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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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행복해요. 하지만 아버지가 안 계시잖아요.”연아의 생각은 단순했다. 한 사람도 빠지면 안 된다고 여겼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좋았다. 위심이 가장 먼저 항의했다.“아설은 작은이모라고 불러야 합니다.”아설이 언니라고 불리우면 촌수가 꼬여버리기 때문이었다. 이어서는 하연이 두 번째로 나섰다.“외숙모라고 불러야지. 내가 그동안 먹인게 얼만데!”강세오는 얼굴이 너무 얇았기에 외숙모라는 호칭을 확실히 굳혀 두어야 나중에 도망치지 못할 터였다.“멍멍!”모두가 동시에 멈칫했다.“어디서 개 짖는 소리지?”연아만이 반사적으로 대문 안쪽 영벽 쪽을 바라보았다.“콩뼈다.”“연아야, 콩뼈는 경성에 있지 않니. 남의 집 개…”“멍멍멍!”아람이 막 복동이를 유모에게 넘긴 참이었다. 노란 그림자 하나가 안으로 뛰어들더니 곧장 연아를 향해 달려왔다.“개다!”너무 갑작스러웠고, 개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하연의 얼굴색이 삽시에 변하더니 연아를 끌어안고는 옆으로 굴러 크고 누런 개의 돌진을 피했다.“콩뼈다!”그러나 품에 안긴 연아는 손발을 흔들며 신이 났다. 콩뼈는 연아의 발을 핥더니, 천천히 손까지 핥아 올렸다. 등 뒤의 꼬리는 하늘로 솟을 듯 흔들리고 있었다.“어머니, 진짜 콩뼈예요.”아람이 연아를 데리고 떠날 때, 콩뼈는 고기를 먹일 때도 잘게 잘라 주어야 하는 작은 강아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훌쩍 자라서는 큰 개가 되어 있었다. 경성에서 정현까지 대체 어떻게 온 것일까. 아람은 무의식적으로 문 쪽을 보았고, 주종현이 먼 길의 티를 그대로 안은 채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람은 의아하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큰 부인의 병세가 위중하다 하더니, 곁에서 시중은 들지 않더라도 조금은 더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주종현은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콩뼈의 다친 다리를 고정했다.“오늘은 더 뛰면 안 된다.”“아버지, 콩뼈가 다쳤어요?”연아는 이미 하연의 품에서 내려와 콩뼈의 목을 끌어안고 조심스레 쓰다듬고 있었다. 주종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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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사람 목숨도 하찮으니 하물며 개 한 마리쯤이야 다를 것 있을가요.”아람은 조금도 의외라는 기색이 없었다. 주종현은 그런 그녀의 말귀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자신이 충분히 높은 자리에 설 수가 있다면 지키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그는 손발이 묶인 채, 단 한 번도 주가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송하윤은 그의 조모가 점찍은 사람이었고, 여서린은 그의 어머니가 고른 사람이었다. 오직 강시아만이 그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그들에 쫓겨 죽음을 위장하면서까지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는, 그가 연아에게 사 준 개 한 마리조차 그 집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네 말이 맞았다.”그는 불쑥 그녀에게 말했다. 아람은 그저 그를 바라보고는 가볍게 웃었다. 주종현은 영국공부의 세자였다. 그 이름의 무게와 그가 짊어진 모든 것들은 결코 그가 마음 가는 대로 살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번에 경성을 한번 다녀오더니, 드디어 이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사람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지요. 세자께서는 훗날 작위를 이을 것이고, 폐하의 총애를 받는 신하가 되어 신하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이르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그저 평범한 여인입니다. 큰 뜻은 없어요. 그저 한 구석에 눌러앉아 살아갈 수만 있으면 그걸로 족합니다.”그녀가 다시 살아난 순간부터 그들은 이미 달랐다. 이번 생의 삶은 전생의 그녀로서는 감히 상상도 해볼 수 없는 그런 나날이었다. 전생의 연아는 개를 키우지 않았고, 그녀 역시 자기 힘으로 자신을 위해 살아갈 길을 만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허나 지금, 그들은 잘 살아갈 뿐만 아니라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콩뼈 역시 이런 그들의 운명에 엮여, 죽음을 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주종현은 눈을 내리깔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필요할 때가 있으면, 나를 찾아오게.”그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덧붙였다.“나는 여전히 연아와 복동이의 아버지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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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아설은 그녀가 초주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물었다.“강 대인도 함께 가시나요?”“지금은 하천 공사로 가장 바쁠 때라서. 오라버니는 이번에는 가지 않을 거야.”장사가 커지면 운송을 피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선박 운송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는데, 초주는 수로가 많은 지역이자, 중요한 부두를 끼고 있어 선운이 발달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선박이 필요했다. 정현과 가장 가깝고 편리한 곳은 초주였다. 아람은 초주에서 자랐다. 오라버니가 서당에 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다가, 몰래 뒤따라 나서서 담장 밖에서 글 읽는 소리를 훔쳐듣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했다. 아람이 초주로 향하는 길에 오르던 그 무렵, 또 다른 한 사람도 약속이나 한 듯 초주로 떠나고 있었다.“대인, 초주의 배들은 모두 상선이나 화물선입니다. 우리가 쓸 수 있겠습니까?”주종현이 답했다.“지금은 어떤 배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경성의 선박사에서 계속 핑계를 대는 걸 보니, 건주의 수군과 무관하지는 않을 거다. 재주 있는 놈도 연장 없으면 소용없다는 말이 있지. 배 한 척 없이 수군을 훈련한다는 건 실속 없는 말에 불과하다.”조정의 형세는 예전보다 훨씬 분명해졌다. 그러나 경성 밖의 세력들, 건주 수군과 서남영, 서북영, 변남군, 회서영은 여전히 황제의 손에 들어있지 않았다. 특히 건주의 수군총독은 모친이 이민족 출신이다 보니, 황제 역시 수군의 권한부터 나누어 거둘 생각이었다.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초주에서 배를 사들이는 것이 눈앞의 급한 불을 끄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주에서는 배를 타고 초주로 갈 수 있었다. 주종현은 평소 입고 다니던 비단으로 지은 옷을 벗고는 가장 평범한 베옷 차림으로 나섰다. 요즈음은 햇볕에 많이 그을려 졌는지라 피부도 거뭇한 것이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얼굴이 빼여난 젊은이라는 것이 알릴 수 있었다.“젊은이, 자네도 초주로 가나?”배에 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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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주종현의 얼굴 역시 토하느라 핏기까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제 아무리 수영을 잘하고, 작은 배에서의 훈련이 훌륭하다 한들, 큰 배에 오르고 나서 모두가 이 지경이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적이 굳이 칼을 빼여 들 필요도 없이, 바다 위에서 이들을 이틀쯤 데리고 돌기만 해도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을 터였다. 그는 두 손으로 난간을 꽉 붙잡은 채, 배에 오르기 전 먹었던 것들을 거의 전부 쏟아냈다. 지금의 수면은 심지어 잔잔한 편이었다. 만약 거센 바람과 파도가 이는 해전이라면 어떤 꼴이 될지 그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황제가 왜 수군부터 꾸리려 했는지 그제야 짐작이 갔다. 보병이나 기병과는 다른 문제였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토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괜찮아요?”아까 그 젊은 처녀였다.“배는 처음 타보시는 거죠?”주종현은 정신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월백색 손수건 한 장을 내밀었다. 의외로 천의 결이 고운 손수건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왜 수수한 옷차림의 평민이 어떻게 이렇게 값나가 보이는 물건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을 품었겠지만, 속이 뒤집혀 정신이 없는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의 손가락이 막 그 부드러운 천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희고 단정한 손 하나가 그의 손을 가로막았다.“처녀의 손수건을 받으면, 그 후과가 어떨지는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처녀는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수상하네요. 그저 뱃멀미를 하는 사람을 보고 손수건을 건넸을 뿐인데 말이죠.”아람은 그녀의 손에 들린 손수건을 힐끗 보고 말했다.“그럼 내미실 손수건을 잘못 고르신 것 같네요.”처녀의 얼굴빛이 확 바뀌면서 괜히 참견하지 말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찰나였다. 주종현이 난간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네가 왜 여기 있지.”아람은 그를 보고 짓궂게 한마디 던졌다.“내가 없었으면 당신이 언제 어떻게 팔려갔는지도 몰랐겠네요.”그제서야 주종현도 자신을 도와주는 듯한 처녀가 방금 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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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아람은 고개를 돌리자마자 그가 옷깃을 꼭 움켜쥐고는 누가 볼까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소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한 번 훑어보았다. 아주 평범한 손수건으로, 장터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물건이었다. 꺼낸다 한들 누구 것인지 알아볼 사람도 없을 터라 굳이 돌려받을 생각도 없이 그에게 내밀었다.“정현에서 잘 지내고 있다면서, 초주에는 왜 온 겁니까?”주종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런 너도 정현에서 장사 잘하고 있다가, 왜 초주에 온 거지.”아람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답했다.“어머니 제사 지내러 왔는데요.”주종현은 잠시 멈칫했다.“나도… 나도 네 어머니의 제사에 함께할 수 있다.”그녀는 애초에 그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마침 그녀 역시 알고 싶지 않았고, 그를 구한 것 또한 그저 겸사겸사 한 일이었을 뿐이었다. 배 뒤쪽에서 계속 누군가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람 뿐만 아니라 주종현 역시 그 눈길을 의식했다. 수군도 아니고, 성왕부의 사람들도 아니었다. 느낌으로 보아 아까 그 두 사람이 따로 사람을 붙여 미행하게 한 것이 분명했다. 아람 역시 이 신비한 마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어린 시절 전해 들은 이야기 몇 개가 전부였다. 마을에서 젊은 사내가 사라지면 그 마을 처녀에게 찍혔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의 부모까지 집을 떠났고, 함께 마을로 들어가 호강을 누리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소문이야 숱하게 들었지만, 자신의 두 눈으로 월백색 바탕에 부채 무늬가 수놓인 손수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주종현이 아람 가까이에 가서는 속삭였다.“지금 내 안전은 당신 손에 달렸어.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지도 네가 결정하는 거고.”아람이 말했다.“그건 별도의 값이 붙어요.”주종현이 눈을 크게 떴다.“돈을 받아?”아람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잠깐, 잠깐! 줄게, 줄게!”주종현은 다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우주에서 초주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하루면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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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배 위에 있을 때 그 두 사람을 불러들인 건 그였고, 그녀는 그를 구해 주었기 때문에 함께 미행당하게 된 것이었다. 만두 노점 앞에 이르러서야 그는 익숙한 뒷모습 하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노점 주인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저를 기억하시다니요.”오라버니가 항상 그녀를 데리고 와서는 반 그릇의 만두를 사 먹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람은 살짝 놀랐다.“강 반 그릇을 어떻게 잊겠소.”노점 주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그는 뒤편 골목 안쪽의 서원을 가리켰다.“지금 저 서원은 초주에서 제일 유명하다오. 연달아 장원급제를 두 명이나 냈고 말이요. 강 장원이 언제 돌아오나 기다리고 있었소. 오면 꼭 만두 한 그릇 끓여 주려고 했지.”아람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오늘은 제가 오라버니를 대신해 한 그릇 먹어야겠네요.”“알겠소! 잠깐만 기다리시오.”노점 주인이 곧바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주종현도 앞으로 다가섰다.“나도 한 그릇 주세요.”아람이 뒤돌아보았다.“왜 계속 따라오는 거예요. 볼 일이 있으면 혼자 가세요.”노점 주인이 두 사람을 한 번 훑어보더니 물었다.“싸웠소?”“아니요.”“그렇습니다.”서로 멀이 맞지 않았다. 노점 주인은 다 아는 사람이라는 얼굴로 말했다.“부부는 싸울수록 더 끈끈해지는 법이오. 그래도 오늘 밤 안으로는 꼭 아내를 달래야 해.”“…아니요, 오해십니다.”노점 주인은 손을 내저었다.“이 두 눈이 틀릴 리는 없소. 옛날에 자네 오라버니는 반 그릇만 사서 자네한테는 고기를 먹이고 자기는 국물만 마셨지. 그때 내가 말했잖소, 이 아이는 반드시 크게 될 거라고. 이 총각은 자네 오라버니만큼 출세하진 못해도, 못된 사람은 아닐 거요.”이품 관리인 주 대인은 잠시 말을 잃었다.“…예, 맞는 말씀입니다.”아람은 하마터면 제 침에 목이 막힐 뻔했다. 노점 주인은 흥이 붙은 듯 말을 이었다.“난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니까. 자네 둘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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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남은 셋이라니?“둘은 이미 부부였소?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계산을 해봐야 하오!”노점 주인은 손을 흔들며 둘을 불렀지만 두 사람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특히 아람의 걸음이 유난히 빨랐다. 밖을 나서기 전 길흉을 보았어야 했는데, 실책이었다. 초주는 상인이 더 많았다. 특히 부두 인근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안 파는 게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멀리서 커다란 상선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만큼 큰 배라면, 얼마나 많은 화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를 뒤따르던 주종현 역시 그 배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어느 정도 크기의 배를 쓸 수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는 따름이었다. 아람의 시선이 앞쪽의 한 노점에 놓여 있는 비녀 하나에 붙들렸다. 그 비녀는 햇빛 아래에서 고운 분홍빛을 띠었으며, 보석은 크지 않았지만 색감 하나는 좋았다. 돌아간 뒤 조금만 손을 본다면 연아의 머리 장식으로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거 얼마예요?”“열다섯 냥입니다.”“좀 깎아 주세요.”아람은 경성을 떠난 지 일 년 만에 값을 흥정하는 법도 제법 익혔다.“하나밖에 남지 않았잖습니까, 최저가로 열네 냥에 팔겠습니다.”“여덟 냥이요.”“그건 안 됩니다! 다른 데 가서 보세요.”반값을 부르는 것은 장사를 접으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주종현은 대신 돈을 내주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비슷한 보석이 놓인 걸 발견했다.“저쪽에도 있구나. 여기서 팔지 않는다면 저쪽에 가보지.”아람은 그를 한번 보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가요.”“아이고, 아이고! 가지 마세요. 마님께서 부르신 가격이 너무 적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불러보세요.”노점 주인은 급히 불러 세우며, 일부러 뒤쪽의 주종현을 향해 말했다.“많이 벌지는 못하더래도 밑지는 장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닙니까!”“저하고 말하지 마십시오. 저는 돈이 없습니다.”노점 주인 역시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는 듯 했다. 이렇게 대놓고 인색한 남자는 처음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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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아람은 부두 근처에서 여관 하나를 잡았다. 문 안으로 들어서기 전, 그녀는 줄곧 뒤따르던 주종현을 돌아서서 가로막았다.“주 대인께서는 모처럼 외출하셨겠는데 제 뒤치다꺼리나 하러 오신 건가요.”주종현의 시선이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선행에서 다시 그녀에게로 옮겨졌다.“돈이 좀 궁해서 말이지. 조철수는 집이 가난한데다가 재주도 없지 않나.”아람은 더 말을 섞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으니, 저까지 엮이지 않게만 하세요.”“내가 그렇게도 믿음이 없는 사람이냐.”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람은 그를 흘끗 보았다.“실명으로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신임을 논해요.”주종현은 속으로 너 역시 실명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말을 꺼낼 담이 나지 않았다. 부두 근처의 여관들은 몹시 붐볐다. 남은 방이라고는 비좁은 하급 객실인 병방과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정방뿐이었다. 병방은 작고 비좁은데다 창문도 없었고, 정방은 넓은 통방으로 한 방에 열몇 명은 누울 수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라 병방 두 칸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병방은 뒤뜰에 나란히 붙어 있는 방들이었다. 비좁은 방 안은 침상 하나와 탁자 하나면 꽉 찼고, 목욕은 바랄 바도 되지 않았다. 작은 나무 대야에 물을 받아서 간단히 몸을 닦는 게 최선이었다. 해가 기우니 부두도 서서히 조용해졌다. 주변에는 주루와 유흥가 역시 여럿 있었는지라, 한창 붐빌 때였다. 어디선가 은은한 현악 소리 역시 들려오는 듯했다.다음 날 아침. 병방이 위주인 여관에는 따로 음식을 팔고 있지 않았기에 주종현은 아침 일찍 쌀떡과 참깨전병을 사 왔다. 여기에서는 밀가루 음식이 드물었는지라 보이는 대로 집어 온 것이었다. 맛은 경성의 길거리 음식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아람의 문 앞에 서서는 한참을 두드렸지만 계속 반응이 없었다. 마침 지나가던 여관 점원이 말했다.“이 방에 계시던 손님은 아침 일찍 나가셨습니다.”주종현은 손에 든 두 사람 몫의 떡을 내려다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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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난 또 무슨 일이라고. 누가 마음에 들었느냐, 내 불러오라 하마.”왕문연의 머릿속에 엊그제 배 위에서 스쳐 지나간 한 장면이 번뜩 떠올랐다. 얼굴선은 담담하고 성겼으며, 검은 눈동자는 차가운 샘물처럼 맑고 서늘했다. 토하느라 꼴이 엉망이었음에도, 그 빼어난 기품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 참으로 쉽게 잊히지 않는 남자였다.“조철수라는 남자예요. 등주 사람이고, 부모는 없어요.”“조, 조철수라고?”용야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큰 조카가 이번에는 농가 출신의 사내에게 마음을 두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왕문연 역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그리도 준수한 사람이 어쩌다 그런 촌스러운 이름을 달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준비한 비단옷을 입히고 제대로 치장만 해도, 영각 안에 그보다 나은 이는 없을 거예요.”용야도 흥미가 생긴 듯 웃음을 띠었다.“우리 연아가 이렇게까지 높이 평가한다면, 평범한 인물은 아니겠구나.”왕문연은 턱을 살짝 치켜들고 밖을 가리켰다.“밖에 있는 저 여자를 붙잡고, 실마리만 조금 남기면 사람은 저절로 걸려들 거예요.”용야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보이는 것은 옆모습의 반쪽뿐이었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잡을 거면 둘 다 잡는 게 낫지 않겠느냐.”왕문연이 곧바로 말을 끊었다.“그 여자는 안 돼요. 우주 사람이에요. 너무 가까워요. 괜히 건드렸다가는 피곤해질 수 있어요. 우주는 곧 수로가 열릴 예정이니, 배를 찾으러 온 걸 보면 상선을 돌리려는 게 분명해요. 뒷배가 없고서야 이렇게 서둘러 나설 수는 없죠.”용야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그럼 조철수는 피곤해질 걱정이 없고?”그녀가 웃었다.“부모도 없고 뿌리도 없어요. 설령 귀한 사람을 위해 일한다 해도, 결국은 하인일 뿐이에요. 이 일은 숙부께 맡길게요. 저 사람, 무공도 조금은 할 줄 아는 것 같거든요.”아람은 반 시진이 넘도록 기다린 끝에 마침내 관리인을 만났다.“오래 기다리셨지요.”용야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람을 불러 새 찻잔을 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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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그녀가 손을 들어 가볍게 휘두르자, 곧바로 사람이 뒤따라 붙었다.아람은 이렇게 많은 배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큰 배도 있고, 작은 배도 있었다. 이 선행이라면 아마 구하지 못하는 배가 없을 듯싶었다.“동가, 여기 있는 배 전부 매물인가요?”용야가 웃으며 말했다.“아니오. 앞쪽에 묶인 몇 척만 그렇습니다.”아람은 배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내려와 가운데 놓인 중형 선박을 가리켰다.“이 배는 얼마입니까.”“육천 관입니다.”“그럼 저 큰 배는요?”“일만 이천 관이지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가격이 전반적으로 너무 높네요.”“가격은 얼마든지 상의할 수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용야는 그녀를 이끌고 돌아서며 말했다.“배가 작아 보여도 재료는 실합니다. 한 척에 삼백팔십 석의 곡식을 실을 수 있지요. 저 큰 배는 화물과 사람도 함께 실을 수 있어 일반 화물선처럼 놀리는 기간이 없습니다.”아람은 속으로 계산을 굴렸다. 배는 정기적인 수리가 필요했고, 선공과 선원도 써야 했다. 한 척에 삼백팔십 석을 싣고 한 달에 두 번 왕복한다 해도, 십 년이 지나도 뱃값조차 건지기 어려웠다. 삼천 관이라면 바로 살 터였다. 선행 앞까지 와서 그녀가 발걸음을 멈췄다.“동가, 이 배의 최저가는 얼마입니까.”“그렇다면, 아 마님께 특별히 낮춰 드리지요. 최저 오천육백 관입니다.”아람은 고개를 저었다.“신조선이라 해도 이 가격은 비쌉니다.”용야는 웃기만 할 뿐,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천천히 생각해 보시지요.”아람은 그대로 자리를 떴다. 줄곧 곁에 서 있던 하인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공자님, 저 배는 원래 삼천육백 관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높게 부르면 손님을 놓치지 않겠습니까..”용야가 말했다.“값을 높여야 시간을 끌 수 있지. 큰 조카가 어렵게 한 번 입을 연 일이다. 숙부 된 사람으로서야 보기 좋게 처리해 줘야지. 사람을 붙여라. 어디에 묵는지 살피되, 눈치 빠르게 움직이고 들키지는 말아라.”“예.”아람이 여관으로 돌아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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