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531 - Chapter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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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송 사장님이 보시기에 괜찮으십니까?”지선국이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별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도설을 앞으로 불러 세웠다.“물론이죠. 이쪽은 저희 부사장님인 도설 씨예요. 그때 부사장님께 바로 말씀하시면 접대 일정도 알아서 잘 맞춰 드릴 거예요.”“안녕하세요, 부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시유가 도설에게 손을 내밀었다.도설은 예의 바르게 시유의 손끝을 가볍게 잡았다. “모실 수 있어서 제가 영광입니다.”시유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별아는 도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걸음을 옮기다가 뒤를 돌아본 도설은 호민을 한 번 바라봤다.호민은 여전히 지씨 가문 부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과 잔을 부딪치고 말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섞여 있었다.별아는 도설의 기색이 묘하다는 걸 알아챘다.도설의 시선은 호민에게 가 있었다.“왜 그래?”도설은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머쓱하게 입꼬리를 당겼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 대표님이... 지씨 가문 아가씨랑 약혼하시려는 건가요?”“아마도 그렇겠지. 아니면 왜 굳이 액세서리를 맞추겠어?”“좋네요. 두 분이 잘 어울리세요.” 도설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별아는 호민과 시유가 함께 있을 때 풍기는 분위기를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집안끼리야 잘 맞았다.시유라는 여자는 워낙 제멋대로인 걸로 이름난 사람이었다. 그녀는 정말 호민과 결혼하게 되면, 호민도 쉽지만은 않을 터였다.“결혼이라는 게 원래 그래. 겪어보는 사람만 아는 거지.” 별아는 도설을 바라봤다. 도설은 어딘가 넋이 나가 있었다. “괜찮아? 어디 불편한 거 아니야? 힘들면 무리하지 마.”“괜찮습니다, 사장님. 아마 여기 향수 냄새가 너무 진해서 머리가 좀 아픈 것 같아요.”도설은 되는대로 핑계를 둘러댔다.별아도 그럴 수 있겠다고 여겼다.하지만 아직 만나야 할 중요한 고객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조금 있다가 여 대표님께 인사만 드리고 우리도 가자.”“네, 사장님. 저는 괜찮아요. 저 때문에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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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강준은 답을 하지 못했다.강준은 핸들을 꺾어 차를 도로로 올리며 말했다. “남의 일에 너무 마음 쓰지 마. 그럴 시간에 네 남편이나 좀 챙겨. 나 오늘 하루 종일 굶었어. 지금 당장 뭐라도 먹어야겠거든.”“하루 종일 밥을 안 먹었어?” 별아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곧바로 식당부터 예약했다.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한정식집이 있거든. 거기 음식이 괜찮아. 내가 자리 잡아 놨어.”강준은 다정하고도 아끼는 마음이 묻어나는 손길로 별아의 손을 끌어다 입술에 가볍게 맞췄다. “이런 아내를 둔 내가 진짜 복도 많지. 난 지금 너무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됐거든.”...도설은 대개 회사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는 사람이었다.얼마 전부터 별아는 도설에게 H시에 새로 세우는 법인으로 가서 법인 대표를 맡아달라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었다.그리고 오늘 별아가 다시 도설의 뜻을 묻자, 도설은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승낙했다.원래라면 호민의 의견은 한 번 물어 봤어야 했다.두 사람 사이를 생각하면, 그 정도 예의는 필요했다.하지만 지금 호민에게는 도설의 일까지 신경 쓸 틈이 없을 것 같았다.그래서 도설은 그냥 넘어갔다.회사를 나서자 도설은 K시의 깊은 밤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셨다.차 문 잠금이 풀렸다.도설이 막 차문을 열려고 하는데, 누군가 먼저 움직이며 차문이 다시 닫혔다.도설이 눈을 들었다.시야에 들어온 사람은 호민이었다.놀라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도설의 반응은 담담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어?”“내 와이프를 데리러 왔지.” 호민이 말했다.“아...”도설은 짧게 탄성을 냈다. “나도 차 가져왔는데.”“오늘은 내 차 타고 가. 내일 아침에 내가 데려다 줄게.”호민의 말투에는 물러설 여지가 전혀 없었다.호민은 도설의 손에 든 차 키를 자연스럽게 가져갔다.도설은 굳이 막지 않고, 얌전히 호민을 따라 차에 올랐다.그리고 오늘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묻지 않았다.굳이 물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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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도설은 고개를 끄덕였다.도설은 속으로는 호민이 한 번쯤 붙잡아주기를 바랐다.하지만 호민은 그러지 않았다.그 말은 곧 도설이 어디로 가든 호민에게는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처럼 느껴졌다.가슴 한쪽이 쓰렸지만 그래도 도설은 겉으로는 웃어 보였다. “응원해줘서 고마워.”“일단 밥부터 먹자.”호민은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도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둘은 조용히 식사만 했다. 한두 마디쯤 오갈 법한 사소한 말조차 없었다.분위기는 묘했고, 답답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집으로 돌아온 뒤, 도설은 캐리어를 열어 자기가 가져온 많지 않은 옷들을 꺼내 옷장에 걸었다.짐이 많지 않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나갈 때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테니까.“지난번에 산 당신 옷은 전부 드레스룸에 걸어뒀어.”도설은 짧게 대꾸했다. “알겠어.”“며칠 뒤에 시간 나면, 내가 당신 신발도 몇 켤레 더 사줄게.”도설은 담담하게 거절했다. “괜찮아. 나는 신발은 편한 게 먼저야. 너무 예쁜 건 발에 안 맞아서 일할 때 힘들어.”“그럼 당신 마음대로 해.”호민은 이번에는 굳이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도설은 자기 물건을 다 정리한 뒤 캐리어를 옷장 안쪽 깊숙이 밀어 넣었다. “씻고 올게.”호민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고 천천히 빨아들였다.호민은 생각하고 있었다.오늘 왜 지씨 가문 사람들 곁에 서 있었는지, 그 이유를 어쩌면 설명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도설이 믿어줄까?아니면 도설이 그 일에 마음을 둘까?만약 도설이 호민과 다른 여자 사이를 신경 쓰고 있었다면, 오늘 만났을 때 진작 물었어야 했다.도설은 스스로 그런 걸 물을 입장이 아니라고 여기는 걸까?혼인 관계만 놓고 보면, 법적으로 자신의 아내인 도설은 충분히 물을 수 있는 위치였다.하지만 감정의 문제라면... 호민은 도설을 좋아했다.사랑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도설도 아마 다르지 않을 거라고 호민은 생각했다.도설의 심성은 부드럽고 튀는 구석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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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도설 씨.”호민이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은 확실히 아주 좋은 비서야. 적어도 별아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니까.”“무슨 뜻이야?”도설은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호민은 도설의 몸을 자기 쪽으로 돌려 세운 뒤 담담한 눈으로 바라봤다.깊은 밤이라 그런지 두 사람의 눈동자는 더 또렷하게 빛나 보였다.“내 말은... 내가 당신이랑 결혼한 게 전혀 손해가 아니라는 뜻이야. 당신은 아주 괜찮은 사람이야. 나중에는 나한테도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줄 거고.”호민은 정말 보물을 건진 기분이었다.“당신이 원한다면, 나중에 나랑 같이 올라가 보자.”도설은 완전히 이해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못 알아들은 것도 아니었다.‘이 남자... 지금 나를 협력 상대로 보고 있는 건가?’‘아내가 아니라...’도설은 그제야 알 것도 같았다.호민이 왜 혼인신고를 해놓고도 시유와 약혼을 하려는 건지.호민의 마음속에서 도설의 자리는 잠자리도 함께할 수 있는 사업상 파트너쯤 되는 것 같았다.그 관계를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서, 호민은 혼인신고서 한 장으로 둘 사이를 합법적인 관계로 묶어둔 거였다.반면 시유는 호민의 일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존재였다.한 걸음으로 백 걸음을 앞당길 수 있는 지씨 가문이야말로, 호민이 결국 택하게 될 대상이다.도설은 웃었다.호민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였을 줄은 정말 몰랐다.“아직 송 사장님 곁을 떠날 생각은 없어.”도설은 호민을 가볍게 밀어낸 뒤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앞일은 나중에 가서 이야기해.”밤은 더 깊어갔다.도설의 마음은 텅 비어버린 것만 같았다.도설의 나날은 단조로웠고, 즐겁지도 않았다.매일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 일도 이제는 지칠 만큼 지쳐 있었다....어느 날, 도설은 별아를 찾아갔다.“사장님, 저 H시에 조금 더 일찍 가도 될까요?”“갑자기 왜 그렇게 서두르는데?”별아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도설은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를 내놓았다.“몇 가지는 여기서 준비만 해서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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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조용하면서 성실하고, 믿음직스럽다는 점은 도설의 장점이었다.그런데도 별아는 자꾸만 도설이 행복해 보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혹시 내가 도설 씨에게 준 부담이 너무 컸던 걸까?’...퇴근 후, 도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도설은 어머니에게 H시로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꺼냈다.채숙영은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도설이 가는 곳이면 채숙영도 따라가면 된다고 여겼다.다만...“배 대표가 네가 H시로 가는 거 허락했어?”도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 사람한테 말했어. 그 사람도 괜찮다고 했어.”“너희 이제 막 결혼했는데 벌써 떨어져 지내면, 둘 사이 정은...” 채숙영은 그게 걱정이었다.도설은 웃어 보였다. “엄마, 우리 사이에 무슨 정이 있어. 걱정하지 마. 며칠 안에 챙길 짐만 정리해 둬. 때가 되면 내가 엄마 데리고 같이 갈게.”채숙영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우리... 언제 다시 K시에 오는데?”도설은 잠시 말이 없었다.어쩌면... 평생 돌아오지 않게 될지도 몰랐다.“엄마, 우리 H시에 자리 잡고 살자.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H시에 눌러앉는 거야. 거기 공기도 좋고, 살기에도 괜찮아. 엄마도 금방 적응하게 될 거야.”채숙영은 놀라서 급히 되물었다. “K시에 안 돌아와? 그럼 너랑 배 대표는...”“엄마, 엄마가 그랬잖아. 내가 이혼해도 창피하게 생각 안 한다고.”“아니, 엄마가 창피해서 그러는 게 아니지. 엄마는 그냥... 너희 혼인신고 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이렇게 되나 싶어서...” 채숙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애초에 이렇게 될 거였으면, 서로에게 굳이 한 번 결혼했던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남길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엄마는 그냥... 네가 안쓰러워서 그래.”“엄마, 난 괜찮아. 우리 사이에 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 있는 것도 아니야. 많아야 조금 호감이 있었던 정도지.” “호감은 사랑이 아니잖아. 그렇게 깊게 박힌 감정도 아니니까, 금방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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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도설이 H시로 떠나는 날, 별아는 직접 공항까지 도설을 배웅했다.챙겨야 할 것도 많았고, 해주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결국 마음 한쪽에서는 보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남았다. “일하다가 어려운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하나하나 다 보고할 필요는 없어. 매달 한 번씩 보고서만 보내주면 돼. 너무 부담 갖지 마. 알았지?”“사장님.”도설은 별아를 꼭 안았다.“K시에서도 몸 잘 챙기세요. 저... 그리고 주미 씨한테도 업무 인수인계 다 해두었고요. 호진 씨도 요즘 정말 많이 늘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나는 딱히 걱정할 필요 없어.”별아는 도설의 어머니 앞에 다가가 두 손을 살며시 잡았다. “어머님, H시의 집은 제가 미리 다 봐 두고 준비해 뒀어요. 가셔서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송 사장님, 우리 설이한테 이렇게까지 잘 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지요. 설이가 송 사장님 같은 분 밑에서 일하게 된 건 정말 큰 복이에요.”별아는 웃으며 현금이 든 봉투를 꺼내 채숙영의 가방 안에 넣어주었다. “어머님, 이제 시간 거의 됐어요. 두 분 가시는 길 조심하시고요.”채숙영은 얼른 봉투를 다시 돌려주려고 했다.별아가 채숙영의 손을 가볍게 누르면서 말했다. “어머님, 몸 잘 챙기시고, 도설 씨도 잘 부탁드릴게요.”손을 흔들었다.‘잘 가요.’별아의 마음은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원래 별아는 야심이 큰 사람이 아니다.K시에 있는 회사를 더 키우고 확장하면서, 그렇게까지 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다 강준 때문이었다.강준이 옆에서 자꾸 바람을 넣고 부추긴 탓에 여기까지 온 셈이었다.그런데 이제 도설까지 떠나고 말았다.별아는 몸을 돌렸다.아쉬움도 서운함도 얼른 접어두고 고개를 들었는데, 눈앞에 호민이 서 있었다.“호민 오빠.”별아는 무슨 일인지 대략 짐작이 갔다. “그... 도설 씨는 방금 들어갔어요.”“응.”호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별아는 호민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조금만 더 일찍 오시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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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호민은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지내다가 겨우 돌아온 상태였다.예전의 부친인 배동산은 호민에게 싫은 일을 함부로 강요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배동산이 병을 앓게 되면서, 호민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운 약점이 생겼다.그러니 자연스럽게 배동산도 요구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호민 오빠, 이겸 씨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호민 오빠도 다 보셨잖아요. 저는 호민 오빠가 두 번째 이겸 씨가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재벌가 자제들 가운데 사랑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래도 자기 마음이 가는 사람과 결혼해 평생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오빠, 솔직히 말해서 수지의 결혼은 비극이었어요. 지금 원은택 씨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그 상처가 다 메워지지는 않잖아요.”“이겸 씨 때문에 수지 마음에 남은 그 상처는 아직도 그대로예요. 저는 오빠도 그런 걸 겪게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별아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저는 오빠랑 도설 씨가 어떤 관계인지는 잘 몰라요.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도설 씨는 정말 괜찮은 여자예요. 욕심 있게 일할 줄 알고, 머리도 좋아요. 일 처리도 반듯하고, 사람 욕심도 없어요. 누가 데려가도 복받은 사람일 거예요.”“오빠, 저는 먼저 가 볼게요.”별아는 그렇게 자리를 떴다.공항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그 가운데 서 있는 호민은 혼자만 시간이 멈춘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H시에 도착한 도설은 짐을 대강 정리하자마자 곧바로 일에 뛰어들었다.새로운 환경, 새로운 직원들, 새로운 부담.모든 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현서 씨, 조금 이따가 다 같이 회의 잡아. 내가 지시할 게 있어.”“이것도... 예산을 초과했어. 다시 짜 와.”“이 홍보 문구는 너무 허술해. 더 다듬어야 해.”“황 대표님하고는 월요일 오후로 약속을 잡아. 가기 전에 내놓을 만한 선물도 하나 미리 준비해 두고.”“...”도설은 업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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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도지철이 어떤 인간인지는, 도설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도설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도지철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사람이었다.채숙영은 이혼하기 전까지 도지철에게 오랫동안 맞고 살았다.그래서 지금도 도지철 목소리만 들으면 몸이 먼저 굳어지는 버릇이 남아 있었다.그런 채숙영을 혼자 둘 수는 없었다.도설은 그대로 액셀을 밟아 집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도설은 집 앞 입구에 주저앉아 있는 도지철을 봤다.도설이 돌아온 걸 본 도지철은 눈을 번뜩였다. “설아, 왔냐? 아빠가 너 기다린 지가 한참이야. 네 엄마는 어이가 없게도 문도 안 열어주더라.”“어떻게 우리 집까지 알아냈어?”도설이 차갑게 물었다.도지철은 옷자락을 한 번 잡아당기며 으스대듯 말했다. “그건 네가 알 거 없지.”“말해. 여기까지 찾아와서 뭐 하겠다는 건데?”도설의 태도에 온기는 전혀 없었다.늘 그랬다.도설은 도지철을 대할 때 한 번도 살갑게 군 적이 없었다.도지철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도지철이 원하는 건 돈뿐이었다. “아빠가 요즘 형편이 너무 안 좋아. 듣자 하니 너 H시로 오면서 승진도 했다면서. 이번에는 아빠한테 좀 넉넉하게 줘. 아빠도 앞으로는 덜 귀찮게 할게. 어때?”“나한테 무슨 돈이 있어? 집 구하는 데 돈 안 들어? 나랑 엄마 먹고사는 데 돈 안 들어? 아직 멀쩡한 나이면서 왜 직접 일자리 구할 생각은 안 해?”도설은 돈 얘기만 나오면 머리부터 지끈거렸다.도지철은 이미 손만 내밀면 돈이 나오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몸을 움직여서 벌어야 돈이 생기는 삶보다 입만 열면 돈이 떨어지는 쪽이 훨씬 편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이 나이에 누가 나를 써주겠어? 설아, 이번에 5천만 원만 줘. 그러면 내가 일 년은 안 나타날게.”도설은 기가 막혔다.이번에는 욕심이 정말 끝이 없었다. “나한테 5천만 원을 달라고? 내가 은행이라도 되는 줄 알아? 5천만 원 받아서 뭐 하려고? 당신 나이에 혼자 사는 사람이 일 년 동안 그 돈을 다 쓰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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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도지철은 겁이 났다.아무리 막 나가는 인간이라도 이제는 예전처럼 젊지 않았다.채숙영과 도설이 정말 마음먹고 덤빈다면, 도지철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미친년, 잘 들어. 네가 나를 다치게 하면 너도 감옥에 가는 거야. 그러니까 당장 칼 내려놔.”도지철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세게 눌러 댔다.일단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좋아, 간다. 가긴 가지만 난 다시 올 거야. 이 죽일 년, 다음에는 내가 먼저 너부터 죽여버리겠어!”도지철은 욕설을 내뱉으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그제서야 도설은 채숙영의 손에 든 칼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엄마, 괜찮아?”“저 인간이 너무 사람을 몰아붙이잖아. K시에서도 끝도 없이 우리를 들볶더니, 우리가 H시로 왔는데도 또 따라왔어. 저 인간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야...”채숙영은 울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설아, 나 진짜 저 인간이랑 같이 죽어버리고 싶었어. 그래야 너라도 조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엄마, 그런 말 하지 마. 일단 집에 들어가.”채숙영은 자극을 심하게 받은 상태였다.도설이 한참을 곁에서 달래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됐다.혼자 거실에 앉은 도설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팠다.도설은 라이터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담배를 입술에 물고 천천히 연기를 빨아들였다.원래 도설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언제부터 배우게 됐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도설은 워낙 말수가 적었고, 삶도 단조로운 편이었다.도설에게도 답답한 일은 많았다.그런데 그걸 누구한테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도설에게는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도 없었고, 마음을 다 열 수 있는 가까운 사람도 없었다.도설은 늘 혼자서 그 답답함을 삼켜야 했다.그녀는 핸드폰을 켰다.K시에서 최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검색해봤다.이런저런 소식은 많았다.하씨 가문 이야기.원씨 가문 이야기.마씨 가문이니 양씨 가문 이야기까지.그런데 배씨 가문 이야기는 없었다.‘배씨 가문은 지씨 가문이랑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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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호민은 말없이 생각했다.이제는 H시로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았다.이혼합의서 한 장 던져놓는다고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었다.“나 H시에 갈 건데, 너도 갈래? 별아도 같이 불러서 우리 셋이 함께 가는 게 낫지 않겠어?”강준은 곧바로 호민의 뜻을 알아차렸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겠지? 못 갈 건 없는데,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냐?”“득이라면, 내가 별아한테 너랑 사이좋게 잘 살라고 설득해줄 수 있다는 거지.”호민은 턱을 살짝 치켜들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강준은 말문이 막혔다.좋은 소리처럼 들리지는 않았다.“호민이, 너 진짜...” 강준은 이를 악물었다. “너도 결혼까지 해놓고서 말이야. 알았어, H시까지는 같이 가줄 수 있어. 대신 별아는 내가 먼저 시간이 되는지 물어봐야 해.”“그래.”호민은 별아를 중간에 내세우고 싶었다.도설과 혼인신고를 한 일은 그렇게 되면 강준이 별아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별아의 반응은 강준이 짐작한 그대로였다.충격과 당혹감이 한꺼번에 드러났다.“혼인신고를 했다고? 그게 언제인데? 왜 나는 아무 얘기도 못 들었어?”“나도 오늘 처음 알았어. 그것도 도설 씨가 배호민한테 이혼합의서를 보내서.” 강준은 조금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배호민이 이런 날을 맞을 줄은 몰랐네.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해? 호민도 연애 쪽으론 영 서툰 것 같지?”“호민 오빠는 아무래도 생각이 많으니까.”별아가 조용히 말했다. 가끔은 상대를 괜히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지나치게 신중하게 말을 아끼다 보면, 정작 상대는 자신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처럼 여기게 될 수도 있다.도설 같은 사람이라면 더 그랬을 터였다.도설은 마음 깊은 데서부터 자기는 호민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컸다.“그래서였나 봐. 도설 씨 다시는 K시에 안 돌아온다고 했던 게. 아무래도 호민 오빠한테... 마음 상한 일이 있었던 거겠지.”“배호민이 무슨 수로 도설 씨한테 상처를 줘? 둘 사이엔 대화가 부족했던 거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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