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이 되었다.어주들이 커다란 화덕과 솥을 걸고 방금 사냥해 온 짐승들을 손질해 곧바로 불 위에 올렸다. 남는 고기는 진을 거둘 때 각 가문에 나누어 줄 참이었다.어주의 솜씨는 역시 달랐다. 겉보기엔 투박한 들짐승 고기일 뿐인데도, 손을 거치면 전혀 다른 맛으로 태어났다.황제는 높은 단 위에 올라섰다.“사냥이란 본디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짐은 또 가장 뛰어난 자에게 금위군 좌지휘사 자리를 내리겠노라 약속했다.”그의 시선이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흥분이 가득했다.호랑이와 곰을 제외하면 가장 무거운 사냥감을 가져온 이는 흥양후부 둘째 공자 고지안이었다.“허나.”황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짐을 실망시킨 일이 두 가지 있다.”말이 끝나자마자 아래는 순식간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 모두들 굳어 있던 미소가 얼굴 위에서 그대로 멈췄다.“황후가 위험에 처했을 때, 용감히 구한 이는 한 평민 여인이었다. 맹호를 잡은 자 또한 약초를 캐러 온 평민 사내였다.”그는 세가 공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었다.“우리 대성조의 선현들은 인재가 넘쳐났거늘, 지금에 이르러서는 쓸 만한 자 하나 없단 말이냐!”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입을 열었다.“짐은 군주로서 한 말을 번복하지 않는다. 나대수, 앞으로 나와 명을 들거라.”전 내관이 등을 떠밀지 않았다면 나대수는 그대로 멍하니 서 있었을 것이다. 그는 허둥지둥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었다.“초, 초민 나, 나대수, 폐, 폐하를 뵙습니다.”나대수에게는 ‘나대담’이라 불리는 별명이 있었다. 힘만 무성할 뿐, 세상 물정은 모르고 사람과 어울릴 줄도 모르는 사내였다.그는 관과 민의 차이를 알지 못했지만 하늘과 땅의 이치는 알았다.황제는 하늘과 같으니 마을에서 날마다 절하던 신령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약값이 없어 벙어리 할머니의 약을 캐러 나섰을 뿐인데 하늘을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나대수, 그대는 용맹이 뛰어나 맹호를 쓰러뜨렸다. 짐이 관직을 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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