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 배, 약재.”그의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가 이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리고 소금.”“훗날 아람은 이름 없이 사라지는 첩이 아니라 사서에 남는 여상인이 되겠지.”아람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전하께서는 미치신 겁니까! 염전과 소금 장사는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입니다!”그러나 소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아람은 그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네 목숨은 본왕이 책임지지.”아람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소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인물인데 정현의 백성쯤이야. 훗날 필요하다면 우주 전체마저도 그는 기꺼이 버릴 사람이었다.소휘는 두 손을 등 뒤로 돌린 채 천천히 방을 나섰다.“본왕은 아람의 재주를 크게 보고 있다. 아람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퍼질 그날을 본왕은 기다리고 있으마.”창밖에서 들어온 아침 햇살이 격자창을 지나 탁자 위에 점점이 내려앉았다.아람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가슴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야심은 여기서 끝날 리 없었다. 이만에 달하는 번병조차 그를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소휘가 떠난 뒤,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단낭은 대문 앞에서 이미 그가 우주의 번왕, 성왕 전하임을 알아보았다. 그녀에게는 분명한 장점이 하나 있었다. 쓸데없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는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이었다.그녀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복동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왔다.“아람 마님, 서방님께서 그러는데 훈련할 때마다 물고기를 잡는답니다. 조금 있다가 물고기를 가져올 텐데 어죽을 끓여 드릴까요?”아람이 고개를 들었다. 복동이는 방긋 웃으며 반짝이는 침 한 방울을 뚝 떨어뜨렸다. 아이는 둥글둥글한 손을 뻗으며 옹알거렸다.그 웃는 얼굴을 보자 가슴을 짓누르던 먹구름이 단번에 흩어졌다.“좋다. 네가 끓인 죽은 복동이가 다 잘 먹는다. 요즘 부쩍 살도 올랐는데, 다 네 덕이다.”단낭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었다.“저야 뭐, 이런 소소한 음식밖에 할 줄 모르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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