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100 챕터

제81화

별아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하강준이 내 직장까지 쳐들어와서 대체 무슨 화를 낸다는 거야?’“무슨 일입니까?”도설이 먼저 물었다.직원도 잔뜩 난처한 얼굴이었다.“다 소시정 씨 때문이에요.”“어서 말해요. 이러다 하 대표님 전화라도 들어오면 큰일 나잖아요.”도설은 잔뜩 급해 보였다.“사장님, 그 소시정 씨가 굳이 긴 사다리를 옮기겠다고 해서요. 그 사다리는 남자 두 명이 붙잡아도 힘들 정도로 무거운데...”“결국 그게 소시정 씨 위로 떨어진 겁니다. 하필 그 순간에 하 대표님이 들어오셨다가 쓰러진 소시정을 보시더니... 그냥 불같이 화를 내셨어요.”도설은 씁쓸히 웃었다. ‘기막힌 타이밍이지. 아니면, 일부러 노린 건가?’‘저 여자는 생긴 것부터가 영 수상하다 했어.’‘하강준 대표님이랑 얽힌 것도 그렇고...’‘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면 속이라도 시원했을 텐데...’“사람은? 죽었어?”별아는 시큰둥하게 물었다.도설의 눈이 커졌다.‘우리 보스가...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다니.’“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크게 다쳤어요. 사장님, 직접 나가서 확인해 보시는 게...”직원이 문밖을 가리켰다.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도설도 재빨리 뒤따랐다.밖에서는 강준이 시정을 품에 안고 있었다. 시정의 머리에는 피가 흥건했고,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강준은 사태의 전말도 확인하지 않고 마구 호통을 쳤다. 체면이고 뭐고 없었다.직원들은 벌벌 떨면서 꼼짝도 하지 못 하고 서 있었다.강재환은 손에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들고서 갈팡질팡했다. 선물을 건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상황이 난처하기만 했다.“사고가 났으면 병원으로 보내면 되잖아. 괜히 소리친다고 뭐가 해결돼?”별아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 오히려 사람의 정이 빠진 듯했다.그 순간, 시정은 억울한 듯 눈물을 터뜨렸다.강준은 분을 참지 못하고 별아에게 성큼 다가왔다. 거친 손으로 별아의 목을 움켜쥐었다.“고의지? 송별아, 네가 일부러 그런 거지?”강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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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저녁 무렵, 강준이 별아의 목을 움켜쥔 사진이 이미 각종 포털과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하산그룹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전 종목이 일제히 파란불로 물들었다.K시는 온통 이 사건으로 떠들썩했다.언론은 송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갈등을 크게 부풀리면서, 강준과 별아의 파국을 3년 동안 아이가 없었다는 얘기로 끌고 갔다.설상가상, 누군가가 시정의 임신 소식을 흘렸다.곧이어, 강준이 시정을 정식으로 아내로 맞아들일 거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쏟아졌다.결국 모든 비난은 별아에게 쏟아졌다.시댁 어른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했다. 특히 충격을 이기지 못한 하태산 회장은 병세가 더 악화됐고, 결국 병상에 눕고 말았다.기자들은 강준이 본가를 드나들며 하태산을 찾는 장면을 연일 보도했다.본가 앞에는 수 차례나 구급차가 들락거렸다.하지만 별아는 태연했다.‘언론이 뭐라든, 강준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어.’그녀에게 남은 흔적이라곤, 일주일 만에 겨우 옅어지기 시작한 목의 자국뿐이었다.별아는 거울 속에 비친 그 자국을 바라보면서 무심하게 웃었다.‘이게 다야? 그래, 결국 이게 다야.’...어머니를 병문안하러 갔을 때, 남선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너랑 강준이 요즘은 좀 어때?”별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똑같아요. 석 달이 지나면... 정식으로 이혼 절차를 밟을 겁니다.”“네 시할아버지가 많이 위독하다던데... 네 아버지라도 한 번 가서 뵈어야 하는 거 아냐?”남선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별아는 고개를 저었다.시댁 어른들은 겉으로만 별아에게 호의를 보였을 뿐, 결국 하씨 가문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였다.‘이런 상황에 아버지가 간다고 해서 반갑게 맞아줄 리도 없지.’‘오히려 문전박대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거야.’“괜찮아요.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쪽에서 연락이 오겠지요.”남선애는 딸이 안쓰러워 가슴이 미어졌다. 결혼식 날, 그토록 환하게 웃던 별아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지금은 그 미소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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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뜻밖의 칭찬에 늘 냉정하던 이겸의 귓가가 살짝 붉어졌다.“이런 좋은 사람 카드를 불시에 받게 되네요.”별아는 담담하게 웃었다.“정말이에요. 유 변호사님 미래의 아내분은 분명히 아주 행복할 거예요.”이겸의 눈빛이 순간 멈칫했지만, 곧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그럴 수도 있겠지요.”“유 변호사님,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별아는 기억 속으로 더듬었다. 분명 이겸은 아직 혼자였다. 예의상이라도 물어야, 다음 말을 꺼낼 수 있었다.“아직은 없습니다.”“제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요. 예전에 유 변호사님도 한 번 뵌 적이 있을 거예요. 배수지라고... 두 분이 성격이 정반대라서 오히려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잠시 말을 멈춘 별아는, 스스로도 이 말이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생에, 수지가 유이겸 이야기를 한 적 있었지.’‘유이겸은 조용하고 묵묵한 성격이라 연인으로는 답답할 수 있어도, 남편으로는 분명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그때 나는 하강준에게 빠져 있었고, 유이겸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어.’‘결국 하강준 때문에 수지와의 연락도 끊겼고, 이후엔 소시정과 얽히느라 다른 사람 일은 신경 쓸 틈조차 없었지.’이번 생에서야 비로소 별아는 이겸이라는 사람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그리고 묘하게... 수지와 이겸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유 변호사님, 혹시... 한번 고려해 보시겠어요?”이겸은 잠시 난처한 듯 시선을 피했다.“나중에요.”연구소를 나서는 길, 별아는 수지의 연락처를 이겸에게 전했다.이겸은 결국 거절할 수 없었다....별아와 강준, 그리고 시정을 둘러싼 사건은 여전히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하산그룹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쳤고, 결국 그룹은 기자회견을 열어 ‘오해’를 바로잡을 명분을 찾아야 했다.하명식은 직접 별아를 불러냈다. 장소는 하산그룹 본사 건물 바로 아래의 조용한 카페였다.“별아야, 우선 강준이 대신에 사과하마. 그놈이 이번 일은 정말 잘못했어. 이렇게 크게 여론에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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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아버님, 강준 씨가... 아버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 맞을까요?”별아의 말이 끝나자, 하명식의 기대 섞인 얼굴 위로 순간적으로 불편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K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지금 하산그룹의 대표는 하강준이며, 하명식은 그저 명예뿐인 회장직을 지키고 있을 뿐,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었다.별아의 반문은, 마치 정면에서 뺨을 후려친 것과도 같았다.“별아야, 아버지를 못 믿는 거니?”별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솔직히 대답하라면, 그렇지...’하지만 그런 직설적인 말로 하명식을 더 망신 줄 생각은 없었다.별아의 침묵 속에서, 하명식도 그 속내를 어느 정도 읽어냈다.“별아야, 네가 강준이랑 같이 기자회견만 열어 준다면... 이번 논란도 수습되고, 회사도 손해를 줄일 수 있어.”“그러면 내가 바로 변호사를 불러서 주식양도계약서를 준비하도록 하마. 절대 네가 손해 보게 하진 않겠어.”하명식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좋아, 증거 없이는 안 믿지. 주식부터 받아야 해.’별아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차분히 고개를 들었다.“아버님,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그럼 전...”그녀의 눈빛이 하명식의 굳은 얼굴을 향했다.“변호사의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하명식은 속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하산그룹을 위해,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만 했다.“내 말은 무조건 지킨다.”그는 얼굴이 굳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비서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먹고 입는 것도 다 우리 집 덕분인데, 이제는 회사 지분까지 내놓으라네. 아주 욕심덩어리에, 은혜도 모르는 여자야. 강준이가 송별아랑 이혼하는 건 백 번 잘한 일이야.”비서는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지만,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별아는 차가 떠나는 순간 어쩐지 조금은 마음이 후련해졌다....별아가 하씨 가문의 본가에 도착했을 때, 집사 진차균과 손영애는 보이지 않았다.아마 병원에 있을 터였다. 강준에게 시달리다 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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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시정만 있으면, 강준은 제정신을 잃었다.하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금세 또 다른 얼굴로 변했다.‘전생의 하강준은 이렇게 두 얼굴은 아니었는데...’‘그렇다고 내가 예전처럼 달래면 바로 넘어가는 애가 아니야. 이제는...’별아는 단호하게 말했다.“난 사과 못 받겠어.”강준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그럼 어떻게 해야 받아줄 건데?”그는 별아의 허리를 꽉 붙잡고 조이면서, 도망갈 틈조차 주지 않았다.“6억 원이면 적은 돈이 아니야. 나한테 시집온 뒤로, 내가 널 부족하게 한 적이 있어? 우리 집안이 널 홀대한 적 있어? 더 이상 선 넘지 마.”별아는 코웃음을 쳤다.‘이 잘난 체하는 얼굴, 정말 토 나와.’“나 말고, 안 홀대한 여자가 또 어디 있겠어.”별아는 다시 몸부림쳤다.“하강준, 잘못한 건 대가를 치러야 해. 넌...”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준의 입술이 별아의 입술을 덮었다.순간, 별아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지면서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강준은 오래도 가지 않았다. 짧고 얕게 입술만 스쳤다.“부부가 싸워도 결국 침대에서 화해하는 거야. 그러니까 고집 좀 그만 부리지?”남자의 눈꼬리 끝에 맴도는 웃음기는, 별아를 더욱 불쾌하게 만들 뿐이었다.별아가 손을 번쩍 들고 강준의 뺨을 후려쳤다.“하강준, 경고하는데. 내 허락 없이 키스하지 마. 더럽거든.”강준은 순간 얼이 빠진 듯, 놀란 눈으로 별아를 보았다.“나 때리는 거, 이제 습관 됐어?”“맞아야 될 짓 했잖아.”강준은 어이없다는 듯, 억울함까지 드러냈다.“그깟 스킨십으로 내가 느낀 배신이나 수모가 지워질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넌 그만한 값어치도 없어.”그 한마디에, 강준은 더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본래 그의 의도는 싸움이 아니라 화해였다.“정말 날 용서할 생각은 없는 거야? 꼭 지분을 받아야 돼? 언제 그렇게 돈에 집착하게 됐어? 내가 네 돈이라도 빼앗았어? 네 멋대로 살지 못하게 한 적 있냐고!”별아는 단칼처럼 말을 잘랐다.“하강준, 우리 곧 이혼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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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별아는 눈을 감았다.강준이 때리면 때리라고.어차피, 별아는 강준에게 이미 실망할 대로 실망했으니까.남자의 손바닥은 결국 주먹으로 바뀌더니, 별아의 귓가에 떨어졌다.“말해. 너 유이겸이랑... 안 잤지?”강준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꼭 애원하는 것처럼 얼굴을 별아의 목덜미에 파묻었다.그 대답만은 자신의 마음속 바람대로 듣고 싶다는 듯이.“너는 소시정하고 애까지 있잖아. 내가 누구랑 잤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해?”별아는 강준이 뭘 집착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강준은 더 이상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히다니.“애? 내가 언제 소시정이랑 애를 가졌다는 거야?”강준은 되레 당당하게 반문했다.‘뭘 속이려는 거지? 둘이 밤낮으로 붙어 있었잖아.’‘애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였어. 소시정도 이미 인정했는데...’“하강준, 우리 엄마 왜 암에 걸렸는지 알아? 다 소시정 때문이야.”“소시정이 날마다 우리 엄마 앞에 나타나서 네 애를 가졌다느니, 내가 아내 자리를 내주고 자기하고 자기 애한테 명분을 주라고, 그렇게 떠들어댔어.”“그게 다 거짓말이었단 말이야?”강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건 자신이 정말 몰랐으니까.“난 시정이랑 관계를 가진 적 없어.”강준은 이미 그렇게 해명했었다.하지만 별아는 이제는 그런 거짓말은 흥미조차 없었다.강준이 별아를 짓누르며, 꼼짝 못 하게 했다.“하강준, 난 이제 너 못 믿어.”“여보, 난 한 번도 다른 여자랑 애 가지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어.”‘듣기 싫어. 네가 생각을 했든 안 했든, 눈앞의 사실이 다 말해주잖아.’“하강준, 제발 소시정이랑 결혼하고 날 놔줘. 그러면 내가 네 조상님들한테도 감사할 테니까.”별아는 몸부림치며 강준을 밀어내려 했다.그러나 강준은 별아의 턱을 움켜쥐더니 다시 입술을 덮쳤다.그는 애정으로 별아의 분노와 원망을 지우려 했지만 그건 잘못된 방식이었다.‘처음부터 내 마음을 헤아려 줬다면...’‘정체도 모를 여자랑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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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아버님, 지금 주식시장에서 하루에 수조 원씩 날아가고 있는데, 이건 좀...”“별아야, 그냥 아버지 체면 좀 세워주렴. 0.5%가 많아 보이진 않아도, 네 이름으로 된 주식이야. 그건 온전히 네 거란다.”하명식의 목소리엔 더는 여유가 없었다. 이미 한계까지 온 듯했다.별아는 굳이 시아버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마치 크게 양보하는 듯 대답했다.“그럼 알겠습니다. 아버님,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당연하지.”별아는 계약서에 펜을 들었다.하산그룹의 0.5% 지분이, 정식으로 별아 개인 명의로 넘어갔다.하명식은 잊지 않고 당부했다.“며칠 안에 기자회견을 열 거야. 홍보팀에서 네가 말할 내용을 정리해서 보낼 거니까, 너는 그냥 달달 외우면 돼.”“알겠습니다, 아버님.”하명식을 막 배웅한 별아 앞에, 곧바로 강준의 차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창문이 내려가고 두 얼굴이 드러났다.조수석에는 앉아 있던 시정이 입술 끝을 올리며 웃었다.“별아 언니.”별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타.” 강준이 짧게 말했다.별아는 도무지 영문을 몰라서 한 발 물러섰다.“왜?”“불꽃놀이쇼 보러 가자.”강준의 목소리엔 묘한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유 변호사하고 약속은 깨고 말이야.”“미쳤어?”별아는 강준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준은 차에서 내려 별아를 막아섰다.“찔려?”별아는 냉소를 터뜨렸다.“네가 소시정이랑 불꽃놀이쇼 보러 가고 싶으면 가. 날 끌어들인다고 언론이 너 좋게 쓸 것 같아? 차라리 하산그룹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게 낫겠어.”시아버지는 주가 방어를 위해서, 지분까지 내주면서 별아를 앞세워 하강준과 소시정의 관계를 해명하려는 판이다.그런데 강준은 버젓이 시정을 옆에 두고서,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 나타나려고 했다.‘나를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 그룹까지 내던지겠다는 거네.’‘사랑이 사람 눈을 이렇게 멀게 만든다더니, 딱 맞는 말이야.’“헛소리하지 말고. 떳떳하면 그냥 가.”강준은 별아와 이겸의 관계를 들춰내고 싶어서 들뜬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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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하강준, 좀 똑바로 말할 수 없어?”별아는 잡힌 손을 두어 번 빼내려 애썼다.강준은 피식 웃으며 목소리를 한결 부드럽게 바꿨다.“화났어? 그럼 내가 지금 바로 전화할까? 유이겸 당장 불러내게.”별아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드론 쇼를 바라봤다.작은 비행기들이 모여 하트 모양과 숫자를 그리며 춤췄다.가짜 꽃잎이 흩날리자, 젊은 연인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인파가 몰려들자, 강준은 별아가 떠밀리지 않도록 감싸 안았다. 긴 코트를 펼쳐서 별아를 감싸며 꼭 품에 안았다.하지만 시정은 그만큼 운이 좋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밀려 몇 번 휘청거리더니, 결국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오빠...”“강준 오빠, 저... 넘어졌어요...”시정의 목소리는 찬바람 속으로 흩어졌다.강준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시정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눈앞의 강준 등짝을 노려보며 속으로 분노를 씹어 삼켰다.“둘이 그렇게 다정해졌어? 하강준, 너 알기나 해? 내 남자는 이제 다시는 날 안아줄 수 없어. 그렇게 끔찍하게 죽어버렸어...”시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하강준, 당신을 죽이지 못한다면, 당신 옆에 있는 여자부터 없애야겠지.”“송별아... 아직은 당신 아내지만, 당신이 그리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고. 송별아가 죽어도 크게 슬퍼할까? 하하...”갇혀 살면서 매일같이 주사와 약, 끝없는 채혈에 시달려온 시정은 이제 한계였다.그녀는 더는 참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이... 바로 반격할 때였기에!...밤하늘에 불꽃놀이쇼가 터졌다.K시의 반쪽 하늘을 환히 밝히며 연이어 터지는 불꽃들이, 도시의 낭만을 수놓았다.별아는 고개를 들어 그 광경을 바라봤다.‘참... 아름답다.’그녀는 기억이 덮쳐왔다.전생에서 강준이 별아에게 청혼하던 날.6.18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무려 13시간 14분 동안 이어진 불꽃놀이쇼.강준은 그때 말했다.한평생, 오직 송별아만을 위해.송별아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하지만 지금은?강준은 다른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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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이겸아?”강준은 마치 무슨 자극이라도 받은 듯, 갑자기 별아를 끌어안으며 옆에 세웠다.“오늘 불꽃놀이쇼, 참 예쁘지. 나랑 별아도 이거 보러 온 거야.”이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분위기가 견디기 힘들 만큼 불편해지자, 별아가 수지를 불렀다.“수지야, 너 차 가져왔지? 나 좀 데려다 줘.”“응, 그래.”수지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이겸에게 인사했다.“유 변호사님,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이겸은 가볍게 끄덕였다.별아는 강준의 손아귀에서 힘겹게 벗어나 수지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별아를 바라보는 이겸의 눈길을 보자, 속이 뒤틀린 강준이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네가 별아한테 보낸 메시지, 내가 다 봤어.”이겸은 얼굴을 돌려,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봤으면? 그래서 뭐 어쩔 건데?”“내 아내 꼬드기고 있잖아. 그게 무슨 짓거리야?”강준은 이겸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겸은 어디서 이런 배짱이 나오는 건지.“유이겸, 너 믿어? 내가 널 박살 내서 변호사 자리조차 못 지키게 할 수도 있다는 거.”“그래, 넌 그렇게 할 수 있겠지. 근데 넌... 별아 씨 마음 돌려세울 수 있겠어?”이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별아 씨 마음은 이미 네 옆에 없어. 현실 받아들여.”“그래서 뭐? 네가 대신 받쳐 주겠다 이거냐?”이겸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고맙게도 네가 기회를 줬네.”“이 자식이...”강준이 주먹을 휘둘렀다. 꽉 쥔 주먹이 이겸의 얼굴에 꽂히자, 날카로운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맞아야 정신 차리지.”강준의 친구였던 이겸은, 이제 별아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도발은 거듭됐고, 강준의 인내심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이겸은 반격하지 않았다. 그저 비웃듯 강준을 바라봤다.“3개월 곧 끝나지. 이혼에 필요한 건 내가 다 준비했어. 강준아, 협의든 소송이든... 이번엔 우리가 반드시 이길 거야.”강준은 그 말에서 ‘우리’라는 표현을 놓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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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본가로 돌아온 별아는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오늘 하루 강준의 일은 차치하더라도, 이겸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남았다.생각 끝에 별아는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유 변호사님, 오늘 일부러 약속 어긴 거 아니에요.]이겸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집에 도착하셨어요?]별아는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네. 그냥 변호사님이 오해하실까 봐 설명을 드리는 거예요.][그럴 일 없습니다.][아... 네. 변호사님도 얼른 쉬세요.][좋은 밤 되세요.]짧은 대화였지만, 별아의 마음은 괜히 더 쓰라렸다.곧 잠이 들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강준은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돌아왔다.귀찮아진 별아는 몸을 돌리고 그냥 눈을 감았다.그리고 옷 벗는 소리가 들리더니, 강준이 침대로 올라왔다.곧 별아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더니, 별아를 돌려서 자신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뭐 하는 거야? 한밤중에 사람 자는데 좀 가만히 놔 둬.”별아가 손으로 밀쳤지만, 강준은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그대로 별아의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눌렀다.“하자.”“뭘...?”“뭘 하겠어?”강준의 눈빛에는 짙은 욕망이 어렸다.별아는 이미 수없이 거절한 적이 있었지만, 강준은 또다시 강요했다.그는 별아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으며 중얼거렸다.“부부가 할 수 있는 게 뭐겠어. 섹스지.”별아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강하게 거부했다.“나... 생리야.”“안 믿어.”강준의 손이 그대로 내려갔다.별아는 기겁하며 몸을 비틀었다.“하강준, 너 진짜 뻔뻔하다 못해 역겨워.”“거절할 생각 하지 마. 네 의무니까.”별아의 눈 속에 담긴 혐오를 읽은 강준은, 비열한 미소와 함께 덧붙였다.“3개월만 지나면 이혼이야. 네가 나랑 깔끔하게 끝내고 싶으면, 6조 물어내지 않고, 오히려 내 지분까지 챙길 수도 있어. 그런데 판을 깰 거라면... 네가 하기 나름이지.”‘이 인간... 점점 더 추악해져 가네.’별아는 강준을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준은 더 이상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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