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은 말 등에 실린 채 점점 더 멀어졌고 숲은 갈수록 짙어졌다. 말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아픔도 피로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내달렸다. 가지들이 그녀의 옷자락을 걸어 찢고 팔을 할퀴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의 목을 죽을힘을 다해 끌어안았다.그 순간, 그녀는 우주의 성왕부에서 도망치던 그날을 떠올렸다. 문희가 자신과 자리를 바꿔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어떤 꼴이었을까. 차라리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죽음을 택했을까, 아니면 이미 운명에 고개를 숙여, 남들의 손에 휘둘리며 이용당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까. 전생이든 현생이든, 수많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몰려왔다. 다시 태어나 돌아온 그녀는 같은 운명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그 깊은 수렁에서 몸부림치며 빠져나왔는데, 겨우 그 많은 고비들을 넘어왔는데, 지금 고작 아이 몇 명의 수작 때문에 죽는다고? 아니, 그녀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소 씨 성을 가진 이 자들도 자신을 어찌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자신더러 이러한 운명을 받아들여라는 말인가! 시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강렬한 생존 본능이 불타올랐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밀림도 곧 끝이었다. 앞쪽으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이 숲만 벗어나면 거의 산의 반대편일 것이다. 멀리 보이는 것은 푸르게 자란 완만한 초원이었다. 선녀봉의 지형을 따져보면, 이곳은 아마도 ‘선녀’의 허리쯤 되는 지점일 터였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선녀’의 어깨였다. 하지만 너무 멀었다. 더 이상 멀리 간다면 다시 찾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질 것이다. 바로 지금, 여기가 최선이었다.숲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녀는 말의 목을 놓아버렸다. 몸이 그대로 허공에 던져졌지만 시은은 아무 생각도 할 틈이 없었다. 무언가 딱딱하는 소리가 두어 번 들리더니 그녀의 의식은 그대로 끊겼다. 그녀의 다리는 기묘하게 비틀린 채, 정상이라 할 수 없는 형태로 꺾여 있었다. 조금 떨어진 나뭇가지 위에서는 새 한 마리가 앉아 갑자기 나타난 인간을 신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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