 없는 거예요? 우리가 정말 가족이 맞기는 한 거예요? 괜히 귀찮은 존재 취급하는 거죠?”“일과 관련된 건, 제가 독단적으로 정할 수 없어요.”그 말에 최애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아니, 물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시는 게 말이 돼요? 이게 다 저 무시하는 거잖아요. 아가씨가 N국에 있을 때, 우리 영감이 병원 오가며 얼마나 신경 썼는지 잊었어요? 그 은혜를 이렇게 갚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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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일에 관한 건, 별아는 원래 관여하지 않아요.”강준이 말했다.남정은 그래도 한마디는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도 말은 해 두는 게 좋겠구나. 정식 채용도 아니고, 친척 관계로 부탁한 일이잖니. 별아를 존중하는 의미로라도 이야기해 두는 게 맞아.”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지금 가서 말할게요.”별아는 이야기를 듣고나서도, 특별한 반응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네가 알아서 해. 굳이 나한테 말 안 해도 돼.”“어머니가 네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셔.”강준은 별아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고, 목소리를 낮췄다.“네가 불편하면, 나도 핑계 대고 이 일은 없던 걸로 할 수 있어.”“이미 약속했는데, 굳이 남 눈치 보면서 뒤집을 필요는 없잖아. 말을 바꾸면 어머니 입장도 난처해져.”별아는 애초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듯 담담했다.“이런 건 정말 나한테 말 안 해도 돼. 네가 결정하면 되는 일이야.”“화난 거야?”강준은 별아의 말끝에서 미묘한 날을 느꼈다.“아니야. 최해린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친척 체면도 세워주고 싶으면 쓰는 거고, 아니면 거절하면 되는 거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별아의 말은 차분했지만, 선은 분명했다.“네가 뭘 하든 난 상관 안 해. 솔직히 말하면, 난 그냥 이 집에 잠시 머무는 사람일 뿐이야. 우리 사이가 뭐라고, 이런 걸 일일이 물어.”별아는 괜한 책임을 떠안고 싶지 않았다.강준이 말하는 ‘존중’도 지금은 오히려 부담이었다.“나 피곤해. 먼저 쉴게.”별아는 손을 씻고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말투에는 감정이 거의 없었지만, 강준은 그 한마디에 마음이 불편해졌다.별아가 자신은 이 집에 잠시 머무는 사람일 뿐이고, 강준과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는 말을 했던 게 계속 강준의 마음에 걸렸다.별아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강준도 따라 올라갔다.문을 닫으려는 찰나, 강준이 몸을 밀어 넣었다.“오늘 많이 힘들었지? 허리 아플 텐데, 내가 좀 풀어줄까?”“안 아파. 그냥 좀 자고 싶어.”별아는 침대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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