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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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수지는 눈이 뒤집혀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소매를 걷어붙였다.“이년, 가만 안 둬.”시정은 겁에 질려 세 걸음이나 뒷걸음질쳤다.“뭐, 뭐 하는 거예요? 때리려고요? 폭행은 범죄예요! 진짜 경찰 부른다니까...?”“남자 뺏어간 걸레가 안 맞을 이유 있어? 맞는 건 약과지. 내가 그냥 옷 다 찢어버리고, 길거리에 내던져서 사람들 다 보게 만들겠어. 어떤 년이 이렇게 싸가지 없게 태어났는지 보여줘야지.”시정은 결국 벽까지 몰려가, 몸을 잔뜩 움츠렸다.수지가 손을 높이 들자, 시정은 고개를 감싸쥐며 비명을 삼켰다.“그만둬!”낯빛이 어둡게 가라앉은 강준이 뛰어들어왔다.남자의 눈빛은 싸늘했고, 보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방 안은 엉망진창이었고, 구석에서 울고 있는 시정을 본 강준의 눈에는 살벌한 분노가 차올랐다.별아가 황급히 수지 앞에 서서 막아섰다.시정은 강준을 보자 눈물이 더 쏟아져,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강준 오빠... 오빠가 안 왔으면 저 진짜 맞아 죽었을 거예요.”시정의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은 강준의 가슴을 날카롭게 찔렀다.‘별아가 이렇게 세게 때렸다고?’강준은 이성을 잃은 듯 손을 번쩍 들었다. 별아를 향해 내리치려는 순간...“하강준, 너 미쳤어?”수지가 번개처럼 손목을 낚아채며 강준을 노려봤다.“그년 때문에 별아를 때려? 이게 제정신이야?”“미친 건 나야, 아니면 너희야? 둘이서 짜고 사람을 패? 어디서 감히 이런 짓을 해!”강준은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곧장 시정 쪽으로 향했다.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자, 시정은 자연스럽게 강준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미소를 흘렸다.그 웃음은 송별아를 향한 조롱처럼 보였다.‘송별아, 넌 끝났어.’수지는 이를 악물며 시정을 가리켰다.“야, 이 버릇없는 년. 부모한테서 뭘 배워왔길래 아직도 연기만 하고 있어? 이제 그만해, 더는 안 참아.”“배수지!”강준이 목청을 터뜨렸다.“너 지금 선을 넘었어.”“하강준, 너 별아한테 매달린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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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하강준, 사람답게 굴어. 이쯤에서 그만해. 네가 웃음거리 되는 꼴 보고 싶어?”수지가 눈을 치켜 뜨며 강준을 흘겨봤다.“네가 더럽게 사는 건 상관없는데, 우리 별아는 그런 더러운 병에 절대 물들게 하고 싶지 않거든.”강준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 안에서는 끓어오르는 감정이 부글거렸다.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별아만 똑바로 바라보았다.마침내 별아가 이혼합의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알아. 네가 그 내용을 제대로 보고 싶을 거라는 거. 시간 줄게. 하지만 내 말은 하나야. 넌 명백히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야.”“만약 네가 우리 집안과 너희 집안의 사업을 핑계로 또 서로 상처 주는 짓을 한다면... 난 끝까지 맞서 주겠어.”‘지난 생에서 난 그 지옥 같은 재판 다 겪었잖아.’‘그래서 이번 생에서는 절대 똑같이 당하고만 있진 않아.’“수지야, 가자.”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랐다. 두 사람은 마침내 그 집을 나섰다.차 안에서 별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수지는 알았다. 별아 마음이 편할 리 없다는 걸.부부가 갈라진다는데, 누가 아무렇지 않겠는가?하지만 하강준 따위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나?“지금 하강준 눈엔 소시정밖에 없어. 별아, 그 인간 때문에 속 썩이지 마.”수지가 말했다.별아는 쓴웃음을 억지로 지어 올렸다.“수지야, 난 하강준 때문에 우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왜 하필 하강준을 사랑했을까? 그게 한심해서 그래. 사랑의 끝은 결국 원수가 되는 거구나. 이제야 믿을 수 있겠어.”‘남녀 사이란 게 결국은 몸이 서로 끌리는 거지.’‘아무리 잘난 남자라도, 한 여자랑 오래 있으면 질리게 돼.’‘그 여자가 아무리 예쁘든, 섹시하든, 착하든...’‘결국은 식상해지고 새로움만 찾게 돼.’‘결혼 따위로는 그런 남자 묶어둘 수 없어.’별아의 마음은 의외로 차분했다.‘과거로 돌아온 뒤, 하강준이 얼마나 얄팍하고 이기적인 인간인지 똑똑히 봤어.’‘하강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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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하지만... 이겸은 고개를 저었다.“네가 그렇게만 생각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난 지금 별아 씨의 변호사니까. 이혼합의서에 적힌 건 전부 별아 씨가 원한 조건들이야. 네가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들면 말해. 내가 별아 씨에게 전달해줄 수 있어.”“모든 부분이 다 마음에 안 들어!”강준은 낮게,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말과 함께 그는 이혼합의서를 주먹으로 잡아채더니, 이겸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종잇조각들이 공중에 흩어지며 탁자 위에 흩어졌다.강준이 결연했던 것은 별아와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 때문만은 아니었다.어쩌면 언젠가는 두 사람이 이혼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이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이 눈앞의 이겸에게 아내를 빼앗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이겸은 찢어진 서류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네가 이렇게 나오는 거면 별아 씨 쪽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만약 법정 싸움으로 번지면 언론이 크게 떠들 거고, 하산그룹에도 영향이 미치겠지.”이겸의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강준에겐 그대로 노골적인 위협으로 들렸다.강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협박인가, 경고인가?’“네가 우리 그룹이 K시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네 뜻대로 되길 바라지.”강준의 목소리는 낮고 냉담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위치를 분명히 했다.“내 가정 문제에 네가 끼어들 필요 없어. 네가 끝까지 우길 거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뿐이야.”눈을 잠시 내리깐 이겸이 어깨에 힘을 빼며 얇게 웃었다.‘겁이 난다면, 애초에 이 사건을 맡지 않았겠지.’그는 별아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손을 내민 것이었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도의적인 판단에서였다.“그럼 지켜보자고.”이겸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그 말에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배어 있었다.그 자리의 공기는 다시 얼어붙었고, 두 남자의 대립은 말보다 더 무거운 여운을 남긴 채 계속되었다....별아의 핸드폰 화면에는 사설탐정이 보낸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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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별아와 수지는 끓고 있는 샤브샤브 국물 앞에 앉아 있었다. 고기와 채소가 보글보글 익어가는 소리 속에서, 별아는 마트에서 들었던 시정과 중년 여자의 대화를 꺼냈다.“와 씨... 그 소시정, 진짜 복잡한 년이네? 맨날 청순한 척하는 애가 아니었어? 근데 죽은 전 남자친구까지 있다고?”“하강준이 그런 거 모르냐? 걔 원래 풋풋한 여자애 좋아한다며. 근데 이런 거물급 과거가 있는 애도 받아들였어? 대체 얼마나 미쳐 있는 거야?”수지의 말투는 거칠었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별아는 고개를 숙이며 잔에 술을 따랐다.“내 생각엔... 소시정한테 뭔가 큰 비밀이 있어. 그 비밀이야말로 강준 곁에 붙은 이유일 거야.”“하강준이 바보는 아니지. 근데... 너무 사랑하면, 사람은 눈이 멀어. 중요한 것도 못 보고, 그냥 빠져들게 돼.”‘지난 생에서도 그랬어.’‘하강준이 나한테 미쳐 있을 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었지.’‘검은색을 흰색이라고 해도, 아무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이야.’‘그게 바로 하강준이지. 격정적인 사랑에 취해 결국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수지가 젓가락을 책상에 툭 내리치며 씩 웃었다.“내가 봤을 땐, 하강준 그 자식, 소시정한테 제대로 한 방 먹어야 정신 차릴 거야.”별아는 씁쓸하게 웃으면서도, 소고기 한 점을 집어 수지 그릇에 올려줬다.“야, 고기 식는다. 빨리 먹어.”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속 얘기를 털어놓았다.원래대로라면, 별아는 수지 집에서 그대로 묵으려 했다.그때 노숙현의 전화가 걸려왔다.강준이 집에 다녀갔다는 소식이었다.표정이 잔뜩 굳은 채, 계속해서 별아가 어디 갔냐고 물었다는 것이다.노숙현이 조심스럽게 별아에게 묻었다.[사모님, 지금 집에 한번 와 보시는 게 어떨까요?]별아는 집사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택시를 잡아타고, 강준과 함께 살던 집으로 향했다....넓은 거실 안.이미 술을 마신 강준이 앉아 있었고, 별아 역시 술기운이 남아 있었다.공간 가득히 서로 다른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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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강준은 문득 결혼 초를 떠올렸다.그때 강준과 별아의 바람은 단순했다.서로 사랑하며 아이 많이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하지만 지금은?별아의 마음은 이미 떠났다.그녀는 당장이라도 강준을 버리고 다른 남자 품으로 달려가고 싶어 한다.강준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더니, 남은 꽁초를 힘껏 비벼 재떨이에 눌러 껐다.억눌린 감정을 안고 그는 계단을 올랐다.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며 별아가 있는 방으로 다가갔다.별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준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그녀를 침대 위로 밀쳤다.다음 순간, 남자의 입술이 별아의 입술을 거칠게 덮쳤다.‘이게 뭐야... 미쳤어?’별아는 필사적으로 강준을 밀쳐내려 했다.심지어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치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발버둥쳤다.하지만 소용없었다. 강준은 더욱 거칠고 집요하게 별아를 붙잡았다.그는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망가지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 폭력적으로, 집요하게 별아를 짓눌렀다.“왜 그래, 하강준? 왜 이래? 우리가 지금... 꼭 이런 걸 해야 돼? 너에겐 소시정 있잖아. 네가 지금 이러는 게 소시정한테 떳떳하다고 생각해?”강준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흔들렸다. 곧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네가 신경 쓸 건 그게 아니야. 차라리 그 6조 원을 어떻게 메꿀지나 고민해.”강준은 몸을 떼어냈다.샤워를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을 나갔다.남겨진 건 산산이 부서진 별아뿐.방금 전 강준이 보여준 건 애정도, 미련도 아닌... 차갑고 잔혹한 폭력이었다.‘이 사람은 이제 내게 아무것도 아니구나.’...송명그룹 창립 기념일.전생의 별아는 한 번도 이런 자리에 나온 적이 없었다.그때의 별아는 뼛속까지 남편만 의지하고 싶었던 여자였다. 남편 강준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며, 그저 ‘사모님’이라 불리는 게 더 좋았다.그녀는 ‘송별아 씨’보다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그림자로 사는 게 편했다.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강준이 별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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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송명그룹 같은 대기업의 창립 기념일에, 하강준 대표가 다른 여자랑 대놓고 나타나다니, 이건 장인어른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거 아냐?”“재벌가가 제일 무정하지. 어차피 이혼할 사이라면 장인도 더는 장인이 아니지. 당연히 체면 같은 건 신경 안 쓰겠네.”“사모님도 남자 데려오고, 하 대표님도 여자 데려오고... 이 부부 참 대단하다. 오늘 밤, 볼거리 많겠다.”“...”강준은 그 모든 수군거림을 무시한 채, 곧장 송지국 앞으로 걸어갔다.“장인어른, 오늘 같은 창립 기념일에 저는 왜 초대하지 않으셨습니까?”강준의 시선이 이겸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별아에게로 옮겨졌다.“이건... 네가 잘못한 거야.”별아는 강준이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알 수 없었다.전생에서 송명그룹의 어떤 행사에도 강준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축하하러 온 게 아니야. 오늘은 분명 시비 걸러 온 거야.’강준이 강성민을 힐끗 보자, 비서가 재빨리 준비한 선물을 내밀었다.“하 대표님께서 직접 마련하신 선물입니다. 송명그룹이 더 크게 발전하길 기원합니다.”송지국의 가슴속에는 이미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하객들이 지켜보는 상황이라, 당장 체면을 구기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억지로 선물을 받아 들며,“수고했네. 신경 써줘서 고맙네.”그리고 자신의 비서에게 그것을 건넸다.“오늘 행사는 동반인을 꼭 데려올 필요는 없었네. 그런데 자네는 왜 굳이 여자를 데리고 왔는지... 설명을 듣고 싶군.”송지국은 속으로 씩씩거렸다. 강준이 여자 문제를 따로 두는 것까지는 묵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자신 앞에서 도발하는 건 참기 어려웠다.강준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소시정 씨는 저희 회사에서 후원하고 있는 분입니다. 세상 구경도 시켜줄 겸, 함께 자리한 것뿐이지요. 장인어른, 괜한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저와 별아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말끝에 그는 일부러 별아를 바라보았다.별아는 고개를 들어 강준을 똑바로 보았다.‘정말 뻔뻔하다. 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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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그러나 강준은 별아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비열했다.“하강준, 원래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우리 집은 이미 다 잃을 각오가 돼 있어. 하지만 내 몫은, 반드시 가져갈 거야.”별아의 눈빛은 단호했다.그 순간만큼은 강준도 느낄 수 있었다.이 결혼 속에서 자신이 별아를 얼마나 상처 입혔는지...강준은 분명 별아를 사랑했었다.둘은 서로 미칠 만큼 사랑했던 적도 있었다.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망가져 버린 걸까?이제 별아의 마음은 식어 버렸다.강준은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었다.강준이 한숨을 내쉬듯 입을 열었다.“별아, 난 그 6조 원 안 가져도 돼. 네가 받아야 할 재산, 다 줄 수도 있어. 당장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서 널 놓아줄 수도 있지. 하지만 단 하나 조건이 있어.”별아의 눈이 가늘어졌다.“뭔데?”“우리... 아이 하나만 갖자.”별아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졌다.“미쳤구나, 진짜.”그녀의 가슴속에서 오래된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다시는... 다시는 아이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아. 그건 내 악몽이야. 절대 안 돼.’강준은 굽히지 않았다.“별아, 6조 원인지, 아이 한 명인지. 네가 직접 선택해.”“병이야, 병.”별아는 강준의 발을 힘껏 밟았다.“하강준, 혼인 중에 다른 여자랑 놀아난 게 너잖아. 그런 주제에 뭔 조건을 걸어? 넌 도대체 뭔데?”음악이 끝났다.별아는 더는 1초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강준을 강하게 밀쳐내고, 서둘러 연회장 중앙을 벗어났다....이겸이 별아에게 과일 주스 한 잔을 건넸다.“무슨 얘기 나누신 겁니까?”별아는 두 모금 마신 뒤, 멍하니 이겸을 바라봤다.“유 변호사님... 제 이혼소송이 너무 많은 걸 얽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혼란스럽습니다.”이겸은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혼란스러운 건 당연한 겁니다. 어떤 소송이든 초기에는 준비할 게 많습니다. 특히 재산 문제까지 얽히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지요.”“하지만 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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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강준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순순히 하태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명식아, 저놈 혼 좀 내줄 거 가져와.”하씨 집안에서 자식들을 ‘징계’할 때 쓰는 건 팔뚝만 한 소가죽 채찍이었다. 맞으면 살이 찢어지고 피가 터져 나왔다.별아는 강준과 결혼한 지 3년 동안, 그런 물건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직접 본 적은 없었다.‘다시 살면서 이런 꼴도 다 보네. 오늘은 정말 새삼스러운데.’하명식은 아무 망설임 없이 채찍을 가져와 하태산에게 내밀었다.“아버지, 봐주지 마세요. 저놈, 손 좀 봐야 정신 차립니다.”하태산은 거칠게 채찍을 움켜쥐더니 강준을 노려봤다.“계집질을 해도 모자라, 네 장인 앞에까지 끌고 가니 재밌더냐?”파악!채찍이 허공을 가르며 강준의 등에 내리꽂혔다. 순간 피가 튀고 살이 갈라졌다.별아는 온몸이 얼어붙었다.‘설마 진짜로 때리실 줄은... 이러다 하강준 죽는 거 아냐?’그리고 속에서 순간적으로 음울한 생각이 스쳤다.‘죽으면... 나는 이혼 절차도 필요 없이, 바로 재산을 이어받겠지.’강준의 상처는 끔찍할 정도였지만, 별아 마음 한구석에선 묘한 쾌감이 일었다.강준은 이를 악물고 비명조차 내뱉지 않았다.하태산의 고함이 거실을 뒤흔들었다.“밖의 여자하고 무슨 관계인지는 상관없어. 내일 당장 관계를 끊어! 그리고 네 아내하고 똑바로 살고, 장인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 알겠어?”강준은 침묵했다.채찍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파악!강준의 등에 또렷한 상처가 하나 더 생겼다.별아는 속으로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이 화면... 사진으로 남기고 SNS에 올리고 싶네.’‘캡션은... ‘바람의 값은 채찍만이 안다’...’두 번의 채찍질에 결국 강준은 더 버티지 못했다.“알겠습니다.”하지만 별아는 알고 있었다.‘이건 시간 끌기에 불과해. 하강준은 절대 시정을 버리지 않아.’‘오히려 더 깊이 숨겨서 아무도 못 찾게 하겠지.’집사 진차균이 강준을 부축해 방으로 데려갔다.하태산은 별아를 따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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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별아는 그저 강준과 시정을 이어주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강준이 반발했다.“하강준, 네 진짜 속마음이 뭐야? 그냥 내가 편하게 사는 꼴 못 보겠다는 거야?”강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그런지도 모르지.”가볍게 웃었지만,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어쩌면 그냥... 네가 유이겸이랑 있는 거 보고 싶지 않은 것뿐일 수도 있고.”별아는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어디서 그런 결론이 나온 거야.’‘내가 유이겸이랑 무슨 사이란 말이야?’‘결국 자기가 바람피운 걸 합리화하려는 핑계 아닌가?’“하강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자신을 속이는 게 그게 그렇게 재밌어?”강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자신을 속이는 건 네 쪽이지.”두 사람이 말을 건네는 것조차 서로를 더 멀어지게 할 뿐이었다.그때, 강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시정의 이름이 선명히 떠 있었다.벨소리가 한참 이어졌지만, 강준은 받지 않았다.별아가 무심히 말했다.“내가 나가줄까?”강준은 대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오빠... 오빠, 여기... 엄청 큰, 큰 지네가 나왔어요. 무서워 죽겠어요... 오빠 빨리 와줄 수 있어요? 저는... 아악!]시정의 비명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왔다.강준은 등을 찢는 고통도 잊은 채 벌떡 몸을 일으켰다.“걱정 마, 금방 갈게.”날개라도 달린 듯 안절부절못하면서, 조금 전에 등에 새겨진 상처 따위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외투를 움켜쥐고 막 나가려던 강준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별아를 돌아봤다.“너도 같이 가.”별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할아버님한테 눈치 보일까 봐?”강준은 짧게 눈을 흘겼다. 꽤 머리를 굴린 모양이었다.하지만 지금의 별아는 더 이상 강준의 계획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다.“하강준, 내가 왜 네 방패가 돼야 해?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강준은 단호하게 내뱉었다.“이혼할 때, 송명그룹과 하산그룹의 공동 프로젝트 하나를 빼 주겠어.”별아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하강준이 이렇게 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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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별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따라붙는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급한 말들을 쏟아냈다.“야, 도망가지 마! 오빠 힘 다 빼면 밤에 제대로 못 즐길 수도 있잖아.”“네가 아무리 도망쳐도 소용없어. 여긴 다 우리 구역이야. 결국 잡힐 건데, 어디까지 뛰나 보자고.”초겨울의 바람이 귀를 스치며 휘몰아쳤다.별아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제발... 제발 누가 좀 나타나 줘. 나 혼자선 못 버텨.’그녀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발이 휘청거려도, 도로 위가 텅 비어 있어도 멈추지 않았다.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이 년, 꽤 잘 뛰네. 잡히면 가만 안 두겠어. 당장 서!”별아는 얼마나 달렸는지도 몰랐다.그 순간, 마주 보이는 도로 건너편에 지구대가 눈에 들어왔다.‘저기만 가면 돼. 지구대에만 들어가면, 살 수 있어.’신호등이 붉게 바뀌었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오직 안전한 곳에 닿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그러나 귀를 찢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별아의 몸은 끊어진 연처럼 허공에 떠올랐다가, 그대로 차갑고 딱딱한 도로 위로 떨어졌다.숨 막히는 정적을 깨고,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어둠 속 그 소리는 오히려 더 섬뜩하고 불안하게만 들려왔다....깊은 혼수 속, 별아는 다시 전생으로 돌아갔다.그날, 출산 중 대출혈로 죽어가던 순간이었다.‘또 죽는 거야?’별아는 수술대에서 누운 전생의 자신이 보였다.그녀는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었고, 진땀이 흘러내리며 이를 악물고 몸부림쳤지만 아이는 나오지 않았다.별아는 그 화면을 보고 바로 달려가 외쳤다.“안 돼. 더 이상 안 돼. 제발 의사한테 말해. 아이 말고 널 살려 달라고. 하강준을 위해서 아이 낳을 필요 없어!”별아는 울부짖었다.“죽지 마... 제발 죽지 마. 선생님! 제발 이 아이 말고 산모부터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산모를 살려주세요!”그러나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별아의 목소리는 허공을 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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