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Chapter 221 - Chapter 230

631 Chapters

제221화

문희는 내딛었던 발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평온한 표정으로 주종현을 바라보았다.그가 누구를 말하는지 모를 리 없었지만 그녀는 굳이 그를 조롱하고 싶었다.“그녀요? 세자께서는 누구를 묻는 겁니까? 옥보루의 손님이 얼마나 많은데요.”이어서 그녀는 마치 방금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세자께서 말씀하시는 건 혹시 송 마님입니까?”주종현은 그녀의 눈에서 조롱과 비웃음을 보았다.그는 입을 살짝 다물고 스스로를 비웃듯 짧게 웃었다. 여기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붙잡고 캐묻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폐를 끼쳤습니다.”그가 돌아서서 가려는 순간, 등 뒤에서 울린 목소리가 그의 발을 붙잡았다.“주 세자.”그는 걸음을 멈추었으나 돌아보지는 않았다.문희의 목소리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가벼운 결이 있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녀의 눈밑에 짙게 내려앉은... 그러니까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우울함은 보았지요.”“우울함이라고요?”주종현은 참지 못하고 돌아보았다.“그녀에게 무슨 우울할 일이 있단 말입니까?”문희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가 계속 캐묻자 입가의 조롱이 더 짙어졌다.“그걸 알고 싶으시면 직접 가서 물어보셔야겠지요. 아, 맞다. 강 마님은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 알고 싶다면 신이나 부처께 빌러 가셔야겠네요!”왜인지, 주종현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아 마님의 눈동자가 번져갔다.분명 지난밤 행관에서 이미 확인했음에도 그는 아직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그는 낮고 깊게 말했다.“그녀는 죽지 않았습니다.”문희는 그저 비웃을 뿐,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마차에 올랐다. 강시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으나 사람의 눈에 담긴 것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주종현은 점포 문 앞에 서서 멀어져 가는 마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맞부딪히며 소리를 냈다.“대인.”점포 안에서 하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경성에서 편지가 왔사옵니다.”그제야 주종현은 시선을 거두고
Read more

제222화

두 사람은 비록 성이 곽으로 같았지만 혈연관계는 없었다. 그러나 몇 해를 티격태격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거의 친형제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진국공부.이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어 있었고 늙은 집사 한 사람만이 남아 집을 지키고 있었다.맹 가는 자손이 끊기듯 줄어들어 단 하나의 자식도 남지 않았고 사람들은 모두 맹 씨가 결국 절후할 팔자라고들 했다.그러나 맹 가 사람들만은 알고 있었다. 옛날 맹청련이 혼례에서 도망쳤다가 사실은 다시 붙잡혀 돌아온 적이 있다는 것을.그녀는 그때 두 살이 훌쩍 넘은 남자아이를 품고 있었다. 다만 변방에 일이 생기자마자 틈을 타 아이를 데리고 또다시 조용히 사라졌을 뿐이었다.맹 노장군이 수십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맹청련을 찾으려 했던 까닭도 사실은 그 아이 때문이었다. 다만 외부 사람들은 그 아이가 여자아이라고만 알고 있었기에 그동안 맹가로 몰려온 가짜들은 죄다 아가씨들이었다.곽 씨 성을 지닌 두 사내는 침상 곁에 서서 드물게도 말다툼 없이 조용히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아가씨랑 닮았나?”“조… 조금은 닮은 것 같기도 하고…”“어쩌면 아버지를 닮았을지도.”“저희가 잘못 찾은 거면 어쩌죠?”곽 장군은 곽 군사를 노려보았다.“제발 이럴 때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말거라!”이번에도 잘못 찾았다면 그는 영영 연병장으로 돌아갈 생각은 접어야 했다.강세오는 눈을 뜨자마자 코앞에 들이닥친 사내 둘의 커다란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 뒤로 확 물러났다.곽 장군은 즉시 환한 얼굴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공자님,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는 맹 장군의 부하입니다. 장군께서는 공자님의 외조부이시지요.”“외조부? 전 그런 거 없습니다. 사람 잘못 찾으셨어요.”강세오는 미간을 펴며 두 사람을 밀쳐내고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곽 장군이 재빨리 앞을 가로막았다.“그것은 공자님께서 장군을 직접 뵙고 말씀하셔야 합니다.”글만 읽던 선비가 무슨 힘으로 무관들을 이길 수 있으랴?“저희 집은 찢어지게 가난합니다! 한데 어찌 장
Read more

제223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행렬이 하나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길게 늘어선 행렬은 천천히 화주를 벗어났다.주종현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가 연아를 잘못 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만천이 다가와 말했다.“세자 저하, 이미 하루나 지체했습니다. 이제 떠나셔야 합니다.”주종현의 눈꺼풀이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을 돌려 말을 타고는 반대 방향으로 그대로 내달렸다.작은 마차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도시를 한참 벗어나고 나서야 연아는 붉어진 얼굴을 들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그 반짝이는 눈망울은 마치 이렇게 묻고 있었다.“그 사람 잡아먹는 곰은 이제 갔습니까?”아람은 연아의 작은 손을 내려주며 말했다.“응, 갔다. 사람 잡아먹는 곰은 이제 없단다.”연아는 곧바로 아머니 품속으로 파고들며 속삭였다.“아머니… 아버지는 그 사람 잡아먹는 곰한테 먹힌 겁니까?”아람은 딸아이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살며시 끌어안았다.“무서워하지 말거라. 아머니가 있잖니.”연아는 아직 너무 어려 아람은 그동안 벌어진 모든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창밖의 풍경은 빠르게 뒤로 흘러갔다. 아람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화주 자사부에서 주종현이 그녀에게 바싹 다가왔던 순간이 스쳐갔다. 그녀의 입가에는 어느새 비웃는 미소가 얇게 떠올랐다.지난 생에서 그가 이만큼이라도 집착했더라면 연아가 그런 끔찍한 모습이 되었을까? 설강이 죽었을까? 자신이 통간이라는 누명 쓰고 물속에 던져졌을까?그저 그의 잘난 자존심 때문에 자기 곁을 벗어나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뿐이었다.화주를 지나면 임주다. 임주는 지금 한왕의 봉지라, 행렬은 임주에 머무르지 않고 길문서를 받아든 즉시 다시 떠났다. 이번에도 길문서 문제로 막힐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순조로웠다.아람이 조심스레 물었다.“임주 자사는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문희가 말했다.“좋은 사람이라기보단 겁이 많은 사람이죠. 한왕은 병력이 있으니 함부
Read more

제224화

연아가 예쁘게 꾸며진 방 하나로 쏙 들어섰을 때, 마침 안에 있던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안의 아가씨는 연아를 보자마자 급히 입을 열었다.“얘야, 어서 와서 나 좀 풀어주거라!”그녀는 높은 등받이 의자에 뒤로 결박된 채였다.연아는 그 예쁜 언니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언니는 나쁜 사람입니까?”정희아는 단번에 대답했다.“나처럼 예쁜 사람이 어떻게 나쁘겠니! 난 오히려 나쁜 사람한테 묶여 있는 것이다.”연아는 그녀의 뒤로 돌아가 있는 힘껏 매듭을 풀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풀리지 않았다.“제가 어머니를 데려와서 도와드릴게요!”“어머니?”정희아는 연아가 나가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불러 세웠다.“얘야, 가지 말거라! 내 장화 안에 단도가 있다. 그걸 내 손에 쥐여주면 내가 스스로 끊을 수 있어!”연아는 그녀의 말대로 장화 속에서 단도를 꺼내 손에 쥐여주었다.그때, 바깥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연아는 고개를 돌려 방을 걸어 나왔고 그 순간, 항상 그녀를 놀려대는 그 사람이 보였다.어머니는 그를 보면 예를 갖춰 인사해야 한다고 일러주었기에 연아는 코를 실룩이며 손을 모아 인사를 하려는 찰나, 소휘가 연아의 목덜미 옷깃을 집어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잘생긴 얼굴 하나가 눈앞에서 크게 다가오며 물었다.“여긴 또 어떻게 기어 들어온 것이냐?”소휘는 소림과 몇 해를 함께 살아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작은 아이만큼은 묘하게 재미있었다.연아는 눈을 깜빡였다.“재밌잖아요.”그리고 짧은 팔을 들어 방 안을 가리켰다.“안에 예쁜 언니가 있어요.”소휘의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는 연아를 한 손으로 번쩍 안아 들고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은 호화롭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저택을 수리하는 데 든 비용의 절반은 아마 이 뜰에 부었을 것이다.방 안에는 사람이라곤 없었고 높은 의자 옆 바닥에 떨어진 삼끈 한 줄만 놓여 있었다.소휘는 방을 대충 훑어본 뒤 발길을 돌았다. 그 뒤를 따르던 호위가 번개처럼 방 안
Read more

제225화

아설은 잠시 말문이 막힌 채 멍하니 서 있었다.밤이 깊어 아람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방 안은 이미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오래 머물 사람을 위해 정돈된 공간처럼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연아도, 아설도 보이지 않았다.아람이 마당으로 걸어나오자, 마침 문희가 옷가지를 품에 안고 들어오고 있었다.“아람 아가씨, 이젠 이 옷들이 모두 작아졌습니다. 방금 자수방에서 보내온 것인데 아가씨께서 평소 입는 양식대로 몇 벌 골라왔어요.”허리가 전보다 분명 조여 왔다. 지금은 어떻게든 입을 수 있지만 배가 더 불러오면 답답해서 도무지 못 입을 것이다.아람은 문희가 들고 있는 옷들을 말없이 오래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열었다.“저... 앞으로는 여기서 지내게 되는 건가요?”문희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인츰 답했다. “전하께서 그리 분부하셨습니다.”아람의 가슴 속에서 어떤 감정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이제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기까지 정말 단 한 걸음만 남은 셈이었다.문희는 그녀를 이끌어 곧장 주원으로 향했다. 주원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문 앞의 시위들은 마치 그녀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손을 대기도 전에 문을 열어주었다.소휘는 책장 앞에서 책을 하나하나 직접 정리하고 있었다.아람이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던졌다.“아 마님은 설마 경성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이유로 빚을 떼어먹을 생각은 아니겠지?”방금까지 단단히 쥐고 있던 협상의 의지는 그 말 한마디에 절반쯤 꺾여 버렸다.“한데 전하의 요구가 너무 높으셔서…”소휘가 가볍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너의 말은 본왕이 그 정도 값어치도 없다는 뜻인가?”말문이 막혔다.“조금만… 조금만 깎아주실 수는 없을까요?.”마차 안에서 여러 번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을 해본 결과, 그녀가 갚아야 할 돈은 겨우 칠천 냥 남짓이었다.소휘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성문 통과비 만 냥. 경성에서 우주까지 오는 차마 비용 만 냥.
Read more

제226화

우주는 산이 많은 데다 오랑캐들의 영역과 맞닿아 있어 산적으로 들끓었다. 덕분에 이곳은 조정에서 골칫거리 취급을 하는 미개한 지방이었다. 자연히 좌천된 관리들이 밀려오는 자리이기도 했다.들리는 말로는, 우주에 부임한 몇몇 현령들은 본래 경성의 고위 관리였다고 한다.성왕부는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망치 소리와 부산함이 끊이질 않았다.아람은 아침 일찍부터 눈을 떴다. 우주에서 무슨 작은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직접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다.우주는 경성과도, 금주나 녕주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짚신을 신은 노인이 긴 멜빵대에 갓 잡은 물고기를 걸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파는 모습이 아직도 보였다. 여느 번성한 주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아람은 문희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길도, 사람도 익숙하지 않은 곳이니 연아와 아설은 성왕부에 남기고 무공이 뛰어난 문희가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적절했다.길가에는 처음 보는 먹거리들이 가득했다. 경성에서 흔한 단설기나 빵과 달리, 이곳은 대부분 찐 과자류였다. 공기에는 온통 따뜻한 쌀 향이 배어 있었다.작은 노점 옆에는 돌절구가 하나 놓여 있었고 주인 부부가 함께 돌을 밀며 쌀을 곱게 빻아 대나무 단지에 담고 있었다. 주인 아낙은 그 위에 흑설탕을 넣어 찜통에 올려 쪄냈다. 아낙은 호기심 어린 두 사람을 보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찐 쌀떡이에요. 폭신폭신하고 달콤합니다. 두 분도 하나 드셔보실 겁니까?”“두 개 주세요!”쌀떡은 부드럽고 폭신했다. 경성의 참깨빵에서 나는 고소한 불향과는 전혀 달리 입에 들어가자 마자 은은한 쌀 향과 흑설탕의 달콤함이 퍼졌다.간단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이렇게 색다를 수 있나?아람은 꿀꺽 침을 삼켰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입맛도 잃었는데 쌀떡 한입에 속이 확 열리는 기분이었다.문희도 처음 맛보는 떡인지 달고 부드러운 감촉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대체 누가 우주를 미개지라 한 겁니까? 보기에도 아주 넓고 좋은 곳이구만요.”아낙은 두 사람
Read more

제227화

“저는 장사해서 돈을 벌고 싶은데 산적이 날뛰면 제가 들여온 물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잖아요. 손해를 보는 건 결국 저 일 테고 그러면 당연히 우주의 관원들에게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요.”문희가 물었다.“그래서 무슨 장사를 하고 싶은 겁니까?”아람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모르겠어요.”겨우 소일거리 같은 장사로는 안 된다. 그런 시시콜콜한 수입으로는 열 번 되살아난다 해도 이만 냥을 모을 수 없을 것이다두 사람이 약방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마른 체구의 아이 하나가 투덜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이렇게 큰 야생 산삼을 겨우 십 냥에 받겠다니!”약방 주인이 콧소리를 섞어 말했다.“좀 알아보고 말하거라. 이 선현당이 값을 가장 공정하게 쳐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더냐?”아람의 눈길이 산삼에 꽂혔다. 이만큼 큰 산삼을 십 냥에 거래하려 한다고? 이건 누가 봐도 약방이 양심 없는 게 아닌가! 경성이라면 아무리 못 쳐도 몇백 냥은 넘어갈 텐데!아람이 아이를 불러 세웠다.“얘야, 그 산삼을 얼마에 팔 것이냐?”아이의 몸은 비록 야위었지만 눈빛만은 생기 넘쳤다. 그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백 냥이요!”아람이 말도 꺼내기 전에 약방 주인이 비웃었다.“조금 전에 나한테 오십 냥이라더니 서 있던 자리에서 두 배가 됐구나.”아이가 콧방귀를 뀌었다.“당신이 몰라본다고 해서 제가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한테 파는 것까지 뭐라 합니까?”문희는 우주 사람들에 대해 거칠다는 첫인상이 남아 있는 탓에 얼굴을 찌푸렸다.“약방에는 오십 냥이라더니 우리한테는 백 냥이라고?”하지만 아람은 속으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백 냥이라 해도 경성에 가져가면 오백 냥은 받을 테니 누워서 떡 먹기로 사백 냥을 버는 셈 아닌가!“조금만 깎아주거라. 내가 사겠다.”아이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렀다.“팔십 냥! 팔십이면 드릴게요!”문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삼십이 최선이다.”아람은 곁눈질로 문희를 흘겨보았다.언제부터 문희가 이렇게 흥정을
Read more

제228화

아람은 딸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웃었다.“그래, 똑같이 맛있지!”그때 아설이 잔뜩 비밀을 품은 얼굴로 다가왔다.“오늘 부에 예쁜 아가씨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방 관리들도 여럿 왔는데 그중 하나가 전하 코앞에서 대놓고 욕을 했다니까요!”아람은 속으로 그자가 분명 진도림일 거라고 직감했다.“그 대인… 전하께 혼난 건 아니지?”아설이 고개를 저었다.“전하께서 직접 배웅하셨어요.”아람의 미간이 가볍게 올라갔다.문득 성왕은 우주로 쫓겨난 것이 아니라 호랑이를 산에 풀어준 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오후가 되자 그 예쁜 아가씨들이 전부 그녀의 뜰로 들이닥쳤다.‘응? 이건 장소를 잘못 들은 게 아닌가?’경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전하께서 새로 들어온 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마님의 책무라 하셨습니다.”아람은 그의 웃음을 보며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자기는 가짜 부인일 뿐인데 우주까지 와서도 이 연극을 계속해야 한다니?네 명의 미녀가 고운 몸짓으로 엎드려 절했다.“소첩, 마님께 문안드리옵니다.”아람은 눈을 잠시 감았다.‘그래, 나는 빚을 진 마당인데 무슨...’“어디서 왔느냐?”“첩은 자사부 정 대감의 추천으로 왔사옵니다. 본래 만월루의 청기(清绾: 몸을 더럽히지 않는 기생)였사옵니다.”“첩은 우주 토박이로 집안에서 두부 장사를 하였사옵니다. 역시 정 대감의 추천으로 왔사옵니다.”“첩은 진현 주부의 딸이옵니다.”“첩은 능현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의 딸이옵니다.”아람은 곧 상황을 파악했다.“너희는 모두 스스로 온 것이냐?”앞줄의 두 사람은 침묵했고 뒤에 서 있던 둘은 다투듯 외쳤다.“원치 않았사옵니다.”특히 주부의 딸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이었다.“마님, 제발 저를 돌려보내 주십시오. 저는 이미 혼약이 있는 몸으로 다음 달이면 혼례이옵니다. 아버지가 현령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저를 보낸 것이옵니다.”어부 집 딸은 눈에 원한을 가득 담았다.“제 오라버니는 저를 구하려다 아직도 생사가 불명하옵니다! 능
Read more

제229화

산속에는 저물어가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자 앞길조차 또렷이 보이지 않았다.가지 사이로 금빛 햇살이 흘러들지 않았다면 지금도 해가 지지 않은 줄 착각했을지도 모른다.경험 많은 집영위가 주변에서 약초를 뜯어 씹어 으깬 뒤 위심의 상처에 발라주었다.“역시 이런 깊은 산속이어야 귀한 약초도 흔하게 보이는군.”얼마 지나지 않아 위심의 다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금 전의 뜨겁고 타오르는 통증도 사라졌다.“이건 맹 노장군 휘하의 흑호군이 쓰던 독화살이네.”화살은 평범했지만 독은 평범하지 않았다. 해독이 쉬운 것은 적의 전력을 약화시키되 아군을 죽이지 않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흑호군에서 흔히 쓰던 독이라...집영위도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한데 흑호군은 이미 십여 년 전에 해산된 걸로 알고 있는데.”위심은 이를 악물었다.“이 산적들이 맹 노장군과 관계가 있든 없든 반드시 보고하고 토벌해야 하네. 이 산만 넘으면 우주성이니 먼저 우주로 가자고.”집영위가 앞을 막아섰다.“우선 우리의 임무를 잊지 마시게. 이곳에서의 일은 경성에 돌아간 뒤 다시 보고할 일이네. 여긴 임주와 가장 가깝지. 한왕은 번왕 중에서도 병력이 가장 탄탄한 사람이네. 만약 이 산적들이 흑호군 잔당이고 한왕과 손을 잡으려는 것이라면 어떡하겠나?”그러나 집영위는 미동도 없었다.“위심, 자네는 집영위이네.”위심은 그의 손을 휘저으며 뿌리치고는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뒤에 남은 집영위 한 명이 물었다.“대장, 쫓아가야 합니까?”대장이라 불린 자는 침착하게 말했다.“내버려두거라. 우리는 먼저 돌아가 상황을 보고한다.”집영위는 여느 호위와 달리 오직 폐하의 명만 따른다.위심은 마음이 지나치게 넓어 암위에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형제인 만천이 그 자리에 더 적합했다.아람은 아설과 연아를 데리고 외출에 나섰다. 이번에는 살구가 직접 길 안내를 맡겠다고 한 것이다. 그녀는 우주에서 태어나 자란 터라 골목 하나하나까지 모두 꿰고 있는 아이였다.“마님께서 쌀
Read more

제230화

누군가 지켜주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즐거울 수밖에 없다.“살구야, 아까 말한 먹을 것 두 가지만 사오렴.”아람은 연아를 안고 있는 아설에게 은전 몇 닢을 건네주며 살구에게 전해주라 했다.살구를 따로 보낸 뒤 아람은 바로 맞은편 쌀가게로 향했다.살구와 청무는 자사부에서 보낸 사람들이기에 아직은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쌀가게에서 알아보니 우주의 쌀은 고을마다 품질이 달라 가격 차이도 컸다.가장 좋은 쌀은 정현에서 난다고 한다.곡식은 습기와 해충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우주는 기후가 습하여 경성처럼 곧바로 곡창에 쌓아둘 수도 없었다. 운송 또한 문제였다. 산적은 들끓고 수로에는 배가 모자랐다.아람은 머릿속 가득 의문을 안은 채 주루로 돌아왔으나 살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연아를 안고 서 있던 아설이 손짓했다.“저기… 살구인 것 같아요.”고개를 돌려보니 살구가 어린 소녀를 감싸 안은 채 세 명의 건장한 사내들과 맞서고 있었다.“아설, 너는 왕부로 가서 사람을 불러 오거라.”소휘가 우주성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명성이 통할지 알 수 없었기에 아람은 함부로 뛰어드는 위험은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아설이 서둘러 떠나자마자 또 다른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제법 무예가 있어 보였고 단숨에 추잡하게 굴던 사내들을 쓰러뜨렸다.“예쁜 언니다.”연아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응? 예쁜 언니?”아람이 묻자 연아는 또박또박 말했다.“마차에서 내리던 날 봤어요. 예쁜 언니가 묶여 있었어요. 나쁜 아저씨… 성왕 아저씨가 언니의 손을 잘라버리겠다고 했어요.”성왕부에 묶인 아름다운 여인이라. 우주의 자사를 제외하고는 그 일을 벌일 자가 없다.아설이 사람을 데려올 틈도 없이 연아가 예쁜 언니라 부른 그 여인이 이미 사내들을 쫓아내고 있었다.둘이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살구가 손가락으로 이쪽을 가리키자 두 사람의 시선이 나란히 이쪽으로 향했다.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그 여인의 눈에서 서늘하게 타오르는 분노가 아람에게까지 느껴졌다.분노?대체 무
Read more
PREV
1
...
2122232425
...
6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