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끝내자, 시정은 강준과 함께 치료실로 들어갔다.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별아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유 변호사님.”별아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저... 생각 끝냈어요. 제 이혼 소송, 유 변호사님께 부탁드릴게요. 민희한테 그동안 정리한 자료 보내 드리라고 할게요. 그리고 제 주장에서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이겸이 잠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세요.”“하강준이 혼인 중 소시정에게 보낸 모든 선물. 계좌 이체, 보석, 집, 차... 다 포함해서요. 반드시 돌려받고 싶습니다.”별아의 눈빛은 단호했다.‘이혼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소시정은 절대 쉽게 넘어갈 수 없어.’“알겠습니다.”이겸이 간단히 답했다.잠시 후, 강준이 치료실에서 나왔다.그는 복도로 나왔을 때는 별아 혼자 앉아 있었다.별아가 강준을 기다린 건지, 아니면 이겸이 먼저 떠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의 표정은 조금은 누그러져 있었다.별아가 고개를 들어 강준을 바라봤다.그 옆에서 시정이 머뭇거리며 별아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언니...”강준이 바로 잘라 말했다.“시정아, 너 먼저 가. 나, 별아랑 얘기 좀 할 게 있어.”시정은 한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강준이 이미 선을 그은 뒤였다.“알았어요, 오빠. 그럼 저는 먼저 가 볼게요.”병원 복도는 고요했다.강준은 별아 옆에 앉았다. 굳이 보란 듯이 다친 손을 별아 눈앞에 두며.“이겸이는?”“갔어.”별아가 짧게 대답했다.“속상하지?”고개를 돌린 강준이 별아를 똑바로 바라봤다.별아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하강준이 질투심 많은 건 알지만... 그래도 내 감정은 존중해주던 사람이었는데...’‘이제는 사람을 때리고, 빈정거리는 말까지 하네.’“하강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별아는 시정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본인이 하루 종일 소시정 끼고 다니는 거, 내가 뭐라고 했어? 네가 날 못 믿어도, 자신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도 못 믿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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