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이 서늘한 기운을 실어 와 봉오궁에 남아 있던 술기운과 화장 향을 흩어 놓았다. 궁인들은 손놀림 좋게 연회의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움직임은 조용했고 발걸음조차 소리를 남기지 않았다. 공기 속에는 은은한 불수감향이 떠돌았다. 맑고 차분한 그 향은 맹시은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초조함을 조금씩 가라앉혔다. 나무 아래, 누런 빛의 옷자락이 드리워진 채 한 사내가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서 있었다.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하늘 끝에 걸린 반달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큰 키가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독한 기운을 짙게 남기고 있었다.맹시은은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멈춰서서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신녀 맹시은, 폐하를 뵙습니다.”황제는 미동도, 한마디 말도 없이 말없는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시간은 이 순간, 끝없이 늘어지는 듯했다.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고통이 조여 왔다.맹시은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치마자락에 수놓인 작약 한 송이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얼마나 그렇게 무릎을 꿇고 있었을까.차가운 돌바닥의 냉기가 겹겹의 옷자락을 뚫고, 서서히 그녀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뒤쪽에서 아주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장 황후는 금실로 수놓인 검은 얇은 망토를 손에 들고, 천천히 황제 곁으로 다가가 직접 그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밤이 깊었습니다. 폐하께서는 용체를 살피셔야 합니다.”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보는 순간, 황제의 눈빛에 비로소 약간의 온기가 깃들었다. 장 황후는 미소를 지을 뿐 더 말하지 않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궁인들을 향해 가볍게 손짓을 하자 훈련된 궁인들은 조용히 예를 올리고 소리 없이 물러났다.화려한 기품을 지닌 황후의 뒷모습이 보병문 뒤로 사라질 때까지 황제는 그저 가만히 서 있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무겁게 맹시은에게 내려앉았다.“일어나라.”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