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는 충분히 ‘현실적’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와도, 함부로 사람을 규정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했다.전생에서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질투와 오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엉뚱한 추측이었다.여기, 공공장소에서 감정 폭발하는 일은 별아에게 있어 최악의 선택이었다.“수지야, 앉아. 나랑 하강준 지금 아무 사이도 아니야. 하강준이 누구랑 있든 상관없어.”수지는 억울함이 잔뜩 묻은 표정으로 털썩 앉았다.“아니, 뭐 네 말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저 여자, 의도가 너무 뻔하잖아. 지금 좀 봐, 가슴이 거의 하강준 팔에 붙어 있구만.”별아는 숨을 내쉬고 설명했다.“저 사람 윤희야. 하강준이 나 쫓아다니던 때,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지. 결혼하고는 거의 얼굴도 못 봤어. 둘이 원래 친했으니까 약간 가까워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야.”수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여자끼리는 서로 안다. 그 미묘한 기류와 눈길, 그리고 거리감.“아니지. 별아야. 사귄 것도 아닌데 저렇게 들러붙는 건 그냥 ‘관심 있다’는 소리야. 그럼 넌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건데?”별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 솔직히 털어놓았다.“나도 몰라. 둘이 예전에 무슨 사이였는지, 지금 어떤 관계인지... 이제 와선 나도 추측하고 싶지도 않아.”“전생에 하강준이랑 제일 심하게 싸웠을 때, 나보고 ‘질투만 하는 여자’라고 욕했어. 난 이번 생에서는 다시는 그런 짓 안 할 거야.”“내일 출국하는데 일에만 집중하면 돼. 어차피 지금 우리 사이도... 명확하지 않고. 괜히 머리 아픈 일 만들고 싶지 않아.”수지는 그제야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그래. 여자가 남자에게 인생을 몰빵할 필요는 없지. 잡으려 하면 도망가고, 대충 놓으면 오히려 쫓아오는 게 남잔데.’“근데, 너 경호원도 데려갈 거야?”수지가 호진을 흘깃 보며 물었다.“근데 왜 이렇게 낯이 익지? 어디서 본 것 같아...”별아는 피식 웃었다.“전생에서 네가 소개해줬잖아. 그때도 호진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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