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Chapter 701 - Chapter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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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1화

조 씨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금세 옷을 흠뻑 적셨다.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작이 너무 거칠었던 탓에 소매가 휘날리며 탁자 위의 다과와 찻잔을 어지럽게 쓸어 버렸다.“하연 아가씨, 지금 그 말은 무슨 뜻인가?”목소리를 일부러 높여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안을 덮어 버리려는 듯 조 씨가 날카롭게 말했다.“송하윤이 비록 우리 영국공부에 머물고 있다 하나, 내가 어찌 그녀를 두둔하겠나? 시은은 아직 문을 들이진 않았어도 내 며느리가 될 아이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내가 어른으로서 분간하지 못하겠는가?”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시선을 맹시은과 하연 사이로 번갈아 던졌다. 그 눈빛에는 억울함에 분노하는 듯한 기색과 함께 가문의 위엄을 내세우는 냉엄함이 서려 있었다.“오늘 벌어진 일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네. 우리 영국공부가 이 일을 그냥 넘길 리 없지! 모든 일에는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이 아닌가! 정말로 이 일이 송하윤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그대로 소장을 들고 경조부이에 가도 좋고 대리시에 고발해도 좋네! 우리 주 가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걸세! 헌데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단지 ‘체형이 비슷하다’는 추측 하나만으로 더러운 물을 우리 영국공부에 뒤집어씌우고, 죄인의 딸을 감싸 준다고 함부로 의심한다면…”조 씨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층 더 높아졌다. 그 속에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는 듯한 날 선 기세가 담겨 있었다.“그렇다면 나 역시 영국공부의 명예를 위해 끝까지 따질 수밖에 없네!”조 씨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화청 안을 울렸다. 울림은 한동안 공기 속에 맴돌았지만 방 안에 깔린 죽음 같은 정적만큼은 조금도 흩어 놓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조목조목 단단했고, 조정에서 내려준 명부인의 위엄이 한껏 드러나 있었다. 마치 정말로 큰 억울함을 당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난간을 꽉 움켜쥔 채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간 그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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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곽범의 움직임은 빨랐다. 이틀 만에 돌아왔지만 아무런 소식도 가져오지 못했다.“아가씨, 전부 조사해 보았습니다. 영국공부의 작은 마님 곁에서 시중을 드는 몇몇 심복들에게서는 별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곽범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얼굴에는 전례없이 무거운 긴장이 떠올라 있었다. 맹시은은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무심코 찻잔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질렀다.예상했던 일이었다. 국공부 후택에서 수십 년 동안 정실 자리를 굳건히 지켜 온 사람이 어찌 평범한 인물일 리가 있겠는가. 이렇게 쉽게 약점을 잡힐 사람이라면, 애초에 조 씨가 아니었을 것이다. 숨겨 둔 실마리로도 드러나지 않는다면 남은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 유일하면서도, 가장 약한 틈을 직접 두드려 보는 것 말이다.맹시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겹겹이 이어진 뜰을 지나 맹 가 저택에서 가장 외진 곳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온기가 조금도 실려 있지 않을 정도로 서늘했다.“사당으로 가자.”맹 가의 사당은 진국공부와 마찬가지로 장중하고 굳건했다. 이곳에는 햇빛이 넉넉히 들어 조금도 음침하거나 가라앉은 기운이 없었다. 오직 전장에서 목숨을 바친 맹 가의 영령들이 편히 깃들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었다. 공기에는 은은한 단향 냄새가 감돌았고 꺼지지 않는 촛불들이 줄지어 타오르고 있었다. 이곳은 전담해 청소하는 사람이 있었고 칠백부가 직접 살피고 감독하는 곳이기도 했다.맹시은은 혼자였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한 걸음씩 그 반쯤 내려앉은 뜰로 걸어 들어갔다. 작은 집 하나가 햇빛을 정면으로 받고 있었다. 방 안에는 창도 있고, 탁자도 있었다. 하지만 송하윤은 벽 모퉁이에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그녀는 침상에 누워 쉴 수도 없었고, 창가에서 햇볕을 쬘 수도 없었다. 그저 따뜻하게 쏟아지는 햇살 한조각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며칠 동안 그녀는 미친 듯 날뛰었다. 밤낮없이 소리를 질러 대며, 마치 악귀에 씐 사람처럼 굴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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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영국공부 부인의 눈에 너, 맹시은이라는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체면에 올릴 수도 없는 첩일뿐이야! 지금 네가 진국공부의 아가씨가 됐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 네가 낳은 그 애송이도, 아무리 주종현을 닮았다 한들… 그녀의 눈에는 결국 주 가의 혈통을 흐리려 드는 그저 잡종 새끼일 뿐이야!”송하윤은 ‘잡종 새끼’라는 네 글자를 이를 악물듯 세게 씹어뱉었다.“나는 그저 그녀에게 기회를 하나 준 것뿐이야.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뽑아낼 기회, 그걸 확인할 기회를 말이야! 그녀는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며 달려들 판인데, 어찌 거절하겠어? 그녀가 나를 이용했을까? 나라고 해서 그녀를 이용하지 않은 게 아니지.”송하윤은 몸을 뒤로 젖히며 크게 웃다가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 맹시은의 얼굴빛이 서서히 식어 갔다. 주변의 공기마저 그녀의 분노에 얼어붙은 듯 차갑게 굳어 갔다. 조 씨가 송하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자신 역시 마찬가지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맹시은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맹시은은 애초에 누군가의 호감을 얻고 싶어 한 적이 없었다. 영화와 부귀, 명문가의 정실 자리도 그녀에게는 헌신짝처럼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달랐다. 아이는 그녀의 목숨이었고,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이었다. 복동이의 생부가 누구든 상관없다. 그 아이는 그녀가 열 달을 품고, 목숨을 걸어 낳은 살붙이였다. 그녀의 아이였고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송하윤은 맹시은의 기색이 변하는 것을 예리하게 알아챘다. 순식간에 보기 흉하게 굳어 버린 그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이 그녀의 가장 깊은 상처를 제대로 찔렀다고 확신하고는 더욱 잔혹하게 웃고 미친 듯이 떠들어댔다.“왜? 내가 제대로 맞혔나 보지? 맹시은, 지금 네가 높디높은 진국공부 아가씨라 한들 뭐가 달라? 그래 봐야 장차 시어머니가 될 사람에게 사랑받지도 못하는 처지잖아!”송하윤의 눈은 극도의 흥분과 증오로 충혈되어 붉게 타올랐다.“내가 말해 줄게. 남자들의 말 같은 건, 절대 믿을 게 못 돼!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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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처절한 비명이 허공을 갈라 오르자 그 소리에 놀란 몇 마리의 새가 지붕 위에서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채찍에 스며 있던 기름이 피방울과 뒤섞여 채찍 끝에서 튀어 올라 차가운 바닥 위로 흩어지며 짙은 붉은 얼룩 몇 점을 남겼다.송하윤은 바닥 위에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온몸이 심하게 경련하듯 떨렸고, 목에서는 망가진 풀무처럼 거칠고 쉰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더 이상 제대로 된 말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맹시은의 가슴은 거칠게 오르내렸다. 채찍 손잡이를 쥔 손가락은 힘이 들어가 창백하게 질려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미 평소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맹시은은 손을 놓았다.“툭.”소가죽 채찍이 바닥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마치 그것이 더 이상 신경 쓸 가치조차 없는 더러운 물건인 것처럼 송하윤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고 한 걸음씩 천천히, 절망과 광기가 갇혀 있던 그 작은방을 빠져나왔다.마당에는 여전히 따뜻한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빛은 조용히 그녀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곽범과 하연은 이미 사당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느다랗지만 곧게 선 맹시은의 모습이 문밖으로 나타나자 두 사람은 곧바로 다가왔다.하연은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아 얼굴이 다소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침착하고 단단했다.곽범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아가씨.”맹시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사람을 지나 멀리 영국공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더 조사할 필요 없다.”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작은 마님이 맞다.”맹시은이 내뱉은 말은 마치 너무도 단순한 사실을 말하듯 담담한 어조였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기마저 굳어 버린 듯 고요해졌다.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곽범조차 확신이 가득 찬 그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 있던 하연은 더했다. 그녀의 동공이 급격히 흔들리더니 믿기지 않는 표정이 얼굴을 가득 채웠다.“어떻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하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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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그녀는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조 씨가… 감히 그녀의 아이에게 손을 댄다면 그녀 또한 더 이상 옛정을 생각해 줄 이유는 없었다.며칠 뒤, 경성에는 한 가지 경사가 찾아왔다. 중궁의 장 황후의 탄신이었다. 장 황후는 황제의 계후로 혼인한 지는 겨우 두 해 남짓이었지만 부부 사이가 각별히 깊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아직 슬하에 자식은 없었다. 얼마 전 가을 과거 시험 뒤 열린 위장 사냥터에서 황후는 또 한 번 큰 놀람을 겪었었다. 그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아 지금까지도 가슴이 자주 두근거렸는지라 황후는 본래 이날을 크게 치르고 싶지 않았다. 그저 궁 안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친정의 몇몇 여인들을 불러 담소나 나누면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황제는 그녀를 몹시 아꼈다.황후에게 자식이 없으니 궁 안은 본래부터 적막했다. 지난번 위협까지 겪고 난 뒤로는 한동안 마음이 우울해져 지내기도 했는지라 황제는 이번 기회를 빌려 궁 안을 조금이라도 떠들썩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황제가 친정을 시작한 지도 겨우 삼 년이라 후궁에는 아직 새로운 사람을 들이지 않았다. 후궁 전체가 인적이 드물었고 황자나 공주가 뛰노는 소리도 없었다. 평소 궁 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어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만 같았다.오늘은 황후의 천추절이었기에, 황제는 직접 조서를 내려 경성의 삼품 이상 명부 부인들을 널리 궁으로 불러 축하를 올리게 했다. 봉오궁에는 끊임없이 수레가 드나들었고 보석과 장식이 반짝이며 모처럼 축연다운 기운이 감돌았다.맹시은은 진국공부의 적녀이자 장차 영국공부 세자 부인이 될 몸이었으니 당연히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짙은 남청색 치마저고리를 입었다. 치맛자락에는 은실로 얽힌 연꽃무늬가 수놓아져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빛이 은은하게 흐르며 빛났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명문가 규수다운 단정하고 당당한 기품이 배어 있었다.연회는 봉오궁의 정전에서 열렸다. 장 황후는 봉좌 위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얼굴은 온화했지만 눈썹 사이에는 지워지지 않는 피로의 기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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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조 씨의 심장은 북을 치듯 요란하게 뛰었다. 묵직한 울림이 가슴 안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그 아이의 혈통을 확인하여 영국공부의 결백을 밝히고 주 가의 선조들에게 떳떳한 답을 내놓는 것 단 하나였다. 그녀의 본래 의도는 그저 적혈로 친자를 가리는 것뿐이었다. 확인만 하면 됐다. 결과를 보고 나면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다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그 아이에게 상처를 입힐 마음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지만 문제는 송하윤 그 미친 여자였다.조 씨는 송하윤이 자신이 내어준 사람들을 이용해 이렇게까지 대담한 일을 벌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연 아가씨를 다치게 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심지어 그 아이의 목숨까지 노렸다. 그 강호의 무뢰배들은 전부 목이 잘려 죽었고 송하윤 역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게다가 맹시은은 이 일에 조 씨가 연루되어 있는지 은근히 떠보는 말까지 던졌다. 하나하나의 사건이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처럼 그녀를 감싸고 있었고 그 중심에 있는 조 씨 자신이 갇혀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듯했다.지금 그녀의 머리 위에는 봉좌 위에서 내려다보는 황후의 온화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이 있었다. 주변에는 온 전각을 가득 메운 명부 부인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 캐묻듯 파고드는 시선, 심지어는 은근한 조소까지 가득찬 눈길이 있었다.세상이 빙글빙글 돌면서 식은땀이 관자놀이에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봉좌 위의 장 황후를 향해 공손히 몸을 숙였다.“황후 마마께 아룁니다.”그녀는 조금의 동요도 드러나지 않게 목소리를 애써 평온하게 유지하려 했다.“하윤 그 아이는 신첩의 시어머니 친정 쪽의 조카 손녀입니다. 따지고 보면 신첩의 후배 같은 아이이지요.”먼저 친근한 관계를 강조했다.“그 아이가 저희 집에 머문 뒤로는 큰 마님의 총애에 감사해하며 늘 곁을 지켰습니다. 경을 베끼고 불경을 읽으며 깊이 지내, 성품도 무척 조용하고 단정합니다. 신첩도… 며칠째 그 아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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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장 황후의 눈에 순간 놀라움이 스쳤다. 그녀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그래? 맹 아가씨, 어디 한 번 말해 보거라.”“예, 황후 마마.”맹시은의 얼굴에는 조금의 파문도 없었다. 마치 지극히 평범한 집안 이야기를 꺼내는 듯 담담했다.“정확히 말하자면, 하연 아가씨께서 직접 본 일입니다. 아마 이 자리에 계신 부인들께서도 어느 정도는 들으셨을 것입니다. 며칠 전, 신녀의 집에 도적이 들었습니다. 제 아이가 하마터면 그들에게 납치될 뻔했지요.”그 말이 떨어지자 전각 안 곳곳에서 낮은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국공부가 습격당했다는 소식 자체는 비밀이 아니었지만 누구도 맹시은이 감히 이 자리에서, 황후 앞에서, 그 일을 직접 입 밖에 꺼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맹시은은 주변의 반응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그때 상황이 매우 위급했습니다. 다행히 하연 아가씨께서 목숨을 걸고 아이를 지켜 준 덕에 겨우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 자체는 다행히 아무 탈이 없습니다. 다만 하연 아가씨께서 온몸에 상처를 입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셨지요. 지금도 아직 침상에서 요양 중입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적절한 두려움과 감사가 담겨 있었으나 다음 순간, 말의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하연 아가씨께서 깨어난 뒤, 신녀에게 한 가지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맹시은의 시선이 무심하게 얼굴이 창백해진 조 씨를 스쳐 지나갔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그녀는 송하윤 아가씨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단지 본 것뿐만이 아니라… 그 도적 무리의 우두머리와 매우 친숙해 보였다고 합니다.”마치 돌 하나가 고요한 호수에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파장은 순식간에 봉오궁 정전을 뒤흔들었다. 전각 전체가 숨을 죽인 듯 고요해졌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충격과 믿기지 않는 기색이 가득했다. 황후의 생명의 은인이 국공부 귀족의 아이를 납치하려 한 도적들과 친분이 있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장 황후의 얼굴도 마침내 굳어졌다. 버드나무 같은 눈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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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조 씨는 머리끝까지 싸늘한 기운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팔다리와 온몸의 뼈마디가 얼어붙은 듯 굳어 갔다. 이대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한 번이라도 인정하는 순간 영국공부의 명성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는 순간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마지막 구명줄을 붙잡았다.“맹 아가씨의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조 씨는 번쩍 고개를 들어 충혈된 눈으로 맹시은을 바라보았다.“하윤 그 아이는 우리 주 가의 혈맥은 아니지만, 큰 마님의 조카 손녀입니다. 송 가가…”말을 잠시 멈췄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이었다.“그 일이 있은 뒤로 줄곧 큰 마님 곁에서 길러져 왔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폐하와 황후 마마의 총애까지 받고 있지요. 머지않아 우리 영국공부로 시집와, 종현과 옛 인연을 다시 잇게 될 아이입니다. 그 아이를 제가 감싸는 것이 어찌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그녀의 말은 급하고 빠르게 쏟아져 나왔다. 설명이면서도 동시에 반문이었다. 모든 일을 어른이 후배를 지켜 주는 당연한 일처럼 ‘집안사람을 감싸는 것’으로 돌렸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곧장 화살을 돌렸다.“오히려 맹 아가씨,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당신 말대로라면 하연 아가씨가 직접 하윤이 그 도적들과 아는 사이인 것을 보았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그런 통적의 중죄를 어찌 바로 관가에 알리지 않았습니까? 어째서 경조부에 신고하지 않았습니까!”순간, 전각 안의 모든 시선이 조 씨에게서 일제히 맹시은에게로 향했다. 그렇다. 피해자라면 왜 관가에 알리지 않았는가? 그 안에는 분명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닐가.조 씨가 뒤집어씌운 이 더러운 물을 맞았지만 맹시은의 얼굴에는 조금의 당황도 없었다. 그녀의 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다음 순간, 두 줄기의 눈물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매끈한 뺨을 따라 또르르 흘러내렸다.“국공부 부인의 말씀은 옳습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가슴이 저미도록 짙은 콧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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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마지막 말은 거의 이를 악물고 내뱉은 것이었다.순간, 봉오궁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맹시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거침없는 기세에 압도되어 있었다. 봉좌 위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 황후의 손이 찻잔을 들고 있던 상태로 잠시 멈췄다.그녀는 전각 한가운데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몸은 분명 가냘팠지만, 등줄기는 곧게 세워져 있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라는 그 말이 장 황후의 마음 깊숙한 곳을 세게 파고들었다. 그녀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평평한 아랫배를 더듬었다. 그곳에도 한때 살아 있는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었었다. 만약 그 아이가 무사히 태어났다면 지금쯤이면 반 살은 되었을 것이다. 옹알이를 하며 보드라운 작은 손으로 그녀의 손가락을 붙잡았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를 해치려 했다면 아마 그녀 역시 지금 눈앞의 맹시은처럼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대를 산산이 찢어 버리려 했을 것이다.그 순간, 황후로서의 냉정한 시선과 위엄이 조용히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같은 어머니로서 느끼는 연민과 공감이었다.맹시은은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숙이고 봉좌를 향해 단정하게 머리를 조아렸다.“황후 마마.”그녀의 이마가 차가운 청금 벽돌 바닥에 닿았다. 목소리는 또렷했고 진심이 담겨 있었다.“신녀는 이런 자리에서 황후 마마의 평안을 어지럽히려 한 적이 없습니다. 누구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도 없었습니다. 헌데 제 아이는 제 심장과도 같은 존재이고 제 목숨입니다. 신녀는 감히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날 송 아가씨는 도적들에게 협박을 당한 또 다른 피해자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제 아이를 납치한 공범이었는지 말입니다. 헌데 신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또 있습니다. 어째서 영국공부 작은 마님께서 그토록 노여운 기색으로, 그토록 다급하게 그 아이를 감싸며 모든 일을 부정하려 하셨는지 말입니다.”그 마지막 질문은 거대한 망치처럼 다시 한번 조 씨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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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신첩이 폐하를 맞이합니다.”봉좌에 앉아 있던 장 황후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역광 속에서 걸어오는 젊은 황제를 향해 조용히 몸을 숙였다.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온화했다. 그녀가 예를 올리자, 전각 안에 있던 명부 부인들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우르르 무릎을 꿇으며 일제히 만세를 외쳤다.“폐하를 맞이합니다!”조 씨도 무릎을 꿇었다. 목구멍까지 치솟아 있던 심장이 그제야 겨우 제자리로 내려앉았다. 맹시은 역시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녀는 이마를 차가운 바닥에 붙인 채, 긴 속눈썹 아래로 일렁이는 감정을 모두 숨겼다.장 황후가 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녀의 손목이 따뜻하고 단단한 손에 잡혔다. 황후가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미소를 띤 황제의 눈이 있었다.“황후. 오늘은 그대의 생일이 아니던가. 모처럼 연회를 열어 사람들과 함께 즐기게 했는데 어찌 아직도 이런 후택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는 것이냐?”무언가 설명하려 한 장 황후는 잠시 멈칫하고는 무릎을 꿇고 있는 맹시은과 얼굴이 창백해진 조 씨를 한 번 더 보았다. 그녀는 황제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나설 이유는 없었다. 지금 황제는 인재를 써야 할 시기였다. 한쪽은 주종현의 어머니였고 다른 한쪽은 주종현의 약혼녀이자 맹 장군의 손녀였다. 이런 사건은 실히 차라리 황제에게 맡기는 편이 가장 적절했다.“폐하…”장 황후가 말을 꺼내려 하자 황제가 그녀의 손바닥을 살짝 눌러 쥐었다. 더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천자의 시선이 천천히 황후의 얼굴에서 떨어져서는 전각 아래 빽빽이 모여 있는 사람들 위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웃음을 머금고 있던 어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목소리에는 은근한 불쾌감이 묻어났다.“오늘은 황후의 천추일이다. 황후는 덕이 깊어 사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본래는 크게 치를 생각도 없었지. 황후가 육궁을 돌보느라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워 짐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또한 여러 부인들이 후택을 돌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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