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작인들을 여럿 만나 물어봤는데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아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다들 눈을 피하더니 한마디만 더 했다간 당장이라도 혼이 날아갈 것처럼 겁에 질려 있었거든요.”맹시은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저 장두의 배경부터 확실히 캐 봐야겠어. 그리고 경성 안, 각 곡물 상단 주인들과 어떤 연줄이 있는지도 알아봐야겠구나.”그러자 아설이 덧붙였다.“전에 가게 관리들을 다 정리했잖아요. 이번에 장자까지 손대면 분명히 풀숲을 건드리는 꼴이 될 겁니다.”그러자 맹시은이 옅게 웃었다.“바로 그거야. 뒤가 구리면 분명히 움직일 테니 우리가 굳이 캐지 않아도 스스로 꼬리를 드러내겠지.”아설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위심을 찾아가야겠네요. 사람 뒷조사라면 그 사람이 제일이잖아요.”마차는 덜컹거리며 경성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한 골목에 이르렀을 때, 앞을 가득 메운 인파에 길이 막혔다.잠시 후, 마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앞에 무슨 일이 났는지 사람들이 잔뜩 모였습니다.”맹시은은 고개조차 내밀지 않았다.“돌아가거라.”마부가 고삐를 잡아 돌리려는 순간, 뒤쪽에서 거친 고함이 터졌다.“마차를 어찌 모는 것이냐! 여기가 돌아설 자리로 보이느냐?”언제 왔는지, 뒤에도 마차 한 대가 더 붙어 있었다. 좁은 길에 두 대가 맞물려 서니 누구도 물러설 수 없었다. 앞의 인파가 흩어지지 않는 이상 길은 열리지 않을 터였다.아설이 고개를 내밀어 살폈다.사람들 틈 사이로, 흰 옷을 입은 인물 하나가 어렴풋이 보였다.그녀는 지나가던 사람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 왜 이렇게 막혀있는 겁니까?”“한 낭자가 몸을 팔아 아버지 장사를 지낸다더군요.”그 사람도 자세한 건 모르는 듯했다.“몸을 파는 게 무슨 구경거리라고 그러는지. 팔고 싶으면 인신매매상에 가면 되지.”맹시은이 마차 안에서 말했다.“아설, 가서 무슨 일인지 보고 와. 이대로면 누구도 못 지나가겠어. 사람이 많아지면 압사라도 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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