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71 - チャプター 580

631 チャプター

제571화

“장군, 잠시라도 숨을 고르셔야 합니다. 장군께서 쓰러지시면 아가씨는 정말로 의지할 곳이 없어집니다.”곽자욱과 곽방이 양쪽에서 그를 부축하고 있었다.세 사람은 먼 길의 풍진을 그대로 뒤집어쓴 채였고 뒤에는 고작 열 명의 친위병만이 따르고 있었다.맹여산의 얼굴에는 하얗게 돋은 수염이 거칠게 드리워져 있었다. 눈처럼 센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는 두 손을 세게 움켜쥔 채, 목에 핏대를 세우고 간신히 한숨을 붙들고 서 있었다.“나는 명이 질기니 쉽게 죽지 않는다. 궁으로 들어가자.”맹여산이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맹 장군의 나이가 얼마인가? 이 짧은 시일에 돌아오다니, 거의 한계까지 몰아붙인 강행군이었다.주종현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시은이 중상을 입은 지 열흘. 곽범이 서북 진영으로 급보를 보냈고 맹 장군은 서신을 받자마자 길을 나섰다.왕복 시간을 반으로 쪼개어 계산해도 닷새였으니 밤낮을 가리지 않은 행군이었다.주종현은 조용히 시은의 손을 감싸 쥐었다.“보았느냐? 맹 장군은 말수가 적어도 너를 아낀다. 저 나이에 이렇게까지 달려오지 않았느냐?”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이렇게 많은 이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깨어나야지.”“어머니!”단낭이 복동이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요즘 복동이는 어머니라는 말을 점점 또렷하게 불렀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어머니!”복동이는 단낭의 손을 놓고 비틀비틀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 말랑한 작은 손으로 어머니의 손가락을 꼭 붙잡고 젖은 숨결 섞인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어머니.”늘 자신을 보며 웃어주던 얼굴이 오늘은 미동도 없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단낭을 돌아보았다.맑은 눈동자가 묻고 있었다. 왜 어머니는 자신을 보지 않느냐고.단낭은 고개를 돌려 눈가를 몰래 훔치고는 아이 곁에 쪼그려 앉았다.“복동아, 어머니가 조금 욕심을 부리며 자고 계신 거야. 한 번만 더 불러보자.”복동이는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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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삼십 년을 알던 사이니 다 옛 벗이지. 본궁이 특별히 장군께 큰 선물을 마련했는데 마음에 드는가?”맹여산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시은을 위험에 빠뜨린 것은 마마이지 않습니까!”그녀는 가볍게 웃었다.“그렇지. 바로 나네. 이게 그리 놀랄 일인가, 장군.”주름 깊은 맹여산의 얼굴이 가늘게 떨렸다.“어째서요? 그 아이는 마마를 알지도 못합니다.”소심여의 웃음이 점점 거칠어졌다.“그래서 더 일부러 한 일이네. 모른다 한들 무슨 상관이 있나? 성이 맹이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맹여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장공주 마마의 원망은 신에게로 돌리십시오. 어찌하여 죄 없는 이를 해치십니까?”“죄 없는 이라.”소심여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세한 균열이 스쳤다. 그녀의 음성은 낮았으나 지옥에서 스며 나오는 음풍처럼 서늘했다.“맹여운은 무고했는가?”맹여운은 맹여산의 장자이자 소심여가 사랑했던 사내였다.“그때 자네는 어떻게 약조했는가? 맹여운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잊었는가? 공을 탐해 무리하게 나아갔지. 지금의 자네 지위는, 제 피붙이의 시신을 밟고 오른 자리 아닌가?”소심여의 입가에는 냉소가 매달려 있었다.“그렇게 허울뿐인 자리를 좋아하신다면 본궁이 다시 한번 큰 공을 안겨드리지. 우륵을 멸하면 폐하께서 이성왕으로 봉해주지 않겠는가? 정이 깊지도 않은 외손녀 하나로 군공 하나를 바꾸는 셈이니 남는 장사이지 않나?”곽자욱의 얼굴이 굳었다.“장공주 마마, 말씀을 삼가십시오.”“내가 삼가라?”소심여는 하늘을 향해 크게 웃더니 이내 싸늘한 눈으로 그를 꿰뚫었다.“일을 벌일 담은 있었으면서 인정할 배짱은 없나 보군? 부황께서는 이미 우리의 혼사를 허락하셨네. 그는 부마가 될 필요도 없었지. 내가 하가하겠다고 했으니 그는 작은 장군으로 남으면 그뿐이었단 말이네. 출정하기 전, 자네는 무엇이라 약속했는가? 나는 줄곧 기다렸네. 혼례복도 다 수놓아 두고서 끝까지 기다렸단 말이네. 헌데 왜 돌아오지 않은 것인가! 왜!”소심여의 목에 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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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시은은 아주 길고도 긴 꿈을 꾼 듯했다. 마치 제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본 것처럼 아득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가 입에 쓴 탕약을 떠먹였다. 쓴맛이 혀끝에 맴돌아 입안이 온통 싱거워진 기분이었다.본래 먹는 것에 욕심이 없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구운 닭이며, 숯불에 구운 고기며, 매콤한 장육과 튀긴 떡이 얼마나 간절한지 모를 지경이었다.그리고 매일같이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들. 쫓아내도 사라지지 않는 모기 한 마리처럼 끊임없이 웅웅거렸다. 이대로 눈을 뜨지 않으면 떨어져 죽은 것이 아니라 성가심에 질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마침내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두 개의 작은 머리였다.“어머니가 깨어났어!”“어머니!”연아와 복동이가 서로 앞다투어 외쳤다.그 작은 머리들 뒤로 한 장의 늙은 얼굴이 보였다.꿈속에서는 중년의 모습으로 보았는데 이제야 문득 깨달았다. 그가 이렇게나 늙어버렸다는 것을.시은은 힘겹게 손을 들어 두 아이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선이 맹여산에게 머물렀다.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어릴 적 자주 불렀던 호칭을 꺼냈다.“할아버지.”맹여산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눈가가 붉어지더니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그래.”남매가 족보를 바로잡은 뒤로 그를 그렇게 부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이대로 평생을 마칠 줄로만 알았다. 그의 삶은 너무 많은 이에게 빚을 진 세월이었다. 그래서 줄곧 이것이 하늘의 벌일 것이라 여겨왔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그 익숙한 한 마디를 듣게 될 줄이야. 마치 두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하던 그 작은 아이가 되살아난 듯했다.“장군, 양 대인께서 오셨습니다.”문 앞에서 곽범이 고했다.양고는 여러 차례 찾아왔으나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다.맹 장군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자신의 아들인 소양 대인과 사죄의 예물을 들고 달려왔다.맹여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주종현을 돌아보며 입을 얼었다.“가서 그 잡…”그는 문득 말을 멈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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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양고는 순간 말이 막혔다. 무릎을 꿇은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었다.그런데 맹여산은 일어나라 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양고는 졸지에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바닥에 꿇어앉은 꼴이 되었다. 체면을 견디지 못해 다리를 한쪽 들어 일어나려는 순간, 지팡이 하나가 그의 어깨를 눌렀다.마치 천 근의 무게가 얹힌 듯했다. 들어 올렸던 다리는 그대로 다시 바닥에 짓눌렸다.맹여산은 늙었으나 수십 년동안 전장을 헤쳐 나온 살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양고 같은 문신이 버틸 기세가 아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맹여산을 올려다보았다.“맹 장군, 지나치구만.”“누가 지나치다 하는가?”맹여산의 매서운 눈이 그를 덮쳤다.“나는 거친 사람이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갚는 법만 알고 있네.”지팡이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양고의 다리를 톡톡 두드렸다.“다리에는 다리로 갚는 법이지.”양고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였다.“맹 장군은 모든 죄를 우리 양 가에 뒤집어씌우려는 것인가? 양옥당은 고작 열 살이 된 아이네. 설령 잘못이 있다 해도 모든 일을 그 아이가 주도했겠는가?”맹여산이 낮게 말했다.“자네가 말하려는 것이 정력원이지. 허나 나는 하나씩 갚아 줄 뿐이네. 그도 도망치지 못하고 자네도 마찬가지네.”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무거운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양고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아버지!”소양대인은 새하얘진 얼굴로 아버지 위에 몸을 덮쳤다. 휘몰아치던 바람이 그의 머리 옆에서 멎었다. 소양대인의 심장은 반 박자 멈춘 듯했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기다리던 고통은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울먹이는 외침이 들렸다.“조부님! 아버지!”열흘 동안 갇혀 있던 양옥당은 반 토막처럼 수척해져 있었다.양고와 소양대인은 동시에 문쪽을 돌아보았다.“옥당!”양옥당이 달려들려는 순간, 곽범이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맹여산은 문가에 선 반쯤 자란 소년을 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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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돌아갈 때는 셋 모두 들것에 실려 나갔다.순식간에 경성에 소문이 퍼졌다. 맹 장군이 외손녀의 분을 풀겠다며 양 가 삼대를 모조리 불구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였다.말 많은 이들은 한바탕 엄히 경고를 받았다. 심지어 국자감에서 글을 배우던 철부지들까지 진국공부 아이들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그 집 아이의 아비가 누구든 상관없다. 그 집 조부가 맹여산이라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시은은 맹여산이 어떻게 일을 처리했는지 알지 못했으나 요 며칠 아설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 있다는 것만은 알았다. 약을 먹일 때도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해 하마터면 약을 코로 들이부을 뻔했다.“그렇게 좋으면, 나한테도 말해주지 그래.”아설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었다.“맹 장군께서 말씀하시길, 아가씨께는 전하지 말라 하셨어요. 기분 상하실까 봐요.”시은은 더 묻지 않기로 했다.다리는 크게 다쳤고 아직도 대나무 조각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방 안에 누워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 몸이 견디질 못해 바깥바람이 간절해질 지경이었다.주종현은 공방 최고의 장인을 불러 특별한 목제 수레를 만들게 했다. 그리고 다리를 곧게 뻗을 수 있는 받침까지 덧붙였다.그는 완성된 수레를 그녀 앞에 밀어 놓으며 물었다.“어떠느냐?”시은은 그의 으스대는 표정을 보고 흘끗 눈을 주었다.“당신이 만든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뿌듯해합니까?”주종현이 웃었다.“내가 만들진 않았지만 내가 장인을 데려왔지. 일단 앉아보거라.”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겨드랑이와 무릎 아래로 손을 넣어 가볍게 들어 올렸다.“이렇게 가벼워서야, 웬.”조심스럽게 수레에 앉은 후 맹시은은 뒤늦게 문 쪽을 흘겨보았다. 마당에서 빗자루질을 하던 하녀 둘이 서 있었다. 그러자 맹시은은 귓불이 붉어진 채 그를 흘겨보았다.“어머니!”연아가 깡충거리며 달려왔다. 손에는 탕후루 두 꼬치가 높이 들려 있었다.“어머니, 조공께서 사주셨어요!”맹시은과 맹여산 사이의 서먹함이 풀린 뒤로, 맹여산의 손녀 사랑은 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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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맹여산은 정말로 연아에게 겨울을 사다 주었다.서른 수레가 넘는 얼음을 들여와 진국공부의 넓은 무련장을 하얗게 덮어버렸다.연아와 선아, 그리고 목하준. 목하준은 주다언을 따라 시은을 문병하러 왔다가 마침 맹여산이 아이를 극진히 챙기는 장관을 맞닥뜨렸다.세 아이는 얼음 위에서 정신없이 뛰어놀았다. 그 옆에서 아설만이 묵묵히 가득 깔린 얼음을 바라보며 속으로 계산을 굴리고 있었다. 마음이 쓰려 피가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위심은 태연했다.“맹 장군은 녹봉을 여러 번 받으셨고 해마다 하사도 받습니다. 맹 장군께 제일 모자라지 않은 것이 돈이지요.”맹 가에는 사람이 많이 죽었고 남은 것 중 가장 많은 것은 돈이었다. 그리고 가장 쓸모없는 것 역시 돈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비로소 쓸 곳을 찾은 셈이었다.증손녀의 웃음 한 번이면 노인의 돈주머니는 몇 번이고 풀렸다.목수진은 슬쩍 부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다언, 나는 문인일 뿐이다. 시 몇 수 짓는 건 괜찮지만 변방에 가는 건 자살이나 다름없어.”요즘 모두들 말한다. 우륵이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만약 황제가 서북군을 움직인다면 그가 살아 돌아올 수 있겠는가?주다언은 그를 흘겨보았다.“문인이 왜 필요 없습니까? 맹 장군 곁의 곽 선생 보셨죠? 그분도 무예는 없잖아요. 게다가 우륵과 가장 가까운 건 기주의 변남군이에요. 폐하께서 굳이 멀리 돌아 군을 쓰시겠어요? 계속 이렇게 기죽은 모습이면 화이할 거예요.”주다언은 자매들이 하나같이 좋은 혼처에 시집가고 남편들마저 출세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급해졌다. 유독 제 남편만 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진흙처럼 주물러도 모양이 나지 않았다. 집안 재산이 넉넉하지 않았다면 벌써 바람만 마시고 살았을 터였다.주종현은 큰 누님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형부를 도와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형부는 어려서부터 곱게 자라 무거운 것은 피하고 쉬운 것만 찾는 것이 문제였다.경성의 연위영조차 버티지 못했는데 철혈군이라 불리는 서북대영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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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모래바람 조금 부는 게 뭐가 대수인 게냐? 맹 장군 같은 연세의 분도 두려워하지 않는데.”주종현은 누님의 응어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누님, 형부를 너무 몰아붙이지는 마세요.”주다언이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너한테 부탁한 적 없으니 입 다물어라.”주종현은 입을 다물고 그저 목수진을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목수진은 태연하게 눈썹을 한번 들어 올렸다. 그동안 맹 장군 문 앞에서 청을 올린 이가 얼마나 많았던가? 금은보화를 들고도 얼굴 한번 못 본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부인은 말 몇 마디로 맹 장군의 마음을 돌려보겠다는 모양이었다.맹시은은 그 표정을 보았다. 한눈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집안은 넉넉했고 고생해 본 적도 없으며 근심에 시달린 적도 없다. 모든 일이 무난히 흘러온 삶.주다언이 다섯 살이나 어린데도 겉으로는 오히려 다섯 살은 더 많아 보였다. 속사정까지 따지면 열 살은 더 늙어 보였다.맹시은은 주다언을 바라보며 입가를 살짝 올렸다.“좋아요. 조금 뒤에 여쭈어보지요.”여인이 안팎을 다 떠맡고 사는데 사내가 먹고 놀기만 하는 꼴은 눈에 거슬렸다. 어찌 보면 그동안 맹 장군을 찾았던 이들은 결국 사람을 잘못 찾은 셈이었다.“마침 진영에는 사람이 많아 문서도 넘쳐나지. 글 모르는 장졸들 대신 편지라도 써주면 좋겠구나.”맹여산의 진영에는 글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대개는 큰 글자 하나 모르는 병졸들이었다.곽자욱은 가장 오래 남은 막료였다. 벼슬에 욕심이 없었고 거칠게 말하는 장졸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곽자욱도 옆에서 거들었다.“마침 저도 부관이 하나 필요했습니다.”서북 진영에서 두세 해만 버티면 연줄을 타고 경성으로 돌아와 병부에 한자리쯤은 얻을 수 있었다.주다언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맹 장군, 감사합니다! 이 게으름뱅이 근성은 맹 장군께서 좀 고쳐주셔야 해요.”몇 마디 말이 오갔을 뿐인데 목수진은 이미 서북 진영으로 묶여버렸다. 정작 본인은 상황을 다 이해하지도 못했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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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맹여산이 낮게 말했다.“인생은 길어야 몇십 년이다. 누구도 언제 끝에 닿을지 모르지. 한 번 잘못으로 충분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말거라.”주종현은 시은을 한 번 바라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맞는 말씀입니다.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맹여산은 옅게 웃고는 연아가 달려간 쪽으로 몸을 돌렸다.“나는 오늘 밤에 쓸 불꽃을 준비해야겠다. 저녁은 둘이 알아서 먹거라.”주종현은 그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예!”맹시은은 떠나가는 맹여산의 등을 보다가 곁에 선 주종현을 흘겨보았다.“두 분은 벌써 결론을 내렸나 보네요. 그럼 저는요? 제 의견은요?”주종현은 아무렇지 않게 수레를 밀며 밖으로 향했다.“환자는 조용히 따르는 게 좋겠다.”그날 이후로 주종현은 더 자주 들렀다. 퇴청만 하면 제일 먼저 진국공부로 향했다. 이제는 영국공부의 대문이 어느 쪽에 있었는지 까먹을 정도였다.그는 매일같이 자질구레한 것들을 한가득 들고 왔고 맹시은은 이제 그에게 질릴 지경이었다. 이제야 연아의 그 장난기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 것 같았다. 어릴 적 억눌려 자랐던 탓인지 이제는 그녀를 핑계 삼아 이런저런 물건을 만들어내며 한을 푸는 듯했다.옆 귀방은 목재와 대나무 조각, 각종 공구로 가득 찼다. 복동이조차 옆에서 구경하기를 좋아했고 가끔은 입에서 몇 글자씩 튀어나왔다. 그 조개껍질 같은 입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맹여산이 경성에 머문 지 스무 날이 넘었을 즈음, 맹시은은 마침내 목발을 짚고 혼자 몇 걸음 걸을 수 있게 되었다.그 무렵. 변남군이 우륵으로 시집보냈던 아란 공주를 호위해 경성으로 돌아왔다.그제야 시은은 알았다. 맹여산이 줄곧 기다린 이는 변남군의 정 장군이었다는 것을. 그가 바로 이 일의 배후였다.아란 공주는 우륵에 시집간 후 왕후가 되었다. 한주가 죽은 뒤 불찰친왕이 우륵을 장악했고 다른 연맹기들까지 꿈틀대기 시작했다.아란 공주의 이번 귀경은 친정을 방문함과 동시에 원군을 청하기 위함이었다.경성의 대로는 인파로 가득 찼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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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아란 공주가 경성으로 돌아왔고 행렬에는 우륵의 사신들도 함께였다.한왕이 세상을 떠나고 왕위는 공석이 되었다. 공주는 돌아왔으나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고작 한 살 남짓이라 어미 품을 떠날 수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아이를 우륵에 남겨둔 것은 결국 아란 공주를 붙잡아 두려는 속셈일 터.모국이 군을 내어 우륵의 혼란을 수습해주길 강요하는 인질이었다.이미 고인이 된 여 각로는 일찍이 오늘의 일을 예견한 바 있었다.한왕은 한창 강성 할 나이였고 왕후 또한 우륵에서 가장 오래된 연맹기 출신이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왕후가 스스로 물러나 아란 공주에게 자리를 내주었다.여 각로는 단언했다. 우륵은 이미 위태롭다고.그때 태후가 조정을 장악하고 있었고 이견을 제거하는 데 혈안이 되어 우륵의 터무니없는 요구까지 받아들였다. 지금 태후는 후궁에 유폐되었고 남겨진 것은 뒤엉킨 난맥뿐이다.황성의 연회.삼품 이상 관원은 모두 가족을 동반해 입궁해야 했다. 맹시은은 들어가고 싶지 않았으나 황제가 직접 그녀를 지목해 공주를 말벗으로 삼으라 했다.공주의 말벗이라니. 맹시은은 스스로 세상 물정을 꽤 보았다고 여겼고 장공주의 날 선 모욕까지 담담히 받아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차 몇 잔 나누고 웃음 몇 번 지어 넘길 자리가 아니었다.황성은 장엄하고 웅대했다. 관원이 입궁하면 하인과 시녀는 궁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시은은 목발을 짚고 춘행과 춘도가 양옆에서 부축해 궁문 앞에 섰다.문가에는 이미 두 채의 교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맹 가의 조손은 모두 다리가 불편했기에 황제가 특별히 교자 입궁을 허락한 것이다.교자가 막 양고 곁을 스쳐 지나가자 그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눈빛에 원망이 들끓었다. 부인은 얼굴을 다쳤고 아들은 다리를 잃었으며 손자는 집에 돌아온 뒤로 늘 불안에 떨었다. 변소에 가면서도 비명을 질렀고 누가 때린다며 요강을 침상 위에 두어 먹고 싸는 일은 모두 그 자리에서 해결했다. 때문에 이틀도 채 되지 않아 방 안은 악취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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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맹여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아보았으면 됐네. 그럼 우리의 장부도 정리하기 쉬워지겠군.”정력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화살촉을 집어 들었다가 탁자 위에 툭 던졌다.“맹 장군의 말씀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원한이 없었고 요즘에도 다툼이 없는데 무슨 장부를 정리하겠다는 겁니까?”그 말에 맹여산은 노하지 않고 오히려 웃어 보였다. 그는 이내 다시 소매 속에서 옥반지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그럼 이 물건도 한 번 살펴보시게, 정 장군.”이번에는 정력원의 안색이 달라졌다.맹여산의 목소리가 한층 낮게 가라앉았다.“정 장군, 나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네. 작은 원한도 반드시 갚아야 하는 병 말이네. 옛날 적융의 목답 장군이 내 며느리와 손자들을 죽였을 때, 나는 그 집안 백여 명을 모조리 도륙했지. 내 아들 다섯은 전장에서 죽었네. 칼과 창으로 맞붙어 진 것은 기량이 모자라서니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다만 음험한 수를 쓴다면 백 배로 되갚을 것이네.”뒤편에 앉은 시은은 모든 것을 또렷이 보았다. 요 며칠 곽방과 곽범의 얼굴을 좀처럼 보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었구나.맹여산은 무장이었으나 결코 무모한 자가 아니었다.정력원은 잠시 굳었던 얼굴을 가다듬었다.“맹 장군께서 저를 협박하시는 겁니까?”그제야 맹여산이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으나 주름마다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협박이라. 정 장군은 잘못 짚었네. 나는 그저 통지한 것 뿐이지.”정력원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소매로 술잔을 건드려 넘어뜨렸다. 쏟아진 술이 천천히 그의 소매를 적셨다.그때 황제와 황후가 나란히 대전에 들어섰다.모두가 일어나 두 사람이 상좌에 선 뒤 일제히 큰절을 올렸다.“폐하와 황후 마마를 뵙습니다.”황제가 손을 들어 보였다.“모두 일어나거라.”그는 우륵 왕후 복장을 한 누이를 바라보았다.“아란, 삼 년 만이구나. 더욱 침착해졌구나. 상심하지 말거라. 지금은 아이가 있지 않느냐? 아이가 있으면 희망도 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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