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면서 성실하고, 믿음직스럽다는 점은 도설의 장점이었다.그런데도 별아는 자꾸만 도설이 행복해 보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혹시 내가 도설 씨에게 준 부담이 너무 컸던 걸까?’...퇴근 후, 도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도설은 어머니에게 H시로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꺼냈다.채숙영은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도설이 가는 곳이면 채숙영도 따라가면 된다고 여겼다.다만...“배 대표가 네가 H시로 가는 거 허락했어?”도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 사람한테 말했어. 그 사람도 괜찮다고 했어.”“너희 이제 막 결혼했는데 벌써 떨어져 지내면, 둘 사이 정은...” 채숙영은 그게 걱정이었다.도설은 웃어 보였다. “엄마, 우리 사이에 무슨 정이 있어. 걱정하지 마. 며칠 안에 챙길 짐만 정리해 둬. 때가 되면 내가 엄마 데리고 같이 갈게.”채숙영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우리... 언제 다시 K시에 오는데?”도설은 잠시 말이 없었다.어쩌면... 평생 돌아오지 않게 될지도 몰랐다.“엄마, 우리 H시에 자리 잡고 살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H시에 눌러앉는 거야. 거기 공기도 좋고, 살기에도 괜찮아. 엄마도 금방 적응하게 될 거야.”채숙영은 놀라서 급히 되물었다. “K시에 안 돌아와? 그럼 너랑 배 대표는...”“엄마, 엄마가 그랬잖아. 내가 이혼해도 창피하게 생각 안 한다고.”“아니, 엄마가 창피해서 그러는 게 아니지. 엄마는 그냥... 너희 혼인신고 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 되나 싶어서...” 채숙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애초에 이렇게 될 거였으면, 서로에게 굳이 한 번 결혼했던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남길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엄마는 그냥... 네가 안쓰러워서 그래.”“엄마, 난 괜찮아. 우리 사이에 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야. 많아야 조금 호감이 있었던 정도지.” “호감은 사랑이 아니잖아. 그렇게 깊게 박힌 감정도 아니니까, 금방 지나갈 거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