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갈 무렵, 설강은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르며 돌아왔다.마당 한켠에서 콩뼈가 인기척을 듣고 쑥 튀어나오자 설강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삼키며 꽃덤불 속으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콩뼈!!”설강은 떨어뜨린 신발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콩뼈를 향해 던졌다. 콩뼈는 급정지라도 한 듯 멈칫하더니 냉큼 돌아 마당 깊숙이로 줄행랑쳤다.신발은 마침 막 들어오던 사람의 종아리에 툭 부딪혔다.위심은 발치에 떨어진 꽃신을 한번 쳐다보더니 곧 머리를 들어 꽃덤불에서 엉망으로 기어나오는 설강을 바라보았다.“설강 아가씨, 한밤중에 꽃밭 일이라도 하시려는 모양입니다.”설강은 황급히 쪼그려 앉아 맨발 한쪽을 치맛자락 속에 감췄다.“귀, 귀군께서는 이 밤중에 왜 이곳에 온 겁니까?”위심은 발끝으로 신발을 가볍게 차올려 계산이라도 한 듯 정확히 그녀 앞에 떨어뜨렸다.“당연히 저택을 나가야 하니까요. 세자 저하 댁에서 나오면 이 길로 지날 수밖에 없습니다.”설강은 찌그러진 꽃신을 얼른 뒤로 감췄다.“그렇다면 어서 가세요!”위심은 몇 걸음 걸어가다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설강 앞에 조용히 쭈그려 앉았다.“설강 아가씨, 그쪽에서…”그가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무슨 냄새가…?”설강은 자신의 팔을 들어 진지하게 맡아보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무, 무슨 말입니까? 제가 하녀라고 해서 냄새가 난다는 겁니까?”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그녀는 위심을 밀쳐내고 작은 뜰로 도망치듯 달려 들어갔다.“아니, 그게 아니라…!”해명할 틈도 없이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됐다. 내일 다시 말하지 뭐.”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다음 날 아침.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시아는 연아를 데리고 일어났다. 밖으로 나와보니 작은 뜰은 어느새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고 유모가 그녀를 보자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마님, 시끄러워 깨어나신 건 아니겠지요? 큰 마님께서 경사스러운 날을 맞아 장정들이 모인 틈에 마님의 뜰도 새로 단장하라고 하셨습니다.”강시아는 미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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