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성왕부 앞.주종현은 막 문전박대를 당한 참이었다. 소휘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때, 하늘에 공명등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따스한 노란빛이 공중에 머물다 천천히 솟구쳤다.계소만이 감탄했다.“와… 이게 공명등이군요. 정말 예뻐요.”“그래, 참 예쁘지.”주종현도 나직이 답했다. 강시아가 예전에 초주에서는 해마다 공명등을 띄웠다고 두 번쯤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등에 글씨도 쓸 수 있군요.”“뭐라고? 맛있는 거 먹고… 어머니… 활짝…?”계소만은 글자를 완전히 깨치지 못했는지라 아이가 쓴 글자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주종현이 곁눈질하며 핀잔을 줬다.“글 좀 배우거라. 그것도 모르는 것이냐?”그제야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공명등에는 기세 넘치는 필치로 쓰인 ‘태평’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실로 좋은 글씨였다. 그리고 그 글의 주인 역시 누구보다 익숙한 이름이었다.소휘의 필체였다.“대인, 저희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주종현은 말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말했다.“여기서 기다린다.”“기, 기다린다고요?”죽도록 열흘은 달려 도착했는데 하는 일이라곤 기다림이라니!계소만은 아직 철부지였다. 그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보다가 배를 문지르며 서러운 얼굴로 청했다.“대인… 뭐라도 먹읍시다. 며칠째 말린 식량만 먹은 터라 저도 곧 말린 식량이 될 것 같아요.”그 꼴에 주종현도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우선 먹을 것부터 챙기자꾸나.”우주는 경성과는 사뭇 다른 곳인지라 먹는 것 역시 낯설었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음식은 여인들이 좋아하는 것이었지만 계소만은 정신없이 잘만 먹어댔다.“대인, 저희는 우주에 얼마나 있는 겁니까?”주종현의 눈매가 살짝 내려갔다.“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내일 정현으로 간다.”“정현? 찾으려는 분이 거기 계신 건가요?”그는 대답하지 않았다.“빨리 먹거라. 먹고 성왕부로 간다.”오늘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는 의문을 반드시 풀어내리라. 하지만 다른 임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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