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고작 장사꾼에 불과하다. 내 손을 벗어나면 네가 저지른 일들을 저들이 과연 덮어줄 수 있을 것 같으냐?”주종현은 가볍게 웃었다.“공손 대인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그는 말하며 품속에서 한 장의 공문을 꺼냈다.“왕 마님, 신하 운하를 개척한 공으로 폐하께서 친히 하운 마님으로 명하셨습니다.”공손창은 그 문서를 보는 순간,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황제는 그를 죽이기로 마음먹었고 그를 베어내기 위해 상인 집안의 여인 하나를 들어 올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초주의 성대한 축제는 그렇게 완벽하게 막을 내렸다.꽃들이 만개한 목단원 안에서 왕정은 딸을 데리고 단정히 무릎을 꿇었다.“소녀, 폐하의 은혜에 감읍하옵니다. 제 명의로 된 열여 척이 넘는 해선, 항로 운항의 경험과 기록을 모두 바치겠습니다.”왕문연은 눈을 크게 떴다.전부 내놓는다고?“어머니…”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왕정이 팔을 꼬집어 말을 끊었다.주종현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통의 조서를 꺼냈다.“앞으로 초주 하역 수로는 왕 가 선행이 전담한다.”왕정은 즉시 조서를 받아 들었다.“소녀,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해선과 항로를 바친 뒤에야 이 조서가 나왔다. 만약 상황을 읽지 못했다면 훗날 해운은 물론이고 초주의 하운마저 그녀의 것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영각에서 벌어진 모든 일은 마지막에 그녀를 겨누는 칼이 되었을 터였다.주종현이 이곳에 머문 칠팔 일 동안, 이 모든 조서는 한꺼번에 내려왔다.폐하는 이미 모든 수를 계산해 두었고 그녀가 시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인지, 그 여부만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에 이르자 왕정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주 대인께서 염려하실 일은 없습니다. 영각은 앞으로도 성실히 장사할 것이며...”주종현은 웃으며 말을 끊었다.“그런 일들은 모두 공손창이 초주에서 뇌물을 받고 사익을 챙기기 위해 만들어낸 편의 아니었습니까?”그 모든 죄목은 공손창의 머리 위에 씌워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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