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Chapter 131 - Chapter 140

435 Chapters

제131화

전 내관은 선황의 곁에서도, 지금의 황제 곁에서도 가장 신임 받는 장인 대 태감이었다.“주 대인께 문안드리옵니다.”전 내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주종현에게 예를 올렸다.주종현이 두 손으로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내관, 너무 예를 차리시네.”전 내관은 소매 속에서 한 권의 접철된 상소문을 꺼내 건넸다.“대인께서는 젊고 유능하시며, 앞날이 창창하십니다. 이는 폐하께서 내리신 대인의 인사 조서입니다.”주종현은 그 문서를 펼쳐 보았으나 단 한 줄만 읽고는 다시 덮어버렸다.전 내관의 눈가에 머금은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주 대인께서 받으셨으니 저는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아뢰겠습니다.”이런 식으로 직접 읽지 않고 건네는 조서라면 당연히 골칫거리 일 터. 무엇보다 황제는 실권이 없었기에 그가 내린 명은 궁문을 나서기도 전에 가로채지는 일이 허다했다.주종현은 점점 싸늘해지는 얼굴로 멀어져 가는 전 내관의 마차를 바라보았다.‘이제는 감히 황제의 조서조차 조작해 전한단 말입니까? 태후 마마, 그렇게도 참을 성이 없으십니까?’그는 다시 서재로 돌아가던 길에 위심을 마주쳤다.“세자 저하, 이미 모두 처리하였사옵니다.”주종현은 손에 들고 있던 접철문을 던져주었다.“보거라.”그 내용을 들여다보던 위심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성왕부를 압수하라니요? 폐하께서 어찌 성왕부를 치라 명하신 겁니까?”주종현은 서안 앞에 앉으며 얘기했다.“성왕은 태후의 무릎 아래에서 자라났지. 지금껏 조정에 나서지 않았으나 실은 태후를 위해 조신들을 규합해왔다. 회월루에서는 주색과 금전이 오가며 관직이 매매된다. 내가 저번의 그 증거를 손에 넣었으니 성왕은 이미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지. 그가 아직 움직이지 않은 건 더 큰 이익을 갈취하기 위해서다.”“그렇다면 성왕은…”주종현은 미소를 지었다.“선황께서 병상에 누워계실 때, 태후는 일곱 째 왕야를 위해 반대 세력을 모조리 잘라냈지. 현재 상황이 이러한데 성왕이 어찌 아무 생각이 없겠느냐?”위심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Read more

제132화

강시아가 미소 지었다.“어제는 좀 깊이 잠들었나 보구나.”“강 마님, 계시옵니까?”설강이 돌아보니 마당 문간에 작은 시녀 하나가 서 있었다.“마님, 셋째 아가씨 쪽의 병이인 것 같사옵니다.”강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온 것이냐?”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그녀와 주온청은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 유한석의 소식을 묻고 싶다면 주종현에게 묻는 편이 더 빠를 텐데?강시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온청은 이미 주은혜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 송하윤과 가깝게 지내는 주온청과 달리 주은혜는 그녀와 특별히 가까워 보이지도 않았고 성격도 훨씬 얌전했다.만약 강시아가 국공부의 투명 인간이라면 주은혜는 또한 다른 의미의 투명 인간이었다.나중에 주은혜는 새로 급제한 방안에게 시집을 갔는데 그 사람은 국 내관의 옛 동창의 아들이었다. 가문이 높지는 않았지만 그 남자는 주은혜를 제법 아끼고 귀하게 대했다고 한다.그때 조 씨에게서 직접 이 모든 사실을 들었기에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렇게 정이 깊은 사람은 우리 현이 말고도 은혜의 서방이 있지.’“강 마님!”주온청은 이제 유한석을 위해서라면 강시아에 대한 모든 선입견도 내던질 수 있었다. 만약 강시아가 더 많은 소식을 말해준다면 하윤 언니 앞에서 예쁘게 한마디라도 더 해줄 의향도 있었다.주온청은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막 잠에서 깬 듯한 강시아의 모습을 보고 멍하니 굳었다.“벌써 해가 중천입니다!”주은혜가 주온청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주온청이 오라버니에게 맞았던 그 한 대를 그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온청은 생각 없이 너무 튀게 행동하는 편이었다. 주은혜는 강시아에게 고개 숙여 예를 표했다.“강 마님.”강시아는 흩어진 긴 머리를 정리하며 인사를 건넸다.“셋째 아가씨, 넷째 아가씨, 강녕하십니까?”“저는 어제 미친 말에 놀라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너무 피곤하니 두 분께서는 먼저 돌아가세요. 저는 조금 더 자야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
Read more

제133화

“강 마님!”이때, 하 유모가 급한 얼굴로 뛰어들어왔다.그런데 주온청과 주은혜까지 있는 것을 보자 목이 꾹 막힌 듯 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얼굴만 벌겋게 달아올랐다. 강시아는 그녀의 그 얼굴빛만 보고도 분명 곡창에서 일이 터졌음을 짐작했다.“혹시 연아가 또 소란을 피웠느냐?”그녀는 자수틀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소란?하 유모는 즉시 눈을 번쩍 떴다.“맞습니다! 아주 크게 소란을 피웠사옵니다!”강시아는 두 사람을 향해 돌아보았다.“다음에 꼭 두 분께 다시 가르쳐드리겠습니다.”그 말만을 남기고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하 유모가 따라 들어가 문을 닫고 나서야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마님, 어쩌면 좋사옵니까! 관가에서 공문을 들고 와서는 우리 곡창의 곡식이 전부 불법 축적된 거라고 했사옵니다!”강시아는 손짓으로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 했다.“나가서 말하자.”하 유모는 그제야 눈물을 훔쳤다.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을 때, 주온청과 주은혜는 이미 돌아가고 없었다. 둘은 멈추지 않고 바로 측문으로 나섰다. 마차에 오르고 나서야 강시아가 낮게 물었다.“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해보거라.”하 유모가 고개를 저었다.“며칠 전에 서방님께서 그러셨는데, 누가 조사한다며 들이닥쳤다고 하옵니다. 첩자 수색이라나… 이 두 일이 관련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했사옵니다. 다른 곡창들은 하나도 조사받지 않았으니까요.”마차는 남쪽 성문 쪽으로 향했다.강시아는 늘 평소처럼 마차를 멀찍이 세우게 했다. 이 곡창이 주 가 사람들과 얽혔다는 실마리는 절대 보여선 안 된다. 만둣국 노점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노점 주인 부부는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에서 두 블록 더 가서 꺾으면 곡창이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 한 블록 앞에서 들어서면 바로 송 가가 나왔다. 강시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그 골목 입구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대로 돌아서 마차로 향했다.“마님, 왜 그러시옵니까?”하 유모가 창 너머로 내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Read more

제134화

경성에서 가장 큰 곡물상은 성 서쪽에 있었다.강시아가 얼굴을 가린 채 가게에 들어서자 점원이 다가와 물었다.“마님께서는 곡식을 사러 오셨습니까? 저희 가게 곡식은 이미 다 팔려서 며칠은 지나야 다시 들여올 수 있습니다.”요즘 곡값이 오르니, 곡물상도, 백성들도 모두 곡식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강시아는 약간 휑한 가게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나는 곡식을 팔러 왔다.”“곡식을 판다고요? 참나, 뻥치지 마십시오.”“만오천 석이다. 주인장에게 물어보거라. 원치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점원은 반신반의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 곡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상인일 것이다.“그럼 잠깐 기다리십시오. 장객 어른을 모셔오겠습니다.”하 유모는 거의 텅 빈 가게를 둘러보자, 마음이 쓰렸다. 그때 조금만 더 멀리 내다보고 마님더러 가게를 하나 열어달라고 했으면 저 많은 곡식은 벌써 다 팔아서 없어졌을 것이고, 이렇게 곡창을 매일같이 붙잡고 걱정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때 장객이 뒤 창고에서 걸어 나왔다.“마님께서 곡식을 판다고 하셨습니까? 제가 좀 직설적으로 여쭙겠습니다. 곡값이 이렇게 오르는 판에 어찌하여 팔려는 것입니까?”강시아는 손수건을 쥐고 눈가를 훔치는 척하며 말했다.“이 곡창은 아버지께서 제게 남겨주신 겁니다. 한데 제가 지켜내지 못하겠어요. 남에게 통째로 삼켜지느니 차라리 지금이라도 팔아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장객은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 진실인지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마님의 곡창은 어디에 있습니까?”“남성에 있습니다. 확실히 작은 곡창들은 남성 창고 쪽에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장객이 고개를 끄덕였다.“곡창을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가능합니다. 한데 저는 지금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대신 저희 집 하녀가 모실 겁니다.”장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얼굴조차 보일 수 없다고요?”강시아는 쓴웃음을 지었다.“누가 지금 저를 잡으려고 지키고 있으니 그런 것입니다.
Read more

제135화

“마님, 얼른 돌아갑시다.”하 유모의 목소리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강시아는 일찍이 그들과 약속했었다. 곡식을 팔아 얻은 은표는 반으로 나누겠다고.“그래, 지금 돌아가자!”가장 큰일이 마무리되니 온몸이 한순간에 가벼워졌다. 마치 떠날 준비를 이미 전부 끝내 놓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마차 안에서 강시아는 약속을 바로 지켜 하 유모에게 은표를 나누어 주었다. 하 유모는 두 손을 덜덜 떨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긴장 때문에 목소리까지 바뀌어 있었다.무려 사천 냥이 넘는 돈이었다!“마님, 제가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강시아는 하대우의 지독한 도박 버릇을 떠올리며 당부했다.“이 돈을 잘 간수하거라. 도박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하루 만에도 몽땅 없어지니.”하 유모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돈을 냉큼 품에 안아 넣었다.“그 인간이 또 도박이라도 한다면 저는 바로 화이해버릴 거예요! 제가 벌써 반평생을 고생했는데 남은 반평생까지 도박에 질질 끌려 다닐 순 없습니다!”강시아는 하 유모가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계산했다. 돈, 통행증, 길, 이동 경로. 모든 것은 준비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더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그녀가 떠난 후 오라버니가 장안에 도착한다면 그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분명 주 가에 가서 난리를 칠 것이다.그녀는 오라버니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지만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를 설명하는 건 다른 사람이 해야 했다.주 가로 돌아올 때 즈음, 강시아와 하 유모는 이미 충분히 마음속으로 기뻐하고 또 기뻐했다. 그런데도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 시각, 송 씨 부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책상 위의 빈 다관이 그녀가 얼마나 초조해졌는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서 유모가 두 손을 모은 채 급하게 뛰어들어왔다.“마님! 그 곡창에 강시아가 오지 않았다고 하옵니다. 어떤 중년 남자가 왔는데 그 사람이 그
Read more

제136화

서 유모는 자기 손이 다 찢어진 것도 잊고 송 씨 부인을 꼭 끌어안은 채 달래고 있었다.“그 여자는 벌써 지옥에 떨어졌사옵니다! 마님,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시옵소서!”송 씨 부인은 천천히 바닥으로 미끄러져 앉으며 얼굴 가득 절망을 띠었다.“우리 딸… 윤이도 결국 내 지난날을 그대로 밟아가게 되는 걸까.”평생 남편의 첩들과 싸우며 자신도 지키지 못하고 아이조차 지켜내지 못한 운명.서 유모는 가만히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아니옵니다. 아가씨께서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마님, 걱정 마시옵소서. 이 늙은 몸 하나 바쳐서라도 마님과 아가씨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 드리겠사옵니다.”“강 마님!”강시아가 약환을 삼키고 있던 찰나, 갑작스레 나타난 주온청 때문에 그녀는 놀라 기침을 연달아 했다.“콜록콜록!”“셋째 아가씨! 이미 향낭을 세 개나 수놓으셨잖습니까. 유 대인께는 허리띠가 하나뿐이라 달 자리도 부족합니다!”요 며칠 사이 강시아는 주온청이 두려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가 근래 동안 찾아온 횟수는 지난 몇 년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았다.“뭘 먹고 있는 것입니까?”요 며칠 함께 지내서 그런지 주온청은 이제 강시아가 하나도 미워 보이지 않았다.밤톨은 성깔이 좀 독하지만 솜씨만큼은 진짜 최고였다.용기 내어 유 대인에게 향낭을 건넸을 때, 분명 거절당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로 순순히 받아주었을 뿐 아니라 예쁘게 잘 수놓았다며 칭찬까지 해주었다.그날은 마침 여서린도 함께 있었고 그녀는 질투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원래 여서린은 큰 오라버니와 혼처를 보던 사이였는데 송하윤이 가로채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 대인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빼앗기는 건 아닐까?그리 생각하자 주온청은 되레 여서린이 조금 불쌍해졌다.강시아는 목에 걸리듯 한 약환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닙니다. 잘못 보셨습니다.”주온청은 더 묻지 않고 말했다.“우리 함께 금명호에 가서 뱃놀이나 합시다!”강시아는 이상한 눈길로 그녀
Read more

제137화

강시아는 아무 표정도 없이 주온청의 품에서 깡충거리며 뛰노는 연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한 수가 먹히지 않자 바로 다른 수를 꺼내 들었다. 연아를 그대로 꺼내오더니 자기 어머니와 함께 배를 타고 싶다고 떼를 쓰게 만든 것이다.‘저는 놀러 나가는 거지 애 보모나 하러 나가는 게 아니거든요!’저런 말을 입버릇 처럼 달고 다니던 사람이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아를 끌어안고 있었다. 연아는 이전에 한 번도 배를 타본 적이 없었다. 그저 풍수교 위에서 멀리 바라본 게 다였다. 작은 아이는 눈이 가늘어질 만큼 웃으며 들떠 있었다. 밖에 나와 노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었던가?금명호는 매우 넓었고 한쪽 구석에는 온통 연이 심어져 있었다. 아직 연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라서 멀리서 보면 그저 파랗게 우거진 녹음뿐이었다. 금명호 위에는 몇 척의 유람선이 떠 있었다.강시아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유 대인께서는 어디 계십니까”주온청은 밤톨이랑은 말을 섞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연아를 번쩍 안아 들며 입을 열었다.“연아, 가자! 우리는 배 타러 가자!”금명호는 풍수와 이어져 있어 작은 배 말고도 큰 화선이 드나들었다. 큰 화선은 온 경성을 한 바퀴 도는 유람선으로 배 위에서는 수금과 현악이 끊이질 않았다.원한다면 유람하는 배를 불러 세울 수도 있었고 만약 집이 물가에 있다면 집 앞까지 데려다 주기도 했다. 그러니 수레나 말 같은 건 필요 없었다.작은 배는 금명호 안에서만 유람할 수 있었다. 뱃사공은 즉석에서 가장 신선한 물고기를 낚아 배 안의 손님들을 위해 즉석에서 요리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여름에는 작은 배를 몰아 연밭 사이로 들어가기도 했다.강시아 일행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상쾌한 바람에 시야가 탁 트인 풍광까지 더해지니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연아는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뱃머리에서 뱃사공이 미끼를 준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이건 무엇입니까?”그녀가 호기심 어린 눈을 깜빡이자 뱃사공은 고개를 들고 그 귀여운 아이를
Read more

제138화

“앞날의 일을 대체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풍수는 돌고 도는 법이니, 언젠가 제 차례가 올 수도 있겠지요.”강시아는 그런 주온청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입가만 살짝 올리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갑판 위에서 연아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난간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뱃사공이 커다란 물고기를 한 마리 낚아 올린 것이었다.“저는 튀긴 생선 완자를 먹을 겁니다!”연아의 얼굴은 아침 햇살처럼 환히 피어 있었다. 그 웃음만 보면 세상 모든 번뇌가 다 사라질 것만 같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하게 피리와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 뱃사공은 서둘러 노를 저어 다른 배를 피해 갔다.두 배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스쳐 지나갔고 강시아는 그 갑판 위에서 술잔을 들고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쪽에서도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건지 고개를 돌렸다. 잠시 동안 서로 바라보다가 그는 술잔을 들어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주온청은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유 대인은 이런 화선을 타고 노는구나...그러자 강시아가 천천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그만 보십시오. 계속 보면 이따 먹는 생선 완자의 맛도 다 사라질 테니까요.”사실 그녀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보았다.바로 주종현.그는 3층 창가에 앉아 있었고 그저 뒤통수만 보였는데도 그 사람이 주종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한편, 주온청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그저 허망한 꿈이었구나. 알고 있는 것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너무나 달랐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여 아가씨께서 그렇게도 친절했던 거군요. 유 대인의 행선지를 알려준 이유는 이걸 보라고 한 거였습니다.”“여서린이 말해줬다고요?”강시아는 감탄하듯 한숨을 쉬었다.주온청은 그날 향낭을 전하러 갔던 일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여 아가씨는 유 대인께서 제 향낭을 받는 걸 못 견딘 것이지요!”강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화선에 타고 있는 건 유 대인이지만 그건 여서린이 시킨 일이 아니지요. 그녀는 그저 진실을 보게 했을
Read more

제139화

며칠 동안 쌓였던 그녀에 대한 호감이 곤두박질치듯 떨어지는 것 같았다.송하윤이야말로 장차 정실부인이 될 사람인데 아직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단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강시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전생의 그 장면이 눈앞에 또렷하게 떠올랐다.전생에 잃어버린 아이가 자신을 찾아왔다.그런데 하필 바로 이 유람선에서 송하윤을 만나게 되었다.그녀의 시선은 급격히 차갑게 굳어지며 주온청을 쏘아보았다.“아가씨한테 저를 속여 데려오라고 시킨 겁니까?”“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주온청은 더욱 깊게 미간을 찌푸렸다. 며칠간의 모든 친근함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듯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독하고 날카롭게 변한 거지?“아버지께서 아하윤 언니를 들인 뒤에 마님을 귀첩으로 올려준다 해도 당신은 그저 첩일 뿐입니다. 헌데 이렇게 눈에 뵈는 게 없다니요!”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파문 하나 없던 송하윤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엔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귀첩이라… 그렇구나. 그럼 나중엔 제 자리를 노릴 생각도 있겠네요?”그 기묘한 음성이 어쩐지 너무 이상해서 주온청마저도 어딘가 섬뜩함을 느꼈다. 주온청의 입술 끝이 떨렸다.“하윤 언니… 언니 왜 그러십니까?”송하윤의 웃음은 더 깊어졌다.바로 그때, 그녀의 뒤에서 몇몇 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먼저 갑판 난간을 내려놓고는 유람선 위로 한 통 한 통의 기름을 들이붓기 시작했다.주온청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언니, 지금 뭐 하는 겁니까?”그제야 송하윤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곧 알게 될 거야. 걱정 말거라. 나도 너희와 함께해 줄 테니까.”주온청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속마음을 터놓던 가장 친한 벗이었는데 겨우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이렇게 변해버렸다고?“왜! 도대체 왜 그러는 것입니까!”송하윤은 하인이 놓아둔 좁은 널빤지를 밟고 천천히 다가왔다. 물에 빠지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Read more

제140화

화선이 멀리까지 떠난 뒤에야 유한석은 손에 들고있던 술을 그대로 물속에 따라 버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서는 몇 명의 무희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탁자 앞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잔을 돌리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송이당이 잔을 들며 말했다.“주 세자, 어머니께서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습니다. 세자께서 집영위에 임명되시는 그날, 다시 성대한 경공연을 열어드리겠습니다!”곁의 누군가가 장난스레 맞장구쳤다.“경공연 한 번으로 되겠습니까? 최소한 미인 열댓 명은 있어야 하겠지요!”유한석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조 대인께서 술이 과하신 듯합니다. 세자께서는 송 대인의 매제요, 대혼일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설마 청첩을 못 받으셨습니까?”그제야 그 취한 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기 뺨을 두 대 때리며 말했다.“이 썩은 입 같으니라고! 나 조원, 미리 주 세자와 송 아가씨의 백년해로를 축하드립니다! 말을 잘못한 죄로, 스스로 벌주를 세잔을 마시겠습니다!”송이당의 얼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남이 자신의 누이를 희롱하는 말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조원은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홀연히 달려온 두 명의 하인이 그를 그대로 질질 끌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조원은 그렇게 조용히 물에 가라앉게 되었다.그렇게 진탕 술에 절어 있었던 사람을, 누가 물속에 들어가 구해주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조원은 그제야 술이 완전히 깼다. 그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소리쳤다.“송 대인!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갑판 위의 하인들은 미동도 없었다.조원이 죽음을 직감하며 절망하던 그때, 누군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건져 올려라.”그제야 두 명의 하인이 조원을 끌어올렸다.조원은 거친 숨을 쉬며 단 1초도 더 머뭇거리지 않고 3층으로 달려 올라갔다.“송 대인!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그의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고 그는 그대로 송이당의 발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Read more
PREV
1
...
1213141516
...
4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