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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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난 기억을 잃었을 뿐이야. 널 사랑했던 마음까지 잊은 건 아니야.”그 말이 정확하게 별아의 마음 한가운데를 찔렀다.가슴 깊은 곳이 서늘해지면서도 묘하게 쓰렸다.턱밑까지 올라왔던 말, 강준에게 쏟아내려던 말은 끝내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그때 네가 나랑 같이 국내로 돌아왔더라면, 어쩌면 우린...”결국 두 사람 사이엔 인연이 모자랐던 것이다.“넌 윤희를 선택했고 A국에 남는 걸 선택했어. 그건 나를 놓았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찾아오지 마. 어차피 예전 일도 기억 못 하잖아. 사랑이니 뭐니, 지금 와서 무슨 상관이야.”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미련도 있지만, 동시에 내려놓으려는 마음도 있었다.끝이 없이 끌려가면서 자신을 설득하지 못해 괴로워하던 시간들보다는 이게 훨씬 나았다.강준은 별아의 작은 손을 자신의 손바닥 안으로 끌어당겼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술을 가져가서 가볍게 닿게 했다.“내가 그때 국내에 안 간 이유는 많았어. 제일 큰 건 윤희 외할아버지한테 정리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당시 난 너한테 완전히 낯선 사람이었잖아. 너도 나한테 확인할 시간을 안 줬고.”잠시 숨을 고른 뒤, 강준은 말을 이었다.“윤희랑 나? 그건 그냥 윤희 혼자만의 마음이었던 거야. 난 아니었어. 비록 지금 예전 기억이 없다 해도, 그렇다고 끝은 아니잖아. 앞으로가 있잖아.”별아가 거듭해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강준이 쉽게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이런 관계는 지금의 별아에게 어울리지 않았다.“우린 이제 끝났어. 난 임주안 씨하고 진지하게 만나고 있어. 봤잖아. 외국계 회사 임원인 데다가 책임감도 강해. 좋은 사람이야.”“좋은 사람이면 왜 이혼했는데?”강준은 말투를 바꾸지 않고 오히려 더 파고들었다.“그 사람의 매너, 부드러움, 예의 같은 거, 다 만들어낸 모습일 수도 있잖아.”별아는 말문이 막혔다.“그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그런 사람이었어.”“그래?”강준은 금세 알아차렸다는 듯이 웃었다.“어릴 때부터 알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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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핸드폰으로 119에 몇 번이나 전화를 건 뒤에야 겨우 연결이 됐다.“교통사고가 났어요. 위치는 지금...”“네, 빨리 와주세요.”전화를 끊자 강준의 목소리가 들렸다.거칠고 낮은 목소리였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난 괜찮아... 너는 다친 데 없어?”“괜찮아.”별아의 시선은 강준의 이마에 머물렀다.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눈가로 번지고 있었다.“강준, 진짜 괜찮아? 지금 머리 괜찮은 거 맞아?”별아는 강준의 손을 꼭 잡았다.아까 자신을 보호했던 바로 그 손이었다.유리 조각에 긁힌 상처가 여기저기 나 있어서,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괜찮아. 네가 안 다쳤으면 됐어.”그때, 뒷차의 운전자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달려왔다.그 사람의 이마 한쪽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정신을 못 차려서... 두 분 괜찮으세요?”별아는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섰다.그 운전자를 보자, 더는 차분할 수가 없었다.“운전하면서 어떻게 딴생각을 해요? 잠깐의 실수로 사람이 다칠 수도 있어요. 세 명 다 큰일 날 뻔했어요. 그게 그렇게 가벼운 일이에요?”“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병원비는 제가 전부...”“지금 그게 병원비 얘기할 문제예요?”“정말 죄송합니다...”젊은 운전자는 계속 고개를 숙이며 사과만 반복했다.차 안에 있던 강준은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주변과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병원.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희미하게 보이던 하얀 천장이 서서히 또렷해졌다.강준이 눈을 떴지만 기다리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시야를 가득 채운 건 재환의 얼굴이었다.“좀 떨어져.”강준이 힘겹게 말했다.“대표님, 정신이 드셨군요.”재환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황급히 일어났다.침대 각도를 조절해서 강준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도록 했다.“의사 선생님이 다녀가셨어요. 가벼운 뇌진탕이고, 이마 상처도 잘 처리됐대요. 며칠만 쉬면 된다고 하셨어요.”‘K시에 돌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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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교통경찰이 그렇게 말했어. 불법 주차라 전적으로 강준 씨 쪽에 책임이 있다고.”별아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앞으로는 그렇게 아무 데나 차 세우지 마. 목숨은 소중하잖아.”“알았어.”강준은 별아가 건네준 오렌지 조각을 입에 넣었다.달았다....해가 기울 무렵, 주안이 병원을 찾았다.강준을 문병하러 온 것이었다.그리고 분명하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별아 씨에게 들었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하 대표님이 별아 씨를 보호해 주셔서 다치지 않았다고요.”“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회복되시면, 별아 씨와 함께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하고 싶습니다. 제대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강준은 주안을 차갑게 바라보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회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별아는 의자를 내주면서 주안에게 앉으라고 하고 부드럽게 말했다.“오늘 중요한 일정 있다고 했잖아요.”주안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일정 조정했어요.”“하 대표님은 큰 문제는 없으세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주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줄곧 별아에게 머물러 있었다.“그보다 별아 씨가 안 다쳐서 다행이에요. 연락 받고 정말 놀랐어요.”“나는 괜찮아요. 걱정 끼쳐드려서 미안해요.”두 사람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자신이 마치 없는 사람처럼 취급되자, 강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병실 조명 아래 강준의 안색은 더 안 좋아 보였고, 억눌린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별아야...”강준이 갑자기 머리를 짚었다.“머리가 너무 아파...”강준의 목소리는 힘이 없이 약했다.별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디? 아까보다 더 아파? 잠깐만, 의사 선생님 부를게.”별아가 급히 병실을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강준의 얼굴에서 고통스러운 기색이 말끔히 사라졌다.병실 안은 잠시 정적에 잠겼다.주안은 그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봤다.‘연기까지 하는 건가?’강준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침대에 몸을 조금 더 기댔다.“임주안 씨, 이제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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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괜찮아요. 나도 돈 있어요.”“내 돈이 바로 별아 씨 거예요.”임주안은 말하면서 카드 한 장을 별아의 손에 다시 쥐어 주었다.“이런 데서까지 선을 긋고 그러면, 나도 조금 서운해질 것 같아요.”“정말 괜찮아요. 내가 감당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입원비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을 거고요.”별아는 끝까지 받지 않았지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었다.주안은 분명 좋은 사람이다.하지만 이 일은 별아와 강준 사이의 문제라서 주안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잠시 말이 없던 주안은 결국 카드를 다시 지갑에 넣었다.“알았어요.”조금 물러서는 듯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따뜻했다.“그래도 언제든 필요하면 말해요. 그리고 별아 씨도 너무 무리하지 마요. 혼자 다 하려고 하지 마요. 힘들면 간병인도 쓰고요.”주안의 말은 솔직했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별아 씨 몸이 상하면... 나도 많이 마음 아플 거예요.”그 말에 별아의 마음이 살짝 풀렸다.“네.”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고마워요, 주안 씨.”별아의 어깨를 토닥이려던 주안은, 끝내 별아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네, 조심히 가요.”별아는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그리고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갔어?”강준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불만이 드러났다.“응, 갔어.”침대 옆으로 다가간 별아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머리는 아직 아파?”강준은 대답하지 않고, 별아의 손목을 잡았다.“아까 그 사람한테 안겼어.”강준의 눈에 질투가 분명하게 떠올랐다.그대로 내버려 두면 무슨 말을 할지 모를 정도였다.불편해진 별아가 몸을 비틀었다.“하강준, 아직 다 낫지도 않았잖아. 또 이럴 거야?”“별아야, 내가 이렇게 다쳤는데 넌 나를 한 번도 안 안아 줬잖아.”강준은 별아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겼다.“그 사람은 너를 좋아하고, 나도 너를 좋아해. 그 사람이 받는 건 나도 받아야지.”별아는 말문이 막혔다.‘이건 기억을 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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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온 가족이 모여서 편하게 밥 한 끼 먹자는 자리였다.그런데 집 앞에 세워둔 차가 유난히 많았다.“누나, 설마 매형이 둘 다 온 거야?”차에서 내린 별현이 은준을 안아 들면서 주차된 차들을 훑어봤다.“진짜네. 한 명은 전 매형, 한 명은 현 매형. 오늘 밥상 시끄럽겠다.”별아의 표정은 가볍지 않았다.강준을 부른 적도 없고, 주안을 부른 적도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 다 와 있었다.별아, 별현과 은준은 차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멀리서 강준을 발견한 은준이 반가워하며 달려갔다.“아빠!”강준은 단숨에 은준을 들어 올리고 어깨에 태웠다.“아빠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지. 나 아빠 죽은 줄 알았어.”은준은 강준의 얼굴을 붙잡고 연달아 뽀뽀를 했다.“아빠가 진짜 죽었으면, 나 엄청 많이 슬펐을 거야.”“아빠가 왜 죽어. 아빠는 네가 결혼하는 것도 보고, 손주도 안아야지.”강준은 은준을 어깨에 태운 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내려놓았다.“자, 이제 삼촌이랑 놀아.”강준이 고개를 들자, 주안이 별아 앞에 실내화를 내려놓고 있었다.“내가 할게요.”주안이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손 가는 김에요.”신발을 갈아 신는 사이,주안은 별아의 코트를 받아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지금 어머니 도와서 요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 요리도 한번 먹어봐요.”“기대할게요.”별아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그 모습이 강준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성큼 다가온 강준이 별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주안에게 말했다.“그럼 요리는 계속 하세요. 별아랑 저는 얘기 좀 할게요.”주안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별아는 어깨 위의 손을 털어내고, 말없이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하 대표님, 생각보다 많이 유치하시네요.”주안의 말에는 분명한 빈정거림이 담겨 있었다.강준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맞습니다. 별아는 원래 이런 걸 좋아해요.”“사람 취향은 바뀌기도 합니다.”강준은 주안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며 조용히 말했다.“별아는 제 기준에 익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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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강준은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면서 말했다.“내 말은...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야.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올 거라고 믿고.”“매형, 말조심은 좀 하셔야죠.”별현은 상황을 즐기는 기색을 보이면서 말을 보탰다.“내가 보기엔 주안 형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예전에 우리 집이랑 이웃이었잖아요. 어릴 때 누나는 거의 주안 형이랑만 놀았거든요. 지금은 세계 500대 기업의 임원이니 대단하죠. 그러니까 매형은...”별아가 별현을 노려보자, 별현은 곧바로 손을 들었다.“알았어, 알았어. 더 안 할게. 나는 주방에 가서 다른 매형이나 도와야겠다.”별현은 웃으며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강준은 풀이 죽은 얼굴로 다시 별아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별아는 다시 한 칸 옆으로 이동했다.그러자 강준도 바로 따라서 자리를 옮겼다.“뭐 하는 거야?”“진짜로 물어보고 싶어서 그래. 여보, 정말 임주안을 좋아하는 거야?”별아는 ‘감정’이라는 걸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강준에게 굳이 설명해야 할 이유도 느끼지 못했다.“네가 알 바 아니야.”들고 있던 해바라기씨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별아는 그대로 주방으로 향했다.넓은 거실에는 강준만 남아서 괜히 쓸쓸함만 더해졌다.저녁상은 푸짐하게 차려졌다.주안은 생선을 만들었다.달콤한 생선 양념은, 별아가 좋아하는 맛이었다.주안은 은준을 위해 반죽으로 작은 탱크 모양도 만들어 주었다.부드러워서 은준도 무척 좋아했다.어른들이 함께 있는 자리라서 대화는 가볍고 무난한 이야기들로 흘러갔다.주안은 별아의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강준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혼자만 말수가 적었던 강준은 술잔만 몇 번 더 비웠다.생일 식사가 끝난 뒤, 주안은 어른들과 잠시 더 대화를 나눈 후 정중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별아가 현관까지 배웅했다.“별아 씨.”주안은 술기운이 올라온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꼭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미리 불러 둔 대리운전을 확인한 별아가 고개를 들어 주안을 바라봤다.“오늘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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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나한테 네가 뭔데? 내가 누구하고 키스하든, 네가 왜 상관이야?”별아는 강준이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술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야.’그렇게 생각한 별아는 돌아서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강준의 손이 별아를 붙잡았다.“별아, 넌 내 아내야.”강준의 손가락이 별아의 입술 위를 다시 세게 문질렀다.입술이 금세 욱신거렸다.더는 참지 못한 별아가 손을 들어 강준의 뺨을 때렸다.“난 네 아내가 아니야.”“그럼 누구 아내야? 임주안 아내야?”강준의 눈빛에는 날이 서 있었다.별아는 술에 취한 사람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지친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이제 그만 가. 집에 가서 자. 더 이상 상대할 힘 없어. 나 정말 피곤해.”강준은 별아의 턱을 붙잡고 억지로 시선을 마주하게 했다.별아가 고개를 피하자 강준은 그대로 키스를 했다.주안처럼 조심스럽지 않았다.잠깐 스치는 정도도 아니었다.강준의 키스는 거칠었고, 혀로 이빨을 밀어내면서 무리하게 파고들었다.별아의 입안에는 강준의 기운만 가득했다.그리고 아무리 밀어내도 강준은 떨어지지 않았다.별아는 강준의 팔을 할퀴면서 어깨를 잡아당겼고, 머리칼을 움켜쥐었다.그제야 강준의 입술이 떨어졌다.“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 내일 사람들 앞에 나가게 할 거야?”강준의 눈에는 욕망이 선명했다.강준이 다시 다가와서 부어오른 입술을 집요하게 눌렀다.“별아야, 그러지 마. 나 진심이야. 더는 나를 시험하지 마. 몇 번을 더 죽어야 나랑 다시 살겠다는 거야?”“난 매번 살아 돌아올 만큼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야.”강준은 별아를 끌어안았다. 손은 별아의 뒷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알아? 블랙이 쏜 총알이 내 뒤통수를 지나갔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건 너뿐이었어.”“그때 너무 억울했어. 네 곁에 못 남을까 봐. 그리고 알아? 죽는 건 무섭지 않았어. 다시는 너를 지켜주지 못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어...”강준의 목소리는 떨렸다. 눈물이 별아의 목덜미로 스며들었다.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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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강준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뒤따라갔다.별아가 현관에 닿기 전에, 허리를 붙잡은 강준은 별아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리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미쳤어? 내려놔.”강준은 별아를 메고 이동하면서 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와서 운전 좀 해.”차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힌 뒤 안전벨트가 채워졌다.별아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진짜 문제 있으면 정신병원에 가. 내려 달라니까.”“가만히 있어.”약국 앞을 지날 때, 강준이 재환에게 말했다.“밤일 할 때, 필요한 그거... 많이 사와.”얼굴이 달아오른 재환이 급히 차를 세우고 내렸다.“알겠습니다, 대표님.”“하강준, 진짜... 뻔뻔해.”별아는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강준은 태연하게 웃었다.“쓰기 싫으면 안 사도 돼. 그럼 둘째 가지면 되잖아.”별아는 비웃듯 냉소하며 창가로 몸을 기댔다.약국으로 들어가는 재환을 향해 크게 말했다.“강 비서님, 대표님 파란 약도 두 박스 더요. 요즘 예전 같지 않아서 한 번에 두 알은 먹어야 한대요.”강준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말이었다.강준은 체면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지나가던 사람들이 시선을 보내자, 재환은 진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사모님.”“후회하지 마.”강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재환은 시킨 대로 전부 샀다.빠진 건 없었다.다만 계산대 앞에서 난처했다.마흔쯤 되어 보이는 약사가 재환을 위아래로 살폈다.“젊은 사람이 벌써 이런 약을 먹어? 정말 안 되면 비뇨기과에 가. 이런 건 자주 쓰면 안 돼. 아직 애도 없지?”재환의 얼굴은 온통 달아올라서 삶은 홍게처럼 붉어졌다.결제를 마친 재환은 곧장 약국을 나왔다.차가 다시 움직였다.“대표님, 집으로 갈까요?”“그럼 어디로 가?”재환은 진땀을 닦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별아 집으로 가.”“네?”재환이 급히 방향을 틀었다.“알겠습니다.”차는 별아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현관문을 닫자마자, 강준은 별아를 벽에 붙인 채 깊게 입을 맞췄다.어두운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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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블랙이랑 거래를 하나 했어. 500억 원을 주고 주얼리를 되찾겠다고 했지. 그런데 조건을 하나 달더라. 팔 한쪽을 내놓으래.”강준은 얼굴을 별아의 하얀 목에 바짝 붙이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아내를 안아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팔을 내줘. 그리고 평생 장애로 살고 싶지도 않았어. 그런 몸으로는 네 세상을 지켜줄 수 없잖아. 그래서 결국...”“그래서 머리에 총을 쏘라고 한 거야?”별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미친 거 아냐? 목숨이 중요해, 주얼리가 중요해?”“블랙이 말했어. 세 발을 쏘겠다고. 세 발을 다 피하면 주얼리를 들고 나가도 된다고. 못 피해서 죽으면, 그때도 주얼리는 돌려주겠다고.”이야기를 꺼내는 강준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비교적 담담했다.“그 다음은?”별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괜히 숨이 막히는 느낌이야.’강준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앞의 두 발은 피했어. 마지막 한 발은... 운이 없었지.”“어디 맞았는데?”별아는 돌아서서 강준에게 다가갔다.길고 가는 손가락이 강준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곧 단단한 흉터가 만져졌다.“여기야?”“응.”별아의 눈가가 단번에 젖었다.그런 위치였는데, 살아남은 게 기적이었다.“자기가 신인 줄 알아? 지금도 아파?”별아의 목소리가 떨렸다.‘아직도 이렇게 아픈데, 그땐 얼마나...’강준은 별아를 안아 올려서 세면대 위에 앉게 했다.그리고 별아의 눈물을 하나씩 받아내듯 입을 맞췄다.“이제 안 아파. 괜찮아. 울지 마.”“Q국에서... 나 진짜 오래 찾았어.”별아는 훌쩍이며 말을 이었다.“매일 강가에 앉아 있었어. 뒤돌아보면 네가 서 있을 것 같아서. 웃으면서, ‘별아야 나 아직 살아 있어.’ 그렇게 말해줄 것 같아서...”별아의 목소리가 잠겼다.“근데 아무도 없었어. 닮은 사람조차 없어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꿈에서도 너를 봤어. 꿈에서 내가 말했어. 하강준은 정말 바보라고, 그냥 주얼리일 뿐인데, 목숨이랑 바꿀 가치는 없다고 말이야.”별아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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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하명식의 목소리는 유난히 컸다.강준은 그 소리가 별아의 잠을 방해할까 봐 핸드폰을 들고 안방을 나왔다.“아직도 제가 하씨 가문 사람입니까? 하씨 가문은 이미 성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할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보내면 전부 자신의 손에 들어온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입만 열면 욕부터 하시는데, 그게 하씨 가문의 체면을 세우는 겁니까?”하명식이 강준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강준은 그런 욕설을 듣지도 않았을 것이다.[너... 네 어머니를 K시에 다시 데려온 뒤로 점점 더 제멋대로구나.]하명식은 느닷없이 남정을 끌어들였다.강준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제 어머니 얘기는 하지 마십시오. 하실 얘기가 있으면 요점만 말씀하세요. 없으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뉴스를 한번 봐라. 너희 셋이 찍힌 사진이 이미 인터넷 메인에 올라갔다. 강준아, 하씨 가문에 한 번 시집온 여자는 이혼을 해도 행동 하나하나가 가문에 영향을 줘.] [무슨 위험한 놀이를 하든 상관없지만, 기자들 카메라에 잡혀선 안 돼!]하명식의 이기적인 태도는 강준의 신경을 긁었다.옛날에 강준의 어머니도 하씨 가문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가문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이혼을 감내하고 K시를 떠나야 했다.왜 여자는 하씨 가문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그 이름에 묶여 살아야 하는가?“지금 하씨 가문은 전과 다릅니다.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준다는 겁니까?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지요.” “저와 이혼한 뒤, 송별아는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성도 ‘송’ 씨입니다. 누구도 송별아의 자유를 제한할 권리는 없습니다.”이런 스캔들이 터졌는데도 강준은 여전히 별아 편을 들고 있었다.하명식은 강준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구나. 아직도 머리가 완전히 낫지 않은 모양이야.]강준은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곧바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자 메인 화면 맨 위에 기사가 걸려 있었다.사진은 두 장이었다.한 장은 주안이 별아를 안고 있는 장면.다른 한 장은 주안이 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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