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강준 씨가... 아버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 맞을까요?”별아의 말이 끝나자, 하명식의 기대 섞인 얼굴 위로 순간적으로 불편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K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지금 하산그룹의 대표는 하강준이며, 하명식은 그저 명예뿐인 회장직을 지키고 있을 뿐, 실질적인 권한은 거의 없었다.별아의 반문은, 마치 정면에서 뺨을 후려친 것과도 같았다.“별아야, 아버지를 못 믿는 거니?”별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솔직히 대답하라면, 그렇지...’하지만 그런 직설적인 말로 하명식을 더 망신 줄 생각은 없었다.별아의 침묵 속에서, 하명식도 그 속내를 어느 정도 읽어냈다.“별아야, 네가 강준이랑 같이 기자회견만 열어 준다면... 이번 논란도 수습되고, 회사도 손해를 줄일 수 있어.”“그러면 내가 바로 변호사를 불러서 주식양도계약서를 준비하도록 하마. 절대 네가 손해 보게 하진 않겠어.”하명식의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좋아, 증거 없이는 안 믿지. 주식부터 받아야 해.’별아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차분히 고개를 들었다.“아버님,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그럼 전...”그녀의 눈빛이 하명식의 굳은 얼굴을 향했다.“변호사의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하명식은 속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하산그룹을 위해,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만 했다.“내 말은 무조건 지킨다.”그는 얼굴이 굳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비서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먹고 입는 것도 다 우리 집 덕분인데, 이제는 회사 지분까지 내놓으라네. 아주 욕심덩어리에, 은혜도 모르는 여자야. 강준이가 송별아랑 이혼하는 건 백 번 잘한 일이야.”비서는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지만,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멀리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별아는 차가 떠나는 순간 어쩐지 조금은 마음이 후련해졌다....별아가 하씨 가문의 본가에 도착했을 때, 집사 진차균과 손영애는 보이지 않았다.아마 병원에 있을 터였다. 강준에게 시달리다 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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