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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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문 앞의 시녀들이 막아 보려 했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일곱 째 전하, 여기는 아가씨의 규방입니다만!”소림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다가는 문가에 놓여 있던, 연아가 아직 다 만들지 못한 커다란 연에 발이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여기가 규방이라고?”그는 혀를 차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이건 완전히 개집이잖아! 누가 규방에다 목공 도구를 이렇게 쌓아 둔다고!”소림은 하늘이 뒤집힐 정도로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코끝을 살짝 찡그린 연아가 몽롱하게 눈을 뜨자 눈앞에는 붉은 여우털 외투를 걸친 소림이 신이 난 얼굴로 침상 앞에 서 있었는데 그의 코끝은 바깥의 추위에 빨갛게 얼어 있었다.“아직도 자고 있어? 왜 이렇게 게으른 거야!”그는 성급하게 손을 내저었다.“빨리 일어나. 내가 새로 만든 게 있어. 보여 주러 가자!”연아는 그의 ‘새로운 장난감’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조금 더 푹 자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소림은 기어이 연아의 졸음을 쫓아냈다. 연아는 따뜻하게 데워진 이불을 차마 놓지 못했지만 어머니가 만들어 준 여우털 망토를 칭칭 두르고는 채 하품도 다 하지 못하고 그에게 끌려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맹시은은 바깥방에서 아설이 장부를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고개를 들어 올렸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단지 붉은 옷과 분홍 옷의 작은 두 뒷모습뿐이었다. 두 아이는 바람처럼 뜰을 가로질러 달려 나가더니 금세 하얗게 흩날리는 눈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천천히 뛰어! 바닥 미끄러우니까 조심하고!”맹시은의 목소리가 뒤따라 나갔지만, 돌아온 것은 마당 가득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뿐이었다.“점심 먹기 전에 돌아와!”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다시 시선을 내려 장부를 보았다. 아설은 손에 들고 있던 주판을 멈추고, 두 아이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언니, 기억하세요? 예전에 장공주 연회 때 자림원 문 앞에서 일곱 째 전하가 연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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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정오가 막 지난 무렵이었다. 뜰은 이미 말끔히 쓸고 닦여 있었다. 나무들은 잎 하나 남지 않고 앙상했지만 가지 끝에 내려앉은 눈은 멀리서 보면 묘하게 운치 있는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뜰 밖에서 한 늙은 하인이 거의 구르다시피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에는 공포와 당황이 가득했다.“아, 아가씨! 큰일입니다! 아가씨!”그녀는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외쳤다.“큰일이 났습니다!”맹시은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손에 들고 있던 온로가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설도 급히 다가가 그 하인을 붙잡았다.“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놀란 것이냐?”하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저택 바깥을 가리켰다. 입술까지 달달 떨리고 있었다.“경조부에서… 경조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아, 아가씨의 따님과 일곱 째 전하께서 풍수하 강가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그만 집들이 줄줄이 타버렸다고 합니다!”그 순간 맹시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 버렸다. 방금 전까지 눈 내리는 뜰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흐르던 마음이 느닷없는 소식에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풍수하의 강가는 예전에 그들이 살았던 집이 있던 곳이 아닌가. 아이들이 그곳에 가서 불을 질렀다고? 그녀는 더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곁에 걸려 있던 두꺼운 망토를 급히 집어 들고서는 끈조차 제대로 묶지 못한 채 미친 듯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마차를 준비해! 어서!”경조부 후당. 바닥 아래에서는 지룡이 활활 타고 있어 방 안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 안의공기는 바깥의 얼어붙은 눈밭보다도 몇 배는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연아는 일곱 째 전하 소림과 나란히 태사의자 하나에 앉아 있었다. 언제나 옥처럼 고운 얼굴을 자랑하던 연아의 뺨은 여기저기 검댕과 재가 묻어 마치 막 아궁이에서 기어 나온 작은 얼룩 고양이 같았다. 새로 입었던 분홍색 비단 망토도 그을음에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작은 구멍들이 몇 군데 뚫려 있었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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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오늘 일은 모두 제 딸의 철없는 장난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오늘 발생한 모든 손해는 우리 진국공부에서 전부 책임지겠습니다.”말은 단호하게 떨어졌다. 그녀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끌어안았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신분 높은 일곱 째 전하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소림은 그 말을 듣고는 곧장 못마땅한 얼굴이 되었다. 그는 의자에서 훌쩍 뛰어내려 몇 걸음 만에 맹시은 앞까지 다가와서는 여전히 당당한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었다.“맹 이모, 걱정할 필요 없어!”그는 넓지도 않은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말투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확신과 오만함이 담겨 있었다.“고작 집 몇 채 태운 거잖아!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본왕이 있는데 이 경성에서 누가 감히 연아를 찾아와 시비를 걸겠어!”그 말을 듣는 순간, 맹시은의 몸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며 눈앞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의기양양하게 ‘호언장담’을 늘어놓고 있는, 아홉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소림은 그저 버릇없이 자란 아이에 불과했다. 장난이 심하고, 조금 제멋대로일 뿐, 그래도 마음속은 아직 순진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순간이 되어서야 그녀는 아무도 말릴 수 없고, 아무도 제어하지 못하는 ‘패왕’이란 존재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를 문득 깨달았다. 그의 눈에는 옳고 그름도, 두려움도, 경계도 없었다. 오직 ‘내가 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뿐이었다. 오늘 그는 겨우 아홉 살에 불과하는 나이로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신기해 보인다는 이유로 연아를 데리고서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흑화약을 가지고 놀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자라게 된다면 그는 또 무엇을 하며 놀까? 연아를 데리고 어떤 위험하고 도를 넘는 일들을 벌일까? 그의 세계에서 사람과 일은 모두 그저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연아는 소림에게 어떤 존재일까? 단순한 놀잇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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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지하 창고에 묻혀 있던 은이 무려 열세 상자나 됩니다!”경조부이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묻어 있었다.“오늘 전하와 아가씨께서 이 일을 벌이지 않으셨다면 그 작은 집 안에 이렇게 많은 은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소림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는 마치 전투에서 승리한 수탉처럼 의기양양해서는 턱을 번듯하게 치켜들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당 안에 울려 퍼졌다.“풍수하 강가에 늘어선 집들은 다들 부자 아니면 권세가들이 사는 곳이잖아! 정당한 은이라면 누구나 은장에 제대로 맡겨 두지, 누가 몰래 지하 창고에 숨겨 두겠어? 이렇게 집이 타버렸는데도 아직 주인이 나와 찾지 않는 걸 보면 분명 수상한 구석이 있는 거 아니겠어!”그는 말을 할수록 점점 더 신이 났다. 작은 손을 휙 휘두르는 모습에는 마치 세상을 호령하는 듯한 기세까지 서려 있었다.“흥! 오늘 본왕이 여기 와서 놀다가 우연히 단서를 찾아내지 않았더라면 너희들 같은 멍청한 관리들은 평생 이런 큰 탐관오리를 잡지 못했을 거다!”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본래라면 방화라는 죄가 되어야 할 일을 순식간에 탐관오리를 적발한 공으로 바꾸어 놓았다. 경조부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며 아첨의 말을 줄줄이 해댔다. 당장이라도 이 어린 전하를 하늘 위로 떠받들 기세였다. 그러나 맹시은은 그저 차갑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연아의 손을 조용히 잡고 경조부이를 향해 가볍게 몸을 숙였다.“이후 배상 문제는 저희 집 관가를 보내 대인과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딸아이가 놀라 많이 지쳤으니 먼저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연아의 손을 이끌고 돌아서서는 소림을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 결연한 뒷모습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처럼 그를 완전히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소림의 얼굴에 떠 있던 득의양양한 표정이 그제야 조금씩 굳어 갔다. 비록 아홉 살밖에 되지 않는 아이였지만 그 역시 맹시은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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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어서재 안에는 따뜻한 향이 은은하게 떠돌고 있었다. 금실이 감도는 남목으로 만든 어안 위에는 작은 산처럼 쌓인 상소문들이 가득했다. 황제는 붉은 붓을 들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비답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소림은 차갑고 단단한 금벽돌 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전각 안에서는 최고급 은사탄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는 그 따뜻함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차가운 기운이 무릎에서부터 스며들어 천천히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황제는 그를 보기는 커녕 눈꺼풀조차 들어 올리지 않았다. 어서재 안에는 그저 붉은 붓이 종이 위를 스치는 사각사각한 소리와 소림 자신의 숨소리만 또렷하게 울리고 있었다. 시간마저 굳어 버린 듯했다. 전 내관은 한쪽에 두 손을 모은 채 서 있었지만 감히 크게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는 오랫동안 황제의 곁을 지켜온 사람이었기에 이 젊은 황제가 어떤 성정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말이 없을수록 그 침묵 속의 분노는 더 깊고 뜨겁게 타오르는 법이었다. 황제는 그동안 일곱 째 전하에게 늘 관대했다. 민가를 몇 채 태운 일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예전에 태부의 수염을 불로 태워 버렸을 때조차 황제는 그저 웃으며 몇 마디 꾸짖고 경문 몇 편을 베껴 쓰게 하는 벌로 끝냈을 뿐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오늘의 분노는 분명하고도 진짜였다. 마침내 마지막 상소문을 다 읽어 내린 황제는 붉은 붓을 천천히 붓씻이 위에 내려놓았다. 맑은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리 크지도 않은 소리였지만 그 순간 소림의 어깨가 자신도 모르게 떨렸다. 황제는 드디어 눈을 들어 올렸다.“소림.”입을 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잘못을 알겠느냐.”소림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들어 황제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목이 꼿꼿하게 치켜세워진 모습은 마치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작은 짐승 같았다.“저는 모릅니다.”그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저는 잘못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공을 세웠습니다!”“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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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저는… 저는 그저 황형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소림의 목소리는 잔뜩 눌린 채 낮게 울렸다. 황제의 손이 잠시 멈췄다.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소림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눈동자 안에는 눈물이 맴돌고 있었다.“몇 달 전이었습니다. 어화원에서 우연히 황형과 진 대신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신기영에서 새로 만든 화포가 좀처럼 진전이 없다고 하셨지요. 위력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또 우륵의 기병은 바람처럼 치고 빠지니, 만약 우리 군에 위력이 강한 화포가 갖춰진다면 선수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변방의 장수들도 희생을 덜 치를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소림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저는… 작년 상원절에 몰래 궁 밖에 나가 흑약을 가지고 놀다가 유황 가루를 너무 많이 쏟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 저택에 있던 가산이 반쯤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그 위력이 신기영에서 평소 훈련할 때 쓰는 화약보다 훨씬 강하다는걸요. 그래서… 그래서 다시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그는 잠시 숨을 삼켰다.“제가… 제가 성공하면, 황형이 기뻐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어서재 안이 다시 깊은 정적에 잠겼다. 촛불이 타들어 가며 간혹 딱, 딱 하고 튀는 소리만 희미하게 울렸다. 한참이 지난 뒤였다. 텅 빈 대전 안에 지친 기색이 짙게 배어 있는길고 깊은 한숨이 울려 퍼졌다.“일어나거라.”황제의 목소리는 이제 기쁨도 노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림은 잠시 멍하니 굳어 있었다. 그 순간, 따뜻하고 마른 큰 손이 그의 머리 위에 내려앉더니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림이 고개를 들자 곧바로 황제의 눈과 마주쳤다. 그 눈에는 더 이상 분노가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체념과 어린 동생을 향한 연민, 그리고 소림으로서는 읽어낼 수 없는 어딘가 아득한 쓸쓸함이었다. 황제는 몸을 숙여 그를 차가운 바닥에서 직접 일으켜 세우고는 약간 비뚤어진 그의 옷깃을 손수 바로잡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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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그럼… 그럼 황형도 어머니를 뵙지 못하는 겁니까?”소림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황제의 속눈썹이 미묘하게 떨렸으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돌려서는 소림의 맑고도 간절한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는 다시 거대한 어안 뒤로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까지 따뜻하게 동생을 어루만지던 형의 모습은 마치 잠깐 스쳐 지나간 환영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는 새로운 주본 하나를 집어 들고 다시 주필을 들었다. 목소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차갑고도 위엄을 되찾고있었다.“일곱 째 황자를 저택으로 모셔 가라.”소림의 눈 속에서 반짝이던 빛이 순식간에 꺼졌다. 소매 속에 쥐고 있던 손도 서서히 풀려 힘없이 양옆으로 떨어졌다. 긴 궁도의 길은 적막했다. 바닥의 눈은 이미 말끔히 쓸려 있었다. 이 길을 그는 이미 수없이 걸어 보았지만 아무리 걸어도 어머니가 있는 곳에는 닿을 수 없었다. 궁문 밖에는 눈에 띄지 않는 검은 오동나무 마차 한 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차체에는 어떤 표식도 없었지만 마차를 끄는 두 필의 준마는 단번에 알아볼 만큼 뛰어난 서역 명마였다. 소림이 늘 타던 마차였다.“전하, 손부터 좀 녹이셔야 합니다!”은보는 재빨리 준비해 둔 손난로를 소림의 손에 쥐여 주며 조심스럽게 주인을 부축했다. 그의 얼굴에는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가득했다. 손놀림도 분주했다. 소림을 얼른 마차 안으로 들여보내고는 곧바로 펄펄 끓는 손난로 하나를 건넸다.“전하, 괜찮으십니까? 폐하께서… 폐하께서 전하를 너무 나무라시지는 않으셨지요?”소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난로를 끌어안은 채 두툼한 비단 방석 속으로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은보는 그의 낯빛이 우울한 것을 보고 더는 묻지 못했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마차는 그렇게 눈 내린 밤의 적막 속을 천천히 나아갔다. 바퀴가 쌓인 눈을 짓누르며 끄드득, 끄드득 소리를 냈다. 마차가 주작대 어귀에 이르렀을 때였다. 소림은 무심코 창가의 발을 살짝 걷어 올렸다. 멀지 않은 곳에, 진국공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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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옥문의 눈보라는 더욱 거세졌다. 바람은 칼날처럼 살을 베어냈고 눈발은 얼음조각처럼 날아들어 변방을 지키는 장수들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분노와 살기를 휘감은 채, 마치 이 천지 사이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납빛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아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서북대영의 장수막 안. 화로 속 숯이 탁 하고 터지며 불꽃을 튀겼다. 숯불은 한창 세차게 타올라 막사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막사 중앙에는 거대한 사반이 펼쳐져 있었고 맹여산은 검은 상복 차림으로 두 손을 뒤로 한 채 사반 앞에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이번 원군의 주장이 된 하훈, 그리고 군사인 곽자욱이 자리하고 있었다. 막사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모두 배치했나?”맹여산이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막사 밖에서 모든 것을 뒤엎을 듯 몰아치는 눈보라도 그에게는 그저 스쳐 가는 바람쯤 되는 듯했다. 곽자욱은 소매를 모은 채 가볍게 허리를 굽혔다.“장군께서는 염려 마십시오. 소식은 이미 퍼뜨려 두었습니다. 관내에서 갑작스레 가금 역병이 돌았다고 했습니다. 전염을 막기 위해 살아 있는 가금은 전부 매장하고 불태웠다고요. 또 성 안 백성들을 달래기 위해 군에서 창고를 열어 곡식을 풀어 구휼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그러나 하훈의 미간은 굳게 잠겨 있었다.“이렇게 되면… 우리 군의 군량이 급박한 것처럼 보이는 연출은 충분히 된 셈이군.”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맹여산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지워지지 않는 근심이 어렸다.“헌데 맹 장군, 이 계책…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외성의 군량이 눈보라 때문에 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꾸민 데다가 병력 절반 가까이를 ‘백성을 위해 길을 뚫는다’는 명목으로 성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본래도 병력이 부족한 성 방어선에 스스로 커다란 틈을 찢어 놓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그는 낮게 말했다.“말 그대로… 문을 활짝 열어 두고 늑대를 끌어들이는 꼴입니다.”곽자욱은 그 말을 듣고도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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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맹여산은 그를 한 번 힐끗 바라보았다.“그렇게 서둘러 앞에 나설 것 없다. 네 차례는 아직 남아 있다.”주종현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제 차례라니요?”맹여산은 희미하게 웃었지만 더 이상 그를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두꺼운 막사 문발을 뚫고 나가 이미 바깥의 광활한 설원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미끼는 이미 던져졌다.”그는 천천히 말했다.“이제 남은 건 어느 물고기가 먼저 물어 줄지 지켜보는 것뿐이다.”*적융의 왕막 안. 목탑 장군은 들고 있던 양다리 뼈를 화로 속으로 거칠게 던져 넣었다. 불꽃이 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뭐라고?”그는 소 눈처럼 커다란 눈을 부릅뜨고 아래에 무릎 꿇은 첩자를 노려보았다.“맹여산 그 늙은 여우가 병력 절반을 관 밖으로 내보내 눈을 치우게 했다고?”첩자는 온몸을 움찔 떨며 급히 대답했다.“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봤습니다. 그 행렬이 몇 리나 이어질 만큼 길게 늘어서서 장대하게 옥문을 빠져나갔습니다. 게다가… 관 안에서는 정말로 조류 독감이 돌고 있습니다. 닭과 오리를 태우는 악취가 곳곳에 진동하고, 성 안 백성들도 모두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서북군에서도 창고를 열어 곡식을 풀었다고 합니다!”목탑 곁에 서 있던 한 부장이 그 말을 듣고 얼굴에 기색이 환해졌다.“장군! 이건 하늘이 내려 준 기회입니다! 맹여산이 틀림없이 늙어서 정신이 흐려진 겁니다! 이런 때에 성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하기는커녕, 오히려 병력을 나눠 보내다니! 지금이야말로 성 안이 텅 빈틈을 노려 단숨에 옥문을 함락시킬 때입니다!”목탑은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쾅 하는 둔탁한 소리가 막사 안에 울렸다.“좋다! 내 명을 전하라! 전군 집결! 오늘 밤 삼경, 나와 함께 옥문을 짓밟는다! 맹여산을 살아서 잡아 오겠다!”그의 눈앞에는 이미 승리의 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눈앞의 먹잇감이라 믿고 있는 그 살덩어리를 이미 또 다른 한 쌍의 눈이, 더 탐욕스럽고 음험한 눈이, 집요하게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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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불찰친왕의 눈동자에는 활활 타오르는 야심의 불꽃이 서려 있었다.“맹여산을 죽이기만 하면 서북대영은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옥문은 굳이 공격하지 않아도 저절로 무너진다! 대성조의 국문은 우리 우륵의 철기 앞에 완전히 열리게 되겠지! 아직도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는 그 연맹 깃발들… 내가 맹여산의 머리를 들고 돌아가는 걸 보면, 감히 나를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명령을 내려라! 전군, 전투 준비! 목탑이 수비군과 교전을 시작하면 우리는 후방으로 돌아 들어가 곧장 서북대영을 급습한다! 맹여산의 목을 베어 오는 자에게는 금 천 냥을 내리겠다!”삼경. 살기가 하늘을 뒤흔들었다. 적융의 군대는 검은 파도처럼 몰려들어 옥문의 성벽을 향해 미친 듯이 밀려들었다. 불길이 치솟으며 반쪽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옥문에서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던 바로 그때였다. 한 무리의 정예 기병이 밤의 유령처럼 모습을 감춘 채 전장을 돌아 나갔다. 그들은 정면 전투를 피해 눈보라를 엄폐 삼아, 방비가 느슨해진 서북대영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그 선두에는 불찰친왕이 있었다. 그는 말머리를 앞세워 달리며 손에 쥔 만도를 휘둘렀다. 불빛 아래에서 칼날은 피를 탐하는 듯한 번뜩임을 내뿜었다. 텅 비어 보이는 서북대영이 이제 바로 눈앞이었다.“쳐들어가라!”불찰친왕이 만도를 높이 들어 휘둘렀다. 그의 눈에서는 궁지에 몰린 맹수 같은 사나운 빛이 번뜩였다.“맹여산을 죽여라! 금 천 냥이다! 관직은 세 계급을 올려 주겠다!”그는 달려드는 대성조 병사 하나를 단칼에 베어 넘기고 곧장 대장막을 향해 돌진했다. 막사의 휘장이 그의 칼끝에 의해 거칠게 들춰졌다. 그 순간, 막 안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는 검은 갑옷을 걸친 채 소나무처럼 곧게 서 있었다. 손에는 긴 창이 들려 있었고, 창끝은 불빛 아래에서 차가운 금속 빛을 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흉악한 현철 가면이 씌워져 있었으나 그 가면 뒤에 숨은 두 눈은 막사 밖의 눈보라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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