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61 - チャプター 570

631 チャプター

제561화

“태의!”주종현은 막사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태의원 전체가 이미 황제의 친명을 받은 상황이었다. 살리지 못하면 직접 맹 장군께 사죄하라는 것이었다. 맹 장군은 이미 나이를 많이 먹은 상태였고 어렵게 밖에서 두 손자 손녀를 찾아 데려왔는데 겨우 석 달도 되지 않아 사람이 경성에서 죽게 된다면 그가 분노한 나머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태의원의 절반이 이미 비상 대기 상태였지만 시은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이 상태로 정말 살릴 수 있을까? 태의원사 최태의가 맥을 짚은 뒤, 곧바로 침을 놓아 심맥을 붙들었다.“주 대인은 먼저 밖으로 나가십시오!”주종현은 그대로 밀려나듯 밖으로 쫓겨났다. 막사 밖에는 아직 떠나지 않은 각 가문의 부인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수년간 열리던 봄 연회에서는 단 한 번도 사고가 없었건만 오늘에는 어찌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누군가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맹 아가씨께서 산신령을 노하게 한 게 아닙니까?”목소리는 작았지만 주종현의 귀에는 또렷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아직 피가 묻은 장검이 그대로 휘둘러졌다. 금속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주종현의 칼은 공주부 호위병에게 막혔다.“주 대인, 장공주의 전각 앞입니다. 사람을 해치실 수는 없습니다.”소심여는 손을 들어 호위병들에게 무기를 거두게 하고 그제야 몸을 돌려 주종현을 바라보았다.“주 대인, 말이 갑자기 날뛰게 된 것은 본궁의 뜻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고이지요. 여기 모인 분들은 모두 관가의 부녀자, 손에 힘도 없는 여인네들입니다. 허나 주 대인이 또 사람을 해친다면 그건 사고가 아닙니다.”“사고라 말씀하셨습니까?” 주종현은 고개를 돌려 장공주를 노려보았다.“신이 숲에서 찾은 약분은 이미 태의더러 감정하게 했습니다. 말이 먹이면 미쳐 날뛰게 만드는 금전초더군요. 또 다른 이름은, 광마초라 하지요.”광마초는 말을 미치게 만들지만 동시에 활혈거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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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하필 그 하나뿐인 손자는 지나치게 귀하게 자라 세상 무서운 줄을 몰랐다. 양옥당은 할머니가 칼에 맞아 쓰러진 뒤부터 이미 온몸을 떨며 겁에 질려 있었다. 애원할 틈도 없이 거대한 손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그대로 끌어냈다.“아아! 살려 주세요! 할머니, 할머니 살려 주세요!”양옥당은 그제야 무엇이 살기인지를 처음으로 알았다. 다음 순간이면 그대로 염라대왕 앞에 끌려갈 것만 같았다.“할머니, 살려 주세요!!”그의 비명은 골짜기 전체에 메아리쳤다. 만에 하나 오늘 양옥당이 정말 죽는다 해도 황제는 주종현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장공주부의 경비 소홀 책임을 모조리 양옥당에게 뒤집어씌울 터였다. 모든 잘못은 양옥당 혼자 짊어지게 되고 훗날 맹 장군이 보복한다 해도 그 화살은 오직 양 가를 향하게 될 것이다. 양서월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양씨 부인을 내려놓은 채, 폭주 직전의 주종현을 향해 몸을 던졌다.“주 대인!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습니다. 지금 사형을 집행하신다면 우리 조정의 법도는 어디로 가겠습니까!”그녀의 조카는 죽어서는 안 되었다. 시은의 일도 조카 하나에게만 덮어씌울 수는 없었다. 잘못이 있다면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입니다. 대인께서는 이 아이들을 전부 죽여야만 분이 풀리십니까!”양옥당은 살 길이 보이자,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고모, 고모 살려 주세요!”주종현의 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듯했다. 그는 주저 없이 검을 휘둘렀다. 양서월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한 걸음 물러났고 뒤꿈치가 돌에 걸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손바닥이 까졌지만 그 덕에 치명적인 일격은 피한 셈이었다. 그는 정말로 사람을 죽일 생각이었다. 주변에서 망설이던 이들도 더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각자 집안 하인들을 급히 돌려보내 집안의 어른들을 불러오라 명했다.주종현이 다시 검을 들려는 순간, 장공주가 큰 소리로 그를 제지했다.“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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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그 호위병 주머니에서 나온 것입니다.”주머니는 빈 주머니였지만 안에는 먹다 남은 음식 부스러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곽범이 말을 이었다.“이건 말린 우유 덩어리의 잔여물입니다. 이걸 먹는 곳은 변주, 기주, 서주뿐입니다.”주종현의 손이 힘없이 풀리자 양옥당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그를 가두고 눈썹이 끊어진 기주 사람을 찾아 데려와서 직접 대면시켜라.”양옥당의 엉덩이가 마침 뾰족한 돌에 부딪혔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감히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양서월이 조카를 부축하려 했으나 이미 두 명의 금군이 그를 끌어가 버렸다.주종현은 다시 몸을 돌려 남아 있던 소년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저마다 어머니와 친척 뒤로 숨었다. 그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이들은 직접 시은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옆에서 양옥당을 부추긴 아이들이었다. 그러니 한 명도 그냥 눈감아 줄 생각이 없었다.“저 아이들 전부 데려가라.”“안 됩니다!”사람들의 얼굴에 공포가 순식간에 번졌다.“주 대인! 저 아이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대인! 다시는 양 가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겠습니다!”“주 대인, 제가 집에 데려가 단단히 가르치겠습니다! 이제 겨우 열세 살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소년들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일제히 주종현을 둘러쌌다. 권세가 아이들의 담을 이토록 키운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야 아이를 훈육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매를 맞아야 비로소 아픔을 아는 법이다.주종현이 눈빛을 보내자 금군들이 뒤에서 소년들을 붙잡았다. 울음과 비명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집집마다 보물처럼 키운 아이들이었는데 감옥으로 끌려가게 되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 주종현은 차갑게 말했다.“맹시은은 경성에 돌아온 지 겨우 석 달이다. 너희와는 알지도 못하고, 원한도 없는 관계지. 헌데 어째서 너희는 입으로 사람을 욕하고 짓밟는 것이냐! 너희가 뭔데 그러냐는 말이다!”아직도 생사가 오리무중인 얼굴을 떠올리자 눈빛 속 살기가 다시 솟구쳤다.“그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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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주 경, 서단이 누구에게만 쓰이는 약인지 알고 있는가?”황제는 자신과 오랫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워온 신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신하라 불렸으나 어린 시절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동무이기도 했다.주종현은 이미 어렴풋이 답을 짐작하고 있었다.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만큼 주먹을 움켜쥐었고 목구멍이 막힌 듯 숨이 턱턱 걸렸지만 지금 그녀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신, 폐하께 약을 하사해 주시길 청합니다.”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쓴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녀를 가지는 것보다 그녀가 살아 있기를 더 바랐다. 그는 머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황제는 주종현의 숙인 머리 정수리를 바라보았다.주종현은 전생도, 이번 생도 늘 같았다. 생사를 불문하고 한 사람만을 미친 듯이 사랑하는 남자였다. 많은 일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진실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떠오른다.전생에 주종현의 정실인 송 씨가 난산을 겪었을 때, 송이당은 어전에 나아가 서단을 내려 달라 청했으나 주종현은 냉정하게 외면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이미 그녀와 함께 죽었다고 말했다. 태어난 아이는 피부가 어둡고 코는 마늘코였으며 주종현의 준수한 용모와는 닮은 데가 하나도 없었다. 훗날 우륵의 새 한왕인 불찰이 침공해 왔을 때, 그의 얼굴을 보고서야 송하윤이 낳은 아이가 불찰의 핏줄임을 알게 되었다. 주종현이 말한 ‘마음이 죽었다’는 말이 정실의 배신을 알고 절망했다는 뜻인 줄로만 여겼지만 지금 이 순간, 주종현이 비통함을 억누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황제는 마침내 지난 생에 그가 말했던 그녀는 정실이 아닌 그의 첩, 즉 지금의 시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대전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공중에는 희미한 단향만이 천천히 떠돌고 있었다. 대답을 듣지 못한 주종현이 다시 고개를 들려 했을 때, 황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주 경, 약은 줄 수가 있다. 헌데 내게 한 가지 약조를 해야 할 것이다.”주종현은 고개를 들자마자 주저 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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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지금이라면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그때를 한참 지나 있었기에 그녀도 이미 시집을 갔을 것이다.“폐하.”눈을 한번 깜빡이고 나서야 언제 와 있었는지 황후가 문가에 서 있는 모습을 알아차렸다.“황후가 어찌 여기까지 왔는가? 아직 몸이 다 낫지도 않았으니 잘 쉬어야 할 터인데.”황후는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지만 고지안이 바쳤던 그 상아 관을 쓰고 있으니 꽤나 기운이 돌아 보였다.“폐하께서는 두 달이 넘도록 신첩의 궁에 들지 않으셨습니다. 아직도 신첩이 아이를 지키지 못한 것을 탓하고 계신 건가요?”그 말과 함께 황후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아이는 폐하와 그녀 사이의 첫아이였다. 남녀를 떠나 태어났다면 만인의 사랑을 받았을 존재였다. 그러나 그 아이는 끝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이미 형태를 갖춘 사내아이였다.황제의 목소리에는 깊은 비통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늘 그랬듯, 어떤 일도 그의 정무보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담담했다.“짐에게는 아직 자식운이 없는 모양이구나. 답답하면, 잠시 궁을 나가 친정에 다녀오도록 하여라.”황후는 황제가 다시 어좌 뒤로 돌아가 붓을 들고 상소문을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넓은 봉황 예복 속에서 그녀의 손가락은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제야 그녀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원망의 말을 억눌러 삼킬 수 있었다. 황후는 떨리는 입술로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 곁에 있던 측근 여관의 팔을 붙잡은 채 고개를 치켜들고 근정전을 걸어나갔다.최 태의는 주종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약을 구해왔는지 의아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곧장 약동에게 인삼탕으로 서단을 풀게 했다. 환자의 심맥은 극도로 약해져 있었고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염라대왕을 보았을 상황이었다.서단이 풀린 인삼탕 한 사발이 들어가고 나서야 겨우 맥이 조금 살아났다. 최 태의는 그제야 그녀의 처참한 다리를 바라보았다. 온통 은침이 박혀 있는 다리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뼈를 맞추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은 시은조차 온몸에 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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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그의 목소리는 종처럼 울려 퍼졌고 얼굴에는 매서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맹서강은 몹시 두려웠지만 끝내 용기를 내어 어머니 앞을 막아섰다.“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세요!”맹시은은 맹부에서 태어났던 터라 험상궂은 얼굴의 이 외조부도 이미 익숙했다. 아이는 자연스레 두 팔을 벌렸다.“안아주세요!”맹여산의 시선이 어린 외손녀의 얼굴에 멈췄다. 그 모습은 청련을 꼭 닮아 있었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이내 차갑게 몸을 돌렸다.“청련, 마지막으로 석 달이다. 그가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 얌전히 가마에 올라 시집을 가거라. 이 두 아이는 네 큰 오라버니 집에 들여 후사를 잇게 하겠다.”“그는 돌아올 거예요!”맹청련은 아버지의 등을 향해 울부짖듯 외쳤다.석 달. 마지막으로 주어진 짧은 기한이었다.하지만 맹청련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은 끝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녀는 절연서를 남기고 아이들을 데리고 맹부를 떠났다.늦둥이었던 맹청련은 집안의 유일한 딸이었던지라 어릴 적부터 손바닥 위에서 자랐다. 대문 밖의 삶은 고단했으나 두 아이의 작은 웃음이 그녀를 버티게 했다. 그러다 홍수가 들이닥쳐 모자 셋이 의지하던 초라한 집을 휩쓸어갔다. 그리고 홍수 뒤를 덮친 역병 속에서 맹청련은 끝내 병석에 쓰러졌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병든 몸을 이끌고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향했다. 마침내 성 안에 들어섰지만 더는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던 그녀는 결국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두 아이는 맹부 대문 앞에 무릎을 꿇고 외조부에게 어머니를 살려달라 애원했다.맹여산은 그 절연서로 반 년 넘게 병을 앓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두 아이가 거지처럼 초라해진 모습을 보자 분노가 이성을 덮쳤다.“네 어미가 그렇게 기개가 있다더니, 지금은 왜 돌아온 것이냐! 어려워지니까 이제야 이 아비를 찾는 게냐?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할 때는 언제고 왜 다시 와서 나한테 매달리는 것이냐?”상처가 되는 말들이 연달아 쏟아진 후 맹서강과 맹시은의 눈앞에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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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시은은 아주 길고도 긴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어린 날의 삶은 몹시 고단했지만 어머니는 수놓는 솜씨가 좋아 밤을 새워 자수를 놓곤 했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오라버니와 그녀에게 먹을 것을 사주었다. 어머니와 오라버니는 언제나 가장 좋은 것을 그녀에게 먼저 내주었다.어머니는 무척 다정한 사람이었다. 자수를 가르쳐주기도 했고 인생은 짧으니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껏 하라며 늘 말해주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시은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였다. 오라버니는 그녀를 데리고 길을 떠났고 그 길 위에서 그녀는 병까지 얻었다.오라버니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업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버텨 나갔다. 그녀는 반쯤 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 오라버니의 품 안에 안긴 채 새로운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오라버니는 그저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예전에 벌어진 일들은 중요하지 않으니 앞으로는 자신이 끝까지 지켜주겠다고 했다.시은은 눈이 시큰해졌다. 기억 속에 아버지는 없었지만 어머니는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 그렇게 좋은 어머니를 그녀는 정작 잊고 살았다. 영국공부에서 자수를 그렇게 빨리 배운 것도 재능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가 이미 오래전에 가르쳐주었기 때문이었다. 지지 않고 맞서는 법도, 두려워하지 않는 법도, 모두 어머니가 알려준 것이었다.희미하게 흐려져 있던 어머니의 얼굴을 그녀는 이제야 떠올렸다. 깊은 잠에 빠진 시은의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고여 천천히 귀 옆으로 흘러내렸다.“어머니, 아프지 마요. 연아가 후후 불어줄게요.”연아는 소매로 조심스레 어머니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주종현은 딸을 안고 말했다.“네가 밥을 안 먹는 것을 알면 어머니도 마음 아파하실 거다. 얼른 가서 좀 먹거라.”시은이 선녀봉에서 옮겨온 뒤, 연아는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지키며 밥조차 먹지 않았다.연아는 아버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헌데 제가 어머니를 지켜야 해요.”주종현은 딸의 작은 어깨를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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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주종현은 이년 전, 끝내 건네지 못했던 적금비녀를 그녀의 베갯머리에 놓았다.“정현에 있을 때, 나는 다시는 너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지. 헌데 풀밭에서 숨도 쉬지 않는 듯 누워 있던 너를 보았을 때 나는 정말로 너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 후회되는구나, 시은아. 그 말을 나는 거둬들이겠다. 폐하께서 이미 내게 어명을 내린 이상 너는 결국 내 부인이 될 사람이다. 나는 네가 기꺼이 다시 나에게 시집오도록 만들 것이다.”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이 방 안으로 스며들면서 마치 공중에 흩어진 그의 낮은 목소리마저 함께 날려 보내는 듯했다. 봄날의 하늘은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았다. 진국공부에는 일찌감치 등불이 켜졌고 특히 앞마당은 거의 태의원 절반을 옮겨온 듯했다. 온갖 진귀한 약재들이 돈을 쏟아붓듯 끊임없이 들어왔다.잡힌 자는 매질 몇 대에 모든 걸 털어놓았다. 표국에서 쫓겨난 표사 하나가 있었는데 약간의 무공이 있었고 누군가 돈을 주어 들여보내 시은의 사고사를 꾸미게 했다고 했다. 그가 묘사한 생김새는 양옥당이 말했던, 눈썹이 끊어지고 기주의 사투리를 쓴다 하던 인물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외지의 사투리를 쓰는 단미 인물들을 수백 명이나 잡았지만 단 한 명도 진짜는 아니었다.“대인, 지금 양 대인께서 다른 몇 분 대인들과 함께 경사아문에 모여 문을 막고 있습니다.”주종현은 조심스럽게 방 문을 닫고 나서야 차갑게 고개를 들었다.“문을 걸어 잠그고 때릴줄도 모르느냐?”관병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소만이 때렸습니다만… 손에 힘 조절을 못 해서 소양 대인을 기절시켰습니다.”소양 대인이라고 불리는 자는 한림원의 강학사이자 양옥당의 아버지가 되는 인물이었다.“기절했다고?”주종현의 눈빛에 싸늘한 웃음이 스쳤다.“양 가에 전해라. 양옥당은 사주를 받아 충신의 후대를 해친 죄인이다. 지금 우륵이 동요하고 변방이 불안한데 서북의 군심이 흔들리면 온 집안의 목숨으로도 변방의 혼란을 막지 못할 것이다!”이 죄목은 크다 못해 지나칠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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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장공주 마마, 제 손자는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아이일 뿐입니다! 남에게 꾀임을 당했을 뿐이지요. 그자가 공주부의 호위로 숨어들었다는데, 공주부 호위라는 자리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입니까?”소심여는 곁을 힐끗 보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미인 시녀가 곧장 노랗게 잘 익은 비파 하나를 까 주었다. 양 대인은 장공주가 자기 말을 아예 듣지도 않는 듯한 태도에 이를 악물었으나 참고 또 참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신의 손자는 지금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처지입니다. 부디 장공주 마마께서 한 번만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소심여는 비파 씨를 툭 하고 뱉어내고서야 다시 양 대인을 바라보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본궁이 기억하기로, 양 대인은 젊은 시절 보기 드문 신동이었지. 열 살에 이미 수재였고 그 뒤로도 승승장구하였는데 그때는 나이가 어려 선제께서 한림원에 몇 해 더 머물게 하였다고 들었네.”양 대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스쳤고 장공주의 다음 말에 그의 얼굴은 실로 거의 굳어 버렸다.“양 공자도 지금 열 살은 족히 되는 나이지. 같은 양 씨 집안인데 어째서 그는 그리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된 겐가?”소심여는 상반신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자리에 앉았다.“게다가 본궁의 이곳은 공주부일 뿐 철옹성도 아니네. 양 대인도 이렇게 걸어들어오지 않았는가?”양 대인의 입꼬리가 떨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마마, 신에게 그 아이는 하나뿐인 손자입니다.”소심여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양 대인이 여기까지 와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본궁이 정말 모를 줄 아는 겐가? 본궁으로 손자를 바꾸겠다는 심산이라... 양 대인의 수명부터 줄어들까 두렵군.”양 대인은 이 일이 소심여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분명히 알았다.범인이 기주의 사투리를 쓰는 자라고 하였던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변남군의 주둔지 역시 기주였다.정 장군과 장공주가 얽혀있는 것이건만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손자였다. 그는 소매를 휘두르며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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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얼마나 세워 두었느냐?”황제는 주사필을 내려놓고 미간을 눌렀다. 전 내관이 곧바로 허리를 굽혀 답했다.“폐하, 거의 한 시진이 되었사옵니다.”양 대인이 입궐한 사실을 황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진도림이 옆 작은 탁자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폐하, 신은 이미 끝마쳤습니다.”황제는 웃으며 말했다.“참으로 사람 원망 살 일은 안 만드는구나.”진도림도 미소를 지었다.“폐하께서야말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지요. 신의 역할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네 말대로 하자. 들이거라.”진도림과 양고는 문 앞에서 스쳐 지나갔다. 진도림은 두 손을 모아 가볍게 예를 표했지만 양고는 거의 들리지 않게 코웃음을 흘렸다. 진도림은 그를 한 번 흘끗 보았을 뿐, 아무 말 없이 웃으며 고개를 들고 근정전을 나섰다.그가 선제에게 좌천당했을 때는 태자께서 승하한 이듬해였고, 지금의 황제는 아직 열다섯도 채 되지 않은 아이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십 년이 흘렀다. 그는 자신이 정현이라는 작은 고을에서 평생을 마칠 줄 알았으나 황제는 몰래 그에게 밀지를 내렸다. 정현의 조가 곡식 사건은 겉보기엔 한 달 만에 터져 수사가 이뤄진 듯 보였지만 사실은 황제가 이미 삼 년 전부터 물밑에서 준비해 온 일이었다. 그 말인즉은 황제가 즉위하던 해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뜻이었다.진도림은 그때 황제가 경성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생각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이 보잘것없어 보이던 지방 사건은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황제는 나이가 어렸지만 식견과 사람 보는 눈만큼은 선제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번 맹 가의 일조차도, 이미 황제의 수 안에 들어 있었던 일이었다. 다만 시은이 이토록 크게 다치는 사태는 예상 밖이었고 그 덕에 황제 역시 정 장군이 병권을 쥐고 더 키우려 하는 진정한 속셈을 완전히 꿰뚫어 볼수 있게 되었다.정 장군은 우륵의 불찰친왕과 손을 잡고는 시은을 죽여 맹 장군과 황제 사이를 이간질 할 속셈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륵이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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