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에 잠겨 있던 대영 안에 갑자기 뿔나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많은 횃불이 동시에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진영 전체가 대낮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셀 수도 없는 대성조의 병사들이 장막 뒤에서, 눈더미 속에서, 도무지 사람이 숨어 있을 것 같지 않은 온갖 곳에서 함성을 터뜨리며 쏟아져 나왔다. 그 기세는 아무리 보아도 병력이 비어 있는 군영의 모습이 아니었다. 불찰친왕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망했다. 함정이었다. 사방이 전부 대성조의 군대였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마치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죽음의 부름 같았다. 그들은 완전히, 철저하게 포위된 것이다.“후퇴하라!”“어서 물러나라!”푸른 산만 남아 있다면 장작은 다시 구할 수 있는 법이라고 불찰친왕은 더 이상 체면도,맹여산의 목숨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거칠게 고삐를 잡아당겨 말머리를 돌려서는 미친 듯이 왔던 길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것은 쉬웠지만 나가는 것은 달랐다. 서북대영이란 곳은 그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차가운 화살 하나가 그의 왼쪽 어깨를 정확히 꿰뚫었다. 강한 충격에 그는 거의 말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는 가까스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눈앞이 새까맣게 흔들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말의 배를 조였다. 뒤에서는 우륵 병사들의 절망 어린 비명이 터졌고 살 속으로 무기가 파고드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자기편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처참한 울음이 이어졌다. 이 밤, 우륵 연합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불찰친왕은 마치 집 잃은 들개처럼 눈보라 속에서 남은 패잔병들을 이끌고 초라하게 달아났다. 주종현은 얼굴에 쓴 가면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불찰친왕이 달아난 방향을 깊지만 파문 한 점 일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번 싸움은 이겼으나 그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그가 있는 한 누구도 대성조의 땅에 발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할 것이다. 눈은 계속 내렸다. 하얀 눈송이가 그의 손등 위에 내려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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