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설강,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하 유모가 벽을 치며 문을 두드리자 그제야 설강은 놀란 듯 정신을 차리고 손에 쥔 단도를 황급히 등 뒤로 감췄다.“하, 하유모…”그녀는 깜짝 놀라 거의 혀를 깨물 뻔했다. 하 유모는 그녀를 한 번 훑어보며 말했다.“어제는 죽을 듯이 기운이 없더니 오늘은 혼이 나가 있구나.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이냐?”설강은 문득 어제 자신을 대신해 화를 풀어주던 위심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사기꾼을 만났습니다.”하 유모는 더 이상하다고 느껴 물었다.“사기꾼을 만났다는데 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냐?”설강은 황급히 둘러댔다.“화가 나서요… 하 유모, 저를 왜 부르신 겁니까?”그녀는 급히 화제를 돌렸고 하 유모는 그제야 안주인이 시킨 말이 떠올랐다.“마님께서 그러시길 세자에게 드릴 속옷을 대신 가져다주라 하셨다.”설강이 강시아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아랫배를 문지르고 있었다.“마님, 또 아프신 것이옵니까?”요 며칠 그녀는 종종 복통을 호소하곤 했었다.강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괜찮다. 평소처럼 달거리 때문에 그런 것이다. 며칠 지나면 나을 게다.”설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의원을 부르는 게 좋지 않겠사옵니까?”강시아는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괜찮다. 이번엔 통증도 훨씬 약하니까. 네가 그 속옷을 서방님께 전해주고 그다음엔 이렇게 전하거라. 우린 옥보루에 다녀올 거라고.”“예, 마님.”설강이 속옷을 들고 세자의 뜰에 갔을 때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돌아가려던 찰나, 위심이 들어왔다. 그의 시선은 설강이 들고 있는 옷에 닿았다.“그건 저한테 주는 겁니까? 이렇게까지 정성드릴 필요는 없는데요.”설강은 원래 그를 마주 보는 것조차 부끄러웠는데 이런 말까지 하니 얼굴이 굳어버렸다.“이건 마님께서 세자에게 드리라고 하신 겁니다!”위심은 코끝을 한번 쓱 만졌다.“아, 그렇군요. 사실...”“꿈이나 꾸고 계시네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