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는 성격이 바람 같고 비 같은 여자였다. 눈치도 안 보고, 별아의 찌푸린 얼굴만 보면 그냥 못 넘어갔다.“야, 너 아직 이혼도 안 했잖아. 하강준이 알면 더 피곤해질 거 아냐.”별아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나 진짜 필요하면... 뭐 그냥 작은 장난감이나 하나 사면 돼.”수지는 턱을 만지며 잠시 고민하더니, 눈을 반짝였다.“그것도 괜찮네. 아니면 내가 며칠 여행 같이 가줄까? 네 어머니도 치료 중이니까 맨날 볼 수도 없잖아.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면, 인생이 또 희망차게 보이거든.”별아는 쓴웃음을 지었다.‘희망은 무슨... 이혼도 못 하는 인생인데. 그냥 취해서 잊는 게 최고지.’둘이 잘 마시고 나왔을 때, 별아는 이미 취기가 올랐다.길가에 모여 서 있던 대리운전 기사들이, 하나둘씩 다가와서 물었다.“대리운전 서비스 필요하세요?” 그중, 별아의 시선이 한 얼굴에 멈췄다.익숙한 얼굴.별아는 다시 눈을 뜨고 확인했다. ‘맞다. 소시정의 친동생이야.’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차 키를 남자애에게 던졌다.“운전할 줄 알아?”“네, 네. 할 줄 압니다.”남자애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키를 받았다. 수지를 도와 별아를 부축하고 싶었지만, 괜히 오해받을까 망설였다. 대신 재빨리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누나, 여기 타시면 됩니다.”수지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입은 참 달콤하네. 좋아, 양산대로. 하씨 가문 저택이야. 네비에 찍으면 바로 나와.”“알겠습니다.”...차에 타자, 시원한 바람이 별아의 얼굴을 스쳤다. 술이 좀 깬 걸까, 아니면 저 남자의 얼굴 때문일까... 별아는 뒷좌석에서 룸미러 너머로 경진을 바라봤다.잠시 후, 둘의 시선이 부딪쳤다.남자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손은 핸들을 꼭 쥔 채 어쩔 줄 몰라 했다.‘재밌네. 소시정이 동생이 이렇게 순진하다니.’“누나, 제가 운전을 잘 못 해서... 혹시 불편하신 건가요?”경진은 긴장한 듯 목소리가 약간 어색했다.별아는 피식 웃었다.“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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