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경, 서단이 누구에게만 쓰이는 약인지 알고 있는가?”황제는 자신과 오랫동안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워온 신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신하라 불렸으나 어린 시절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함께 보낸 동무이기도 했다.주종현은 이미 어렴풋이 답을 짐작하고 있었다.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만큼 주먹을 움켜쥐었고 목구멍이 막힌 듯 숨이 턱턱 걸렸지만 지금 그녀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신, 폐하께 약을 하사해 주시길 청합니다.”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쓴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녀를 가지는 것보다 그녀가 살아 있기를 더 바랐다. 그는 머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황제는 주종현의 숙인 머리 정수리를 바라보았다.주종현은 전생도, 이번 생도 늘 같았다. 생사를 불문하고 한 사람만을 미친 듯이 사랑하는 남자였다. 많은 일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진실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떠오른다.전생에 주종현의 정실인 송 씨가 난산을 겪었을 때, 송이당은 어전에 나아가 서단을 내려 달라 청했으나 주종현은 냉정하게 외면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이미 그녀와 함께 죽었다고 말했다. 태어난 아이는 피부가 어둡고 코는 마늘코였으며 주종현의 준수한 용모와는 닮은 데가 하나도 없었다. 훗날 우륵의 새 한왕인 불찰이 침공해 왔을 때, 그의 얼굴을 보고서야 송하윤이 낳은 아이가 불찰의 핏줄임을 알게 되었다. 주종현이 말한 ‘마음이 죽었다’는 말이 정실의 배신을 알고 절망했다는 뜻인 줄로만 여겼지만 지금 이 순간, 주종현이 비통함을 억누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황제는 마침내 지난 생에 그가 말했던 그녀는 정실이 아닌 그의 첩, 즉 지금의 시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대전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공중에는 희미한 단향만이 천천히 떠돌고 있었다. 대답을 듣지 못한 주종현이 다시 고개를 들려 했을 때, 황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주 경, 약은 줄 수가 있다. 헌데 내게 한 가지 약조를 해야 할 것이다.”주종현은 고개를 들자마자 주저 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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