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님, 저희는...”강준이 무언가 설명하려는 순간, 하태산의 호통이 날아왔다.“네 아버지가 그러더라. 네가 요즘 여자 문제로 시끄럽다던데, 그게 사실이냐?”하태산은 원래도 위압적인 사람이었다.특히 눈을 부릅뜨는 순간, 마치 사찰의 나한상처럼 무게감이 떨어졌다.별아는 본능적으로 겁이 나 고개를 들지 못했다.강준은 해명을 피하고 곧바로 말을 돌렸다.“저희 요즘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준비?”하태산은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하강준, 누구랑 준비한다는 거야? 우리 집안은 바람 따위 용납 안 해. 밖에 기웃거리는 여자들, 당장 정리해!”“그런 일 없습니다.”강준은 단정히 잘라 말했다. 시선을 흐리며 애써 화제를 비틀었다.별아는 차분히 앉아 강준의 연기를 바라봤다. 마치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는 남편처럼 노련하게 굴고 있었다.“할아버님, 저랑 별아 사이는 좋습니다. 증손자도 꼭 낳아드릴 겁니다. 이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기다리다간 내가 땅에 들어간다.”하태산의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그때 손영애가 나서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말했다.“아버님, 강준이 요즘 회사 일도 바쁘잖아요? 임신은 여자의 몸 상태도 중요하고요.”손영애는 말을 끝내자마자 곧장 별아를 흘깃 보았다.별아가 시선을 들지 않자,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제가 아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계세요. 별아 한 번 검진을 받아보게 하죠. 아버님, 너무 아이들한테 화내지 마세요.”“애 낳는 게 남자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하명식은 짐짓 차가운 시선을 아들에게 던졌다.“네가 매일같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데, 벌써 능력이 다한 거 아니냐?”강준의 얼굴이 굳어졌다.하명식은 아들의 그 표정마저 거슬리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틀린 말 했냐? 하강준, 네 꼴 좀 봐라. 온갖 추문으로 집안 얼굴에 먹칠하지, 자기 체면도 네 아내 체면도 안중에 없지, 기어코 딴 여자한테 마음 뺏기고...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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