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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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별아는 원래부터 여자다운 매력이 넘쳤다.늘 그런 별아만 바라보는 이겸의 눈빛은 언제나 깊고 진지했다.강준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둘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왔으니까, 이겸이 별아를 좋아한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다만 이겸은 강준과 다르게 티를 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저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혼자 마음에 담아두는 그런 사람이었다.강준이 별아에게 대시할 때도, 이겸은 항상 저 멀리서 가만히 보고만 있었고, 다투지도 고백하지도 않았다.어느 날, 강준이 술에 반쯤 취했을 때 물은 적이 있다.“야, 너 별아 좋아하지? 솔직히 말해. 나 신경 안 쓸게.”이겸은 대답 대신 잔을 들어 올리더니, 고개를 젖혀 원샷했다.그리고 아쉽게 내뱉은 한 마디.“개소리.”‘거짓말.’강준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겸의 눈빛에 스치는 미련과 아쉬움이, 누구보다 잘 보였으니까.남자의 마음은 남자가 제일 잘 안다.수 년째 여자친구도 없는 이겸. 이유야 뻔했다.여전히 별아를 잊지 못하는 것.그런 생각이 강준을 점점 불편하게 만들었다. 담배를 반쯤 피우다 차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핸드폰을 집어 들어 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신호음만 길게 이어졌다.별아는 받지 않았다. 심지어 전원을 꺼버렸다.강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문을 세게 밀치고 나와, 성큼성큼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별아가 놀라서 고개를 드는 순간, 이미 강준의 주먹이 이겸의 얼굴을 강타하고 있었다.탁자와 의자, 머그잔과 케이크 접시까지 와장창 쏟아져 내렸다.카페 안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별아 역시 얼어붙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강준이 이렇게 사람을 때리다니. 그것도 이렇게 거칠게.“하강준!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만해!”알바생들이 달려와 둘을 간신히 떼어놓았다.누군가는 몰래 경찰까지 신고했다. 혹시라도 큰일 날까 봐.강준의 주먹은 단단했다.이겸의 입술이 터지고 피가 맺혔다. 게다가 아까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힌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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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말을 끝내자, 시정은 강준과 함께 치료실로 들어갔다.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별아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유 변호사님.”별아의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저... 생각 끝냈어요. 제 이혼 소송, 유 변호사님께 부탁드릴게요. 민희한테 그동안 정리한 자료 보내 드리라고 할게요. 그리고 제 주장에서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이겸이 잠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세요.”“하강준이 혼인 중 소시정에게 보낸 모든 선물. 계좌 이체, 보석, 집, 차... 다 포함해서요. 반드시 돌려받고 싶습니다.”별아의 눈빛은 단호했다.‘이혼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소시정은 절대 쉽게 넘어갈 수 없어.’“알겠습니다.”이겸이 간단히 답했다.잠시 후, 강준이 치료실에서 나왔다.그는 복도로 나왔을 때는 별아 혼자 앉아 있었다.별아가 강준을 기다린 건지, 아니면 이겸이 먼저 떠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강준의 표정은 조금은 누그러져 있었다.별아가 고개를 들어 강준을 바라봤다.그 옆에서 시정이 머뭇거리며 별아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언니...”강준이 바로 잘라 말했다.“시정아, 너 먼저 가. 나, 별아랑 얘기 좀 할 게 있어.”시정은 한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강준이 이미 선을 그은 뒤였다.“알았어요, 오빠. 그럼 저는 먼저 가 볼게요.”병원 복도는 고요했다.강준은 별아 옆에 앉았다. 굳이 보란 듯이 다친 손을 별아 눈앞에 두며.“이겸이는?”“갔어.”별아가 짧게 대답했다.“속상하지?”고개를 돌린 강준이 별아를 똑바로 바라봤다.별아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하강준이 질투심 많은 건 알지만... 그래도 내 감정은 존중해주던 사람이었는데...’‘이제는 사람을 때리고, 빈정거리는 말까지 하네.’“하강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별아는 시정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본인이 하루 종일 소시정 끼고 다니는 거, 내가 뭐라고 했어? 네가 날 못 믿어도, 자신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도 못 믿어?”“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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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김민범 교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정밀 수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별아는 거의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 누워 있는 별현을 내려다보았다.‘내 가슴이 부서지는 것 같아...’“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학교 오갈 때 자전거 타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잖아. 너는 꼭 안 듣더니...”별아는 동생의 손을 꼭 쥐며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언제쯤 철이 들 거야...”병상에 있는 별현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잠시 뒤 경찰이 찾아와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그제야 별아는 구체적인 상황을 알았다.이번 사고로 시정도 크게 다쳤다는 사실.덤프트럭이 신호를 무리하게 지나가다가 막 신호를 건너던 시정의 전동 전기오토바이를 치었고, 그 스쿠터가 튕겨 나가면서 별현을 덮쳤다.별현은 그 충격에 길가 공사장 쪽으로 떨어지면서 허리와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우리 별현이...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제일 억울하고 제일 크게 다쳤네...’별아는 하루 종일, 밤까지 병원에 붙어 있었다.눈 한 번 제대로 감지 못한 채.그동안 강준은 한 번도 병실에 오지 않았다....별현이 겨우 눈을 떴다. 여전히 창백한 얼굴이었다.“누나... 미안해. 또 사고 쳤어.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걱정하실 거야.”별아는 차마 동생을 더 나무라지 못했다.‘아무 잘못도 없는 애를... 내가 뭘 더 탓해...’“이제 다 지나간 일이니까, 아무 생각 말고 몸부터 회복하자.”별현은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그날 그 길로 안 갔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누나, 나 앞으로 자전거 안 탈게. 기숙사에 있을게. 주말에만 누나가 데리러 오면 안 돼?”별아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억지로 웃었다.“그래. 그러니까 이제 아무 걱정도 하지 마.”별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몸을 조금 움직이려 했지만 허리 아래로 전혀 감각이 없었다.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누나... 나... 나 다리가 없는 거 아니야...?”별현은 덜컥 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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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그렇지 않으면... 뭐라는 겁니까, 교수님?”강준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김민범 교수는 코끝에 걸린 안경을 천천히 밀어올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는 앞으로 다시 못 걸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교수님, 한 번에 말씀 좀 똑바로 해주시죠.”강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김민범 교수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얼굴로 이어갔다.“케빈 교수님께서 원래 1년에 30건만 수술을 하십니다. 제가 케빈 교수님 올해 스케줄을 확인했는데, 이미 29건이 끝났습니다.”“그 남학생의 수술을 케빈 교수님께서 맡으시면 회복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하지만 케빈 교수님이 소시정 씨 수술을 먼저 수락하시면... 그 아이는 아마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될 겁니다.”김민범 교수는 강준과 별현의 관계를 알지 못했다.의사로서 그는 별현이 더 절실하게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하지만 또 의사로서, 그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이 최고의 진료를 받는다는 냉정한 현실을...김민범 교수는 다시 한번 안쓰럽게 중얼거렸다.“그 남학생은 아직 나이가 어립니다. 이렇게 좋은 전문가에게 수술을 못 받으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아이 가족들... 아마 가슴이 찢어질 겁니다.”“다른 의사로는 안 됩니까?”강준의 눈빛이 흔들렸다.김민범 교수는 쉽게 단언하지 못했다. 수십 년의 경험이 말해주었다. 이건 케빈 교수밖에 살릴 수 없는 케이스라는 걸.“그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김민범 교수는 별현의 상태도 별아에게 거의 같은 설명을 해주었다.별아는 처음 들어보는 ‘케빈 교수’라는 이름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그날 오후 내내 별아는 노트북을 붙잡고 그 의사에 관한 정보를 뒤지고 또 뒤졌다.‘전생에서 동생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는데...’‘난 죽음에서 간신히 벗어나 과거로 돌아왔는데...’‘왜 고통은 끝나지 않고, 더 심해지는 거지?’별아는 화면을 바라보며 떨리는 손끝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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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시정은 환하게 웃으며 병상에 있는 별현에게 손가락으로 파이팅 포즈를 지어 보였다.“동생, 힘내야 해. 누나는 네가 잘 버틸 거라 믿어.”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며 강준이 들어왔다.시정은 작은 얼굴을 들어 환하게 웃었다.“오빠, 저 별현 동생 보러 왔어요. 상태가 좀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에요.”“너 왜 혼자 나왔어? 얼른 네 병실로 돌아가.”“네, 알았어요.”시정은 얌전히 휠체어를 밀며 병실을 나갔다.강준은 곧장 병상 앞으로 다가가 별현을 내려다봤다.“처남, 좀 어때?”별현은 힘겹게 눈을 들며 물었다.“매형... 그 누나 누구예요?”어린 나이지만, 별현의 감각은 남달랐다.“매형이랑 그 누나... 무슨 사이예요? 왜 매형은 그 누나 수술을 위해 케빈 교수님을 불렀어요? 저한텐... 기회가 없는 건가요? 저는 매형한테 가족이 아닌가요?”강준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변명조차 설득력이 없었다.“그게... 그런 게 아니야.”“그게 아니라니요?”별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하강준, 넌 악마야? 별현은 아직 애야. 널 그렇게 따르고 좋아했는데...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네가 별현이가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어!”별아의 눈가가 젖었다.‘난 처음부터 하강준한테 기대도 안 했어.’‘근데... 내 동생의 운명을 이렇게 빼앗아 가다니...’강준이 가진 인맥과 힘을 별아는 원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그는 그 힘을 이용해 가장 소중한 기회를 시정에게 넘겨주었다.별아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절망은 전생에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던 순간만큼이나 잔혹했다.‘하강준, 소시정... 너희 둘을 용서하려 했는데, 끝까지 날 짓밟는구나.’별아의 눈물이 쏟아졌다.이때, 이겸이 다가와 무너져가는 별아를 붙잡았다.그의 시선이 강준을 향했다.“강준아, 이건... 네가 너무한 거야.”강준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네가 무슨 상관이야?”강준은 이겸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며 별아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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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강준은 이겸이 집안일에 끼어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강준의 어두운 눈빛이 점점 차갑게 가라앉았다.“내가 소시정을 좋아해야 네가 설 자리라도 생긴다고 생각해? 유이겸, 네가 별아를 몇 년이나 바라본 걸 나만 모를 줄 알아? 내가 있는 한, 넌 그냥 불륜남이야.”강준의 이런 말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 이겸은 그저 강준의 심술로 받아들였다.“믿든 안 믿든, 난 진심으로 네가 별아 씨랑 잘 지냈으면 해. 네가 옛날에 별아 씨 쫓아다닐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 나도 다 아는데, 괜히 상관없는 여자로 인해...”이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준이 손을 들어 막았다.“너 변호사 생활 오래 하더니 세상을 구하려고 드는 모양이네? 됐어. 우리 결혼은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이겸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결국 고개를 돌린 채 자리를 떴다.강준은 별현의 병실 문 앞에 앉은 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별아가 케빈 교수를 처음 본 건 시정의 수술 날이었다.영어에 능숙한 별아는 케빈 교수의 비서와 계속 연락을 취하며 직접 면담을 원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김민범 교수가 말했다. 이미 치료의 황금기를 놓쳤기 때문에, 별현이 영영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하지만 케빈 교수를 제외하면, 별아는 더 믿을 만한 의사를 찾을 길이 없었다.결국 별아는 모든 걸 걸기로 했다.수술이 끝난 뒤, 강준은 케빈 교수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교수님, 혹시 수술 한 번만 더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돈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그러나 비서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잘랐다.“하 대표님, 교수님은 규칙을 절대 깨지 않으십니다. 죄송합니다.”케빈 교수는 강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하 대표님의 아내분은 곧 좋아질 겁니다.”강준은 뭔가 설명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케빈 교수의 뒤를 따랐다.“환자는 아직 열다섯, 열여섯밖에 안 된 아이예요. 아직 너무 어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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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케빈 교수는 미소를 지었다.“제가 세운 원칙을 깨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의사의 본분과는 다른 문제고, 제 아내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약속...?’별아의 눈빛이 흔들렸다.‘그렇다면, 교수님은 약속을 지키는 분이구나. 그렇다면 결국 좋은 사람이겠지.’“교수님, 교수님의 사모님께서도 아마 아실 겁니다. 어린 남학생이 평생 휠체어에 묶여 사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라는 걸요.”케빈 교수는 두 손을 가볍게 벌리며 말했다.“저를 움직이는 게, 생각처럼 쉽진 않을 겁니다.”별아는 고개를 곧게 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저는... 끝까지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그날 밤 아무도 몰랐다.별아가 어떤 이야기를 꺼냈는지, 또 어떻게 케빈 교수를 설득했는지는.다만, 케빈 교수는 결국 별현의 수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조건은 단 하나, 수술은 반드시 해외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출국 소식을 들은 별아의 부모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별현이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었다.놀람과 분노가 지나간 뒤, 남은 건 딸을 향한 안쓰러움이었다.특히 송지국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늘 애교만 부리고 세상 근심 모른 채 살아가던 딸이, 어느새 집안의 짐을 홀로 짊어지는 장녀가 되어 있었다.‘사람 마음은 이렇게 쉽게 변하는데, 그 상처를 감당하는 건 결국 여자 쪽이구나.’‘내 딸이 이런 걸 견딜 이유는 없는데...’...별아는 별현을 데리고 홀로 해외로 향했다.왕복과 수술까지 꼬박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다행히도 수술은 성공적이었다.귀국 후 별현은 재활만 꾸준히 하면, 곧 정상적인 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별아의 가슴을 짓누르던 큰 돌덩이가 비로소 사라졌다.그녀는 온몸의 피로를 짊어진 채, 조심스레 강준과 함께 살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일부러 별아를 기다리고 있던 듯 집 안은 조용했고, 시부모와 강준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별아는 잠깐 멈춰 섰다가 바로 인사를 했다.“아버님,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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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손영애가 강준을 두고 한 말에 별아는 웃음을 참느라 애써 고개를 숙였다.강준의 얼굴은 금세 먹물이라도 들이부은 듯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손영애는 그런 아들을 흘끗 바라보더니, 며느리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체면쯤은 내려놓겠다는 듯 결국 모든 걸 걸어버렸다.그래서 말투도 점점 더 과감해졌다.“아까 엄마가 네 남편한테 직접 물어봤다. 강준이가 그 소시정하고 아직 안 잤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앞으로도 못 하게 할 거야. 강준이 또 기어이 그런 짓을 하면, 네 시아버지가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릴 거다.”별아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이게 정말 내가 알던 그 시어머니 맞나?’‘전생에서 내가 살아 있을 땐 나를 눈곱만큼도 인정하지 않던 사람인데...’‘그래, 결국 하씨 가문에서는 모든 게 이익이 우선이야. 이해 못 할 것도 없지.’손영애는 시선을 아들 쪽으로 돌리더니 또다시 쏘아붙였다.“네가 예전에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별아 아니면 절대 안 된다, 차라리 절에 들어가 중이 되겠다, 네 입으로 그렇게 말했지?”“그렇게 너 스스로 쫓아가서 얻은 아내야. 잘 지켜! 네가 마다하면, 기다리는 놈들이 줄 서 있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손영애는 속으로야 별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정신이 멀쩡한 이상 며느리의 가치를 모를 리 없었다.별아의 미모는 K시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고, 집안 또한 탄탄했다.게다가 강준과 별아 사이에 아이도 없으니, 별아를 놓아버리는 건 그야말로 손해였다.강준이 다시 별아 같은 여자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하명식이 낮게 목소리를 얹었다.“강준아,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별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또다시 별현이 같은 일이 터지면, 너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별아랑 잘 살도록 해. 그게 다야!”하명식과 손영애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별아는 문 앞까지 따라나가 정중히 인사했다.“아버님, 어머님, 조심히 가세요.”하명식이 발걸음을 멈추고 별아를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별아야, 강준이 일로 너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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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소시정... 그 여자는 도대체 뭐가 있지?’‘말끝마다 울먹이는 눈빛? 아니면 힘없이 부드러운 그 목소리?’ ‘하강준이랑 소시정은 결국 같은 부류였던 거야.’‘흠집 난 조각들이 서로 맞아떨어진 것처럼.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핑계니까.’별아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자, 강준은 잠시 불편한 듯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나 방에서 자면 안 돼?”“아니.”별아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메일 화면을 닫았다. 무심한 듯, 그러나 의도적인 질문이 튀어나왔다.“너... 소시정이랑 어디까지 갔어? 청혼이라도 했어?”강준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아직도 날 원망해?”별아가 비웃듯 숨을 내뱉었다.“원망? 내가 뭘 원망하는데?”“별현이한테 수술 기회를 안 준 거... 그거 때문에.”“네가 그 정도 자각은 있구나.”별아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강준을 똑바로 바라봤다.“하강준, 네 부모님도 없으니까 돌려 말 안 할게. 난 널 원망하는 게 아니야. 난 널 증오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강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별아의 적의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그럴 필요 없어. 넌 늘 색안경을 쓰고 봐. 다 삐뚤어지게만 보잖아.”‘역시. 뻔뻔한 남자의 얼굴은 늘 이 꼴이지. 듣는 사람 속까지 더럽히는 말투.’별아는 냉소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래, 내가 어디 네 소중한 순진무구한 하얀 꽃만 하겠냐? 안 그랬으면 하 대표님께서 블랙카드까지 내주면서 소시정한테 무제한으로 쓰라고 했겠어?”강준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내가 왜 모를 것 같아? 네가 버는 돈,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야.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아보는 게 그렇게 잘못이야?”강준은 입을 다물었다. 말문이 막혔다.별아는 남자의 눈 속에서 분명한 혐오의 기색을 읽어냈다.‘이 남자, 내가 이런 말까지 할 줄은 전혀 몰랐겠지.’강준은 억지로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그냥 생활용품 좀 사라고 한 건데, 그걸 가지고 따지냐?”별아는 지긋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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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그럼, 하강준 명의의 지분을 요구하는 것도 정당한 권리 맞죠?”이겸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이혼 합의서는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요?”“내일 바로 드리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다음날 이른 아침.이겸은 비서에게 지시해, 직접 별아에게 초안을 전달했다.역시 유능한 변호사답게, 이혼합의서는 치밀하고 꼼꼼하게 작성되어 있었다.별아는 그 문건을 들고, 사설탐정이 알려준 주소로 향했다.바로 강준이 시정을 숨겨둔 집이었다.‘이번엔 내가 지지 않겠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지.’별아는 수지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뒤 같이 와 달라고 부탁했다.집 앞에 도착한 별아는 주머니에서 키를 꺼냈다.문은 놀랄 만큼 쉽게 열렸다.거실 안, 시정은 꽃꽂이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경계하듯 별아를 바라봤다.“별아 언니... 언니,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 강준 오빠는 알고 계세요?”별아는 비웃듯 가볍게 대꾸했다.“하강준이 알아야 해?”별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시정이 꽂아둔 꽃병을 들어 올렸다.유심히 바라보다가 손목을 툭 풀었다.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꽃병은 산산이 부서졌다.쨍그랑!깨지는 소리와 함께 시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언니... 왜 제 꽃병을 깨트리세요?”시정의 목소리엔 불안이 묻어났다.별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방 안을 둘러보며 차분히 관찰했다.값비싼 도자기, 명인들의 그림, 정성 들여 꾸민 가구와 커튼.하얀 커튼 너머로 레이스 커튼이 겹겹이 드리워져 있었고, 창가의 핑크빛 진달래가 바람에 흔들리며 아늑한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전생에선 하강준이 소시정을 얼마나 철저히 숨겼는지...’‘그때 난 K시를 샅샅이 뒤졌어도 끝내 못 찾았지.’‘그런데, 결국 이런 집에서 둘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었던 거네.’별아의 입꼬리가 천천히 비틀렸다.‘결혼이 여자한테 뭘 남겨주지? 사랑? 책임? 아니, 결국은 상처뿐이지.’텔레비전 장식장 위에 놓인 10인치짜리 액자 사진이 별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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